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된 대상은 훨씬 더 패기가 쉽다.
순식간에 독두꺼비를 해체시킨다.
'늑대에 와드만 박아 놔도 리심의 동선은 한정되고.'
시야에 보이기 전까지 바텀만 사리면 된다.
여유를 음미하며 풀캠프를 사냥한다.
리심과의 성장 격차를 벌려나간다.
미달리로 게임을 터트리는 기본적인 방식이다.
지난번 같은 극카정은 오히려 드물다.
카정도, 갱킹도 쉬운 일이 아니다.
타악!
탑라인 갱킹.
애써 던진 창이 미니언을 타박한다.
판정 범위가 좁아서 이렇듯 맞히는 게 어렵다.
「퇴각을 저지하라!」
때문에 안 맞혀도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랠리야가 진입해 나무카이를 둔화시킨다.
함께 딜을 집중하자 제아무리 단단해도.
─적을 처치했습니다!
반억지에 가까웠던 다이브.
딜로 찍어 눌러 성공시켰다.
사실 이는 절대 해서는 안될 짓이다.
'겉보기에는.'
상대 리심이 노출된 것도 아니다.
나무카이의 체력도 거의 온전했다.
만에 하나 역갱이 왔으면 빼지도 못하고 더블 킬 헌납.
그것이 일반적인 판단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어려운 게 미달리 정글이다.
상대의 동선을 강제시키고, 특유의 기동성으로 역동선을 잡는다.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을 강제로 설계한다.
특이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플레이 방식.
한두 번 본다고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대놓고 쓰는 거지만.'
단순히 운이 좋아서, 피지컬이 좋아서 먹힌다고 생각하기 쉽다.
보는 입장에서는 기가 막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타악!
유난히 얇아 보이는 붉은 창.
무빙으로 피하려던 리심에게 스친다.
카정을 당한 탓에 아직 5레벨에 불과하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KF 마왕님이 학살 중입니다!
7레벨 미달리의 폭딜을 감당할 수 없다.
방호나 점멸을 썼으면 살았을 텐데.
리심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삼켜진다.
'이게 인간사냥꾼 미달리 스킨이 가진 사기성이지.'
투창이 실제 판정보다 얇아 보인다.
피했다고 생각했을 창이 스친 연유다.
그 사소한 차이가 킬각으로 연결됐다.
창 적중이 무엇보다 중요한 미달리다.
일련의 사유로 LCK에서는 진작에 금지된 스킨이다.
하지만 해외는, 특히 중국은 규제가 그리 빡빡하지 않다.
이용할 수 있는 거라면 당연히 이용한다.
승리의 가능성은 단 1%라도 높은 게 좋다.
초반 킬을 쓸어 담으며 코어 아이템을 빠른 속도로 갖춘다.
타악!
단순한 창 한 방이 갱킹으로 돌변한다.
인터뷰에서 대답한 대로 별 거 아닌 적당한 양학이다.
e스포츠는, 특히 LOL은 선수 수명이 짧다.
오래 활동하는 선수도 극소수 있지만, 그 선수들도 폼이 내려갔다 올라갔다 변동폭이 심하다.
게임이 가진 특이성 때문이다.
패치가 워낙 잦다.
메타가 틈만 나면 변한다.
여기에 팀플레이, 컨디션, 기타 등등의 요소가 얽히면 사람이 미쳐 돌아간다.
「?打小萌物」
3일 전。
마왕은 거품이야
JCG Games의 기본 선수풀이 좋아서 그렇지
라인전 어중간한 팀에 들어가면 정글러가 활약하기 힘들어
-거품은 니가 물고 있는 게 거품이고ㅋ
-오늘 마왕에게 5천元 걸었다. 난 믿어
웨이보主- 오~ 돈 많네. 당원이라도 돼?
-내 두 달 치 월급이야
어제 잘하던 선수가, 내일 퇴물이 될 수 있는 그런 세계.
마왕의 활약상이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팀을 옮긴 것이 단기적으로 좋지 않다.
아니다, KF eSports가 영입한 이유가 있다.
여러가지 추측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펼쳐진 경기는.
─KF 마왕님이 학살 중입니다!
세간의 우려를 가뿐하게 불식시킨다.
