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9화 (109/201)

폭탄 거미의 위력이 포킹 스킬에 가깝다.

잘 큰 거미여왕의 위용이 드러난다.

하지만 여전히 계륵인 것도 사실이다.

랙싸이와 탈리반 3세.

두 탱커를 앞세우며 전진한다.

앞라인이 빈약한 JCG Games는 빼는 수밖에 없다.

-탱커가 없네

-누가 이니시 좀 열어!

-누가?

-끠즈?들어가야지

Light Gaming의 조합이 훨씬 안정감 있다.

JCG Games는 좋게 말하면 개인기 조합이다.

조합 시너지나, 딜탱 밸런스가 약간 많이 애매하다.

LCK였다면 난이도가 너무 높다.

특정 조건 하에서나 좋은 조합이다.

클끼리 해설이 침이 튀기도록 우회적으로 깠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리그에서는 의외로 평범하다.

그 특정 조건이 워낙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이 조합 차이에 의한 영향이 없다는 소린 아니다.

「밥 먹자!」

끠즈?궁극기가 던져진다.

돌출돼있던 랙싸이를 잘 맞혔다.

그럼에도 우물쭈물 움직임에서 망설임이 보인다.

팀게임에서 조합이 가지는 의미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땡드라군보다, 질럿 적절히 섞는 게 좋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들어간 타이밍은 좋았지만 챔피언 특성상 오래 버틸 수가 없다.

띠이잉……!

바로 조냐를 켰고, 난전이 일어난다.

아비규환으로 뒤엉켜 일단 죽도록 싸우고 본다.

글자 그대로.

─LG 하이비님(고르키)님이 JCG 랭샤(이랠리야)님을 처치했습니다!

LG 하이비님이 학살 중입니다!

사상자가 나온다.

텔레포트로 진입했던 이랠리야.

잘 큰 고르키와 철벽 같은 진영에 굴복하고 만다.

그렇게 한 명 잡히기 시작하면 순식간이다.

조합이 좋지 않은 쪽이 큰 폭으로 밀린다.

탈리반 3세가 깃창으로 진격한다.

쿠! 챠앙!

날카로운 각도.

하지만 상대의 반응이 빨랐다.

거미여왕이 거미줄을 타고 하늘로 솟구쳤다.

그래봐야 잠깐의 시간 벌기다.

대세에는 큰 지장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내려앉았다.

─전장의 화신! JCG 마왕!

체력이 빠져 눈치를 보던 랙싸이.

진영 중앙으로 당당하게 파고들었다.

거미 한 마리가 한타 구도를 180도 뒤바꾼다.

띠이잉……!

딜러진의 점사를 조냐의 물시계로 흘린다.

Light Gaming의 진영이 양분되고 만다.

숫자 또한 동수가 되어버린 형국.

최대한 빨리 거미여왕을 잡아내야 한다.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을지 모른다.

언제나 결과가 중요할 뿐이다.

터억!

점멸과 함께 예리하게 쏘아진 실뭉치.

고르키의 발을 묶고 활로를 열어낸다.

같이 풀린 폭탄 거미도 묵직하게 아프다.

와아아-!

관중석의 탄성이 울린다.

데미지도, 거미여왕의 판단도.

아직 한타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더블 킬!

JCG 와야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철벽 같은 거지,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은 아니다.

앞라인이 결국 허물어진다.

Light Gaming은 어쩔 수 없이 후퇴하려 하지만.

─전설의 출현! JCG 마왕!

도주했던 거미여왕이 다가온다.

거미줄을 타고 스르륵 하늘에서 낙하.

고르키는 카이팅도 못하고 물어뜯겨 사망한다.

〈카시오가피도…… 마무리되는 그림이네요!〉

〈이 한타가 이렇게 비벼질 수가 있나요?!〉

리심처럼 화려한 느낌은 분명 없다.

특별히 빠른 손 속도를 요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판단 하나하나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다.

최상의 결과를 자연스레 이끌어낸다.

그냥 단순하게 한타를 엄청나게 잘한다.

간단하기에 더욱 와 닿는 것도 있는 법이다.

