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기왕 옮기는 거라면 더 나은 대우.
그리고 꽌시가 이어져 있는 쪽이 낫다.
이미 형성된 신뢰 관계에 끼어들듯 인맥을 만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승격만 시켜주면 되네! 300만 위안을 바로 꽂아줄 거야.'
"그럼 꼭 가야겠네요. 가서 구단주님의 체면을 지키고 오겠습니다."
"하하하! 그래야지. 당연히 그래줄 거라고 믿고 있네."
300만元, 한화 5억원 상당.
꽌시에 한 번 올라타기만 하면 오고 가는 금액이 보통 사람들의 상상 이상이다.
단순히 선수의 가치만이 아닌 체면과 자랑, 인정 등이 복합되어 거품이 끼기 때문이다.
통을 크게 쓴다.
째째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만큼 중국 부자들이 싫어하는 게 없다.
물론 이는 서로간의 실리와도 연결이 된다.
구단주도 한몫 단단히 챙겼을 것이다.
'그만한 일을 하는 것이기도 하고.'
LPL의 시드권이 한두 푼 하는 것이 아니다.
골머리를 썩고 있는 팀도 한두 팀이 아니다.
조금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만으로도 거금이 뚝-.
한창 돈을 쓸어담기에 적절한 시기다.
꿀을 빨지 아니 할 이유가 하나 없다.
남겨진 JCG Games에게도 달콤한 미래가 기다릴지.
"눈엣가시 같은 Team CC 연놈들의 해체와 JCG Gamses의 무궁한 선전을 위하여 건배!"
"건배~."
그렇게 될지 나는 잘 모르겠다.
중국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자기 머리의 크기에 따라 모자의 크기가 결정된다.」
한국의 미덕인 '겸손'과는 거리가 있다.
그보다는 계급 사회의 성격을 나타낸다고 보는 게 맞다.
한 마디로 주제 파악을 하고 살라는 것이다.
"제가 자주 다니는 단골 가게에요. 별로죠?"
"맛있어 보이는 가게네요."
"당신이 평소 먹는 것에 비하면 하등품이겠지만요."
"과찬이시네~."
속이 배배 꼬인 처자와 동행하고 있다.
말에 박힌 가시가 쿡쿡 찔러오는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아무래도 나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는 듯싶다.
'공은 공, 사는 사인데 그걸 모르네.'
Team CC의 코치 류샤오.
원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다.
사적인 감정으로 연결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만나게 된 연유는 다름이 아니다.
만나자고 말을 했었다.
공항에서 처음 이야기를 나눴을 때.
《광저우 오시면 꼭 한 번 연락 주세요!》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당연히 빈말이다.
진짜로 연락하면.
어, 어 누구시라고요? 아, 아~~~ 그때 그~~?? 당연히 기억하죠~~ 예, 예에.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굉장히 어색한 대화의 흐름이 이어진다.
하지만 중국은 진짜로 만나자고 하는 소리다.
반드시 연락을 하는 게 상대의 체면을 살려주는 길이다.
체면 문화.
불과 2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도 일반적이었다.
때문에 그것이 어색하지는 않으나.
"입에 맞지는 않겠지만 맛있는 척이라도 하면서 드세요."
"왜 자꾸 삐딱선을 타요."
"평소 먹는 것보다 저렴해서 안 좋아하실 것 같아서요."
일부러 체하라고 저주를 퍼붓는 것 같다.
확실히 어제에 비하면 간소하다.
식당도 동네 맛집 느낌이다.
'좋게 말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그 속사정을 안다.
중국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신분 제도가 존재한다.
사람들이 밥을 먹는 식당조차 다르다.
어제 내가 먹은 곳은 그냥 판타스틱하다.
밥값이 하층 계급의 1년 실수익과 맞먹는다.
각 계층 별로 다니는 식당이 달라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가격과 무관하게 정말 맛있는데, 밥맛 떨어지는 소리 하지 말고 맛있게 먹읍시다."
"한국 사람들은 많이 벌잖아요. 특히 당신은."
"저는 미식의 요는 다양성에 있지, 비싼 가격에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뻐큐."
싼 곳은 한 끼에 몇 백원부터 시작해서 수십 만원까지 간다.
우리나라처럼 며칠 아껴서 맛있는 거 먹자!
이런 게 가능한 격차가 아닌 것이다.
지나친 빈부 격차에서 야기된 현상.
