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5의 상체는 잘한 적이 없다.
진행되는 게임도 타는 쪽이다.
그런데 한심하게 잘리기까지 하다니.
─QG 바오(나무카이)님이 V5 트래쉬(탈리반 3세)님을 처치했습니다!
세 번째 사상자가 생기며 게임이 급격히 묘해진다.
사실상의 한타 대승이다.
역전이 시작되는 계기는 늘 이러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정글러를 잡은 QG Reaper는 바론을 칠 근거까지 얻었다.
그 직전에 찬물을 끼얹는다.
타, 탕!
푸슝!
뒤늦게 합류한 부시안.
절망적인 전쟁터 속에 망설임 없이 뛰어든다.
그 죗값을 치러야만 한다.
「얼어붙어라!」
의도적으로 아끼고 있었다.
과도한 대비를 할 만도 한 상대다.
얼음마녀의 점멸궁과 함께 서릿발 길이 그어진다.
─V5 마왕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는 이미 없다.
칼같이 빠른 CC기 수은 반응.
그보다 놀라운 건 완벽하기 그지없는 포커싱이다.
타, 탕!
파샹!
점멸로 치비르를 순식간에 마무리했다.
그치지 않고 바로 대쉬기 쿨을 돌린다.
이니시 이후 만신창이로 살아남은 모르피나는 부시안의 평타가 닿기 직전까지 알지 못했다.
─더블 킬!
하지만 적진 안이다.
아군은 이미 전멸한 후다.
그렇기에 원딜러가 가지는 가치는 언제나 각별하다.
타, 탕!
푸슝!
카이팅과 전투 지속력, 여차할 땐 폭딜까지 내뿜는다.
미드나 다른 라인이 흉내내는 것과는 다르다.
원딜러만이 간직한 특별함이 있다.
하아!
리심이 음파를 맞히고 날아온다.
동시에 던져진 쓰렉귀의 랜턴을 탄다.
자석이라도 붙은 듯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되며.
─트리플 킬!
채찍에 밀려 채 닿지도 못한다.
느려진 상태 그대로 농락 당한다.
팀의 지원을 이기적으로 이용하여 자신의 능력을 120% 끌어낸다.
결코 남에게 자신을 맞추지 않는다.
자기 중심적 사고.
그것이 가능한 유일한 포지션이며, 유일하게 허락 받는 포지션이다.
「재로 만들어주지!」
리심에게 호응해야만 했던 나무카이.
반항할 거리마저 주지 않는다.
닿지도 못한 채 사망한다.
─쿼드라 킬!
이기적으로, 아주 잔인하게 확실한 사살을 한다.
단 한 명 못 죽였을 뿐이다.
고작 그 때문에 전황이 180도 뒤바뀌고 만다.
와아아아아아-!
현장 관중들의 함성이 터져 나온다.
사실 어떻게 보면 합류가 늦었다.
뒤늦게 와서 영웅 행세 했을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앞뒤 사정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다.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홀로 받는다.
원딜러가 LOL의 주인공이라 불리는 이유.
─레드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나머지 네 명의 목숨보다 소중할 때가 있다.
가장 먼저 죽었던 나루가 텔레포트를 탄다.
깔끔한 바론 버스트 판단은 쐐기가 된다.
-이걸 이기네ㅋㅋㅋ
-QG 탑&미드 오열!
-아무리 후진입이라 해도 카이팅이 미쳤는데?
-리심 스로잉도ㅋ
첫 번째 세트의 승리.
그 의미는 신선할 수밖에 없다.
V5 Esports Club의 LPL 첫 번째 승리니까.
흔하디 흔한 세트승조차 거두지 못했다.
그 정도로 약팀이며 막장인 팀이었다.
한 명의 선수가 부린 마술이다.
〈리심 본좌 앞에서 리심을 꺼냈다. 그렇게 생각되는 장면이 연거푸 나왔죠?〉
〈그런 해석도 가능하겠네요. 결국 리심의 갱킹 시도를 두 번이나 받아쳤던 것이 가장 큰 승리 요인이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진다.
마왕의 캐리가 주목 받는 만큼, 그 발판이 되어준 리심의 스로잉도 조롱거리다.
하필 마왕의 시그니처 챔피언으로도 알려진 탓에 더욱 비교 받는다.
「犬?向日葵i」
2분 전。
리심 기어 들어올 때 속으로 졸라 웃었을 듯
「?唇」
2분 전。
리심을 꺼낸 게 패인이지
누구보다 리심 심리를 잘 알 테니까!
「黑?白~」
2분 전。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격
교주 앞에서 무공 쓰는 격
.
.
.
체면을 구긴다.
QG의 에이스 수입푸드의 입장에서는 탐탁찮다.
그 심리가 제대로 반영돼 있는 듯한 두 번째 세트 밴픽.
〈이거 설마…….〉
〈진심인 것 같습니다. 정글 미달리! 수입푸드 선수가 칼을 빼들었습니다!〉
최근 솔로랭크에서 떠오르는 챔피언이다.
잘 크기만 하면 확실히 좋다.
반대로 못 크면 존재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단점을 지녔다.
-오?
-수입푸드라면 잘할 것 같지 않아?
-실제로 솔랭에서도 잘해
-본좌 앞이라서 문제지……
15분 세체정.
수입푸드의 성격에 딱 들어맞는다.
솔로랭크에서 상당히 유의미한 승률까지 기록하고 있다.
그러니 만큼 꺼내는 것 자체는 이상할 게 없다.
