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6화 (116/201)

순식간에 앞라인이 궤멸.

물론 미달리의 체력도 온전치는 못하다.

아랑곳하지 않고 힐로 채운다.

전선은 서로가 동수를 이루고 있다.

아니, Team CC의 기세가 위협적이다.

「저들을 묻어라!」

딜러진이 건재한 상태다.

아자르와 고르키의 포지셔닝.

긴 리치를 활용해 침착하게 맞선다.

철컹!

하지만 진격의 과정.

수풀에 가려 그만 보이지 않았다.

미달리의 덫을 아자르가 밟고 말았다.

─트리플 킬!

대응은 상당히 민첩했다.

쓰렉귀가 랜턴을 던지고, 방향을 예측해 선고까지 맞추려 했다.

그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었을 뿐이다.

크르릉!

물 흐르듯 이어진 점멸로 고르키를 물었다.

인간폼으로 변화해 평타를 툭-!

빨강 강타로 마무리하며 수풀 속에서 짖는다.

이미 전세가 뒤바뀌었다.

발톱이 닿는 것은 시간 문제다.

마지막 한 명까지 자비 없이 척살한다.

─블루팀 펜타 킬!

마무리……!

믿을 수 없는 알림이다.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대회에서 펜타킬은 심심치 않게 터진다.

대부분 원딜러, 그리고 미드의 전유물.

그런데 정글러가 펜타킬을 해버렸다.

심지어 그 과정이 어처구니없다.

〈어, 어. 그러니까 이게…….〉

〈미달리가 엄청 세네요. 이런 플레이가 나올 거라고는 감히 상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환호와 감탄, 그 너머.

두렵다는 감정이 샘솟는다.

경기를 지켜보는 해설과 시청자마저 그 지경이다.

""…….""

실제 당하고 있는 선수들은 오죽할까.

참고 참아 드디어 터트린 한타.

그 수확을 거두기 목전이었다.

단 한 명의 선수를 막지 못했다.

그리 단순하게 결론 지을 이야기가 아니다.

선수들은 시청자들이 보는 바 이상을 느낀다.

글자 그대로 느낀다.

선수들 사이에서 종종 나오는 이야기.

아, 이 선수는 정말 격이 다르더라~.

보이는 이상의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다.

움직임 하나에 압도 당한다.

자신의 시도는 간파 당한다.

키잉-!

쓰렉귀의 선고가 미달리를 노린다.

사실 던지기 전부터 영혼이 없었다.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1도 들지 않아.

타악!

반대로 미달리의 창.

마치 자석처럼 들러붙는다.

람블의 궁극기까지 아름답게 깔리자.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레드팀의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막을 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진영이 밀린다.

바론 버프로 강화된 미니언 군단이 몰려온다.

완패.

바론 한타 이후 쭉 이 지경이다.

Team CC의 부스 안은 조용하다.

""…….""

보통 대화라는 게 한 명이 물꼬를 터야 한다.

누구도 그 시작을 감히 끊지 못한다.

이어질 회화가 너무나도 두렵다.

짝!

류샤오의 박수 소리가 정적을 깬다.

선수들 전원 그녀를 바라본다.

사실 그녀도 이전에는 선수였다.

팀 창단 초기에는 말이다.

스스로 기량 부족에 회의감을 느꼈다.

선수를 그만두고, 당시 필요성이 대두되던 코치로의 전향을 마음 먹었다.

그런 만큼, 오래 지내온 만큼 안다.

멘탈이 좋지 않다.

좋지 않을 만도 한 경기를 펼쳤다.

"모두들 미안해."

"어……?"

"상대의 노림수를 파악하지 못했어. 코치인 내 책임이야."

누군가 책임을 지고 내 잘못이다.

말을 해준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편하다.

이는 중국 사회에서는 사실 있을 수가 없다.

책임을 진다는 건, 손해를 본다의 동의어다.

