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8화 (118/201)

야흐오의 궁대박이 이리도 손쉽다.

야흐오-구리가스.

통칭 야리가스 조합의 진면목이다.

샤라라락-!

이즈레알의 궁극기가 스쳐 지나간다.

앞비전 호응까지 더해지자 순식간이다.

한나가 궁극기를 켬과 동시에 찢어발겨진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JCG 와야님이 학살 중입니다!

'당하는 입장에서 답도 없지.'

리심처럼 근접해서 차는 것도 아니다.

저 멀리서 가볍게 한 번 던져본다.

그런데 대박이 나기가 너무 쉽다.

야흐오의 파괴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킨다.

동시에 상대의 진영 분산을 요구한다.

한 명 자른 것만이 본질적인 이득이 아니다.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나머지 적들도 딸피가 되어 도망쳤다.

미드 2차를 무혈입성.

이는 바론 운영의 요추에 해당한다.

'실제로 바론을 치든, 안 치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상대팀 입장에서 불안해진다는 의미다.

교전각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약간의 빈틈만 보여도.

투웅!

배치기 점멸.

뿌려지는 궁극기.

한나가 거의 즉시 산들바람을 사용해 밀었다.

하지만 이미 떨어졌다.

토이치는 스턴을 당한 상태다.

술통 폭탄의 반발 작용에 의해 저 멀리.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어떻게 살래야 살 수가 없는 죽음의 이니시다.

차후 조정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프로 레벨에서 강제 킬각이 가지는 의미.

"토이치 없으면 쟤네 빵딜이야."

"젠부샤쓰?"

"아니, 바론 치자!"

특정 조합을 상대로는 배가 된다.

지금처럼 원딜이 중심일 때는 더욱.

토이치는 어떻게 대응할 방법이 없다.

'사실 있기는 해.'

배치기를 보고 예측 점멸을 하는 것이다.

입롤 같아 보여도 실제로 행해진다.

프로 레벨에서는 해야 할 플레이다.

당연하게도 연습과 경험이 필수.

한 경기만에 적응하는 건 불가능하다.

가능성의 유무를 따질 일 자체가 아니다.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알파카 할아버지가 와도 마찬가지다.

수준이 높다 한들 2부 리그.

조합의 핵심을 깨부수며 스노우볼을 굴린다.

* * *

2 대 0의 벼랑 끝.

한 세트 따라잡으며 숨을 고른다.

하지만 갈 길이 멀어도 너무 멀다.

패패승승승의 기적은 글자 그대로 기적이다.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일이지.

자주 일어났으면 화제가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파아아앙-!

그 가능성이 이제는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바론 버프를 먹고 압박한다.

상대의 진영이 모이도록 유도시킨다.

그 위로 Fire in the hole!

술통 폭탄이 너무 예쁘게 들어갔다.

데미지 자체는 큰 위협이 되지 않지만.

〈야흐오 바람의 상처!〉

〈랄라가 자신에게 생존궁을 써야 했고 이러면…….〉

이어지는 연계가 너무 폭발적이다.

불도저처럼 앞으로 치고 들어온다.

Team CC는 침착하게 뒤로 빼며 진영을 추스렸다.

포탑을 끼고 싸우는 전투다.

아직 사상자가 나온 것도 아니다.

메인 딜러인 토이치도 궁극기를 켜며 카이팅한다.

「바람을 맞아라!」

일련의 구도 자체가 불리해서 문제다.

야흐오가 돌풍 장막을 펼치자 반 이상이 막힌다.

그 사이에 미드 억제 포탑이 허물어지며.

〈너무, 너무 힘들어졌습니다 Team CC…….〉

〈그 와중에 사상자가 안 나온 건 천만다행이지만 주요 스펠이 거의 다 빠졌어요.〉

억제탑을 내줄 수밖에 없다.

버티는 것조차 불가능한 스노우볼.

탱커를 잡았음에도 영향력이 말이 안된다.

-구리가스 정글도 좋은 건가?

-그냥 교주님이 잘해……

-아무거나 하는 마왕〉〉〉마라샹궈

-아무거나 해도 잘함ㅋㅋㅋ

챔피언에 대한 분석이 나오기에는 정보가 너무 없다.

더욱이 앞서 나온 챔피언도 상식적이지 않다.

그보다 체감이 와 닿는 건 판단력.

투웅!

또다시 억울한 시간이 찾아온다.

Team CC의 진영 한복판.

점멸이 돌아온 구리가스가 난장판을 일으킨다.

토이치의 죽음이 사실상 확정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무리했다.

딜을 집중하여 구리가스를 끊을 수 있다면.

〈너무 단단합니다.〉

〈쓰렉귀가 랜턴까지 던져주면 살았죠!〉

AP누커가 아닌 퓨어 탱커.

메인 딜러가 있었어도 잡기 힘들다.

술을 마시며 포화 속에서 유유히 살아간다.

-교주의 장풍에 버티질 못하네

-저러면 원딜은 어떻게 살아?

-죽어야지

-왜 탑으로 쓸 때는 저런 플레이가 없었지?

보는 입장에서도 기가 막히다.

유달리 특출난 챔피언이 아니다.

마왕의 손에 잡히자 눈 뜨고 코 베인다.

처음에는 오?

다음에는 어어?

세 번쯤 보자 그 위력을 시청자들도 실감한다.

물린 시점에서 생존이 불가능하다.

Team CC의 대처가 안이했던 것도 아니다.

한순간에 훅- 들어오니 알고도 당할 수밖에.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블루팀의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무자비하게 밀어붙이며 본진을 철거한다.

