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3화 (123/201)

〈야!〉

기차를 타니 자동으로 통화가 끊긴다.

참으로 시기적절한 타이밍이다.

한숨 붙이면 사천성의 중심 청두에 도착할 것이다.

'청두에도 저런 여자 있으면 귀싸대기 날리고 이런 남자 처음이야로 시작해야겠다.'

* * *

광저우 LDL의 결승전.

그에 대한 화제가 SNS에서 한창 이슈가 되었다.

그 과정과 달리 코치에 대한 비판은 의외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李??」

3일 전。

JCG 코치들은 안 잘려?

저 지랄을 해도 철밥통이네

-이겼잖아

-결과가 좋았으면 된 거지 O.O

-밴픽은 코치만 하는 게 아닌데?

웨이보主- 그런가?

대부분의 일반 유저들이 밴픽이 좋다, 안 좋다를 평가하는 기준은 승패가 90%다.

그리고 그것이 특별히 틀린 생각이 아니다.

그도 그럴게 매우 어렵다.

냉정하게 해당 밴픽과 전략이 합리적이었는지.

따지는 건 실제 게임 전문가들도 자신 있게 확언을 못한다.

그러다 보니 코치의 평가는 팀의 성적에 따라가는 현상이 지배적이다.

코치의 좋은 점 중 하나.

결과가 좋으면 욕 먹을 일도 없다.

결과가 나빠도 크게 욕 먹지 않는다.

그렇게 유야무야 결승전 당시의 지적이 묻히는 듯했지만.

「[오피셜] JCG Games 高手 '마왕' 이적 소식에 웨이보 파문」

「[인터뷰] LPL 승격 꿈꾸는 KF eSports, '마왕' 최창민 전격 영입!」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또 모르는 일이다.

JCG Games의 승리를 견인한 핵심 선수다.

마왕의 이적 소식이 웨이보를 들끓게 만든다.

[最佳??]- 난 찬성! 어딜 가든 JCG보단 나을 거야

[最佳??]- 마음대로 출전 안 시키는 썩을 팀에서 떠나자!

[最佳??]- 사천四川의 강물은 오는 이를 막지 않아

자신이 몸 담았던 팀을 떠난다.

기존 팬들 입장에서는 대가 반기지 않는다.

이례적이게도 JCG Games의 팬은 거진 마왕의 팬이다.

팀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건 팬들도 마찬가지.

응원하면 응원했지, 지탄하는 기색은 없다.

하지만 필연적이게도 한 가지 문제가 생기긴 한다.

「保函-?洋」

1일 전。

아직 청두는 시즌 중인데?

가서 우승하면 마왕은 두 팀을 LPL에 보낸 거야?

웨이보를 들끓게 마드는 내용은 다름이 아니다.

어폐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만도 하다.

지역별로 경기 날짜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광저우는 가장 이르게 시작한 편.

청두는 상당히 늦게 열린 축에 속한다.

규칙이란 측면에서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으나.

-어쩌라고

-두 번 우승하고 두 배로 벌면 되잖아?

-실력 있고, 인기 있으면 못할 것도 없지

-그딴 것보다 안섹과 결승에서 만날 걸 생각해ㅋㅋㅋ

중국이다.

세세한 건 잘 신경 쓰지 않는다.

보통 규칙이라는 건 사건이 터진 이후에나 생기는 법이다.

그보다는 청두에서 펼쳐질 경기가 궁금하다.

그도 그럴게 엄청난 접전이 예상된다.

리심으로 둘째 가기 서러운 '안섹'.

청두 LDL의 결승전에서 그 둘이 만날 가능성이 높다.

웨이보를 타고 삽시간에 퍼지며 대대적인 관심이 집중된다.

내가 말하긴 뭣하지만, 사실 선수가 팀을 옮기는 건 쉽게 결정해서는 안될 문제다.

'연봉 2배 차이 이런 걸로 속단할 일이 아니야.'

그도 그럴게 폭망한 케이스가 워낙 많다.

e스포츠판에서 한 해 몇 번씩은 일어난다.

엄청 잘 나가던 선수가 팀 한 번 옮겼다고 왜?

얼핏 원맨팀 같아 보이는 팀도 실상은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팬들이, 자칭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것.

선수 본인이 느끼는 것.

그것이 정말 팩트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설사 맞는다고 해도 달라진 환경, 달라진 팀에서 제 기량을 백분 발휘해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투웅!

근데 그건 그거고.

내가 처한 상황과는 조금 다르다.

구리가스의 배치기가 깔끔하게 적을 띄운다.

「퇴각을 저지하라!」

이랠리야가 미니언을 타고 호응한다.

람블은 점멸을 쓰지만 결국 죽는다.

별 거 아닌 단순한 갱킹이다.

