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CG Games의 선수들도 분명 저력이 있다.
개개인의 실력은 저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정규 시즌이었다면 막상막하까지 갔을지도 모른다.
〈토이치 슈퍼 캐리!!〉
〈JCG도 어떻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포지션이 너무 좋았죠?〉
시즌 중에는 각팀의 플레이가 완성돼있지 않다.
플레이 방향도 기본기에 포커스가 맞춰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듯 결승전에서는 전략이 곧 승리의 열쇠가 된다.
─CC고고라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미쳐 날뛸 판이 완벽하게 깔렸다.
자신의 실력을 여실히 뽐내며 쓸어담는다.
선수들의 실력이 비등하다면 승패의 분기점은 코치 차이다.
"저런 조합도 썼었어?"
"정규 시즌에는 보여준 적이 없잖아."
"이 자식들 플레이오프에서까지 카드를 숨겼다니……."
물론 코치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적다.
전략이라는 게 아무리 좋아도 실용적이어야 한다.
선수들이 맞춰줄 수 있는 건 평소 플레이의 응용 정도다.
JCG Games의 코치들은 당황하고 있다.
지금껏 분석한 리플레이들과는 전혀 달랐으니까.
마치 학교 선생님들이 내는 시험 문제와 비슷한 맥락이다.
아니, 교과서 내에서만 출제한다며?
막상 시험지 받아보면 듣도 보도 못한 것들 투성이다.
응용된 문제는 언뜻 봤을 때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곤 한다.
"승리도, 경기력도 완벽했어! 두 번째 세트도 이대로만 가면 돼."
정글 영향력을 중심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구도를 만들어나간다.
조합과 비중이 달라졌을 뿐 평소와 다를 바 없다.
일련의 색깔을 Team CC는 유지하고 있다.
승리하기까지 했으니 부담 또한 덜어진다.
두 번째 세트에서도 자신감 있게 밴픽을 꾸린다.
하지만 LOL이라는 게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덕쟁이다.
─퍼스트 블러드!
사람인 이상 실수는 한다.
운적인 요소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선수 개개인이 가진 기량은 언제나 화젯거리다.
〈마라샹궈 선수의 음파가 비수를 꽂았습니다! JCG Games, 교체 기용이 드디어 이유를 보여주나요?〉
〈이 선수가 JCG에 오기 전부터 파괴적인 갱킹으로 주목 받았는데…….〉
자신들도 생각 없이 엔트리를 바꾼 게 아니다.
이를 말하고 싶은 듯한 날카로운 갱킹이다.
특히 리심이란 챔피언을 골랐다는 점.
-엄청난 후기지수가 등장했네
-마교 소교주!
-설마 마왕 없이 이기는 거야?
-아직은 두고 봐야지
마왕의 경기를 기대하던 시청자들에게 자극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공격적인 초반 설계로 선취점을 거두는데 성공한다.
스토리 라인도 분명 이어지는 감이 있다.
하지만 보통.
무협 소설에서 후기지수의 말로는 정해져 있다.
체계적인 전략을 자랑하는 팀.
선수들의 개인기를 강조하는 팀.
위 두팀이 맞붙는 경우 대부분 결과가 극단적으로 나뉜다.
이~쿠우!
뚫느냐, 뚫지 못하냐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리심이 매섭게 파고든다.
음파를 맞히고, 고르키에게 들어가 걷어차자.
-데미지가ㄷㄷ
-역시 후기지수!
-딜계산 깔끔하네
-용자가 이 타이밍에 나오면 말도 안되지
잡지 못했다면 역공을 당했을 것이다.
깔끔하게 마무리하자 교전 구도가 뒤틀린다.
JCG Games가 초반 득점을 바탕으로 스노우볼을 굴린다.
〈마왕의 리심이 겹쳐 보일 정도로 엄청난 슈퍼 플레이인데요?〉
〈요즘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리심을 잘하긴 하지만, 마랴상궈 선수는 매드무비가 만들어질 정도로 특히 더 감이 살아있습니다.〉
타팀에서 활약한 이력이 있는 신인 선수다.
마왕이 워낙 미친 듯이 활약하니 나올 기회가 없었다.
자신이 교체 기용된 이유를 경기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쿠우!
이곳저곳 바쁘게 쏘다니며 영향력을 흩뿌린다.
그 과정에서 킬을 야무지게 먹었다.
마왕의 리심이 겹쳐 보인다는 해설자의 설명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레드 젠 시간이야."
"싸우면 무조건 이겨!"
"샤! 샤! 젠부샤쓰!"
