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4화 (134/201)

아군이 당했습니다.

쿨타임이 돌아온 대쉬기.

점멸을 써도 도망갈 수 없다.

앞점멸로 따라가 숨통을 끊는다.

주도권, 포지셔닝, 그리고 피지컬.

세 가지를 전부 활용하면 바텀 갱킹이 불가능하다.

프로 바텀이 듀오를 하면 양심 없냐를 소리를 괜히 듣는 게 아니다.

'물론 모르는 사람이 없는 네임드급 한정이지.'

강첸이 그런 급이 될 리가 없다.

그 정도 부족함은 감수해줄 수 있어야 앞으로의 목표도 이룰 수 있다.

원딜 차이도 본인 하기 나름이다.

「이거나 먹어라!」

라인전은 더욱 지옥이다.

치비르의 신세는 고달프다.

최대한 CS만 받아먹으려고 한다.

상체는 자신들이 유리하다.

실점만 안 내주면 해볼 만하다.

하지만 사소한 빈틈이 나에게는 보인다.

'저기요~ 지금 금 밟으셨어요.'

김민아 아나운서의 명언이 떠오른다.

단순한 킬 캐치 능력이다.

앞대쉬로 거리를 좁히며.

타, 탕!

푸슝!

가볍게 때리자 묵직하게 박힌다.

모르피나는 당황해 속박을 날린다.

자연스러운 앞무빙으로 흘려내며 쏜다.

「재로 만들어 주지!」

4레벨밖에 안되는 모르피나.

퍼부어지는 궁극기에 녹아내린다.

치비르의 원호는 최악의 선택이다.

타, 탕!

궁극기를 끊으며 평타.

대쉬기 쿨이 4초 줄어든다.

앞대쉬로 모르피나를 잡아내고.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V5 마왕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쓰렉귀의 앞점멸 호응과 함께 치비르를 마무리한다.

반항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그냥 죽는다.

멘탈이 반쯤 망가져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에서는 그리 드물지도 않지.'

감정적인 반응이 의외일 정도로 흔하다.

상대 QG라는 팀이 가진 약점이기도 하다.

─아군이 QG 수입푸드(리심)을 지목!

불가능한 바텀 갱킹.

그렇다고 안 올 수도 없게 만든다.

* * *

15분 세체정.

초중반 만큼은 세계 최고 정글러 못지 않다는 별명이다.

좋은 의미 같지만 한 켠에서는 비꼬는 말이기도 하다.

「?目山河」

7일 전。

수입푸드는 치타 같은 선수지

이유는 다들 알 테고

치타는 시속 110km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리는 세계 최고의 육상 동물이다.

순간 가속도는 어지간한 스포츠카도 명함을 못 내민다.

하지만 약점 또한 명확하다.

지구력.

그 엄청난 속도를 오래 유지할 수가 없다.

전력질주 사냥을 두 번 이상 실패하면 체력이 딸려서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다.

하아!

이~쿠우!

리심의 음파가 미니언을 맞혔다.

날아가, 와드 방호로 한 발 더 내디딘다.

이어지는 궁극기-점멸 배달은 팬들에게 익숙한 것이다.

마왕이 정글을 하던 시절.

밥 먹듯이 밥디디처럼 해버렸다.

그렇기에 해선 안될 시도였을지도 모른다.

키잉-!

「숨을 곳은 없어!」

범의 일격과 거의 동시에 부시안이 스탭을 밟았다.

대쉬로 인한 약간의 이동이 비틀림을 만든다.

리심이 원했을 각도와는 전혀 다르다.

─전장의 지배자! V5 마왕!

쓰렉기의 선고-궁극기에 갇힌다.

부시안이 총구가 엄청난 속도로 불을 뿜는다.

흠뻑 젖은 개가 물기를 털어내듯 시원한 폭딜.

-뭐 저렇게 세?

-킬을 저리 먹었는데 당연히 세지

-내공이 3갑자인 교주인데 당연히 세지

-리심 본좌 앞에서 무공을 펼치다니ㅋㅋ

갱회피도, 포커싱도, 딜을 짜내는 실력까지 완벽하다.

