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0화 (110/201)

거미줄로 솟구친 사이 르풀랑이 도착해 카직트를 마무리한다.

─더블 킬!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고립된 까타레나도 시간 문제다.

킬리셋을 하기에는 딜이 부족하다.

일련의 상황은 실수가 아닌 필연이다.

'당연히 해야 할 압박을 안 했을 때나 3티어 픽이 활개칠 수 있는 거지.'

그런 대처를 '당연히' 하기에 프로씬이다.

대회에서 티어가 낮은 픽은 이유가 있다.

극적인 변화로 승산을 노려보려던 상대.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학살 중입니다!

오히려 첫 세트 이상으로 빠르게 무너진다.

조합조차 엉망이라 후반도 불리할 게 없다.

세트 14연승의 무난한 승리를 이어나간다.

'뭔가 위기 같은 게 있어야 되는데.'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내가 2부 리그에서 뛰고 있다.

심지어 한국도 아니고 중국 리그다.

완벽하게 맞춤형 전략까지 세워왔다.

그냥 내가 열심히만 해도 이긴다.

그런데 팀원들까지 성화.

"죽여! 죽여!"

"젠부샤쓰!"

본토 발음으로 들려온다.

중국 리그에서는 의외로 흔한 회화다.

MVP 쟁탈전이 박 터지게 열리고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큰 실패를 맛보고 나야 비로소 깨닫는 것도 있다.

강적 JCG Games를 만나 대패를 경험한 Light Gaming.

경기가 끝난 이후로도 신경전이 오갔다.

워낙 개개인의 자존심이 강한 게임이다.

솔로랭크에서 괜히 싸움이 빈번한 게 아니다.

그리고 이는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다지 주의하지 않던 중위권팀에게 패배.

그로 인해 최종 순위까지 변동되었다.

「광저우 LDL 시드 선발전 STANDINGS」

1. JCG Games       16승   0패

2. Team CC         13승   3패

3. Light Gaming    12승   4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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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CC에게 밀려 3위로 최종 순위를 마감했다.

다행히 달리 치고 올라오는 팀은 없었다.

있다고 해도 상대 전적에서 앞선다.

문제는 자존심이다.

당장 외적이 위협해오는 차.

서로 내적을 신경 쓰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

"동선이 아쉬웠던 것도 있는데, 이건 상대가 유기적인 대처를 잘한 거야."

"예, 뭐……."

"리플레이 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선수들과 코치진의 극적인 합의가 타결됐다.

스크림 경기력도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

어차피 2위나 3위나 큰 의미는 없다.

상대인 Team CC와의 경기도 자신이 있다.

실제 1승 1패의 호성적을 주고 받았다.

심지어 과정이 훨씬 좋기까지 했다.

"라인전은 확실히 우리가 더 강했어."

"당연하죠."

"그 새끼들 사리면서 미니언만 쳐먹는데."

개개인의 공격성면이 우월하다.

이를 바탕으로 라인전 이득을 보았다.

이후 한타와 교전에서 첫 세트와, 두 번째 세트의 결과가 틀어졌을 뿐.

〈드디어 이 날이 왔네요.〉

〈오죠, 와야죠!〉

광저우 LDL 시드 선발전.

플레이오프 2/3위 결정전 날이 밝았다.

금일 경기의 승자는 결승전을 치를 자격을 얻는다.

현장도, 온라인 시청자도 반응이 뜨겁다.

물론 응원의 열기는 상당히 치우쳐졌다.

단순히 팀의 인기만 따진다면.

-Team CC가 이겼으면 좋겠는데……

-LG가 세긴 세지. 라인전은 JCG와도 비겼어

-마교주의 말도 안되는 개인기만 없었으면 진짜;;

-류샤오 파이팅!

오래되고, 스토리 있고, 지역에서 사랑 받은 팀답게 Team CC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현장도, 채팅창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그만큼 Light Gaming은 위협적인 팀이다.

퉁! 퉁!

시작된 첫 번째 세트의 경기.

테러스티나의 대포가 불을 뿜는다.

Light Gaming의 바텀 듀오가 시작부터 거세게 압박한다.

하지만 공격성은 언제나 양날의 검이다.

어느새, 정말 생각도 못했다는 반응이다.

