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왕쯔이 감독의 말도 듣는 둥 마는 둥.
오히려 티가 날 정도로 가까워진 모습이 눈에 띈다.
그도 그럴게 아낄 수밖에 없다.
「[베이징 LDL] LGE Huya, Bilil Gaming 상대 승리. 피 말리는 접전」
「[상하이 LDL] Lucky Future의 독주! 플레이오프 가능성 유력」
「[칼럼] 한국 용병, 정말로 필요할까? 지표로 분석하는 LDL」
시드 선발전은 중국 전역에서 열리고 있다.
타 지역 LDL의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는 말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얼마나 한 활약을 하는지.
S급 선수들은 아직 아니다.
LPL팀들은 최소 플레이오프 이후다.
하지만 2부 리그팀들과 신생팀들도 A급, B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Mr.sun」
3시간 전。
한국 선수들 못하는데?
우리 선수들보다 나은 게 대체 뭐야?
「?川? 」
2시간 전。
전체적으로 소통이 안된다는 게 느껴졌어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해
S급 선수들은 나오지도 않았고
「生?彷徨」
2시간 전。
수천 년의 대국이 빵즈들이나 빨아대고 중국 프로팀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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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 엑소더스.
한국에서도 이슈였지만,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두 푼도 아니고 거금을 때려 박았으니 당연하다.
아니, 한국 선수들한테 왜 그렇게 돈을 많이 써?
안 그래도 자국에 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나라다.
SNS와 커뮤니티에서 격하게 토론이 오갔다.
막상 성적표를 받아보니 애매하다.
지탄의 목소리가 쏟아질 만도 하다.
하지만 단 한 명, 이견이 갈리지 않는 선수가 있다.
"싸우지 말고 어? 지난 경기는 두두픽은 내가 봐도 의아했어~. 내 지인들도 그러더라고."
"그, 그건 저희가 지난 LSPL부터 Moss Club전부터 고수해온 전략으로……."
"됐고! 창민이 의사대로 해주게. 뭐 쓸데없이 저지르지 마."
"……."
마왕에 대한 평가.
아직 지역 리그, 광저우 LDL에서만 치러지고 있음에도 떠들썩하다.
그렇게 잘하는 선수를 영입했어?
구단주끼리는 다 네트워크가 있다.
선수 자랑이 가장 주된 화제로 오간다.
친한 지인의 부러움 만큼 평가에 직결되는 잣대가 없다.
'…….'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구단주마저 등을 돌렸다.
이 이상 밀어붙이다가는 자신이 더 위험해진다.
왕쯔이는 강제적으로 사태 파악을 마친다.
* * *
전국적으로라고 해야 할까, 대륙적으로라고 해야 할까.
중국이 더럽게 넓다 보니 표현이 가끔 고민된다.
아무튼 시드 선발전이 열린지도 시간이 흘렀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의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기사는 물론이고, 광저우 LDL에서도 직접 만났다.
타지에서 한국 사람 만나면 반가운 법이다.
'서로 좀 어색하긴 했지만.'
엑소더스가 터진 시점이 개스파컵 전이다.
본 적도 없는 선수가 유명해져 있네?
상대 입장에서는 난감했을 것이다.
심지어 완벽하게 이긴 입장이다.
친하게 지내자고 하자 질문을 해왔다.
어떻게 그리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냐?
해외 적응이 생각보다 너무 빡세다.
그냥 와서 게임만 하면 될 줄 알았다.
중국에 온지 벌써 두 달이나 되었음에도.
'어림도 없지.'
나야 뭐 워낙 e스포츠판에 잔뼈가 굵다.
근 2년 가량 중국 생활을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적응을 잘한다는 점도 크다.
잘 안 맞는 선수는 1년 이상도 헤맨다.
만만히 보다간 제대로 큰코다친다.
기초적인 조언을 조금 해줬다.
그 선수 뿐만 아니라 다들 힘든 모양이다.
구체적인 사정은 몰라도 결과는 안다.
그도 그럴게 미래에서 보고 왔으니까.
S급 선수들을 제외하면 최소 1년은 적응해야 한다.
본 실력을 발휘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때문에 세간의 평가가 걱정됐는데.