미달리의 창이 리심을 꿰뚫고 잡아먹는다.
팀명이 조금 바뀐 것을 제외하면 기세가 전혀 죽지 않았다.
〈차이 선수가 말도 안되게 말렸습니다!〉
〈초반 카정에서 일기토를 졌던 게 스노우볼로 계속 굴러가는데요?〉
청두 LDL의 해설진.
보면서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저런 챔피언이 활약하는 것도 의아하지만, 경기의 과정도 해괴하기 짝이 없었다.
평타 한 방 차이의 솔킬 이후 엄청나게 활약하고 있다.
다이브 갱킹은 물론, 방금처럼 적 정글을 말려 죽인다.
문제는 그 과정이 얼핏 운으로도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쿠우!
탑라인 상황.
공격적으로 라인을 밀던 이랠리야가 갱킹을 당한다.
일단 차이고, 나무카이의 속박이 들어가자.
─RG 차이(리심)님이 KF 키드(이랠리야)님을 처치했습니다!
아무리 잘 컸어도 딜러 챔피언이다.
풀콤보를 맞고 시작하자 버틸 수가 없다.
반항을 해봤자 요단강을 건너는 건 확정이다.
타악!
하지만 그 반항이 의미 없었던 것인지.
따질 시기가 조금 미뤄진다.
태그 매치가 성사된다.
미달리가 창을 맞히고 들어오려는 순간.
슈루룩-!
나무카이가 점멸 속박으로 붙든다.
한 턴 시간을 끌며 협공이 이어진다.
2 대 2와 태그 매치가 가진 차이점이다.
이쿠, 이쿠!
얼핏 동수 싸움 같아도 다르다.
체력이 합은 비슷할지언정 공격력은 두 배이기 때문이다.
리심과 나무카이의 협공.
─KF 마왕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침착하다.
확실한 포커싱으로 리심부터 잡아낸다.
하지만 미달리의 체력도 거의 걸레짝이 된 상태다.
크르릉!
레벨과 아이템이 든든하다.
힐과 포션으로 체력을 채운다.
거리를 주지 않자 깊숙이 들어온 나무카이는.
─더블 킬!
농락 당하는 수밖에 없다.
한 끗 차이로 미달리의 역갱이 성공한다.
스노우볼이 끊기지 않고 거대하게 굴러간다.
〈이건 정말 성장 차이로 이겼죠?〉
〈미달리가 하필 쌍둥이 골렘에 있었던 것도 그렇고 Rogue Gaming은 정말…….〉
운이 안 좋았다고 생각할 만도 하다.
교전도, 동선도 아주 자그마한 차이로 비벼진다.
사실 미달리 자체만 두고 보면 좋은 정글이라 보기 힘들다.
타악!
미드 라인.
쏘아진 투창이 미니언을 꿰뚫는다.
제우스는 적당히 사리고 있던 것만으로도 갱을 회피한다.
정글러임에도 라인 개입 능력이 빈약하다.
창을 맞혔을 때 센 거지, 못 맞히면 할 게 없다.
성장을 매우 잘한 상태임에도 갱각이 한정돼있다.
─레드팀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계속 이득을 본다.
솔용은 빙산의 일각.
진짜는 빠른 성장 속도와 더불어.
타악!
어둠 속에서 날아 들어왔다.
제우스의 체력이 절반으로 푹- 깎여버린다.
시야를 장악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코스트 견제를 던지고 있다.
〈이건 상당히 의미가 크죠?〉
〈결과적인 딜갱이 돼버렸습니다. 뭔가 특이하긴 한데 말이 돼요!〉
어쩌다 한 대, 맞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휘청인다.
사실상 갱킹을 한 것과 비슷한 효과.
실제 끼치는 영향력은 그 이상이다.
미달리가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른다.
리심은 정글을 도는 것조차 눈치 보인다.
정글러의 존재감 차이가 게임을 뒤흔들고 있다.
"나 작골 먹는 거 봐줘야 돼."
"이 시국에?"
"삼거리쪽에 와드 한다. 알아서 사려."
Rogue Gaming의 선수들은 최대한 대응하고 있다.
그 선택이 틀렸다고 보기는 힘들다.
문제는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퇴각을 저지하라!」
반대쪽 탑라인에서 강제 다이브가 실행된다.