토이치가 부활했을 때는 이미 허전하다.

집안 내부가 완전히 풍비박산 났다.

그럼에도 결승전이다.

필사적으로 쌍둥이 포탑을 부둥켜 안는다.

그 위로.

〈야흐오 궁극기 들어가면서 이랠리야!!〉

〈결국 풀세트 접전에 들어가네요.〉

네 번째 세트.

한 걸음 뒤 벼랑에서 다시 승부의 원점까지 돌아왔다.

그 기적과도 같은 행보를 강제로 믿게 만든다.

「黑?白」

23초 전。

진짜로 패패승승승 하겠는데??

「Team CC、粉?」

17초 전。

이건 악몽이야……

「軍少」

10초 전。

극마克魔의 고수 앞에서 자잘한 무공 따위 부질없는 짓이지

접전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앞선 두 세트를 압도한 Team CC 이상이다.

자그마한 위기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게임을 리드한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때려잡든.

귀신 같은 킬각으로 한타를 터트리든.

마왕의 존재감이 경기를 휘어 잡는다는 결과만은 변하지 않는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

보는 입장에서도 답이 없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더더더욱 답이 없다.

Team CC의 코치 류샤오.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며 생각을 곱씹고 있다.

대체 어떻게?

단순한 기량에서 눌린다.

밴픽과 운영을 통한 극복도 강제로 뚫어버린다.

조합의 중심.

원딜러가 속수무책 당했다.

선수들이 실수를 했다고 보기에는 경기력에 문제가 없었다.

"샤오."

"……."

"샤오."

"어, 응?"

"괜찮아. 이길 수 있어."

"아직 경기는 끝난 게 아니야."

제아무리 밴픽과 전략이 완벽하다 한들.

결국 경기를 치르는 건 선수들이다.

그 사실은 장본인들도 알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누구를 탓하거나, 지적한다고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 또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기를 펼친다.

투지를 불태운다.

와아아아아아-!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

그 대다수가 Team CC의 팬들이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게 광저우다.

광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팀.

위기의 순간이기에 더욱 팬들의 응원이 절실하다.

〈Team CC도 결코 나쁘게 생각할 상황이 아닌 게 2 대 2이에요. 동점이고, 이제 슬슬 반격의 봉화를 울릴 때가 됐거든요?〉

〈마왕 선수를 필두로 한 반격이 매섭긴 하지만 결국 마지막 세트의 승자만이 상위 리그, LPL의 시드권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휴식이 끝나고 해설자들이 돌아왔다.

현장의 분위기를 몸소 체감하고 있다.

분명 Team CC의 전황이 밝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승산의 없다의 동의어는 아니다.

약육강식이 아닌 적자생존.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샤오가 비책이 있을 거야

-미달리, 구리가스만 밴하면 되지 않을까?

-아무거나 해도 그냥 잘해……

-차라리 공격적으로 맞서자!

그에 대한 해법.

채팅창, SNS에서도 활발히 오간다.

수많은 팬들이 Team CC의 승리를 바라고 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질 수 있는 거지?'

그리고 바라서는 안될 사람도 바라고 있다.

그 수많은 염원 아래 시작한다.

유종의 미를 거둘 마지막 다섯 번째 세트.

"클리버, 야흐오를 해라."

"네."

"르풀랑? 왜 마음대로 픽했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

그 밴픽이 진행된다.

이전 세트와는 조금 다르다.

다른 것은 양팀 모두 마찬가지다.

〈Team CC가 생각이 정말 많을 거에요. 밴카드도 고민한 기색이 보였고, 조합도 어떻게 갈지 아직 확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말을 하는 해설자의 말미.

입안이 바싹 말랐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경기의 향방,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니까.

당연하게도 편을 들어줘서는 안된다.

알고 있지만 뭔가 그런 게 있다.

지나칠 정도의 강자는.

-최후에 웃는 것은 우리 정파正派 연합이다

-사악한 마교도들을 물리쳐라!

-교주를 처치해야 돼

-진짜 정사대전이 돼버렸네ㅋㅋ

만인의 적.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아직 그 위세가 뿌리 깊이 박히지 않았다.

〈고르키와 얼음마녀……, 라인전과 교전에 힘을 주는 픽을 택했네요.〉

〈호혈호자(虎穴虎子)의 기세로 정면 승부에 맞선다면 절대 밀리는 팀이 아닙니다 Team CC!〉

높아진 해설자의 목청과 함께 관중석의 환성이 쏟아진다.

특유의 섬세한 설계를 바탕으로 한 교전.

그 강점을 살린다면 결코 힘에서 밀릴 팀이 아니다.

와아아아-!

힘, 무력(武力).

어느새 그 상징과도 같은 선수가 되었다.

그의 상징과도 같은 챔피언이 열렸다.

망설임 없이 선택한다.

JCG Games가 리심을 가져간다.

LOL이란 게임은 신묘하다.

다 알게 된 것 같았을 때가 비로소 시작이다.

운영은 분명히 큰 축을 차지한다.

하아!

하지만 바둑과는 다르다.

말 하나하나의 기량이 차이 난다.

체스라고 보기에도 조금 다르다.

음파를 맞히고 랙싸이에게 날아간다.

현 메타의 1티어 챔피언.

맞딜을 한다면 결코 쉽지 않은 상대다.

이쿠, 이쿠!

쉽게 만들어버린다.

와드 방호로 선회한다.

에어본을 흘리며 평타와 함께 둔화를 묻힌다.

작다면 작은 차이.

교전 결과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군과 적 미드라이너가 거의 동시에 도착한다.

사앗……!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