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2화 (132/201)

「세나의 복수다!」

스킬과 패시브를 풀로 돌린다.

궁극기까지 코앞에서 다다다닥-!

오히려 르풀랑이 깜짝 놀라 도망가게 된다.

와아아아아-!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지지 않을 수가 없다.

딜을 쏟아내는 솜씨가 가히 예술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결국.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르풀랑의 암살 시도를 무위로 돌리고, 반강제로 귀환 타이밍을 잡게 만들었다.

그것이 실질적이 이득으로 이어지지 못해서 문제다.

원딜러가 가지는 한계.

파일럿이 아무리 좋아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가진 바 기량이라는 면에서 꿀릴 생각을 안 한다.

"꾸웨에에엑!"

야생의 알파카가 미쳐 날뛴다.

세체원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이유를 보여준다.

전력 차를 바탕으로 EDC가 V5 Esports Club에 압승을 거둔다.

「[LPL East] 운영-전투력 완비! EDC, V5에 2대0 승리」

「[LPL East] EDC, 상체 싸움 압도하며 다크호스 V5 제압!」

「[칼럼] 예견된 패배? 魔王, 포지견 변경 이유 보여주지 못했다」

그 의미는 결코 가벼울 수 없었다.

비단 홈경기에서 패배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V5는 상하이가 연고지이긴 하나, 팀의 팬층이 그리 두텁지 않다.

〈요즘 이슈가 되는 선수라 기대했는데 정글에서 만나지 못하게 돼서 아쉽네요.〉

〈저도 같은 한국 선수로서 아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진짜는 인터뷰.

1세트 MVP를 받은 클래식러브.

2세트 MVP를 받은 궆.

각자의 입장에서 한 마디씩 던진다.

「°余生??_」

3일 전。

오죽 답답했으면 EDC 선수들도ㅋㅋㅋ

「?云彪」

3일 전。

'한국 선수'라는 부분에 중국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

.

.

그것이 팬들로 하여금 더더욱 아쉬움을 자아내게 만든다.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오간다.

실패했다, 그럴 줄 알았다 그런 부류.

사정은 누가 봐도 딱할 만하다.

S급 선수가 타의로 제 기량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관심은 길게 가지 않았다.

화제가 소용돌이치는 LPL이 이미 막을 올렸다.

그만한 이슈가 매주 쏟아져 나온다.

팬들의 시선은 냉정하다.

그런 팬들에게 향해.

「????」

1일 전。

얘 누구 부캐야?

「최근 전적- 30전 27승 3패 승률 90.0%」

부시안(12/1/1) 승리 5시간 전

이즈레알(6/0/0) 승리 5시간 전

크레이브즈(5/1/2) 승리 6시간 전

챌린저 달기까지 20패도 안 함ㄷㄷ

-어떤 또라이지

-이즈로 20판에 승률 100% 와……

-원딜로 저 승률이 가능해?

-V5 서포터랑 듀오하네. 저 노답이랑

조그마한 핵폭탄을 선사한다.

* * *

팀을 이적한지 고작 2주일.

LPL East는 벌써 개막식을 알렸다.

그리고 그 당일에 시원하게 깨지고 말았다.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어쩔 수 있으면 좋겠지만 원래 그게 원딜의 숙명이다.

최소한 반반, 아니 터지지는 않아야 한타를 보지.

팀이 기본도 못해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련의 고민은 지난 생에도 실컷 했다.

두 번 다시 하기는 싫은 일이다.

해결책은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다.

"풀리츠."

"어, 어어!"

지난 일주일간 연습 시간을 쪼개 솔로랭크를 돌렸다.

그럭저럭 챌린저 구간에 진입할 수 있었다.

'승률은 마음에 안 들지만.'

어느 정도 감안했던 일이기도 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단순한 호흡 문제다.

실력도 딸리고, 마인드도 해이하다.

나와 손발을 맞춰 본 기간도 짧다.

연습을 빙자한 조련으로 바로잡는다.

다른 하나는 캐리력 문제다.

미드&정글에 비하면 손색이 있다.

낮은 구간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푸슝!

타, 탕!

반대로 높은 구간.

앞대쉬로 풀리츠크랭커를 두들긴다.