그 사소한 섬세함이 쌓이자 결과가 뒤바뀐다.

점멸 차이를 노렸을 회심의 갱킹이.

〈과감한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 악수가 되었습니다!〉

〈수입푸드 선수의 성향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뼈아픈 실책인데요…….〉

두 번 연속 갱킹 시도가 실패했다.

심지어 갱승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도출됐다.

리심의 존재감 저하는 물론이고, 바텀도 완전히 터졌다.

「얼어붙어라!」

그럼에도 게임이 이어진다.

어느새 도착한 도인디의 얼음마녀.

점멸궁과 점화가 발라지고 모르피나가 앞점멸로 호응한다.

제아무리 피지컬이 좋아도 원딜은 원딜이다.

점멸이 없는 부시안은 죽을 목숨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푸슝!

타, 탕!

레벨이 낮은 모르피나.

부시안의 공격이 묵직하게 박힌다.

쓰렉귀의 협공이 더해지며 결국 잡아낸다.

와아아아아아-!

Hongqiao World IE Hub.

상하이에 위치한 LPL 경기장이다.

현장 관중들의 환호성이 드디어 터진다.

V5는 인기가 저조하다.

상하이 연고지팀이 2개이기 때문.

그 이전에 연패를 하고 있으니 당연하다.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팀도 아니고.

팬덤이 붙을 요소가 없다시피 하다.

하지만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감을 심기에는 충분한 광경이다.

"아~ 죽으면 안됐는데. 정글, 미드 백업 좀."

"……."

"야, 야! 유령 먹을 때가 아니지. 미드 라인."

반대로 QG Reaper의 부스 안.

분위기가 삭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것을 감안해도 흐르는 기류가 심상치 않다.

'오랜만에 한 번 말렸다고 졸라게 꿍시렁대네.'

말한 도인디의 의도가 어땠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수입푸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평소에도 불같은 성격.

하지만 고작 성격 하나 때문일 리 없다.

도인디와 수입푸드는 상극이다.

성향도, 출신도, 모든 것이.

도인디는 솔로랭크 랭커 출신이다.

프로씬은 이곳 QG가 첫 경험이다.

플레이 스타일도 안정감을 추구한다.

수입푸드는 이미 프로 경력이 길다.

얼밤 엔투스 시절 인기도 나름 있었다.

플레이 스타일은 메카닉을 앞세운 공격성.

"바텀 갈 거면 4인으로 가야 돼. 콜 좀 해줘. 미리 라인 만들게."

"……."

"응?"

"뭐, 때 되면 알아서 해."

QG Reaper에 한국인 선수는 두 명이다.

한국말로 대화를 건다는 것 자체가 듣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

반응이 늦은 게 우연이 아니라는 이야기.

'좆도 모르는 놈이 오더병에 걸려 가지고.'

수입푸드 입장에서는 짜증 난다.

자신보다 커리어가 한참은 안된다.

유의미한 득점도 스스로 내는 일이 드물다.

팀의 승리는 늘 자신의 손에서 시작된다.

버스나 타는 주제에 이래라저래라.

원래 미운 사람이 하는 말은, 맞는 말이어도 싫은 그런 게 있다.

쿠! 챠앙!

안 그래도 심기가 불편한 수입푸드의 눈앞에 탈리반 3세가 보인다.

개복치를 잡기 위해 깃창이 빠졌다.

아무리 자신이 두 번 허무하게 죽었을지라도.

'뒤져봐라.'

여태껏 유효갱 한 번 성공 못 시킨 무능한 탈리반과는 격이 다르다.

음파를 맞히고 달려들어 뒷걸음질 치게 만든다.

이~쿠우!

그리고 와드 방호와 궁극기로 찬다.

그 방향에는 아군 바텀 듀오가 기다리고 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단 수 초, 깃창쿨의 허점을 노려 킬을 만들었다.