나 때문에 회사가 망해도 그냥 도망갈 거야.

이렇게 생각하는 게 오히려 당연한 나라다.

"이번에는 내 책임을 다하지 못했어. 하지만 다음번에는 반드시 해낼게. 믿어줘."

굳은 의지.

느끼는 감정은 신뢰, 혹은 용서가 아니다.

선수들 각자 부끄럽다.

'샤오가 가장 고민이 많았을 텐데.'

'밴픽은 유리했어. 진 건 우리 잘못이야.'

'제길, 나는 왜 이렇게 못하는 거지?'

아무리 상황이 안 좋다고 한들.

머리나 숙이고 멍이나 때릴 때가 아니다.

심지어 상황은 안 좋기는 커녕 유리하다.

세트 스코어 2 대 1.

이제 겨우 한 점 따라잡혔다.

한 번만 더 이기면 즉시 우승이다.

"믿어볼까?"

"믿긴 뭘 믿어. 우리만 잘하면 돼."

"샤오 힘들게 하지 마~."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풀린다.

멘탈을 잡았다는 건 사소하지만 큰 변화다.

매도 맞아본 놈이 잘 맞는다고, 자신감이 생긴다.

선수들의 플레이도, 밴픽의 대응 방향도.

* * *

세 번째 세트가 끝나고 잠시간의 휴식 시간.

이긴 쪽의 부스 안은 당연히 편해야 한다.

하지만 단 한 명 만큼은 편치 못하다.

'뭐야, 대체?'

자신도 모르게 아래입술을 베어 문다.

피멍이 들 정도로.

그 상처의 아픔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보다 더 왕쯔이 감독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건 결과 및 과정이다.

밴픽은 정말 참혹하게 털렸다.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탈리반-람블 조합을 가져가려 했다. 상대가 생각보다 빨리 가져갔군.》

교토삼굴(狡兎三窟).

물론 변명거리는 파두었다.

예측이 빗나간 바람에 꼬였을 뿐이다.

산불이 난 느낌이다.

변명의 굴이 모조리 막혔다.

미달리가 경기를 강제적으로 이겨버렸다.

'저렇게 미친 듯이 활약을 해버리면…….'

패배한다 해도 책임이 자신에게 전가된다.

왕쯔이 감독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 보람이 있었는지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선수들이 소화하지 못하는 챔피언.

혹은 경기 성적이 유난히 저조한 픽들.

반대로 이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어떨까?

'조합도 그에 맞춰서.'

게임이 말릴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진행되는 세트의 숫자 만큼 밴픽 또한 진행된다.

보는 입장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하는 입장에서는 녹록지 않은 이야기다.

〈Team CC가 원딜 중심의 1세트 조합으로 회귀하는데요?〉

〈고르키가 잘리고, 쓰렉귀를 뺏긴 걸 보고 생각을 바꾼 것 같습니다.〉

색깔이 뚜렷한 팀은 대응법을 짜는 것도 쉽다.

우리는 무조건 바텀 캐리만 할 거야!

그럼 바텀만 조지면 되겠네.

선택지를 열어두고 영리하게 조합을 선회한다.

Team CC는 일련의 방법을 잘 구사하고 있다.

밴픽 잘하는 팀들이 가진 특징이다.

〈야흐오에 이랠리야…….〉

〈JCG Games가 즐겨 쓰는 픽이긴 하지만 서둘러 꺼낸 감은 있네요.〉

반대로 밴픽을 못하는 팀.

주축이 되는 픽을 너무 일찍 뽑는다.

경우의 수가 좁혀진 상태에서 시작한다.

와아아아-!

약삭빠른 카운터를 충분히 칠 만하다.

JCG Games가 바라고 바랬을 픽이다.

Team CC가 역으로 가져가 버린다.

"거미여왕을 우리가 가져가자."

"우리가? 그럼 탈리반은?"

"탈리반 3세는 탑으로 돌리면 문제 없어."

