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6화 (136/201)

제압인 시점에서 명백한 이득이다.

이렇게 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미달리로 초반에 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후로 굴리는 게 더 힘들어.'

미달리가 보편화된 차후에도 이런 말이 생긴다.

다이아 이하는 아예 건들지도 말아야 할 챔피언.

다이아 이상도 어중간한 숙련도로는 턱도 없다.

잘 커도 위협이 안된다고 판단한 이유다.

쓰는 법을 모르니 무리수를 두게 돼있다.

물론 어떻게 보면 고작 한 번의 실수다.

사앗……!

미드 라인.

적 르풀랑의 사슬이끠즈에?이어진다.

속박을 건 자리 위로 미달리의 창이 날아온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어느새 또 탈탈 털리고 있다.

상체가 망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미달리가 엄청나게 잘 컸다는 것 또한.

'맞아.'

전황은 불리한 수준을 넘어섰다.

터졌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럼에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미달리가 픽이 박힌 시점부터 말이다.

이 정도로 터지는 것까지 상정했던 흐름이다.

상체가 망하든 말든 나는 내 성장에만 집중한다.

저조했던 관심.

하위권팀의 대결인 만큼 당연하다.

승자에겐 영광을, 패자에겐 엄한 눈총이 돌아오는 것이 e스포츠판이다.

첫 번째 세트의 캐리가 불을 붙였다.

두 번째 세트의 조커픽이 기름을 부었다.

웬만한 인기팀 경기 수준으로 시청자수가 급상승한 이유다.

〈수입푸드 선수가 자신만만하게 미달리를 꺼낸 이유를 보여주네요!〉

〈창시자인 마왕 선수 입장에서도 어? 이렇게 잘해? 긴장이 되겠는데요?〉

미달리 정글이라는 독특한 픽.

과감히 꺼내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공격적인 시도가 족족 성공하며 잘 커버리자.

와아아-!

미달리의 창이 리심에게 적중한다.

쭈욱-! 깎이는 체력바가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알려진 바대로 잘 크기만 하면 좋은 챔피언.

-핵창ㄷㄷ

-잘만 크면 암살도, 포킹도 다 되는 만능이지

-마왕이 하던 거랑 똑같네

-그냥 미달리가 사기인 게 맞다니까?

채팅창에서 왈가왈부 이야기가 나온다.

정말 쓸 수 있는 챔피언이 맞는지.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시도하기도 힘들었다.

프로 무대에 나오자 얼마나 반갑겠는가?

미달리가 전장을 지배하다시피 한다.

흥분한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 진가를 확인할 한타가 곧이다.

용이 젠되기 30초 전.

물반, 고기반이 될수록 포킹은 빛을 발한다.

타악!

대치 구도에서 날리는 창은 확실히 로망이 있다.

맞든 안 맞든 그것만으로도 긴장을 자아낸다.

미달리 정글의 가치는 충분히 증명된 게 아닌지.

쿠와앙!

그 긍정적인 평가에 찬물을 끼얹는다.

텔레포트로 합류한 기가 나루.

갑작스런 점멸 이니시로 한타를 열어버렸다.

-저걸 걸어?

-뒤질라고ㅋㅋㅋㅋ

-미니 나루였으면 원콤 났다

-기가 나루라 조금은 버티겠네

성장 차이를 생각하면 미친 짓이다.

시청자들의 판단은 분명 틀리지 않다.

아주 사소한 미스가 더해졌을 뿐이다.

창이 빗나갔다.

그러자 할 수 있는 게 없다.

잘 큰 미달리가 도망가기에 급급하다.

'아니, 시발!'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플레이하는 수입푸드도 마찬가지다.

고작 창 한 번 빗나간 정도다.

맞히기 쉬운 스킬도 아니고.

어쩌다 못 맞힐 수도 있는 거지.

그 사소한 실수가 너무 크게 작용한다.

「점심 시간이네!」

그에 반해 상대의 조합은 단순무식하다.

리심과끠즈?미친 듯이 달려든다.

미달리가 놀고 있자 사실상 4 대 5.

성장 차이가 큼에도 불리하다.

수입푸드의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 마음에 호응하듯 다행히 맞았다.

타악!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부랴부랴 퓨마폼으로 뛰어든다.

박히는 미달리의 원콤은 그야말로 속 시원하다.

이래 봬도 잘 큰 미달리다.

가진 바 딜 기대치는 미치게 높다.

나루를 잡아낸 수입푸드가 한숨 돌리려던 차에.

─V5 마왕님이 학살 중입니다!

부시안의 앞대쉬가 뚝배기를 깨버린다

* * *

운용법, 숙련도, 그리고 한타 난이도까지.

미달리 픽에서 승리를 확신한 근거는 여럿 있다.

'하지만 가장 큰 건 그게 아니지.'

각 팀마다 색깔이라는 게 존재한다.

소위 말하는 '승리 패턴'.

이를 역산하면 공략 또한 가능하다.

TOP- 안정적인 느낌으로 받쳐준다

JGL- 초반에 유의미한 득점을 만든다

MID- 초반은 정글 케어, 후반은 1인분

BOT- 성장&후반 캐리

QG Reaper의 라인별 역할이다.

어떻게 보면 공식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

탑&미드도 잘 컸고, 정글도 라인전을 터트렸다.

'그런데 바텀이 안습하게 망했지.'

후반 캐리를 책임질 바텀이 말이다.

물론 상체가 잘 컸으니 그만큼 딜 보충이 된다.

그런 발상의 전환도 안될 건 없지만 문제는 미달리다.

타, 탕!

푸슝!

미드 라인 대치 상황.