「風葉軒」
50분 전。
한국 선수들은 적응 중이야
그 결과에 대해서도 이미 나왔어
광저우 팀들이 모조리 멸문 당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ㅋ
-멸문? 무슨 소리야?
웨이보主- 그런 밈이 있어
-마교 교주는 미쳤지
-마왕은 중국어를 잘하잖아. 처음엔 빵즈인 것도 몰랐어
호의적인 여론이 생각보다 많다.
의도치 않게 내 활약이 영향을 미쳤다.
나도 일단 한국 사람이라서 신경이 쓰인다.
그런 만큼 거슬리는 단어도 있다.
한국인을 비하하는 단어인 빵즈(棒子).
웨이보를 보다 보면 상당히 자주 보인다.
대충 '고려놈'이라는 뜻이다.
충분히 기분 나쁠 만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개의치 않는다.
왜냐?
'우리나라도 짱깨라는 말 많이 쓰잖아.'
특별히 심한 비하 표현이라기 보다는 뭔가 자연스럽다.
인터넷을 하다 보면 손에 익게 된다.
그리고 부러워하는 입장이다.
한국에 대해 열등감을 가졌다.
부러움 받는 쪽이 구태여 과민반응할 필요가 없다.
국민성이 높은데도 선동 당하는 일본 같은 경우도 아니고.
익히 알려져 있는 국민성에 바라는 게 더 무리다.
중국이 중국했을 뿐이다.
아무튼 한국 선수들 중에서 내 평가는 독보적이다.
"창민형, 저 개인적인 상담이……."
"밥 좀 먹고."
"저랑 가실래요? 제가 진짜 맛있는 곳 아는데."
팀 내에서의 평가 또한.
실질적인 입지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코치보다 나에게 더 의지해오고 있다.
'중국 선수들이 피지컬과 감에 의존하는 타입이 대부분이라.'
기본적으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북미와 한국 선수들은 타입이 비슷하다.
유럽과 중국 선수들은 타입이 비슷하다.
그냥 막말로 대가리를 안 굴린다.
피지컬만 좋은 롤알못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눈치가 생긴다.
"형이 지적해준 대로 룬이랑 템트리 개선해보니까 효과가……."
"그래? 목이 마르네."
"여기 물은 셀프인데 제가 얼른 갖고 올게요!"
어느 쪽의 커리큘럼이 더 체계적이고 효과적인지.
그 차이가 체감으로 와 닿을 정도다.
처음에는 주전 선수 몇 명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서브 선수들에게까지 입소문이 번졌다.
지도 받은 선수 모두 효력에 감탄하고 있다.
코치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최창민."
"왜요."
"니가 선수들에게 다른 연습 방식을 지시한다는 말을 들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자 재미있는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룬특이랑 라인전 구도 정도 가르쳐준 건데요."
"그건 코치가 할 일이다."
"그럼 하세요. 안 하니까 저한테 질문하잖아요."
"……."
안 그래도 귀찮은데.
간만의 휴일에 근로의 기운이 드리운다.
선수들 입장에서 내 설명이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중국 사람들이 워낙 일을 대충대충 해서.'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마저도 열심히 안 한다.
이해가 안 갈 만도 한 태도다.
아니, 출세하고 싶다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실적을 쌓아나간다.
그것이 정상적인 사고방식임이 틀림없다.
중국인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할 뿐이다.
불만은 오지게 많다.
남의 성과에 시샘을 쏟아낸다.
그 사람만큼 하려는 생각은 죽어도 안 한다.
《별반 다르지 않다.》
《주는 만큼만 일해라.》
《어차피 이걸로는 부자가 못 된다.》
내가 중국에서 오래 생활한 건 아니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너무 많이 들어봤다.
업무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부터가 글렀다.
'말하는 방식도 굉장히 강압적이고.'
공산당이라 그런지 상하 관계에 필사적이다.
가르침을 받는 입장에서도 듣기 싫다.
실력도 없는 꼰대를 누가 좋아해?
"저는 형 말이 훨씬 더 맞다고 생각해요."
"맞든 말든 상관없는데, 귀찮게 들키지만 마."
"헤헤……."
JCG Games의 서브 선수 중 하나인 루웨이.
