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대회에서 이겼을 때의 승리 수당.
'기타 등등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자극하기 위한 것들인데.'
학교로 따지면 장학금 같은 거다.
그 액수를 올려 선수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장학금이 그렇듯 나는 못 타는 그림의 떡이다.
가능성이 있는 애들이나 도전하는 거지.
아싸리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V5라는 팀의 상태가 그렇다.
"젠부샤쓰!"
"젠부샤쓰!"
연습실 내부 이곳저곳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온다.
클끼리 해설이 보면 한 소절 보탤 것 같은 광경이다.
세상만사 중요한 건 계기라고 생각한다.
'가능성을 보여줬잖아.'
알고 지내던 팀원 하나가 벌써 문턱까지 밟았다.
저 새끼가 하는 거면 나도 하지!
경쟁 심리는 사회를 발전시키는 기본적인 요소다.
그 방향이 틀리지만 않으면 된다.
계획대로 팀의 연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물론, 만족하기에는 갈 길이 너무 먼 것도 사실이다.
"세팅."
"끝내 놨어. 패치랑 윈도우 업데이트까지……."
"아니, 그딴 걸 왜 하는 거야 대체."
"……."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Windows Update다.
돈 많이 벌면 마이크로소프트 대주주 돼서 윈도우 강제 업데이트 만든 새끼들 싸그리 잘라 버리는 게 내 인생 목표 중 하나다.
'농담 아니고 진짜로.'
웬만한 방법으로는 업데이트 끄기도 못하게 막아 놨어.
회사 차원에서도 사정이 있겠지만 너무 악질이다.
여유가 생기면 시도할 마음이 있다.
아직은 그럴 여유가 없다.
V5를 제 궤도에 올려 놓아야 한다.
그 첫 단추로 서포터의 해이한 정신 상태를 뜯어 고쳤다.
1 대 1로 조진다면 어렵지도 않은 일.
연습 전에 자리 세팅도 할 만큼 바뀌었다.
하지만 이 녀석도 나한테 쫀 거지, 승리에 대한 열망이 높은 건 아니다.
'시간 문제야.'
서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사람이다.
그 계기를 던져주기 나름이다.
* * *
LPL East 정규 시즌.
기본적인 방식은 LCK와 이하 동문이다.
2라운드에 걸쳐 양팀이 3전 2세트로 두 번씩 겨룬다.
「2015 LPL East 스프링 STANDINGS」
1. EDC 2승 0패 +4
2. Royal Club 2승 0패 +3
4. LCD Gaming 1승 1패 +1
.
.
.
매 경기 결과에 따라 이렇듯 순위표가 변동된다.
매정할지언정 틀리지는 않은 명백한 현실이다.
"꾸웨에에엑!"
야성미 넘치는 괴성과 함께 프리딜을 쏟아낸다.
EDC의 원딜러 알파카.
뻐엉!
뻐엉!
핑크스가 대포를 툭툭 쏜다.
그 신경질 나는 기스에 성이 난 탈리반 3세가 걸어버린다.
쿠! 챠앙!
닿았다면 에어본.
이후의 운명은 흔한 것이다.
흔하지 않기에 現중체원이란 평가를 들을 수 있다.
「버거킹!」
두! 두두두!
자신을 가둔 울타리 속에서도 쫄지 않는다.
침착한 상황 판단.
적 본대가 들어오고 나서야 점멸로 빠진다.
뻐엉!
뻐엉!
다시 사거리가 긴 대포로 바꾸며 쏜다.
이어지는 프리딜에 슬슬 젖는다.
더 이상 기스라고 볼 수 없다.
─EDC 알파카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첫 킬을 신호로 순식간에 치고 나간다.
핑크스의 패시브가 신나게 터진다.
그 빠른 속도로 전장을 휘젓는다.
〈트리플 킬~!!〉
〈첫 세트에 이어 또 알파카 엔딩이 나오겠는데요?!〉
통칭 알파카 엔딩.
특유의 캐리력은 그렇게 표현된다.