앞대쉬로 이즈레알을 패버린다.

비전으로 도망가고, 모르피나의 속박이 날아온다.

「세나의 복수다!」

슬쩍 피하며 딜링을 이어나간다.

쏟아지는 총알 세례는 묵직하다.

일련의 광경을 미달리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

'창이 안 맞았잖아.'

개방된 평지에서 대놓고 날리는 창이다.

적재적소에 딱 맞을 리가 없다.

의식하고 피한다면 더더욱.

고작 그 하나의 이유로 존재감이 사라진다.

바텀 듀오의 체력이 걸레짝이 됐다.

힐로 채우는데도 한계가 있다.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미드 1차를 손쉽게 파괴한다.

앞선 한타와도 비슷한 구도다.

미달리가 뭘 할래야 할 수 없는 상황.

'그래서 경계 자체를 안 한 거야.'

본래 QG의 정글은 초반에 득점하고, 후반에는 타는 역할이다.

그런데 미달리는 버스를 타는 게 불가능한 챔피언이다.

아무리 잘 큰다고 한들.

가진 바 약점이 명확하다.

방금처럼 조금만 주의하면 고양이가 돼버린다.

운용법을 알고, 모르고가 천지 차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알래야 알 수가 없다.

미달리픽에서 승리를 확신했던 진짜 이유.

타, 탕!

푸슝!

대놓고 들어가 때려도 속수무책이다.

원딜 차이를 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물론 상대의 상체는 아직 건재하다.

파앗!

터억!

르풀랑의 측면에서 파고든다.

제대로 맞으면 즉사.

스치기만 해도 빈사가 되는 스킬샷을 퍼붓는다.

「내 방패만 믿으라고!」

맞을 일이 없어서 문제다.

주도권을 바탕으로 시야를 확보해놨다.

가볍게 방패를 치켜세우는 것만으로 시도가 막힌다.

'솔로랭크 기준으로는 이해가 안될 때가 있지.'

어째서 대회에서 원딜, 원딜 그러는지.

유명 프로팀들이 잘하는 원딜러를 영입 못해서 안달이 났는지.

솔로랭크에서는 개미처럼 죽어나가는 게 원딜이다.

대회에서도 비원딜이 나오는 등 취급이 박해진다.

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만고불변의 진리가 있다.

슈루룩-!

본대를 압박하자 상대는 날개를 접는다.

나무카이가 텔레포트 이니시를 건다.

점멸 속박으로 나를 노려오지만.

타, 탕!

푸슝!

수은으로 풀며 카이팅한다.

브라운이 지키자 포커싱이 안된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하며 열린 정식 한타.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앞라인 차이가 확실하게 난다.

조냐가 나오지도 않은 말린끠?

헐레벌떡 합류한 미니 나루.

제대로 역할 수행이 될 리가 없다.

얼마 버티지도 못한 채 터져버린다.

이토록 불리한 게임도 역전할 수 있는 유일한 포지션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바로 원딜이기 때문이다.

나무카이를 잡아내고 거리낌 없이 들어간다.

이미 상대는 스킬과 스펠이 전부 빠진 상태다.

타, 탕!

파샹!

이속 버프를 바르고 쏟아낸다.

부시안의 궁극기가 적 딜러진을 향해.

세나의 복수는 못해도, 팀원들의 복수는 할 수 있다.

─더블 킬!

V5 마왕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동수 교환.

서로 두 명씩 전사했다.

상대팀도 아직 주요 딜러가 남아있지만.

'의미가 없지.'

중요한 건 '몇 명이 살았냐'가 아니라 '원딜이 살았냐'이다.

그것이 롤이라는 게임에서 얼마나 한 의미를 지녔는지.

타, 탕!

푸슝!

르풀랑을 앞대쉬로 팬다.

사슬을 이어오지만 터지는데 1.5초 걸린다.

'어느 쪽이 먼저 죽을까?'

그 해답은 맞아본 쪽이 더 잘 안다.

바로 꽁무니를 빼는 수밖에 없다.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주요 스킬이 빠지고, 생존자가 줄어들수록 원딜러가 가지는 존재감은 기하급수로 높아진다.

한타에서 원딜러를 죽자고 지키는 이유다.

'물론 그것도 원딜러가 실력이 있을 때의 이야기인데.'

지레 겁먹어서 오또K 펼치는 일반 원딜 기준에서는 의미가 없다.

이렇듯 프로씬 기준에서는 의미가 너무 무겁다.

당하는 상대팀도, 넋 놓고 보는 아군도.

"창민."

"어?"

"……나 뭐하면 돼?"

본인도 어색한지 앞뒤 설명이 부족하다.

구태여 말꼬리를 잡아 용기를 퇴색시키지는 않는다.

"상대 들어올 때 추가 진입하는 거 차줘."

"본대?"

"아니, 허리만 끊으라고."

리심 입장에서도 편하다.

무리하게 적진에 뛰어들어서 똥꼬쇼 하는 것보단, 지키는 편이 할 일도 명료하고 승산도 높다.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또다시 일어나는 한타.

LPL에서는 그다지 드문 일도 아니다.

바론 강가에서 나루가 물렸고, 순식간에 터졌다.

사실상 4 대 5의 그림이다.

기세를 탄 상대가 치고 들어온다.

숫자 차이라는 게 얼핏 대단해 보여도.

"방패 아껴."

"어!'

'붙어."

부당한 영광을 키고 먼저 들어온 나무카이.

풀콤보로 성대하게 맞이해준다.

포지션을 빼며 계속 때린다.

그 사이 상대 본대가 도착한다.

리심이 한 번 제지를 해도 잠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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