성격이 싹싹하고, 매사에 적극적이다.
중국인 중에서는 흔치 않은 부류다.
'보통 이런 애들이 많이 배워가지.'
당연하게도 모든 중국인이 글러 먹은 건 아니다.
대부분의 중국인이 그럴 뿐이지.
중국의 상류 계층과 그 아래 계층의 사고방식이 다른 건 개인적으로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 *
광저우 LDL 2주차.
소속된 아홉 팀의 경기력이 윤곽을 드러낸다.
가시적인 성적도 슬슬 정립되어 가고 있는 형국이다.
〈1위는 역시 JCG Games! Mighty Eagle을 잡고 세트 12연승을 달성한 게 결정적이었어요.〉
〈물론 아직 확정이 된 건 아니지만…….〉
기세를 봤을 때, 경기력을 봤을 때 이견이 갈리지 않는다.
조심스러운 추측을 입에 담아도 될 시기다.
물론 그 밑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광저우 LDL 시드 선발전 STANDINGS」
1. JCG Games 12승 0패
2. Light Gaming 11승 1패
3. Team CC 9승 3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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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 선발전은 각 팀이 서로 두 번씩 겨룬다.
최종 승리가 아닌 세트 승만 각각 따지는 제도다.
스코어 순대로 1위부터 9위까지의 성적표가 대략 나왔다.
세간의 여론과도 대략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모든 부분이 합의가 된 건 아니다.
상위 세 팀 중 우승을 하는 건 결국 어느 팀일까?
〈일단 JCG Games는 Team CC를 2 대 0으로 꺾었어요.〉
〈그렇죠.〉
〈그리고 Team CC는 Light Gaming과 1 대 1로 비겼고요.〉
〈그랬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JCG Games가 가장 세구나.
그런데 실전이라는 게 결국 붙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1,2위팀인 JCG Games와 Light Gaming의 경기가 바로 지금이다.
〈오늘 결과에 따라 1,2위가 급변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그거지만…… 상대 전적이 앞서면 차후에도 편하게 상대할 수 있다는 게 크죠!〉
해설진의 날카로운 지적.
현재 경기는 순위 결정전에 지나지 않다.
진짜는 향후 치러질 플레이오프와 최종 결승전이다.
이긴 쪽이 보다 고삐를 쥐게 된다.
심리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편안한 입장에 선다.
때문에 플옵권 진출과 상관없이 경기의 승패가 중요하다.
와아아아아-!
현장팬들의 드높은 환호성과 함께 경기가 시작된다.
광저우 LDL, 시드 선발전이 슬슬 끝나간다.
정확히는 순위 결정전이 말이다.
플레이오프를 치를 상위 세 팀만이 남는다.
현재까지의 성적이 세트 12연승.
우리 JCG Games의 1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직 확정이라 볼 단계는 아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일곱 번째 상대인 Light Gaming.
조 2위로 바짝 추격해오는 팀이다.
사전에 살펴도 봤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다고 못 이길 팀도 아니긴 한데.'
LOL이라는 게임은 무조건이 없다.
변수라는 불확실성은 항상 골칫거리다.
한 끗 차이의 어긋남이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시킨다.
키잉-!
바텀에서 또 사달이 일어났다.
쓰렉귀의 선고가 적중하고 만다.
포탑을 끼고 사리던 부시안의 목을 낚아.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적이 학살 중입니다!
빼도 박도 못하게 킬견적을 낸다.
바텀 라인전이 완전히 박살이 났다.
딱히 실력 차이가 엄청나게 난다기 보다는.
'중국 리그가 원래 그래.'
오히려 지금까지 너무 잔잔했던 것이다.
선수들 성향이 돌발적인 행동을 좋아한다.
그것이 슈퍼 플레이로 연결될 때도 있지만, 리스크를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때도 생긴다.
지금의 상황이 바로 후자.
신내서 압박하다가 된통 참교육 당했다.
순수 라인전만으로 바텀이 심각하게 기울었다.
예상을 하고, 시팅을 해주는 것도 어느 정도다.
아무리 나라도 모든 상황을 컨트롤 할 수는 없다.
거의 대부분은 가능해도 100%는 불가능하다.
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