글자 그대로 게임의 막을 홀로 내린다.
-( -ㅅ- ) Ending GG!
-( ~ㅅ~ ) 乃
-( ─ㅅ─ )
-당신만의 알파카를 만들어보세요!
중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수많은 팬층을 양산할 수 있었던 연유다.
가히 원딜러의 로망과도 선수.
EDC의 캐리를 책임지고 있다.
〈EDC가 Vlcl Gaming를 2 대 0으로 꺾으며 3연승을 달성했습니다. 단독 선수죠?〉
〈그 뒤를 Royal Club이 무섭게 따라붙고 있지만, 승점에서 EDC가 앞서는 모습입니다.〉
현재 EDC는 1라운드 3연승으로 1위를 유지 중이다.
라이벌 구도가 형성된 Royal Club이 한 세트 미끄러짐에 따라 한동안은 독주가 예상된다.
이러한 두 팀의 선전을 보며 팬들은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我是?大?」
2일 전。
마왕 씹거품인데?
교주니 마두니 빨아주더만
알파카나 우즈처럼 캐리는 못하네ㅋ
-(-ㅅ-)
-( ? ㅅ ? )
-그만해 미친놈들아ㅋㅋㅋㅋ
-급이 딸려서 그런 거 아님?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이야기다.
그렇게 잘하면 혼자 이기던가.
방금 전 알파카의 캐리력은 얼핏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 1경기
-EDC vs Vlcl Gaming
■ 2경기
-QG Reaper vs V5 Esports Club
금일 두 번째 경기로 예정돼있다.
V5는 현재 2패, 승점은 -4P를 기록한다.
사실상 LPL 동부 리그의 꼴찌팀인 셈이다.
첫 세트를 앞두고 해설진의 이야기가 오간다.
그중에는 역시나 있다.
팬들 사이에서 가장 화두가 됐으니 만큼 당연하다.
〈갑작스러운 포지션 변경에도 V5의 바텀은 큰 문제가 없었단 말이죠?〉
〈오히려 선전을 했습니다. 실제로 원딜 차이로 이길 뻔한 경기도 있었고요.〉
못했다는 소리가 아니다.
부족하지 않았냐는 소리다.
알파카나 우즈는 해냈는데 어째서?
〈EDC와 Royal Club이 원딜 캐리로 주목 받는 팀이기는 하지만, 사실 상체 힘도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체가 잘하는 팀과, 하체만 잘하는 팀은 전혀 다르다.
사실 구태여 따질 것도 없는 시비다.
매 경기마다 이유가 보인다.
하아!
이쿠, 이쿠!
첫 세트가 시작된다.
QG Reaper의 정글러 수입푸드.
─퍼스트 블러드!
날카로운 갱킹으로 선취점을 따낸다.
V5의 탑라인이 안 좋은 스타트를 끊는다.
-크기 전에 게임 터지잖아ㅋㅋ
-라인 좆됐는데?
-또 시작이네
-한 번 죽으면 계속 죽지
상체가 너무 불안정하다.
기량도 부족하고, 실수도 잦다.
이를 극한으로 벌리는 실력을 가진 남자다.
─QG 수입푸드(리심)님이 V5 퍼즐(르풀랑)님을 처치했습니다!
까다로울 수밖에 없던 미드 갱킹.
딜교환 타이밍을 정확히 노려 성공시켰다.
패시브 진품명품까지 깔끔하게 구분해냈다.
가히 15분 세체정이라 불릴 만하다.
얼밤 엔투스 시절 붙게 된 별명이다.
초반 스노우볼 하나 만큼은 패왕급.
〈QG도 현재 0승 2패, V5와 같은 하위권이지만 Royal Club에게 한 방 먹여준 저력이 있는 팀입니다.〉
〈그 중심에는 수입푸드 선수의 매서운 갱킹이 있었죠!〉
동시에 약한 후반은 늘 지적 받는다.
약점임과 동시에 강점.