─레드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바텀 듀오를 포함한 3인 바론.

아슬아슬할 것 같았지만 해냈다.

거미여왕의 회복력이 심상치가 않다.

-왜 피가 차?

-거미폼 평타에 회복 효과가 있지

-내가 할 땐 거의 안 차던데

-완전 AP라……

본래는 정글 유지력에 도움을 주는 정도다.

그 이상의 가치를 부수적으로 뽐낸다.

글자 그대로 부수적.

터억!

시야를 장악하던 도중 만났다.

거미여왕의 실뭉치가 쓰렉귀에게 적중한다.

1 대 1이라면 위협에서 그칠 만도 한 시기인데.

─전설의 출현! JCG 마왕!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녹는다.

여전히 어마어마한 데미지를 뽐내고 있다.

극단적으로 주문력만 올린 거미여왕의 위엄.

〈데미지는 감탄스러울 정도지만 역으로 한 대만 잘못 맞아도 녹아내리는 물몸이거든요.〉

〈줄타기와도 같은 곡예를 훌륭히 소화하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선수에요.〉

반대로 그 리스크도 짊어져야 한다.

어떤 것이든 결과가 좋으면 할 말이 없다.

난이도 높은 한타에서조차 스킬 배분이 적절하다.

터억!

스플릿 구도의 운용 또한.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날개를 펼쳤다.

포탑을 끼고 있는 탈리반 3세를 향해 다이브 친다.

퍼엉!

콰흑!

나름대로 단단함에도 체력바가 눈에 띄게 녹는다.

작은 거미들이 달려들어 사각사각.

하지만 결국 버티기는 한다.

「버거킹!」

궁극기로 가두고 아군을 부른다.

상황을 고려한다면 최선의 판단이 맞다.

문제는 그 급박한 구도가 완전히 손바닥 위다.

〈탈 미니언이…… 있죠. 예! 너무 손쉽게 빠지는데요?〉

〈탑 억제탑 무너졌습니다. 다 뚫리고 있어요!〉

팀 게임인 만큼 당연한 일.

안 그래도 쓰렉귀가 잘린 상황이다.

인원 공백에 더욱 틈이 뚫리며 급격하게 무너진다.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모든 사태의 원흉인 거미여왕은 아주 얄밉게 살아 돌아갔다.

개인기가 한 번 터질 때마다 Light Gaming는 휘청인다.

이제는 아예 무너지는 지경까지 온다.

〈JCG Games가 중반의 승기를 그대로 굳혀 게임을 승리를 가져왔습니다!〉

〈MVP는 역시 그 선수네요.〉

보통 대부분의 선수들이 XX 장인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유명세를 탄다.

테이커만 해도 산다라 장인!

도인디는 카직트 장인!

왕린은 커피물조절장인!

그러다가 아, 이 선수 이것만 잘하는 게 아니네.

그냥 잘하는 선수네.

친숙한 이미지에서 보다 무거운 느낌으로 상승한다.

그럴 시점이 이미 차고 넘치게 와있다.

리심의 숙련도만 예사롭지 않은 게 아니다.

또다시 딜챔프를 잡자 그 피지컬과 판단력이 혀를 내두른다.

"아니, 정글 동선 차이가 너무 나잖아요."

"픽도 수동적이라 못 따라가고.'

"밴픽 문제는 아니었어."

"그럼 저희가 문제라는 소리에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을 때.

그럼에도 안되면 주위로 시선을 돌린다.

솔직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이다.

상대 선수가 잘하는 거 안다.

근데 우리도 어디 가서 밀리지 않아.

순위만 따져도 1위와 2위, 고작 스코어 하나 차이다.

실상 붙어보니 상대가 안됐다.

아니, 경기만 두고 보면 큰 차이가 안 났다.

단 한 명, 거미여왕이 듣도 보도 못한 수준이다.

그 실력 차이를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해당 분야의 프로이기에 더욱 힘든 일이다.