열 받았는지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오지만.

휘리링!

일주일에 걸쳐 빠릿해진 강첸이 끊어낸다.

한나의 회오리가 살짝 띄우고 동풍.

슬로우가 걸리자 느릿해진다.

타, 탕!

펀치가 안 닿는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계속 때린다.

계-속.

이를 말려줄 수 있는 건 상대 원딜 치비르 뿐이다.

'못하지.'

풀리츠가 파고들듯 들어왔다.

상대 원딜은 호응할 거리가 안 나온다.

마지막 희망 그랩마저 빗나가자.

─적을 처치했습니다!

죽을 때까지 두들겨 맞는다.

바텀 라인전은 얼핏 2 대 2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듯 구도만 잘 잡으면 2 대 1이 된다.

'스킬샷이 얼마나 정교하게 들어가냐, 평타 몇 대 더 톡톡 잘 때려주냐, 포지셔닝을 어떻게 잡아주냐.'

그런 사소한 것들이 쌓이고 쌓인 결과다.

상대 한 명을 무력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다.

그것이 바텀 듀오가 가지는 캐리력의 마술이다.

그야말로 한 끗 차이.

호흡이 안 맞으면 이러한 장점을 살리기 힘들다.

그래서 과도기에는 승률이 생각만치 안 나온 것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그리고 다른 하나.

적 미드&정글이 생난리를 치고 있다.

라인전에서 너무 터지면 게임이 손도 쓸 수 없이 기운다.

'하지만 조금 정도는 할 만해.'

챌린저 구간에 이르면 실력이 상향 평준화가 된다.

마스터 이하 구간처럼 확확 기울지 않는다.

일련의 사실을 아군도 알고 있다.

[13:10] ?/love? (랙싸이): 그만 뒤지고 한타나 봐라

[13:13] 斯?? (산다라): 좆

[13:15] ?/love? (랙싸이): 니 엄마?

모를 수도 있지만.

챌린저도 롤유저고, 중국인인 만큼 별 일은 아니다.

말투는 과격해도 게임 진행은 무리 없이 이어진다.

─더블 킬!

트리플 킬!

그렇게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원딜러의 시간이 도래한다.

다소의 불리함은 한타로 충분히 만회가 된다.

적당한 프리딜로 쓸어 담는다.

'그래서 천상계에는 이런 말이 있지.'

미드&정글 듀오는 게임을 터트린다.

하지만 잘하는 바텀 듀오는 게임을 이긴다.

천상계 유저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당해보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승패가 정해지는 그 불합리함.

물론 웬만한 수준으로는 안되고 최소 네임드급이다.

유명 프로가 바텀 듀오를 하면 양심 없냐는 욕까지 나오는 이유다.

목표는 일단 그 첫 단추.

그리고 두 번째 단추도 이미 길이 보인다.

작다면 작은 변화.

하지만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은 중국에서 더 일상이다.

"너 언제 그렇게 점수를 올렸냐? 78등……?"

"원래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 정도는 해."

너스레를 떠는 강첸의 대답에 탑솔러인 린웨이는 심사가 뒤틀린다.

강첸은 자신보다 항상 점수가 낮았다.

'챌린저 턱걸이…… 아니, 요즘은 마스터도 간당간당 했던 주제에.'

아무리 프로게이머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V5에 속한 모든 선수들의 상태가 그러하다.

그렇다 해도 도토리 키 재기는 존재했다.

린웨이는 현재도 챌린저 티어를 유지하고 있다.

정확히는 188등.

탑레로 따지면 50위 안쪽도 심심치 않게 찍었다.

하지만 탑레와 현재 티어는 다르다.

안 그래도 내심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 아래라고 얕잡아 보던 강첸이.

「최근 전적- 30전 25승 5패 승률 83.3%」

한나(3/4/17) 승리 15시간 전

쓰렉귀(1/2/6) 승리 15시간 전

쓰렉귀(0/1/7) 승리 16시간 전

엄청난 고승률로 점수를 쭉쭉 올리고 있다.

혹시 무슨 대리라도 받았냐?

턱밑까지 못할 말이 차오른다.