"이 정도 하지."

"오~ 잘하는데?"

"바텀도 와줘!"

KF eSports의 숙소에 도착했다.

숨 돌릴 시간도 없이 스크림에 참여하고 있다.

오늘 처음 본 작자들과 함께.

'새 팀에 들어가면 적응할 부분이 좀 많은 게 아니지.'

그냥 들어가서 5인큐로 게임 하면 끝!

그런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소리다.

사회 생활이라는 게 어딜 가든 만만치가 않다.

이를 테면 저 새끼 왠지 존나 띠껍다.

그래서 일부러 호응도 안 해주고.

피드백 하는 것도 흘려 듣고.

그런 일이 프로팀에서도 비일비재하다.

한국이야 사정이 낫지만, 중국이나 유럽쪽 애들은 게임 하러 온 건지 싸움 하러 온 건지 헷갈리는 팀이 적지 않다.

투웅!

배치기로 용 둥지의 벽을 넘는다.

상대의 시야가 없는 동선이다.

몰래 걸어가 궁극기를 던진다.

파아아앙-!

파밍하고 있던 핑크스와 한나가 날벼락을 맞는다.

아예 대비도 안 한 상태에서 날아오는 투사체.

1류 프로게이머들도 반응하기 난감하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1류도 아닌 선수들이라면 백이면 백 당하게 된다.

깔끔하게 바텀 갱킹을 성공시킨다.

팀원들의 신뢰가 점점 높아진다.

'잘하는 정글은 어딜 가든 찬밥 신세는 안 당해.'

무슨 강찬밥도 아니고.

완벽한 정글 차이로 스크림을 승리했다.

연습이 끝나자 어색했던 분위기가 바로 풀린다.

"한국에서 왔다며? 우리말도 잘하네?"

"그냥저냥 하지."

"아무튼 반갑다. 잘 지내보자!"

정글이다.

실력 증명을 하는 게 보다 간편하다.

원래 잘하는 정글러는 반갑고, 못하는 정글러는 죽여버리고 싶은 게 롤이다.

'바다 건너 어느 나라라 할지라도 크게 다르지 않아.'

하물며 중국이다.

중국은 의외로 정글 자원이 부족하지 않다.

원딜러가 가장 유명한 거지, 한국에서도 인정 받는 정글러가 꽤 있다.

문제는 색깔이다.

운영이 아닌, 개인 기량에 특화돼있다.

좋게 말하면 그렇다는 거고, 대놓고 말하면 피지컬만 믿고 깝친다.

"레이웬 자식은 갱을 안 와 갱을."

"킬도 꼭 지가 먹었지."

"정글러를 바꾼 건 신의 한 수야."

라이너 입장에서 좋아하기 힘든 정글이다.

쌓인 말이 많은지 바로 뒷담에 들어간다.

'내가 보기에는 오십보백보지만.'

당연하게도 적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최고라 칭송 받던 정글러조차 중국에 가서 못한다고 욕 들은 사건이 있을 정도다.

실력이 그보다 부족한 선수라면 따질 것도 없다.

게임이라는 게 아무리 본인이 잘해도, 팀과 호흡이 안 맞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 호흡을 강제로 맞추는 게 가능하다.

TOP- 공격적, 대가리X 총평 B

MID- 수비적. 파밍 위주 총평 C+

BOT- 라인 클리어 총평 C

SPT- 라인전 위주 총평 B

무작정 숙소에 도착한 게 아니다.

코치의 시선으로 경기들을 체크해봤다.

KF eSports의 선수들이 각자 어떠한 성향을 지녔는지.

이렇듯 노트에 대략적으로 정리해 적어두었다.

물론 한글로.

선수들을 수십, 수백 명씩 보다 보면 겹치는 바가 있다.

'선수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고, 겪어봐야 아는 건 맞는데 대략적인 타입이라는 건 있거든.'

해당 타입의 선수는 팀원에게 무엇을 요구할까?

짐작 가는 바가 있기에 맞춰주는 것이 간단하다.

갑작스러운 스크림에도 대처할 수 있었던 연유다.

"잘해. 역시 잘해! 검증된 선수는 이유가 있어."

"중국어도 돼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고……. 바로 실전에 투입해도 되겠는데?"

그리고 스크림을 하게 된 건 딱히 텃세 같은 게 아니다.

글자 그대로 겁나 바쁘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를 막 앞둔 시점에 선수를 교체하는 게 옳을지.

내가 만약 감독이나 코치였어도 회의적인 반응을 했을 것이다.

기량이 더 뛰어나다고 쳐도 간단하게 보기 힘든 문제다.

간단하게 만들자 코치진의 평가가 나쁠 수가 없다.

'코치 마음은 코치가 제일 잘 알지.'

