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그에 맞춰 행동하면 될 뿐.
바텀 라인에 직진으로 향한 보람이 있다.
거미여왕의 메인인 실뭉치가 제대로 적중한다.
물론 2 대 1이다.
어설프게 싸우면 역관광 당하기 딱 좋다.
어설프지 않게 싸우면 되는 일이다.
퍼엉!
콰흑!
풀콤보가 고르키의 체력바를 녹인다.
하지만 랜턴이 있다.
그 실드로 버티며, 쓰렉귀의 곁으로 이동한다.
'거미줄로 따라가면 묫자리 파기 딱 좋지.'
반대로 안 따라가면 킬각을 놓친다.
판단이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해당 사항이 안된다.
키잉-!
즉시 따라가자 쓰렉귀의 선고가 쏘아진다.
침착하게 점멸로 피하며 마무리.
고르키를 잡고 폼을 변환한다.
어설프게 쫓으면 놓친다.
어설프지 않게 강타부터 묻힌다.
거리를 유지하며 실뭉치 쿨타임을 기다린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JCG 마왕님이 LG 하이비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각도를 좁히고 확실하게 맞혔다.
상대가 도주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아군 입장에서는 다행이지만, 사실 프로 레벨에서는 불가능했던 커버다.
"왜 이렇게 빨리 왔나 했더니 기동신……."
"기동신을 벌써 샀구나."
내가 반대쪽 동선이라 말을 했었으니까.
원래는 절대 싸우면 안되는 타이밍이었다.
잘못 물려 죽은 걸, 말도 안되는 백업으로 따냈다.
'정글러라는 게 이론도 중요하지만, 감도 진짜 못지 않게 필요해.'
뭔가 그런 게 있다.
저 새끼 30초 안에 뒤지는데 내 손모가지 건다!
노스트라다무스 빙의하는 순간이 솔로랭크를 하다 보면 온다.
싸움이 격한 중국 리그에서 절실한 능력이다.
얘들이 원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정석적인 운영만으로는 게임을 이기는데 한계가 있다.
「기동력의 신발.」
이동 속도: +25
비전투시 이동 속도가 +105로 상승합니다.
이를 해내는데 필요한 아이템.
초반 기동성을 극대화시킨 덕분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리스크 있는 선택이기도 하다.
주문력 40 정도와 맞바꾼 셈이니까.
약해진 데미지를 교전 능력으로 메꿔야 한다.
거미여왕은 세심한 컨트롤이 엑기스인 챔피언이다.
'스킬이 많다는 걸 이용해서 초반에 미친놈처럼 싸워야 되거든.'
겉으로 보기에는 말이다.
실상은 어쭙잖은 숙련도로는 턱도 없다.
방금만 해도 판단 하나 잘못했으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다.
리심을 비롯해 유통기한 챔피언들이 가진 특징이다.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챔피언이 180도가 아니라 540도 뒤바뀐다.
나에게 있어서 어려울 것도 없는 일.
─JCG 마왕(거미여왕)님이 LG 쥐진(카시오가피)를 지목!
선기동신은 날카로운 감과 교전 능력으로 킬을 먹는 게 중요하다.
더블 킬이 딜로스를 상쇄시킨다.
보다 자신감 있게 교전을 연다.
캬아악-!
다가가자 궁극기로 반갑게 맞이해온다.
이를 거미줄을 타고 피하며 접근한다.
바닥에 바로 맹독을 살포해오는 걸.
'무빙으로 흘리면 딜도 없고, 도주도 못해서.'
카시오가피의 스킬 메커니즘이 가진 약점이다.
아군끠즈?한 박자 늦은 호응.
실뭉치가 적중한 시점에서 아무래도 상관없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라인에서 사정 없이 쳐맞던끠?
재롱잔치로 막타를 먹고 회복한다.
미드 라인에 강제 갱킹을 이루어낸다.
'LPL은 결국 교전이야.'
1부 리그인 LPL만 해도 그러하다.
2부 리그인 LDL은 더 하면 더 하지, 덜 하지는 않다.
이런 개싸움을 나라고 못하는 게 아니다.