Light Gaming의 부스 안은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까타레나! 이건 상당히 의외의 선택인데요?〉

〈쥐진 선수가 솔로랭크에서 즐겨 쓰는 픽이긴 한데…….〉

이어진 두 번째 세트.

Light Gaming의 밴픽 색깔이 바뀌었다.

그렇게 정리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정글도 카직트에요?〉

〈완전히 개인기 위주로 색깔을 살리려는 것 같습니다.〉

중국 리그에서는 그렇게 드물지도 않은 일.

하지만 어디에나 선은 있다.

그 선을 가볍게 넘을 만큼 조합이 극단적이다.

'무슨 얼어죽을 조합이야.'

'쟤네는 하고 싶은 거 다 하는데.'

'저 좆같은 새끼들 카직트만 잡으면 내가…….'

이유는 생각 외로 단순하다.

코치의 말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을 뿐 빈번하게 일어난다.

특히 중국은 기본적으로 코치의 입김이 강하지 못하다.

한국과 달리 짧은 e스포츠의 역사.

뿐만 아니라 황금만능주의의 가치관이 뿌리 깊다.

연봉도 적고, 구단의 취급도 박한 코치진을 선수들도 은근하게 얕본다.

평소라면 몰라도 이렇듯 판단이 엇갈린다?

코치보다 자기 자신을 신뢰해버린다.

* * *

선수는 가까이 본다.

코치는 멀리 본다.

내가 입버릇처럼 담는 말 중 하나다.

'근데 이 차이를 설명하는 게 어려워.'

어느 쪽도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관점이 다를 뿐.

그 차이가 워낙 극명해 대부분의 팀이 의견 분열이 생긴다.

선수 출신 코치, 혹은 올드 게이머가 중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로가 가진 의견 차를 좁힐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간혹 어느 한쪽이 득세해버리면.

티링! 팅! 팅!

까타레나의 칼이 튕기고 있다.

CS를 받아먹는데 급급하다.

미드 라인.

라인전 상황이 굉장히 여유로워 보인다.

취익!

톡!

상대 정글에 마음 놓고 침입이 가능하다.

카직트를 평타로 톡톡 건든다.

1대1도, 백업도 밀리니 도망갈 수밖에 없다.

'3티어 이하 픽을 하면 다른 라인도 힘들어져.'

프로씬 기준의 챔피언별 티어다.

실제로 표를 만들어서 관리한다.

0티어- 무조건 가져오거나 필밴

1티어- 꺼내면 최소 밥값은 한다

2티어- 숙련도+ 상황 보고 꺼낸다

대충 이러한 근거를 가지고 말이다.

3티어 이하 픽은 아예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엄청난 상향이 아니고서야 대회에서 쓰지 않는다.

터억!

파앗!

까타레나는 바로 그 3티어 이하 픽으로 분류된다.

아군 르풀랑에게 대놓고 두들겨 맞는다.

디나이를 당해도 해결책이 전무하다.

'갱호응도 안되고, 6레벨 찍는다고 풀리는 것도 아니고.'

아군 입장에서는 그냥 짐 덩어리다.

미드를 계속 봐줘야 되는데, 봐준다고 콩고물이 떨어지지도 않아.

솔로랭크와 팀 게임이 가진 차이점이다.

퍼엉!

상대 정글을 탈탈 털어먹는다.

카직트 입장에서는 속이 썩어 들어간다.

어설프게 서성이다가는 스턴 맞고 죽는 수가 있다.

성장 차이가 계속 벌어지게 된다.

상대가 내릴 수 있는 판단은 둘 중 하나.

이대로 굶어 죽거나, 확-! 사생결단을 내리거나.

쿠화악!

카직트가 덮쳐온다.

그 정직한 움직임에 철퇴를 때린다.

터억!

콰흑!

순식간에 딸피.

문제는 그 이후의 연계다.

까타레나가 라인을 포기하고 먼저 도착한다.

'그래서?'

이런 구도는 보통 한 끗 차이다.

프로게이머도 솔로랭크에서는 알고도 당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대회 게임에서는.

─퍼스트 블러드!

얄짤이 없다.

이렇게 되리란 걸 미리 언질을 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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