"각 잡고 듀오 좀 하니까 별 것도 아니더라."

"……누구랑 하는데?"

"누구긴 누구야. 바텀끼리 하는 거지. 보너스 받으면 휴가때 하이난으로 폐 세척 여행이라도 가야겠다~."

중국 최남단에 위치한, 대충 베트남 근처에 있는 섬이다.

미세 먼지에 찌든 중국인들이 애용하는 국내 관광지다.

그 늘어지는 대답에 솟구치는 건 힘줄이 아닌 의구심이었다.

'보너스?'

바보 같은 표정으로 얼 탄다.

그만큼 아예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다.

솔로랭크 등수를 올리면 보너스를 준다는 건지.

"몰랐어?"

"그런 것도 있었어요?"

"가만 보자…… 50등 찍으면 2만 위안이네."

"헉?!"

린웨이는 존재조차 몰랐다.

탱자탱자 놀고 있었으니 필연이다.

매니저에게 액수를 듣자 생각이 달라지는 것 또한.

2만 위안.

300만원이 훨씬 넘어가는 액수다.

V5의 페이가 많기는 해도, 중국 선수들 연봉은 스타급 몇몇 빼면 고만고만하다.

'내가 놀 돈은 마련하고도 남겠는데?'

그리고 그 돈을 마음대로 쓸 수도 없다.

가정 형편이 불우해서.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산층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 마시기 부담스러워 한다.

대부분의 일반 가정이 급격히 변화하는 중국 사회에서 돈에 시달리는 게 당연하다.

받는 급여는 거진 집으로 보낸다.

그런데 급여외 수당.

이를 받아낼 방법이 있다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얻고 싶을 정도로 달아오른다.

"야! 너 지금 솔랭 몇 등이냐 지금?"

"몰라~ 시발 강등됐어. 나 마딱이야 크크크크."

"차 오니 메이! 웃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강첸은 얼마 전 새로 온 신인과 듀오를 해서 점수를 올렸다고 들었다.

마왕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말로는 인정을 안 해도 내심 알고는 있다.

하지만 자존심도 있다.

텃세를 부린 입장에서 이제 와 아쉬운 척 굴기는 싫다.

린웨이는 다른 팀원과의 듀오로 자력 달성을 꿈꾸었다.

* * *

일천만元.

내가 V5의 구단주에게 대뜸 요구한 보수다.

'진짜 엄청난 액수긴 하지.'

17억원이 뉘집 개 이름이 아니다.

막말로 아껴만 쓰면 평생 놀고 먹을 수 있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그 어떤 선수라도 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뿌려도 생각보다 한국 선수들이 중국에 잘 안 온다.

현재 시점에서는 열풍이지만, 차후에는 사그라든다.

그 이면에는 물론 신뢰 문제도 산재한다.

임금 체불이라던가 여러가지.

중국이 중국하는 만큼 특별히 놀랄 일은 아니다.

놀랄 일이 아님에도 선수들의 눈길이 중국보다 북미나 유럽으로 쏠리게 되는데는 이유가 있다.

표면상으로 보이는 돈이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광고비, 성과금, 부대비용 etc.

잘 나가는 선수들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훨씬 많다고 봐도 될 정도다.

'중국은 그게 적어.'

팀 내적인 문제가 하도 잦아서 성적 내기가 힘들다.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북미나 유럽이 훨씬 낫다.

한국 선수들이 중국행을 꺼려하게 되는 이유다.

"인센티브로 이 정도 책정하고 싶습니다."

"흐음……. 많기는 하지만 상관없겠지. 결과만 낼 수 있다면."

내가 천만 위안으로 만족한 이유이기도 하다.

구단주와 전화로 나누었던 구두 계약.

이후에 당연히 정식 계약도 작성했다.

안전빵 대신 인센티브에 초점을 뒀다..

푸얼다이의 돈지랄로 운영되는 팀답게 쉽게 OK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팀 공통 인센티브도?"

"올려주셨으면 하는데요."

"자네 실력이라면 쉽게 달성할 수도 있겠지만……."

"아뇨, 저는 올려주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조건이라면 안될 것 없지."

일정 이상의 솔로랭크 등수.

타 프로팀과의 스크림 호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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