취익!
퍼엉!
오히려 특기에 해당하지.
탑 라인 2대2 교전.
달려드는 랙싸이를 풀콤보로 긁는다.
하지만 맷집이 단단하다.
스턴 시간이 끝나자마자 돌출된다.
스치기만 해도 에어본, 추가 연계도 위협적이다.
맞았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
돌출되는 시간에 맞춰 한 발 뺀다.
그 자그마한 무빙 하나가 교전 결과를 뒤튼다.
쿠! 챠앙!
탑 탈리반 3세가 이판사판으로 그어오는 깃창.
가볍게 거미줄로 솟구치자 끝이다.
그 시점에서 운명이 정해진다.
─더블 킬!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 이랠리야의 더블 킬.
들어온 이상 도주가 불가능하다.
흔하디 흔한 피지컬로 찍어 누르기다.
'급이 다르잖아.'
격의 차이라는 게 있다.
일반 유저들 시점에서는 비슷할지 모른다.
아니, 챌린저고 프로게이머면 다 일정 이상은 하지 않나?
능력치의 피라미터를 합쳤을 때 총량이 고마고만할 뿐이다.
교전 능력으로 한정하면 차이가 존재한다.
나는 딱히 느껴본 적이 없지만.
"이걸 다이브해요?"
"안될 거 같은데……."
"돼."
바텀 다이브.
독침을 뿜으며 폭탄 거미를 푼다.
포탑 어그로를 받으며 먼저 물어뜯는다.
「숨을 곳은 없어!」
상대는 결사항전이다.
쓰렉귀가 궁극기를 깔고 눈치를 본다.
다이브라는 게 언제나 그렇지만 슈퍼 플레이가 가장 많이 나오는 장면이다.
'하는 쪽도, 당하는 쪽도.'
한 끗 차이로 어긋나기 딱 좋다.
판단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쓰렉귀의 선고 각도가 반대 방향을 향한다.
키잉-!
호응하려던 부시안의 목을 낚는다.
만약 내가 포탑 어그로를 바로 뺐다?
그랬다면 대참사가 일어났을 게 뻔하다.
포탑의 딜을 한 턴 더 받아낸다.
두 번째 공격이 닿기 직전에 솟구친다.
하늘에서 내려오며 다시 인간폼으로 변화해.
터억!
취익!
점멸이 빠진 고르키에게 확실하게 실뭉치를 맞힌다.
스킬쿨을 한 번 더 박아 넣는다.
스킬쿨이 짧은 거미여왕의 특성을 극한까지 살린다.
─더블 킬!
JCG 마왕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가능한 킬을 양보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먹고 싶었으면 선고를 피했어야지.
쓰렉귀까지 잡고 점멸로 극한의 핑퐁을 이룬다.
이렇듯 교전 능력은 분명 차이가 있다.
선수들의 견해를 취합하면 그리 결론이 났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주어진 역할 이상을 해내는 것.
'한 마디로 센스지.'
어느 정도는 경험으로 개선할 수 있지만, 극한은 결국 재능의 영역이다.
나로서는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
보통 재능이라는 건, 타인에게 들었을 때 비로소 존재 유무를 깨닫는다.
코치 생활을 하며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선수를 쓰는 방법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이곳 팀원들에게는 딱히 안 바란다.
"형 너무 AP로 가는 거 아니에요?"
"니가 뭔데 템 훈수질이야!"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게임은 이제 유리해졌다.
글로벌 골드도 역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경기의 승리와 직결되는지.
묻는다면 아직 그렇지 않다.
팀원의 물음도 실례되는 것이 아니다.
그도 그럴게 현재의 거미여왕은 딜템을 안 간다.
'그러고 보면 그랬네.'
딜템 효율성에 의구심을 가지던 시기다.
초반에 재미만 보고, 이후로 세미 탱킹을 한다.
기본 스펙이 괜찮았기에 일련의 활용이 괜찮았다.
어설프게 딜템 올리다 망하는 케이스가 빈번하기도 했다.
어설프게 하면 그렇다는 소리.