세상에 꼭 이상한 사람들만 있을 리 있을까?

JCG Games와 달리 팀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심지어 코치 중에 한 명은 우리나라, 한국 사람이다.

"창민!"

"네, 감독님."

"구단주님이 부르신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한 번 만나봐! 좋으신 분이니까."

감독님도 선한 인상이다.

새로운 팀에서의 생활은 무난할 듯싶다.

지금 당장 확신할 건 아니어도 느낌이라는 면에서 오는 게 있다.

'뭐, 괜찮네.'

일단은 말이다.

* * *

최근 중국 e스포츠 업계는 그야말로 춘추 전국 시대다.

각지에서 군웅할거까진 하지 않아도,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힘의 균형이 세워지고 있다.

이유는 따질 것도 없이 한국 용병이다.

엑소더스를 통해 정말 무더기로 쏟아졌다.

새로운 선수들이 나타남에 따라 필연적으로 혼란이 야기된다.

「[LDL 리뷰] 한 명에 수십만元, 한국 용병 돈값을 할까?」

「[칼럼] 만수르 전략? 돈 퍼부은 한국 용병 효과 보고 있나」

「[칼럼] 한국 용병, 정말로 필요할까? 지표로 분석하는 LDL」

일단 제기되는 의문은 정말로 돈을 투자한 가치가 있는지.

그 실효성에 대해 격한 논쟁이 오갔다.

LDL의 과정에서 유별난 활약을 뽐낸 선수가 적었던 탓이다.

그도 그럴게 사실 당연했다.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잘 쳐줘야 A급 내지 B급이다.

한국에서 S급 소리 듣는 선수들은 경기 일정이 뒤로 몰려있다.

「[베이징 LDL] 알파카 앞세운 EDC, Royal Club전 ?利!」

「[상하이 LDL] 한국 용병의 위력 보여주며 LPL 승격한 IC」

「[광저우 LDL] 극마 極魔의 고수 영입한 JCG Games 압도적 승리」

하나둘 경기가 진행되며 결과가 나온다.

소통 문제?

중국 문화 적응?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엄청난 실력으로 찍어 누르고 있다.

각지에서 승전보가 들려오며 재평가가 이루어진다.

아니,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오간다.

한국 선수가 세도 너무 센데?

「大哥大」

5일 전。

S급 선수들은 이유가 있구나

그냥 괴물이야 괴물……

「一杯?茶」

5일 전。

한 마리의 야생 알파카가 날뛰는 걸 막을 수가 없어!

「Ёric」

5일 전。

한국 선수 영입 못한 팀들은 다 플옵 탈락이라고 봐도 되지?

S급 선수들은 그냥저냥 잘하는 선수들이 아니다.

LCK와 롤드컵에서 검증된 스타들만 해당된다.

이를 테면 2014 롤드컵을 재패한 삼선 왕조.

그리고 밥갱의 까까오, 영원히 죽는 듀, 썩소의끠글?등.

개개인의 무력이 미쳐 날뛰는 선수들 뿐이다.

아무리 디버프를 받아도 잘할 수밖에 없다.

이미 각 지역에서 활약을 펼쳤다.

LDL의 우승에 혁혁한 공훈을 세웠다.

어째서 비싼 돈 주고 영입되었는지, 그 이유를 실력으로 보여준다.

「逍?小山猪」

4일 전。

순수 중국팀은 글렀어

한국 용병을 얼마나 빼오냐의 싸움이야

-우즈가 알파카한테 쳐맞는 것 보고 느꼈지

-아니야. 구멍 선수들 때문에 심해 보이는 거야

웨이보主- 그 구멍을 한국 용병 말고 메꿀 방법이 없잖아?

「…………」

4일 전。

청나라부터 항전 시기까지 세계 열강의 침략을 받아 노예들이 많이 생겼지

아직까지도 노예 근성이 남아있는 놈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빵즈들이 잘하는 걸 어떡해

-답답하면 니가 직접 LPL 뛰던가

웨이보主- 너 당원 등급 몇급이야?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논쟁이 오가고 있다.

이전부터 익히 오가던 이야기.

엑소더스는 한국에서도 큰일이지만, 이를 받아들인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다가오는 LPL은 대격변이 예고될 수밖에 없다.

그 열쇠는 분명 한국 선수가 쥐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팀에 속한 용병이 가장 강력할까?

최근 중국팬들 사이에서 가장 격하게 오가는 화두다.

이를 확인할 예고편이 열린다고 한다.

청두 LDL의 주목도가 나날이 올라가는 또 하나의 이유였다.

* * *

사천(四川).

중국에 대해 관심 없는 사람들도 알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마파두부, 훠궈, 마라탕을 비롯한 유명 중화요리들이 바로 사천에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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