젠부샤쓰는 중국에서 가장 흔한 한타 오더다.
젠부샤쓰(全部?死): 전부 죽여라!
직역하면 그렇겠지만, 기본적인 느낌은 그냥 꼴아박으라는 뜻이다.
솔로랭크에서는 그렇게 드물 것도 없다.
중국이기에 선수들도 거친 회화를 마다하지 않는다.
JCG Games가 원하는 대로 정글 지역에서 잦은 교전이 열린다.
〈무섭습니다 JCG!〉
〈공격적인 설계로 Team CC를 압박하고 있어요. 그 중심에 있는 건 역시 마라샹궈!〉
-음파가 빗나가질 않는데?
-역시 교주가 하사한 무공인가……
-후기지수라 불릴 만하네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아!
결과도 나름대로 웃어준다.
중국 리그 특유의 개싸움.
주도권을 잡은 쪽이 내세우면 느낌이 확 달라진다.
우리가 이거 가져갈 거야.
뺏기기 싫으면 싸워보던가.
오브젝트를 빌미로 싸움을 미친 듯이 열어재낀다.
어지간한 중국팀이라면 어? 열받네.
맞상대를 하는 것이 LPL의 국룰이다.
특히 2부 리그에서는 대부분 그렇게 흘러가는데.
"상대 전부 레드에 있다."
"들어가지 마."
"적 레드도 젠 시간이야. 교환만 해도 돼."
Team CC는 플레이오프, 결승전에 대비해 전략을 짜왔다.
상대의 입맛대로 교전을 해줄 필요가 없다.
조급하게 생각할 것이 없는 일이다.
'밀린다는 것'의 의미는 두 가지 중 하나다.
이대로 흘러가면 답도 없는 것.
이대로 흘러가도 답이 있는 것.
현재 Team CC의 상황은 후자다.
상대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것도 계산했다.
공격적인 성향에 더해, 초반에 이득 보기 쉬운 조합을 가져갔기에.
─CC 하순(얼음마녀)님이 JCG 클리버(끠?님을 처치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구멍도 생긴다.
기회를 노린 Team CC의 반격이 떨어진다.
선을 넘은끠즈?파밍을 용서치 않고 응징했다.
하지만 여전히 유리하다.
언제까지 교전을 피할 수도 없다.
바론이 인질이 되는 시점에 오자 맞서야만 한다.
하아!
그리고 그것은 또 한 가지를 의미한다.
마라샹궈의 리심이 음파를 맞히고 들어간다.
이전까지는 분명 플레이 메이킹의 중심이었다.
〈아니, 잠깐만요. 이건…….〉
〈너무 무리하게 들어갔어요! 차낼 각도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
리심은 결코 쉽지 않은 챔피언이다.
리심으로 초중반 라인전 단계에서 날뛰는 것과.
─CC 고고라님이 JCG 마라샹궈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500G)
후반 한타를 잘하는 것의 난이도는 전혀 다르다.
당구킥은 커녕 생존기도 되지 못했다.
잘 큰 리심이 허무하게 잘리고 만다.
그렇게 시작한 한타는 글로벌 골드의 유불리가 의미가 없다.
한타의 설계, 포지셔닝, 집중력 모든 것이 앞선다.
약간의 성장 차이는 충분히 메꾸고도 남는다.
─더블 킬!
CC 고고라님이 학살 중입니다!
조합 또한 약한 시기가 아니다.
토이치가 아닌 고르키.
성장이 조금 더뎌도 한타에서 충분한 위력을 발휘한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맞이한 한타.
그에 반해 JCG Games는 주먹구구식이나 다름없다.
직감적인 교전으로 재미 볼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 *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한 번씩은 들어보는 명언이다.
'솔직히 개소리라고 생각은 하는데.'
그럴 듯한 사람이 앉아야 소화를 하는 거지.
아무나 낙하산으로 앉힌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
하지만 일부에 한정하면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다.
자리는 분명 그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그것이 설사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주제에 맞지 않는 자리에 있다 보면 제 실력인 줄 안다.
「얼어붙어라!」
얼음마녀의 궁극기가 꽂힌다.
이어진 속박 연계.
그 위로 포격이 쏟아지자 람블은 버틸 수가 없다.
─CC 하순님이 학살 중입니다!
버틸 수가 없는 챔피언이기도 하다.
상대가 쏟아부었으니 잘릴 수도 있지.
어물쩡 넘어가기에는 람블의 아이템이.
-테자이 찢어졌네
-테자이를 대체 왜 올렸지?
-JCG는 평소에도 많이 샀어
-교주께서 몸소 캐리해주시니까……
코치 박스.
