랙싸이는 점멸을 쓸 수밖에 없다.
사슬을 맞는 순간 죽음이 확정이다.
반대로 나는 얼음마녀가 속박을 걸어도.
'죽을 일이 없지.'
체력도 온존했고, 연계할 스킬도 모두 뺐다.
상대 미드&정글의 점멸이 싹 빠진다.
실질적인 교전 승리와 그 성과.
이쿠, 이쿠!
정글몹을 빼먹으며 압박을 준다.
위로 올라가는 리액션을 취했다.
그것만으로도 탑라인 CS 이득을 본다.
'개인 기량과, 사소한 판단으로도 엄청나게 뒤틀 수 있어.'
단순한 말이 아니다.
각자 의지가 있고, 다른 판단력을 가진다.
본래라면 이기기 힘든 구도도 비트는 게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실력 차는 솔로랭크에서도 드문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무대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프로 레벨에 이를 적용하는 건.
'계산해야 할 변수의 자릿수가 하나 많아지는 셈이라.'
한 마디로 고차원의 운영이다.
운영 그리 잘하는 LCK팀들이 괜히 실전에서 구멍이 숭숭 뚫리는 게 아니다.
Team CC는 나름대로 기본은 갖췄다.
그래봤자 나름.
기본을 준수하기에 훨씬 더 쉽게 간파할 수 있다.
점멸이 빠진 랙싸이는 탑을 시팅하며 정글링에 주력할 것이다.
하아!
그렇기에.
와드 방호로 튀어나가 음파.
짧은 순간 미드를 찔러볼 틈이 나온다.
앞선 교전에서 점멸이 빠졌다.
생존기를 써도 살아가기 힘들다.
르풀랑의 점멸 사슬이 적중하며.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따라가서 마무리한다.
별 거 아닌 강제 킬각 만들기다.
아군 픽이 그지 같지 않은 덕에 게임이 무난하다.
'알아서 분위기 파악하고 반항을 하더라고.'
감독이 무슨 말로 꼬드겼지는 몰라도 결국 방향은 한정돼있다.
자신의 이득.
경기를 어떻게 해야 옳을지 두 세트나 흘렀으면 판단이 된다.
가져간 픽이 별로였다는 것 또한.
조건을 타는 야흐오가 아닌, 무난한 르풀랑을 가져갔다.
내 플레이가 제한 받지 않으니 마음껏 날뛰는 게 가능해진다.
키잉-!
바텀에서 교전이 열린다.
서로 백업을 전제로 한 2 대 2.
그 구도가 다소, 아니 많이 아군에게 불리하다.
쓰렉귀에게 물리고 시작했다.
부시안이 점사 받으며 체력이 깎인다.
바보 같이 다 맞은 시점에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이~쿠우!
각을 예쁘게 만든 것만으로도 족하다.
물론 내 시점에서다.
상대의 주요 스킬과 스펠이 빠진 걸 확인하고 찬다.
점멸 범의 일격.
당구각을 만드는 게 수월하다.
고르키를 순식간에 마무리하고 차버린 쓰렉귀까지.
─더블 킬!
JCG 마왕님이 학살 중입니다!
랙싸이가 도착했을 때는 상황이 종료된 후다.
속전속결.
위험했던 교전도 수습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
'강제로.'
할 만한 실력이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
랙싸이의 동선이 그려진다.
이를 역이용할 방법도.
블루를 리쉬하고 탑을 볼 것이다.
갱킹 혹은 와드를 깔아줄 생각이다.
올라오는 강가에 미리 가서 서있는다.
하아!
이쿠, 이쿠!
진동 감지로만 적을 보는 랙사이의 특성.
내가 코앞에 있는데도 알아채지 못했다.
음파를 박고 평타가 두 대 들어가고 나서야.
─적을 처치했습니다!
JCG 마왕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뒤늦게 깨닫지만 이미 죽은 목숨이다.
깔끔하게 잡자 그 여파가 보다 퍼져 나간다.
바로 위, 본디 랙싸이가 찌르고 싶었을 탑라인.
이~쿠우!
다이브를 실행한다.
나루가 찍소리도 못하고 터진다.
아군이 라인을 밀고 있었기에 손쉬웠다.
'반대로 그만큼 갱각이었다는 소리이기도 하지.'
상대의 팀적인 움직임은 결코 나쁘지 않다.
그저 그 머리 꼭대기에 있을 뿐이다.
역으로 이용해 착실하게 터트린다.
* * *
다섯 번째 경기.
결승전의 최종 승패를 가리는 장이다.
그 과정이 더해지며 경기장의 흥분 지수는 최고조로 솟았다.
그에 걸맞는 유종의 미를 원한다.
치고 박는 치열한 혈투를 말이다.
당하는 팀 입장에서는 정말 얄밉게도.
이~쿠우!
일방적이다.
마왕의 리심이 전장을 지배한다.
신기하기 그지없는 창조적인 갱킹을 선보인다.
-아니, 또……
-랙싸이 뭐해?
-저거 안 보여
-특급 살수급 은신! 교주님에게 여반장인 일이지
길을 가던 랙싸이가 죽는다.
관전 화면으로 보는 팬들은 어리둥절할 만도 하다.
아니, 눈 뜨고 뻔히 보이는데 생존기만 써도 살겠네.
〈아니 저게, 이론적으로는 분명 가능할 것 같긴 한데…….〉
〈랙싸이의 진동 감지 범위에 닿기 전에 아예 안 움직이고 있어야 해서 현실적으로 말이 안돼요!〉
그 말이 안되는 걸 실현시킨다.
예측도 유분수지.
뜬금없는 장소에서 잠수를 탄다.