탈리반 3세가 뚜벅뚜벅 걸어오자 테러스티나는 당황한다.

─퍼스트 블러드!

CC 고고라(고르키)님이 LG 하이비(테러스티나)님을 처치했습니다!

2레벨인 탓에 생존기가 없다.

침착함을 잃어 스펠도 대충 써버렸다.

킬까지 원딜러에게 내주는 최악의 죽음이 나왔다.

〈각 나온다 싶으니까 탈리반 3세가 2레벨인 상태에서 바로 내려와서 잡았습니다.〉

〈바텀 주도권 다 뺏기고 이건 상당히 크게 굴러가겠는데요?〉

Light Gaming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상황.

하지만 그 정도 사고는 터질 수 있다.

정글러는 상대만 있는 게 아니다.

구루룩-!

랙싸이가 미드 라인을 파고든다.

충분히 살아갈 만도 한 상황이었다.

얼음마녀의 서릿발 길이 채 그어지기 전에.

─LG 와오신(랙싸이)님이 CC 타타샤(얼음마녀)님을 처치했습니다!

점멸로 살짝 띄워올려 스킬을 끊었다.

라이너의 호응이 더해지며 잡는다.

선취점의 아쉬움을 메꾼 갱킹이다.

〈와오신 선수가 이런 직감적인 갱킹이 특기거든요. JCG Games전에서는 아쉬웠지만.〉

〈그때는 뱀에게 들킨 개구리처럼 위축되어 있었죠.〉

상대가 안 좋았을 뿐이다.

평소에는 이렇듯 허점을 잘 파고든다.

없는 허점도 만들어내는 날카로운 직감.

그럼에도 무언가 이상하다.

게임의 구도가 묘하게 기울어진다.

바텀 주도권을 바탕으로 용이 먹히더니.

「얼어붙어라!」

못내 아쉬워 어슬렁거리던 랙싸이.

얼음마녀의 점멸 궁극기에 묶인다.

이어진 연계에 그대로 잡아 먹힌다.

직감 또한 양날의 검이다.

판단에 근거가 빈약하다는 소리니까.

물론 비중의 차이지만 Light Gaming은 치우침이 심하다.

구루룩-!

이는 당장의 플레이에도 가시적으로 보인다.

랙싸이가 탑라인 갱킹을 파고든다.

닿을 듯 말듯, 결국 약간 부족하다.

"아깝다~ 이게 안 닿네."

"젠부샤쓰 해버려야 하는데."

Team CC의 대비가 두터워질수록 감으로 비벼볼 여지가 줄어든다.

유효 갱킹은 커녕 동선 낭비만 되었다.

반대쪽 바텀 라인.

「버거킹!」

다이브가 이루어지고 있다.

탈리반 3세가 뚜벅뚜벅 걸어가 가둔다.

어그로를 한껏 받은 뒤 깃창으로 빠져 나간다.

─더블 킬!

CC 고고라님이 학살 중입니다!

그 위로 브라운의 궁극기가 연계된다.

고르키가 폭딜을 쏟아내자 간단하다.

깔끔함이 돋보이는 다이브 솜씨.

〈랙싸이가 탑에 보이자마자 칼같이 시도했죠?〉

〈Team CC……. 오늘 경기력이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타이밍도, 이를 이루는 과정도 완벽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자명해진다.

어느 쪽이 경기를 승리하게 될지.

─더블 킬!

라인전 이후로는 더 실수가 빈번하다.

Light Gaming이 잘리는 일이 잦다.

반대로 교전 이득은 하나도 못 본다.

유일하게 앞서던  CS.

탑과 미드도 어느새 역전돼있다.

그 어떤 지표로도 유리한 부분을 찾기 힘들다.

도출되는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정식 한타의 집중력도 차이가 난다.

첫 번째 세트를 완패하자 분열의 조짐이 나타난다.

"아니, 자꾸 동선에서 밀리잖아요."

"싸우기만 하면 이기는 건데."

"역버프 동선의 갱 타이밍은 내가 말했던 대로……."

선수들의 공격적인 성향을 밴픽과 동선이라는 틀로 다듬는다.

실제 상위 리그인 LPL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전략이다.

Light Gaming 코치진의 밴픽 지도도 그러하다.