이렇듯 초반이 잘 풀릴 때는 엄청난 캐리력을 선보인다.
항상 초반에 무너지는 V5에게는 악보다.
팀상성이라는 단어를 써도 될 만한 레벨이다.
게임의 흐름이 늘 있던 패배 패턴과도 같았는데.
푸슝!
타, 탕!
부시안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그 속도가 조금 심상치 않다.
방심하고 있던 모르피나를 향해.
─V5 마왕(부시안)님이 QG TcT(모르피나)님을 처치했습니다!
쓰렉귀가 점멸로 톡!
평타를 한 방 보태자 부시안이 마무리한다.
늘 보던 패배 패턴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
7 대 3.
서포터와 원딜의 라인전 비중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그게 맞아.'
심하면 8 대 2까지 갈 정도로 서포터의 비중이 높다.
바텀 호흡을 끌어올리는 걸 최우선으로 둔 이유다.
족쇄가 조금 가벼워진 덕에 킬을 따냈다.
푸슝!
타, 탕!
그 의미를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다.
라인전을 공격적으로 압박한다.
약간일 수 있는 차이를.
'극대화시키는 게 실력이지.'
일반적인 라인전에서는 분명 7 대 3이다.
하지만 한 가지 전제 하에 달라진다.
그것은 바로 라인 주도권.
파샹!
견제를 던지며 슬쩍 움직인다.
그 사소한 행동만으로 치비르는 뒷걸음질 친다.
압박을 느낀 것이다.
'주도권을 잡게 되면 원딜도 할 게 생기거든.'
때리는 것.
미니언 웨이브를 관리하는 것.
라인전에서 원딜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두 가지다.
소일거리 느낌인 사소한 견제 같지만 충분하다.
약간의 차이를 키우는 게 바로 스노우볼.
즉, 실력이다.
「이거나 먹어라!」
치비르는 미니언 근처에 오지도 못한다.
멀리서 부메랑 파밍을 하는 게 고작이다.
그렇게 광역 스킬을 던질수록 라인은 망가진다.
무한히 지속되는 디나이.
무한히 지속되는 지옥.
극한의 라인 관리를 바탕으로 바텀을 말려 죽인다.
「부시안 - CS 41 - 1/0/0 두란검」
「치비르 - CS 17 - 0/0/0 두란검」
세세한 압박은 초반부터 하고 있었다.
쌓이고 쌓이자 사태가 심각하다.
CS 차이만 2킬에 해당한다.
'죽고 싶을 걸?'
부메랑 파밍도 계속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연하게도 마나량에는 한계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물론 문제는 남아있다.
보통 이렇게 말리면 부른다.
상체에서 2킬을 먹고 잘 큰 리심이.
하아!
와드 방호와 음파로 한순간에 거리를 좁혀온다.
불행하게도 적중한다.
점멸이 빠진 쓰렉귀.
둔화를 묻히자 도망갈 길이 없다.
그것은 분명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다.
타, 탕!
푸슝!
리심이 들어오는 구도.
나와 쓰렉귀는 조금씩 뒤로 빠졌다.
눈에 보이는 건 2 대 3이어도, 아주 잠깐은 2 대 1이 된다.
타, 탕!
타, 탕!
총구가 엄청난 속도로 불을 뿜는다.
별 거 아닌 잡기술이다.
패시브 2타가 나가기 전에 땅을 찍으며 움직이면.
─적을 처치했습니다!
마치 리픈처럼 평캔이 가능하다.
상대가 생각한 바와 전혀 다른 속도로 폭딜을 내뿜는다.
'스킬 후딜도 캔슬해야 되고 손이 좀 겁나 많이 가긴 하는데.'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가능하다.
물론 상대 입장에서는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리심이 너무 빠르게 녹은 것도, 내가 다가가고 있는 것도.
타, 탕!
땅을 찍으며 움직였다는 건 이동도 했다는 의미다.
미끄러지듯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였다.
부메랑이 빠진 치비르가 코앞에 있다.
─더블 킬!
V5 마왕님이 학살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