물론 이 식당도 나름 상위 계층에 속한다.
중국 중산층이 가는, 관광객들도 올 법한 그런 곳이다.
'중국 기준으로는 상당히 잘 사는 사람들이나 갈 수 있지.'
우리나라에서 겁나 흔하게 마시는 스타벅스.
중국에서는 중산층이 아니면 꿈도 꾸기 힘들다.
사회 전반적으로 돈돈돈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계층별 격차가 두드러진다.
상대적 박탈감이 대놓고 보인다.
삼성 부회장 이재용도 출소한 날 바로 치킨 시키는 한국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맛있게 먹었어요. 커피도 잘 마실게요. 다음에는 제가 한 번 살게요."
"당신한테 얻어 먹고 싶은 생각 없어요."
"괜찮아요.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건 빈말이니까."
만나고부터 쭉 어색하다.
정말로 연락할 줄은 몰랐던 눈치다.
그도 그럴게 그동안 많은 일이 있어버렸다.
'이 정도로 심각할지는 몰랐지만.'
짜증 좀 내는 정도일 줄 알았지.
완전 정색할 줄 누가 알았겠어.
공짜밦 대신에 욕 먹는 느낌?
그런다고 체하진 않지만 등가교환 같은 느낌이 좀 있다.
적당히 싫었으면 받지도 않았을 텐데 너무 싫어서 욕하려고 일부러 나온 것 같다.
"솔직히 또 만날 일도 없는데 인상 쓰지 말고 화기애애하게 헤어지면 안돼요?"
"싫은데요."
"그럼 말구~."
누구는 밥 한 끼 얻어먹었다고 비위 맞춰줘야 하나.
깐깐한 처자다.
마지막으로 커피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듣게 됐다.
"덕분에 팀을 해체하기로 결정했어요."
"왜요. 좀 더 하시지~."
"덕분에 기존 스폰서로부터 계약 해제를 통보 받아서요."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원했다.
내 덕분에 많은 것이 달라졌나 보다.
'덕분이라고 하면 뭔가 뿌듯해야 하는데 내용은 그렇지가 않네.'
중국어가 웬만큼 네이티브하지만 완벽한 건 아니라서 착각했을 수도 있다.
비꼬는 느낌이 나는 건 기분 탓이겠지.
한이 서려있는 것 같은 것도.
"새출발을 하시게 됐네요 그럼?"
"네, 덕분에요."
"앞으로 하시는 일 모두 잘 되라고 덕담 한 마디 해도 될까요?"
"……."
무언은 긍정이라고 대답이 없는 것 보니 해도 될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말을 해야 될까.
고민하며 찬찬히 보니 눈깔이 탱탱 부어있다.
어젯밤 울기라도 한 얼굴이다.
그만큼 패배가 분한 걸 수도 있고.
수십억짜리 LPL 시드권이 아까운 걸 수도 있고.
'이기기만 하면 인생 로또 맞는 거자너.'
깔끔하게 처분하면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는데 오죽 안타까웠을까?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업계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혹시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고민해본 적 있어요?"
"놀려요?"
"아니, 진지하게요."
"……글쎄요."
도끼눈을 뜨고 무섭게 쳐다본다.
하지만 그래도 곱씹어보는 눈치다.
결코 경솔하게 던진 말이 아니라는 것.
'전해졌겠지 아마도.'
사람 마음이 진심으로 대하면 통하기 마련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정답이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참고로 저는 어느 쪽이든 상관 없다고 생각해요."
"야!"
"반말하지 마시구연."
갑자기 옥타브를 올리시네.
실제로 정답이 없는 문제라서 그렇다.
'SCV가 먼저인지 커맨드가 먼저인지 어떻게 알아.'
어느 쪽의 주장도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따지는 과정 만큼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 보면 참으면 임일병 되고, 못 참으면 윤병장 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 둘 다 당신 같은 사람을 보면 못 참고 쏴버렸겠죠."
"선 넘지 마시구연."
큰일 날 소리를 하네.
중공군들은 아무나 쏴서 그런가.
그래서 천안문도…….
"아무튼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꼭 어느 쪽이 먼저일 필요는 없다는 거에요."
"그게 끝이에요?"
"네."
"야!"
"반말하지 마시라니까연."
어디 어린 노무 쉬키가.
동방예의지국의 쓴맛을 모르나 보다.