흡족한 상황에 수입푸드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와 동시에 게임 시간도 15분을 가리킨다.

「세나의 복수다!」

탈리반 3세는 그냥 죽은 게 아니다.

궁극기 대변동을 묫자리로 깔고 갔다.

그 위로 부시안의 궁극기가 소나기처럼.

─적 더블 킬!

일어나버린 난장판.

원인을 제공한 입장에서 어쩔 수 없다.

수입푸드의 리심은 빨려 들 듯 참전을 했다.

─적 트리플 킬!

V5 마왕님이 학살 중입니다!

바텀 힘 차이가 역력하다.

구도도 너무 안 좋게 열렸다.

간신히 제압했던 부시안이 또다시 킬을 먹는다.

10킬 1데스.

숫자 차이가 의미 있을 시기가 지났다.

그렇게 괴물이 되어버린 이유가 누구 때문인지.

"용에서 안 싸우는 게 좋았는데."

"……."

"물렸으면 그냥 버리지. 용 준다?"

본질적인 지적을 해온다.

애초부터 거기서 싸우면 안됐다.

도인디의 상황 정리는 분명 틀리지 않다.

수입푸드의 약점이기도 하다.

만약 순수하게 잘했다면 포스트 세체정, 세체정 후보 같은 포지티브한 별명이 붙었을 것이다.

15분 세체정인 데는 이유가 있다

큰 틀에서의 안목이 부족하다.

하고자 하는 플레이가 안되기 시작하면 급격히 무너진다.

현재 흘러가는 게임의 흐름이 그러하다.

'제길.'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뿐.

바텀이 너무 심하게 압박 받는다.

정글 입장에서 가줄 수밖에 없었다.

미드를 따줬음에도 기민하게 못 움직이지는 도인디가 마음에 안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도 평소에는 이 정도로 불만이 격하진 않다.

상대 에이스인 마왕 때문이다.

타, 탕!

푸슝!

부시안이 어느새 미드에 올라왔다.

순간적인 앞대쉬에 수입푸드는 고민한다.

점멸과 방호를 활용해 차낼 것인지.

'반응…… 할 것 같아.'

이미 앞서 호되게 당했다.

안 좋은 직감이 스친 건 필연적이다.

빠르게 판단을 선회해 방호로 도망간다.

마찬가지로 판단이 바뀌어서 문제다.

부시안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잘 큰 부시안의 2렙궁.

「재로 만들어 주지!」

무섭게 쏟아진다.

한 틱 더 맞고, 점멸 평타면 터진다.

아찔한 생각이 든 수입푸드의 점멸이 빠진다.

'제기랄!'

가장 신경 쓰고 있던 부분이다.

날카로운 피지컬을 앞세운 플레이.

특히 리심은 주력으로 애용하는 챔피언이다.

하얼빈 LDL에서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마왕으로 인해 묻히고 말았을 뿐이지.

그렇기에 오늘 경기의 승리를 리심으로 장식할 생각이었다.

잘 큰 원딜러.

이 다섯 글자가 가지는 의미는 LOL이라는 게임에서 너무나도 무겁다.

잘 큰 시점에서 어느 라인이든 당연히 존재감이 넘치지만 그중에서도 원딜러는 각별하다.

철컥!

모르피나의 눈 먼 속박이 나루에게 적중한다.

사소하다면 사소할 실수.

하필 위치가 너무 안 좋았다.

치비르가 한타 개시를 알린다.

그 이속 버프를 신호로 쏟아지듯 들어온다.

V5는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어설프게 받아친다.

─더블 킬!

당연하게도 결과가 좋을 수가 없다.

물린 것도, 싸운 판단도 멍청한 실수다.

LPL에서는 그렇게 드물지도 않은 광경.

-저걸 싸워줘?

-아니, 원딜도 없는데ㅋㅋㅋㅋ

-병신 새끼들

-LDL에서 나가리 찍던 놈들이 대체 뭔 자신감으로

그런다고 욕을 안 먹는 건 아니다.

현재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특히.

그도 그럴게 겁나게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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