소설리스트

105화 (105/201)

-빵즈가 가장 공격적임ㅋㅋㅋ

-누가 감히 교주님께 망발을 하는가!

리심이 저렇게 센데 왜 안 싸워?

따진다고 선수들이 움직여주진 않는다.

결국 큰 교전 없이 라인전 페이즈가 끝난다.

'연습한 대로 움직여주고 있고……, 이 정도면 됐어.'

JCG Games의 감독 왕쯔이.

최근 팀의 성적은 파격 그 자체다.

그럼에도 그의 심기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전부 마왕의 공로로 치부된다.

구단주는 그렇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다.

이쯤에서 한 번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마왕이 없어도 충분히 이기는 게임이다.

캐리 지분의 불규형을 해소한다.

겸사겸사 전략의 우수성도 검증 받는다.

지난 LSPL에서 유효하게 써먹은 전략이다.

이번에도 통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게임이 조금 묘하게 흘러간다.

쿠! 챠앙!

「버거킹!」

탈리반 3세의 깃창-점멸.

치비르의 머리 위를 토막내듯 지나간다.

점멸이 빠지고, 궁극기가 박히자 빼도 박도 못한다.

〈날카로운 잘라먹기!〉

〈Moss Club이 옛날처럼 후반만 보는 팀이 아니거든요.〉

해설진들도 아는 사실이다.

약점으로 지목 받던 수동성을 개선했다.

라인전 이후로는 예리한 시도를 툭툭 던진다.

보강한 선수진이 이를 가능케 만든다.

예전의 Moss Club이 아니다.

예전에 통하던 전략도 먹힐 리가 만무하다.

'…….'

예상과 달리 흘러간다.

왕쯔이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패배해도 상관없다.

팀의 성적에는 여유가 충분히 있다.

보여주지 못하는 건 마왕도 마찬가지다.

캐리 지분만 조정해도 목적은 달성하는 셈.

이쿠, 이쿠!

경기의 향방이 연습과 다르다.

상대의 깜짝 시도에 한 명, 두 명 끊긴다.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함인지 바론을 친다.

〈어? 한 번 쳐보는 건가요?〉

〈마지막까지 치기에는 위험 부담이…….〉

확신을 갖기에는 애매한 각이다.

체크 당했고, 상대는 속속들이 모인다.

탈리반 3세가 이미 도착해 스틸을 노리고 있다.

'바론을 먹든, 스틸을 당하든 너는 끝났어.'

혼자서 튀는 플레이를 삼가하라.

경기 전에 누누히 강조한 사항이다.

근거가 빈약한 바론 버스트도 예외가 아니다.

먹는다면 그건 니가 운이 좋았던 거다!

스틸을 당하면, 너 때문에 게임을 졌다!

결과가 어느 쪽이든 질책할 말이 생긴다.

팀 내 정치에서 고삐를 잡을 수 있다.

흡족한 얼굴로 결과만 지켜보면 된다.

여유만만하던 왕쯔이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하아!

리심이 바론에 음파를 맞혔다.

QQ강타를 노린다면 그럴 만도 한 일.

보는 이 모두 그러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쿠우!

고작 그런 확률 높이기가 아니었다.

방호를 사용해 바론 벽을 넘어간다.

대기하고 있던 탈리반 3세를 차버리고.

─블루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Q 2타로 돌아와 확실하게 바론을 먹는다.

상대에게 스틸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감탄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골치 아프다.

〈이 선수는 정말……, 별 걸 다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저게;;

-교주님이 괜히 치셨을 리가 없지

-존명(尊命)!

존경심까지 들 법한 신묘한 플레이.

그 하나로 전황이 180도 뒤바뀌어 버린다.

방금의 판단에 놀란 건 선수들이 더했으니까.

─더블 킬!

JCG 클리버님이 학살 중입니다!

기세에서 이미 압도 당했다.

스틸을 노리고 있던 탓에 진영도 안 좋았다.

그렇게 찍소리도 못하고 있는 건 Moss Club만이 아니었다.

'…….'

왕쯔이 감독도 머릿속이 텅- 빌 수밖에 없다.

아예 상상조차 하지 못한 가능성.

따지고 들 여지가 안 떠오른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레드팀의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이후로 경기는 원사이드하다.

한타를 이기고 억제탑을 밀어버린다.

초반에 챙겨둔 용도 든든한 보험으로 작용한다.

결정적으로.

이~쿠우!

주도권을 되찾자 리심의 발이 풀린다.

기묘한 각도로 순식간에 날아들어.

-아니, 무슨 말화이트도 아니고……

-플레이에 자신감이 떨어지질 않는데?

-마교교주는 극마의 경지에 든 게 틀림없다!

-결국 마왕의 40분짜리 매드무비가 돼버렸네

가볍게 승리해낸다.

* * *

프로팀 내 정치는 분명히 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인 만큼 당연하다.

'밖에서 보면 대체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알고 보면 다 각자 사정이 있거든.'

원인은 여러가지 산재한다.

정말 단순하게 감정 싸움.

조금 복잡하게 전략 싸움.

이를 테면 바텀에 투자해줬으면 좋겠다.

아니다, 탑에서 싸워야 이길 수 있다.

대충 이런 이야기 말이다.

프로 경기라는 게 간단하지 않다.

정답이 딱 맞아 떨어지는 일이 드물다.

의견이 갈리고, 의견이 갈린다는 건 분쟁도 생긴다는 소리다.

'차라리 그런 거면 찍소리도 못하게 해줄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은 그런 게 아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케이스.

자신을 위한 이권 다툼이다.

내가 캐리해서 유명해질 거야!

유치찬란하기 짝이 없지만 현실이다.