결과적으로, 고스트 바둑왕 신의 한 수처럼 돼버린다.
랙싸이가 알아서 찾아온다.
받아먹듯 깔끔하게 잡아먹는다.
「얼어붙어라!」
물론 불안 요소는 있다.
각 라인의 라이너들.
그 기량이 그다지 출중해 보이지 않았다.
앞선 두 세트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이란 Fact가 아니다.
관측되는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퍼엉!
르풀랑의 분신이 터진다.
얼음마녀는 잡기 위해 쫓아간다.
분명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음에도.
─JCG 클리버(르풀랑)님이 CC하순(얼음마녀)님을 처치했습니다!
역으로 침착하게 풀콤보를 박아 넣었다.
금빛 사슬이 터지는 1.5초.
그 사이에 얼음마녀는 한 번 더 Q스킬을 날렸으나.
〈피했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클리버 선수가 일기토를 승리!〉
〈마왕 선수가 들어온 후로 다른 선수들도 기가 살아났다는 것이 우연인지…….〉
다분 우연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워낙 공교롭다.
지금껏 JCG Games 연승의 이유가 무엇인지.
금일 결승전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못하는 팀원마저 잘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보면 볼수록 신묘한 경기력의 선수다.
「天?微晴」
23초 전。
상대 정글을 계속 찾아내
그러면 라이너가 편할 수밖에 없지
「兮慕凌雲」
23초 전。
피지컬도 동선도 미쳤어……
「老男孩」
23초 전。
정말 마교 교주급의 존재감이야
혼자 전장의 판도를 뒤틀고 있어!
괜히 무림 고수라는 신비로운 이명을 가진 게 아니다.
동시에 마교 교주라는 극단적인 비유도 이해가 간다.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하지만 그 손속이 잔혹하다.
하아!
2세트 마라샹궈의 리심도 분명 훌륭했다.
리심 장인다운 슈퍼 플레이를 뽐냈다.
그것이 전력을 담아 친 훅이라면.
이~쿠우!
음파를 맞히고 미끄러진다.
와드 방호를 쓰며 궁극기.
분노가 가득 차있던 나루에게 반항이란 선택지를 박탈한다.
마왕의 리심은 가벼운 잽이다.
가볍게 치는데 휙휙 쓰러진다.
누가 어떻게 봐도 격이 달라.
─전장의 지배자! JCG 마왕!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
라이너의 호응과 무관하게 죽인다.
물론 Team CC의 대응이 결코 나쁜 게 아니다.
「숨을 곳은 없어!」
팀적인 설계도, 타이밍이 완벽하다.
바텀에서 다이브가 이루어진다.
쓰렉귀와 랙싸이가 진입한다.
슈우웅……!
하지만 이랠리야.
탑에서 나루를 쉽게 잡았다.
궁극기를 아낀 상태에서 텔을 탔다.
「얼어붙어라!」
예상보다 한 명이 더 많았다.
서릿발 길이 그어지며 진격을 끊는다.
바텀에서 벌어진 4 대 3 교전의 승자는.
─트리플 킬!
CC 고고라님이 학살 중입니다!
숨이 꽉 막혔던 경기.
활로가 조금은 보이게 된다.
특히 원딜러가 3킬을 먹었다는 건 의미가 크다.
〈설계와 합류도 멋졌지만 원딜러에게 킬을 몰아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죠?〉
〈Team CC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가고 있습니다!〉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현장 관중들의 환호.
오프라인 팬들의 응원.
-아, 진짜……
-조합 힘 충분히 있어!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해
-후반 가면 리심이라 모르지 않을까?
가능성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두 번째 세트에서도 분명 힘들었다.
하지만 버티고 버텨서 역전을 이루어냈다.
그와 비슷한 구도다.
선수 한 명 달라졌을 뿐이다.
그 차이가 크면 대체 얼마나 클지.
하아!
양팀의 라인전이 끝났다.
용 한타의 대치 상황.
Team CC의 진영은 단단하다.
어지간한 탱커도 들어오기 힘들다.
잘 큰 브루저라면 더더욱 부담된다.
이를 강제로 흐트러뜨릴 피지컬이.
이~쿠우!
있다.
상대의 스킬샷을 알고 있다는 움직임.
방호로 매끄럽게 비튼다.
즉시 점멸로 들어가 찬다.
위치가 점에서 점으로 휙휙 한순간에 바뀐다.
궁극기의 경로가 예상될 리 없다.
리심도 분명 마찬가지여야 한다.
그럼에도 결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3인 당구킥이 딜러 라인에 작렬한다.
「얼어붙어라!」
뒤늦게 얼음마녀의 점멸-궁이 꽂혀도 의미가 없다.
순식간에 녹이기에는 워낙 잘 컸다.
딜로스 때문에 딜 집중도 안됐다.
─더블 킬!
JCG 클리버님이 학살 중입니다!
반대로 JCG Games는 들어가기 너무 편하다.
부시안의 프리딜.
르풀랑도 킬 캐치를 하기가 이리도 손쉽다.
Team CC는 필사적으로 수습하지만 이미 손해가 막대하다.
세 번째 용을 고스란히 내준 것은 당연한 대가다.
이대로라면 전망이 밝지 않아.
"갔다!"
"시야는?"
"이쪽으로 가면 무조건 없어. 확실해."
매 교전, 한타마다 급속도로 성장한다.
피지컬은 아예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감당이 되지 않는다.
일련의 상황을 뒤집으려면 방법은 하나 뿐이다.
승부수.
JCG Games는 팀단위로 봤을 때 빈틈이 있다.
선수 개개인의 실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LOL은 결국 팀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