야구의 덕아웃과 같은 공간이다.
의자에 기대듯 누워 채팅창 보며 관람 중이다.
'CGV MAX도 이런 맛이었겠지.'
한국 LCK팀 감독 중 피맥이라는 사람이 있다.
경기 관람을 워낙 편하게 하기로 유명하다.
웃기다 보니 커뮤니티에 퍼져 화제가 됐다.
그에 뒤지지 않을 만큼 안락한 자세다.
나 빼고 하다 경기를 지는 게 쌤통이라서?
이렇게 되리란 걸 애시당초 알았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는 게 참 단순해서 편함에 젖어들면 그걸 빼앗겼을 때 반발 작용이 엄청나.'
당연히 나름대로 검증을 했겠지.
스크림 성적도 괜찮게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스크림 성적은 원래부터 좋았다.
라인전 강한 팀은 기본적으로 그러하다.
하지만 대회 경기는 당연히 다르다.
연습과 실전은 차이가 명백하다.
"아니, 저걸 그냥 들어갔어야지……."
"대체 왜 안 들어가는 거야!"
더욱이 결승전이다.
상대팀 코치가 유능하기까지 하다.
우리팀 코치는 입롤밖에 하지 않으신다.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가요.'
선수들이 뛰는 길을 닦아주는 게 코치의 역할이라는 걸 모르는 인간들이 코치를 하고 자빠졌다.
실전에서는 당연히 긴장을 한다.
평소처럼 툭툭 던질 수가 없다.
상대의 대처도 스크림에서 당해본 부류가 아니다.
중국팀 중에서는 상당히 유별나다.
코치의 입김이 강한 팀은.
이~쿠우!
리심이 무섭게 들어옴에도 흐트러짐이 없다.
이길 수밖에 없는 진영을 갖추고 싸운다.
이를 강제로 흐트러뜨릴 피지컬도 부족하다.
-저걸 그냥 대주네ㅋㅋㅋ
-마왕이었으면 3인킥 했음
-후기지수라 내공이 부족해
-후기지수는 무슨 고평가ㄴㄴ
'근데 후기지수가 원래 그래.'
무협 소설에 흔히 나오는 클리셰다.
설정으로는 무슨무슨 무공 대성하고.
무슨무슨 영약으로 몇 갑자 내공 쌓고.
뭔가 세다고 나오는데 한결같이 한방감이다.
주인공 샌드백 역할로 일평생을 마감한다.
애초부터 복선이 너무 잘 깔려있었다.
'후기지수가 아니라 성장해서 나왔으면 몰라도.'
마라샹궈(麻辣香?).
중국 음식 이름이라 기억이 난다.
중국의 넛신이라 평가될 만큼 실력 있는 선수다.
하지만 그것은 차후의 이야기.
후기지수 포지션인 지금은 별 거 없다.
JCG Games는 무난하게 2패를 맞이한다.
"……."
"왜요."
"아니, 그러니까……."
"할 말 없으면 마시고."
감독님께서 나 같은 벤치 선수에게 할 말이 생기신 모양이다.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송구스럽네.
어색한 침묵을 깨고, 지금껏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양반까지 성큼성큼 뛰어오고 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아니, 사장님 그게……."
"우리 에이스가 출전을 안 하고 엄한 놈이 나와서 경기를 망쳐 놓고 있잖아!"
3류 연극이 펼쳐진다.
구단주와 감독의 실랑이.
물론 저 화가 거짓이라고는 생각 안 한다.
'한두 푼이 든 게 아니니까.'
일전에 서류로 보여준 예산이 거진 5000만 위안.
한화 80억원이 넘어가는 액수다.
패배하면 엄청난 투자금이 도로 아미타불이 된다.
한 시즌 더 승격을 기다린다?
그것만으로도 손해가 막대하다.
심지어 확실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참이다.
"지금부터라도 역전할 수 있겠지?"
"글쎄요……. 하~~도 불리한 상황이라. 한 번만 더 지면 끝인데 우리는 세 번을 더 이겨야 되거든요."
"허허, 그래도 선생 실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나? 응??"
굳이 진상을 가릴 필요가 있을까?
그런다고 나한테 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 돈 나올 구석을 만드는 게 내 진짜 목적이다.
"제가 분명히 문자도 드렸잖아요. 이제 와서 저한테 해결해 달라는 건 무책임하죠."
"그건 정말 미안하게 됐네. 그래도 선생 입장에서도 이겨야 인센티브를 받을 테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겠나?"
뻔뻔하게 나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