딜로 쓸 자신감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 *
어느 리그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강팀간의 경기는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뜨거운 현장 반응 속에서 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23분에 27킬……, 분당 1킬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만큼 경기가 치열합니다. 그러면서도 양팀이 중심을 잃지 않고 있어요!〉
강팀간의 경기라면 팬들도 바라는 게 있다.
충분히 만족시키는 경기력을 펼치고 있다.
잦은 교전과, 이를 행하는 선수들의 피지컬.
-와 엄청 싸우네
-역시 마교주……
-다이브 판단이 미쳤어
-전장이 屍山血海로 물들고 있다!
흔히 중국 리그라고 하면 개싸움이 연상된다.
그리고 실제로 틀린 말이라고 볼 수 없다.
선수들의 성향이 교전을 워낙 좋아한다.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과장된 부분도 있다.
프로 선수라면 근거 없이 싸우지는 않는다.
이만한 난전은 중국에서도 굉장히 드물다.
「숨을 곳은 없어!」
사이드 라인.
이랠리야가 점멸이 없다.
백업도 자신들이 더 많고, 더 빠르게 온다.
일련의 근거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실행한다.
쓰렉귀가 점멸로 이랠리야를 물었다.
꼼짝 없이 가두고 두들겨 패 잡는다.
─LG 하이비님(고르키)님이 JCG 랭샤(이랠리야)님을 처치했습니다!
세심한 계산은 부족하다.
직감이 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렇듯 물꼬가 트이면 서로 미친 듯이 싸운다.
〈잡았어요! 그리고 고르키에게 킬을 먹였습니다!〉
〈굉장히 잘 큰 고르키라서 이랠리야도 한 대 맞아보고 당황했죠?〉
결과 또한 좋으니 멋진 플레이다.
해설진과 관객들의 탄성이 쏟아진다.
그 시끄러운 함성 탓에 체크가 다소 늦고 말았다.
─JCG 마왕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킬이 터졌다.
서로 전투 본능이 미친 듯이 타오른다.
있을 만도 한 일이지만 문제는 이해가 안 간다.
솔로킬.
그것도 입장이 뒤바뀌었다.
탈리반 3세가 거미여왕에게 잡혀 죽었다.
터억!
리플레이를 통해 상황이 송출된다.
백업 압박을 주기 위해 위로 동선을 틀었다.
어느새 잠복하고 있던 거미여왕의 실뭉치가 적중하며.
-라이너 1대1로 이기네
-딜이ㄷㄷ
-아니, 왜 이렇게 세지?
-탈리반 탱커 아니었어?
나름 단단하게 두른 준탱커다.
도망을 가면 최소 목숨은 부지해야 한다.
그런데 거미줄로 끈덕지게 따라오더니 결국 잡아냈다.
〈완전 극딜 템트리였네요?〉
〈괴이한 가면에 조냐의 물시계까지 올리고 있습니다. 이건 상당히 극단적인 선택이죠.〉
해설진들이 당황하는 이유가 있다.
보통 많이 올려도 정글템 하나 정도다.
극단적인 AP빌드는 실용성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덕분에 솔로킬을 낸 것도 사실.
두 명의 해설자 의견이 완전히 갈라진다.
재미를 봤으니 됐다는 낙관적인 쪽과.
〈고르키가 크고 있습니다. 한타도 Light Gaming이 훨씬 편해요.〉
〈그런 측면이 있군요.〉
〈그에 반해 앞라인이 빈약한 JCG는 일반적으로 안 좋은 게 맞는데…….〉
중국이라고 없는 게 아니다.
탱커가 딜욕심 내다가 게임 그르치는 경우.
역전의 발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흔하다.
오히려 중국이기에 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말끝을 흐리는 이유는 하나.
행하는 선수가 다름 아닌 마왕이었다.
폭탄 거미 한 마리가 수풀 사이로 기어든다.
기껏해야 시야 확인용.
본래는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퍼엉!
수풀에 몰래 숨어있던 고르키를 향해 달려든다.
체력바가 1/3 뭉텅 줄어든다.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확실히 주문력이 어마어마해서…….〉
〈방심해서 한두 대 잘못 맞으면 집 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