나무카이가 무참하게 해체 당한다.
최대한 버텨봐도 지원군이 없다.
리심은 자신네 정글을 사수하는데도 급급하다.
정신을 차려보면 선택지가 강요되고, 다른 쪽에서 손해를 보는 흐름이 이어진다.
-진짜 불쌍하게 죽이네ㅋㅋ
-피도 눈물도 없는 마두……
-미달리 정글 좋아 보이는데?
-피지컬로 찍어 누르니까 좋아 보이는 거지
어느새 탑라인은 망가져 있다.
미드, 바텀도 견제가 눈치 보인다.
소소한 이득은 챙겨도, 손해를 메꿀 정도는 아니다.
"아니, 하……."
"움직임이 너무 움츠러들어. 이런 때일수록 과감하게 해야 하는 건데."
이를 보는 코치진의 속은 타들어간다.
단순히 경기를 지고 있어서만이 아니다.
밴픽이나 전략적으로는 딱히 문제가 없었다.
만약 초반 카정 싸움에서 이겼다면.
반대로 미쳐 날뛰는 건 리심이었을 것이다.
상정했던 가장 안 좋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타악!
라인전이 끝난 이후로도 여파가 계속된다.
미달리의 창이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온다.
잘 큰 포킹 챔피언이 가진 위엄.
「병사들이여, 진격하라!」
광우스타의 체력이 푹- 깎였다.
그 위로 아자르의 창까지 꽂힌다.
어쩔 수 없이 광우스타는 궁극기가 빠진다.
서포터의 강제 귀환.
이는 시야 주도권을 내준다는 의미다.
본대에서도 점점 유리한 포인트를 뺏기는 가운데.
촹! 촹!
이랠리야가 매섭게 미니언을 탄다.
나무카이를 향해 스턴이 들어간다.
사이드 라인 균형도 위태로워 보인다.
와아아아아-!
결국 다이브를 쳐서 잡아버렸다.
현장 관중들이 목청 높여 환호한다.
그도 그럴게 기존 KF eSports의 스타 선수다.
확실한 개인 기량을 선보여왔다.
기복이 좀 있지만 캐리력은 발군이다.
본대는 물론, 사이드까지 못 버티자 게임이 무너지는 속도가 가속화된다.
"초반에만 안 무너지면 되는 거였는데……."
"평타 한 방 차이로 졌어요. 진짜 억울해요."
"그건 맞지. 억울할 만해. 다음 세트에 잘해보자."
첫 번째 세트를 패배.
Rogue Gaming은 피드백을 가진다.
하지만 부스 안의 분위기는 그리 급박하지 않다.
공격적인 중국 리그의 특성상 한쪽이 우르르 무너지는 경기는 흔하다.
패배의 원인도 운, 그리고 실수 정도다.
다시 붙는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우틀않을 시전한다.
* * *
생각보다 많이 무난한 흐름이다.
경기 내용도 그렇고, 밴픽도 그렇고.
'밴픽 유출이 조금 있는 것 같긴 한데.'
이어진 두 번째 세트.
또다시 비슷한 양상의 밴픽이다.
미달리 대신 구리가스와 랙싸이 등을 집중 견제해온다.
그 이유는 알고 있다.
내가 스크림에서 가장 자주 사용했다.
어떤 픽을 선호하는지 상대팀에게 알려진 모양이다.
"얼음마녀를 잘라. 그리고…… 쇈."
"쇈요?"
"우리가 리심을 가져가면 상대가 쇈&노텀을 할 수 있거든. 스크림에서 확인된 정보야."
딱히 큰 상관은 없어 보인다.
왜냐?
우리팀도 자랑스럽게 확인을 했기 때문이다.
'원래 이 업계가 다 그래.'
스크림을 한 번 하면 보는 눈이 최소 스무 명이 넘는다.
선수 열 명, 그리고 코치진, 기타 관전 등.
모든 입을 막는 것은 쉽지가 않다.
개인의 양심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떠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나갈 때가 있다.
한국이나 북미나 유럽에서도 문제가 심심하면 터진다.
중국은 그것이 보다 심할 뿐이다.
그러니까 서로 그냥 오픈 마인드.
새나갈 걸 전제로 경기를 생각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