한 세트 져버린 위기 상황이니 더더욱이다.
문제는 미달리를 처음 세상에 알린 이가.
〈마왕 선수 입장에서는 기분이 묘하겠는데요?〉
〈리심이야 자주 등장하는 카드지만, 미달리는 이번 시즌 LPL 첫 등장이거든요!〉
신경 쓰이지 않을 수가 없는 구도다.
우연이라 치부하기엔 킹리적 갓심이 든다.
실제 수입푸드가 가지고 있는 생각 또한 그러했다.
'미달리로 한 번 대박을 터트려주면…….'
이전 세트의 만회는 물론이고 확실한 색깔까지 얻을 수 있다.
미달리 장인.
마왕은 이미 포지션을 정글에서 원딜로 바꿨다.
앞으로 할래야 할 수가 없다는 소리다.
그 자리를 자신이 차지한다면?
중국에서 스타 선수가 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퍼스트 블러드!
실력이 없으면 모를까.
수입푸드의 피지컬과 직감은 뛰어나다.
그리고 실력도 마인드도 형편없는 맛있는 먹잇감까지 있다.
날카로운 카정으로 게임의 시작을 원하는 대로 열었다.
* * *
두 번째 세트.
그 시작이 심상치 않다.
'재밌네.'
미달리가 미쳐 날뛰고 있다.
일련의 광경은 사실 소름 돋는다.
한 번 커버리면 알고도 못 막는 지경이 온다.
타악!
미달리의 창이 아군 리심에게 적중한다.
그 시점에서 미래가 보인다.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이 학살 중입니다!
잘 큰 미달리의 카정.
어쩌다 창 한 방 맞으면 끔살이다.
불합리할 정도의 폭딜과 킬 결정력을 자랑한다.
'한 번 탄력 받으면 무서운 챔피언이긴 하지.'
정글링, 갱킹, 카정……,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엄청나게 넓어진다.
솔로랭크에서는 프로 선수도 넋 놓고 당한다.
그 정도로 미달리 정글은 위협적이다.
탁!
탁!
벌써 탑라인 다이브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나루를 향해 미달리가 평타를 툭툭 던진다.
창을 피해보겠다고 어설픈 무빙하는 시점에서 글렀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나무카이의 확정 속박.
이후 창이 박히자 그냥 죽는다.
미달리 특유의 폭딜은 탱커조차 찢어버린다.
경기의 흐름이 대놓고 불리하다.
솔로랭크였으면 멘탈 잡고 해봐요!
프로씬 기준으로는 터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긴 해.'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다.
안 그래도 잘 터지는 상체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박살이 났다.
그럼에도 별 긴장감 없이.
타, 탕!
파샹!
내 라인전에 집중하고 있다.
사리고 있는 이즈레알을 앞대쉬로 두들긴다.
비전으로 도망가는 지점에 한 방 더.
빡세게 체력을 깎아낸다.
그냥 내 할 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상체가 터진 것이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다.
'딱히 얕본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오히려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
QG Reaper의 정글러 수입푸드.
그만하면 잘한다고 해도 될 만한 레벨의 선수다.
첫 세트도 내가 교묘하게 잘 받아쳐서 그렇지.
만약 한 번이라도 당했으면 게임이 터졌을 것이다.
썩 훌륭한 피지컬과 초반 영향력은 인정해줄 만하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실제로 경기 내에서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상체 상황이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그럼에도다.
꽈앙!
브라운의 Q스킬.
이즈레알에게 적중했다.
마나가 아까운 듯 망설임이 느껴진다.
탕!
타, 탕!
놓치지 않고 점멸로 친다.
짧은 앞대쉬 후 바로 한 번 더.
순식간에 평타 세 방이 다다닥! 박힌다.
깜짝 놀란 한나가 궁극기로 밀친다.
그 거리가 유의미하지 않다.
앞으로 붙어온 브라운이.
콰과광!
점멸 얼음 계곡을 내려친다.
이즈레알이 공중에 붕- 뜨고 만다.
「재로 만들어주지!」
그대로 과녁이 된다.
이미 느려진 상태에서 점멸을 쓴다고 한들.
─적을 처치했습니다!
쏟아지는 총알 세례에 벌집이 돼버린다.
이렇게 킬각이 나왔을 때 받아먹기만 하며 내 라인전을 진행한다.
'미달리는 잘 커도 별로 위협이 안돼.'
정글 미달리.
내가 선보였던 픽이다.
초반에 흥하기만 하면 엄청난 캐리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것도 할 줄 알 때의 이야기다.
현재 시점에서는 운용법을 아는 사람이 없다.
피지컬이 되고, 잘 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타악!
미달리가 어느새 바텀에 내려왔다.
날아오는 창을 피하자 애꿎은 미니언만 죽는다.
그것만으로도 패왕처럼 잘 큰 미달리의 갱킹을 흘려 넘긴다.
'창만 살짝 피하면 할 게 없지.'
게임 시간이 초반을 넘어간다.
망한 아군도 슬슬 아이템이 갖춰진다.
이곳저곳 수비적인 와드가 박히고 있다.
타악!
맞아본 아군은 더 세심하게 대비한다.
스노우볼이 굴러가는 속도가 확연히 느려진다.
주도적인 설계를 할 줄 모르는 미달리의 특징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결국 상대가 택하는 건 다이브.
나루를 거진 반억지로 잡아냈다.
하지만 무리하게 들어온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V5 트래쉬(리심)님이 QG 수입푸드(미달리)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500G)
리심의 백업이 도착하여 미달리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