떼놈만 아니었으면 본때를 보여줬을 텐데.
'본인도 은근히 재밌어하면서 왜 그래.'
입은 싫다고 하면서 몸은 정직한 타입인가?
문화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해는 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사정 또한.
세상 일이라는 게 참 알다가도 모른다.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을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언제나 나쁜 것만은 아니다.
* * *
광저우 LDL의 결승전.
어처구니를 상실시키는 패패승승승, 그러면서도 기적이란 두 글자가 도저히 안 어울리는 기염을 토했다.
필연적이게도 여파를 미친다.
「不改」
3일 전。
패패승승승이라니……
아쉽지만 마왕이 너무 강했다
「?落天使~★」
3일 전。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
교주는 마지막까지 사악했어
「K & R」
3일 전。
Team CC 졌지만 잘 싸웠다
선수들도, 샤오도 화이팅!
.
.
.
광저우 내에서는 최대 화젯거리다.
두텁고, 굳건한 팬층을 자랑하는 Team CC.
응원하던 팬들로서는 충격적이었을 大역전패다.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하지만 운이 없었다, 혹은 선수들이 안이했다.
그런 논란이 생기기에는 인정하지 않기가 힘들다.
홀로 다 때려잡은 세 번째 세트.
조합의 추를 저격한 네 번째 세트.
할 말을 잃게 만든 다섯 번째 세트 또한.
단순한 실력 격차에 의한 패배다.
마왕이 잘해도 너무 심각하게 잘한다.
화제의 불씨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그라든다.
어쩔 수 없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그만 그 불씨가 다른 곳으로 옮겨 붙는다.
결승전이 끝나고 이튿날.
시간 차를 두고 웨이보가 폭발하고 있다.
광저우가 아닌 중국 전역에서 관심이 쏟아진다.
「必?」
2일 전。
광저우 LDL 결승 안 본 사람 꼭 보길!
이건 미쳤어……
「此情可待」
2일 전。
이런 캐리가 대회에서 가능해?
상대가 Team CC가 아니었으면 쇼라고 생각할 뻔
「?初雪」
2일 전。
중국 LPL의 미래가 밝음을 느꼈다
한국인이었다
.
.
.
그도 그럴게 지역 리그.
아무리 최근 알려졌다고 해도 주류는 못 된다.
LDL 치고 대박 난 거지, LPL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무대다.
하지만 그 내용이 워낙 파격적이다.
웨이보를 타고 입소문이 점점 나버린다.
한 번쯤 반드시 봐야 할 수준의 슈퍼 플레이.
「see you ?」
3일 전。
내가 말했지?
마왕은 미쳤다니까
단디도, 안섹도 얘보다는 안돼ㅋㅋㅋ
-아니, 씹 우리 단디는 봐주라고ㅋㅋㅋ
웨이보主- ㅗ
-뭐지? 미쳤네? 얘 얼마야? 아는 사람?
-LPL 와봐야 알겠지만 기대되긴 한다
몇몇 열광적인 푸얼다이들이 기름을 퍼붓는다.
화제가 퍼지는 속도가 가속화된다.
광저우 뿐만 아니라 중국 각지로.
심지어 한국으로.
국위선양은 언제나 단골 기삿거리다.
떠났음에도 그 귀추가 주목되는 선수이기도 했다.
「[LPL] '마왕' 최창민, 중국 2부팀 승격시킨 일등공신」
「[LPL 돋보기] LPL에 합류한 JCG Games. 에이스가 한국인?」
「[근황토크] 뭐 하고 있을까? LCK를 달구었던 그때 그 선수들」
사실 한국에서는 화제가 되기 힘들다.
1부 리그인 LPL도 한국인 캐스터가 없다.
2부 리그인 LDL은 아예 송출조차 되지 않는다.
도유TV, 롱주TV, 판다TV 이런 중국 플랫픔을 이용할 리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부 기자들에 의해 전파된다.
웨이보를 통해 퍼진 별명도.
[Best Comment]- 마교 교주라 불릴 만하네ㅋㅋㅋ
[Best Comment]- 짱깨들 착하게 만들어주는 거 보소
[Best Comment]- 이 모든 것이 무협지의 안배입니까?
개스파컵을 뒤엎으며 혜성 같이 나타났던 신인.
당연하게도 중국 리그로의 이적은 이슈가 되었다.
여차저차 일이 있다 보니 드물게도 여론이 호의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