중국 사람들의 출세에 대한 욕망이 워낙 유난하다.

"리심 밴됐는데 뭐 할까요?"

"……."

이어진 두 번째 세트.

아니나 다를까 리심이 잘렸다.

아무리 밴픽이 꼬여도 그렇게나 당했으니, 표본도 산재하니 자르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잘렸다고 문제 될 것도 없지.'

한두세네 개 잘렸다고 곤란할 챔피언 폭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내 독단으로 정한다?

코치진에게 반발의 여지, 명분을 제공하는 셈이다.

《너가 말을 안 들어서 출전 명단에서 제외하겠다!》

극단적으로 이런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

알고 있기 때문에 존중해주는 척을 한다.

픽 시간이 줄어들자 조심스레 말을 꺼내온다.

"뭐, 두두라던가……."

"두두요?"

"아니, 꼭 하라는 건 아니고……."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다.

본인도 놀랐는지 말을 더듬는다.

두두는 캐리와는 거리가 먼 챔피언이다.

좋게 말하면 팀을 위한 픽.

그냥 말하면 버스 타는 픽.

내 존재감을 억누르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이런 픽을 통한 견제도 드물진 않아.'

적어도 중국에서는 말이다.

한국에도 있기도 하지만, 기껏해야 공격성을 억누르겠다 그런 의도지 선수를 엿 먹이려고 하는 일은 없다.

원체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는 나라다.

"두두 좋죠. 두두."

"어……."

"왜요? 하라면서요?"

그래서 했다.

조합 구성이 갖춰진다.

로딩창에 오르자 코치진은 부스 밖으로 나간다.

"야."

"네?"

"누구? 저요?'

경기를 치르는 다섯 명의 선수들만 남게 된다.

굳이 따지면 親코치파에 가깝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니들 누구 오더 들을래?"

""…….""

"누구 말대로 게임해야 우리팀이, 우리가 잘한다는 소리 들을 수 있을까?"

우리가.

중국팀의 정치는 실리에 크게 좌우된다.

코치가 뭐라 했을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대로 경기해봤자 코치 말대로는 안되겠구나.

선수들도 바보가 아니다.

어느 쪽과 친하게 지내야 출세에 직결되는지 알 만한 경기를 펼쳐줬다.

"중국은 간단해서 좋아.'

물론 그 간단함을 챙겨주는 것이 보통 어렵지 않다.

나에게는 딱히 불가능할 것도 없는 일이다.

잠시 눈치를 보지만 대답은 정해져 있다.

눈치를 볼 코치진은 이미 아무도 없다

두두는 전형적인 버스픽이다.

'진짜 오지게 성장을 잘해도 딜이 없으니까.'

결국 팀원에게 기대야 한다.

그것이 일반적인 견해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프로 대회에서는 해석이 달라진다.

"바텀 먼저 가서 라인 밀어."

"리쉬는요?"

"하지 말고."

간혹 그런 픽들이 있다.

솔랭에서는 쓰레기인 챔피언.

그런데 대회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고평가 받는다.

'팀 게임은 다르니까.'

정글러의 영향력이 가시적이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여파를 미친다.

예를 들어 리쉬를 받지 않고 스타트한다?

바텀은 먼저 가서 미니언을 태울 수 있다.

선 2레벨 주도권을 자연스럽게 잡는다.

동실력이면 바텀 라인전이 끝난다.

피융!

이즈레알의 마법 화살이 적중한다.

앞에 미니언이 없으니 견제가 손쉽다.

라인전 구도가 시작부터 너무 편하다.

'조금씩만 비틀어도 게임이 완전히 달라져.'

솔로랭크가 아닌 팀 게임이다.

갱킹만이 라인을 푸는 해법이 아니다.

각 라인이 편해지는 구도를 만들어준다.

「분노의 역류를 받아라!」

아군 람블이 탑라인을 밀고 있다.

그냥 만들어진 구도가 아니다.

적 나루는 내가 어디 스타트인지 모른다.

'탑도 바텀도 리쉬를 안 했으니 당연하지.'

2렙 갱킹의 부담 때문에 푸쉬가 소극적이다.

람블이 초반 푸쉬 주도권을 잡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버프 컨트롤까지.

와구와구!

특유의 빠른 정글링으로 순식간에 잡는다.

상대는 교전도, 강타 싸움도 불가능하다.

레드를 빼먹고 유유히 빠져 나온다.

'각 라인의 상황을 만들고, 나는 상대 정글러만 따라다니면 돼.'

백업 싸움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 과정에서 상대의 손해는 누적된다.

전형적인 두두의 승리 공식이다.

정글러 입장에서는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솔로랭크에서는 보통 안 나온다.

생각지 못한 사고가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통을 안겨주어라!」

갈리스타의 궁극기.

바텀에서 갑작스러운 교전이 열린다.

쓰렉귀를 집어 던져 실드가 빠진 모르피나를 물었다.

최소 점멸, 여차하면 킬각이다.

상당히 예리하게 타이밍을 쟀다.

잡힌다면 견제 이득이 전부 도로 아미타불이겠지만.

'이랏샤이마세~.'

수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쓰렉귀는 깜짝 놀라 점멸로 내뺀다.

안타깝게도 타겟팅으로 날아가고 있다.

"녀석을 쫓아! 얼음덩이를 맞았으니 얼마 가지 못했을 거야.”

얼음덩이 때문에 힘이 빠진 쓰렉귀는 결국 잡힌다.

상대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타이밍.

운이 나빴다고 생각 할 수도 있다.

'킬각이라는 게 그냥 갑자기 나오지 않아.'

뜬금없는 킬각 같아도 사실은 아니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얼추 유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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