현명하기 그지없는 대처.

현장의 팬들이 함성으로 화답한다.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파악해 꿰뚫었다.

-믿고 있었다고 젠장!

-랙싸이 하면 어떡하지?

-응 올AD라 대처됨ㅋㅋㅋ

-거미여왕이라 다이브도 쉬울 듯

코치인 류샤오가 개인 방송을 한다.

중국에서는 드문 입체적인 설명이다.

때문에 팬들, 시청자들도 수준이 꽤 높다.

일련의 흐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설들이 말하기도 전에 알고 있다.

마왕이 할 만한 캐리픽이 남아있지 않다.

〈미달리도 밴됐고, 다른 AP정글의 선택지가 많지 않죠?〉

〈이블퀸과 두두, 조금 더 넓게 보면끠들스틱?아모모 정도 있습니다.〉

아무리 중국이라도 거를 챔피언은 거른다.

대회에 나올 만한 픽은 한정적이다.

어느 쪽도 만족스럽지가 않다.

두두로는 분명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블퀸도 딱히 못할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캐리와는 분명 거리가 있다.

「只猪匣」

14초 전。

왜 자꾸 클리버한테 야흐오 주는 거야? 좆도 못하는데

「??眼、想?」

13초 전。

JCG의 코치는 대가리에 총 맞은 게 분명해

「犬?向日葵i」

9초 전。

밴픽을 저렇게 하고 월급 타가겠네. 팔자 좋다

라이트 유저들도 당연히 눈이 있다.

이전 세트부터 밴픽이 마음에 들지 않아.

느낌적인 느낌으로 이상하다는 게 보인다.

〈두두를 올려놓네요.〉

〈이편이 보다 균형이 있습니다. 좋다고 말씀드리긴 힘들지만…….〉

해설진이 말을 해주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의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조합의 난이도도, 캐리의 지분도 설정이 이상하다.

LCK였다면 특정 조건 하에서나 좋다.

상대가 뇌 없는 바보 천치여야 괜찮다.

클끼리 해설이 우회적으로 돌려 깠을 것이다.

선수 입장에서 어쩔 수가 없는 일.

결국 대세에 순응하는지.

카운트 다운이 2를 가리키는 시점에 변화가 생긴다.

* * *

각 지역 별로 메타 차이가 있다.

이는 한 가지 필연을 불러일으킨다.

1티어 픽, 사랑 받는 챔피언이 다르다.

이랠리야는 LPL에서 꽤 자주 등장한다.

한 번 탄력 받았을 때 굉장히 무섭다.

개싸움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인다.

'근데 운영적인 관점에서는 좀 그래.'

생존기도 없고, 정식 한타도 별로다.

LCK에서 저평가 받는 이유가 있다.

김서준 해설이 괜히 싫어하는 게 아니다.

차후 리메이크 과정에서 보완된다.

당연히 현재 시점에서는 그렇지 않다.

심지어 미드는 그 이상인 The Science.

「바람을 맞아라!」

자신의 플레이에 취할 때가 생긴다.

딜교환을 하다 그만 선을 넘었다.

장막을 펼쳐도 못 막는 게 있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당했습니다.

포탑의 공격.

랄라의 변해라를 의식 못한 모양이다.

괜히 들어갔다 솔로킬을 내준다.

'그런 게 좀 있어.'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챔피언.

그리고 실제로 성적이 나오는 챔피언.

이 두 가지는 선수들도 많이 헷갈려한다.

특히 짬이 안되는 애들은.

야흐오를 자신 있게 주력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하는 꼬라지를 본 적이 없다.

'신나서 쥐어주는 코치진이 가장 문제긴 하겠지만.'

왕쯔이 감독.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수가 없다.

애시당초 뻔하디 뻔한 중국인들의 대응이다.

중국인들은 기본적으로 오늘만 산다.

한국과는 사고방식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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