하지만 이는 한계가 명확한 방법이기도 하다.

선수들의 가진 능력치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매 경기가 주사위 굴리듯 현저히 달라지게 된다.

평상시였다면 딱 그 정도.

어지간한 중국팀을 상대할 때는 말이다.

상대의 대처는 지금껏 당해보지 않은 부류였다.

〈바텀이 라인을 당기고 있어서 갱각까진 나오기 힘들어 보입니다.〉

〈그에 반해 Team CC는 풀캠프 동선을 잘 짰죠. 벌써 정글 간에 성장 격차가 나고 있습니다.〉

Light Gaming의 정글러는 숨이 막힌다.

경기를 보는 시청자들이 느끼는 그 이상.

조바심은 선수들의 판단력에 오차를 만든다.

평소 직감에 의존했다면 더욱.

앞선 세트를 패배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어떻게든 격차를 좁히기 위해 무리수를 행한다.

이쿠, 이쿠!

와오신의 리심이 카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시점의 그로서는 알 수가 없다.

오는 길목, 와드가 하나 박혀있었다는 사실을.

─퍼스트 블러드!

미드와 서포터의 백업에 3방향으로 갇힌다.

선취점을 허무하게 내주고 만다.

그 실점의 가치가 무겁게 와 닿는 상황이다.

〈리심이 거의 회생 불가능한 지경까지 말리고 말았습니다……!〉

〈원래 리심이 이런 챔피언이긴 해요.〉

관중석, 채팅창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딱히 그 반응을 이끌기 위함이 아니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원래 엑스트라 같은 챔피언이지

-전형적인 초반 빌런

-빌런 씹ㅋㅋㅋㅋ

-센 척은 다 하고 뒤로 갈수록 짜지잖아

초중반에 반드시 갑질을 해야 한다.

내가 리심이다.

너네가 이렇게 자유로우면 안되지.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평화롭다.

조바심이 난 끝에 카정을 들어갔다.

이유 없는 갑질은 안 좋은 결말을 맞는다.

이~쿠우!

하지만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한다.

유통기한이 천천히 목을 죄어온다.

어쩔 수 없이 일단 싸우고 보는 교전.

─CC 타타샤(아자르)님이 LG 와오신(리심)님을 처치했습니다!

당연히 결과가 좋을 수가 없다.

당연함을 비틀 피지컬도 부족하다.

최근에 보던 그 '익숙해진' 리심과는 다르다.

「Ф.Ф」

1분 전。

리심이 마왕처럼 싸웠으면 이겼다

「風葉軒」

1분 전。

와오신도 못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비교된다

「Hsir」

57초 전。

리심은 마왕만 하는 걸로

.

.

.

비교가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두 번째 세트까지 연이어 패배한다.

세 번째 세트에서 또다시 극단적인 수를 감행한다.

〈Light Gaming이 또 밴픽 색깔이 바뀌었어요?〉

〈지난 JCG전에서는 안 좋은 선택으로 작용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일단 다른 수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한 번 깨진 신뢰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다.

어떻게 다시 붙는다 하더라도 이전과는 다르다.

여차할 때, 쩌적-! 금이 번지는 속도에 망설임이 없다.

벼랑 끝까지 몰린 세 번째 세트.

각자 자신 있는 픽으로 조합을 구성한다.

그래도 이전의 실패를 교훈 삼아 조금은 발전했는데.

와아아아아-!

고작해야 조금이라 문제다.

앞선 세트보다 더 승기를 찾기 힘들다.

갈 길을 잃어버리고 자멸의 길로 성큼성큼 뛰어든다.

* * *

결승전, 그리고 향후 기세와도 연결된다.

Team CC의 플레이오프 2/3위전 대승.

이는 광저우에서 작은 축제가 되었다.

─CC파이팅님이 ?翅 200개를 선물했습니다.

승리 축하드려요!

이 기세로 우승까지 파이팅!

류샤오 코치의 개인 방송.

수천 명의 시청자들이 찾아와 축하한다.

도네도 평소 이상으로 엄청나게 터지고 있지만.

〈파이팅님 감사합니다. 그래서 왜 이런 구도가 나왔냐면…….〉

본인은 그보다 복기를 하는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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