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8화 (138/201)

6. V5 Esports Club 1승   3패   -2

7. QG Reaper       1승   4패   -4

일곱팀 중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 정규 시즌이 중반도 지나지 않았고, 경기 수도 적어 순위가 큰 의미를 가지진 않는다.

그걸 감안해도 나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성적이다.

시즌의 시작을 2패로 시작했다.

최근에도 1승 1패로 겨우 선방했다.

그럼에도 팬들 사이에서 말이 나오는 이유는.

타, 탕!

푸슝!

매 경기 매드무비를 찍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안의 카이팅이 눈이 부시다.

아비규환의 전쟁터 속에서 총구가 멈추지 않고 불을 뿜는다.

극적인 한타 역전승.

원딜 차이가 무엇인지 실감하게 해준다.

글로벌 골드를 뒤집으며 경기장을 환호로 뒤덮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네 번째 경기였던 IC전.

미드&정글 차이는 실로 잔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미드라이너 쿠키.

정글러 까까오.

두 선수 모두 LCK 우승팀 출신의 실력자다.

안 그래도 상체가 약한 V5는 버티지 못한다.

차이가 너무 크자 라인전 단계에서 터진다.

분전을 했음에도 1 대 2로 패배하고 만다.

-그래도 마왕은 잘했다

-상체가 조금만 정상이었어도……

-만약도르ㅋㅋㅋㅋ 진 건 진 거지

-어떤 원딜이 오면 저걸 이김?

그 불리한 와중에도 한 선수만은 빛을 발했다.

세트승을 따낸 것도 기적에 가깝다.

돋보이지 않을 수가 없다.

캐리력 하나는 최고 아니냐?

그래봤자 결국 진 거 아니냐?

팬들 사이에서 격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感??曾???。」

4일 전。

마왕이 실질적 중체원이야

팀만 바뀌었어도 우승 가능할 걸?

「大?」

4일 전。

잘해서 6위 따리?ㅋㅋㅋㅋ

우즈는 팀 노답이라도 캐리해~

.

.

.

지난 LDL부터 익히 증명해온 실력.

중국팬들도 인정하지만 무대도, 포지션도 다르다.

하물며 현재 LPL의 바텀 수준은 미쳐 돌아간다.

이제 막 포지션을 바꾼 선수가 주목 받을 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눈에 띈다.

중체원 후보로 당당히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증명이 부족한 것도 사실.

중체원 후보들과 겨루어야 한다.

다가오는 경기의 향방이 더욱 주목 받게 되는 연유다.

■ 1경기

-IC vs Vlcl Gaming

■ 2경기

-Royal Club vs V5 Esports Club

팬들의 자존심이 걸린 승부의 날이 다가온다.

* * *

Royal Club.

중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팀이다.

그 위상은 한 마디로 대륙의 SKY T1이다.

와아아아아아아-!

중국의 수도 베이징.

Royal Club의 홈 경기장은 당연하다는 듯 만석을 이루고 있다.

로얄! 로얄! 로얄! 로얄!……

쏟아지는 관중들의 환호.

공격적인 느낌까지 주는 구호.

Royal Club이 가진 위상과 인기를 실감케 해준다.

딱히 놀라울 것도 없다.

매 경기 펼쳐지는 광경이다.

홈 경기장이라는 특성까지 더해지자 반쯤 폭도와도 같은 분위기다.

〈Royal Club의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우즈 선수,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웨이보에서도 그렇고 팬들이 걱정을 많이 했던 걸로 알거든요.〉

그 중심에는 우즈가 있다.

그의 위상은 한 마디로 대륙의 테이커.

그렇게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과 달리 중국은 국제전 커리어가 빈약하다.

그런 와중 우즈만이 롤드컵 2회 준우승을 이뤘다.

과장 약간 포함하면 중국팬들에게 신적인 존재다.

「중국의 모든 프로게이머〈〈〈우즈의 인기」

일련의 우스갯소리가 농담이 아닐 정도다.

그런데 최근 체면을 조금 구겼다.

EDC의 알파카에게 완전히 개박살이 났다.

불같은 성격은 표정으로 드러났다.

혹시 멘탈이 상한 건 아닌지.

팬들의 걱정이 한동안 지속되었다.

-오늘은 즐겜 하자 우즈

-즐겜ㅋㅋㅋㅋㅋㅋ V5면 할 만하네

-하위권팀 따위 즐기면서 해도 되지~

-마왕이 거품이란 걸 보여줘!

간만에 밝은 표정으로 나타나니 기쁠 수밖에.

채팅창의 반응이 이를 가시적으로 증명한다.

금일 V5와의 경기를 가볍게 여기고 있다.

6위에 불과한 하위권팀.

최근 주목 받고 있는 마왕도 못마땅하다.

우즈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팬들은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우우-!

그런 Royal Club팬들의 야유를 받으며 사탄이 등장한다.

중국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공격적이고, 돌출되는 성향이 강하다.

팀 내적인 불화나 문제는 없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즉, V5 같은 막장팀에 소속될 수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탑은 나루 해주면 좋겠는데."

"나루를?"

"지난번에 이니시 쩔었잖아. 그거 덕에 이겼지."

"그렇긴 했지~."

어떻게 다룰지 하루이틀 심사숙고한 게 아니다.

구체적인 계획부터 세세한 방법까지 총망라했다.

신뢰를 쌓고, 적당히 기를 세워주자 알아서 픽을 수긍한다.

'중국 담배는 냄새만 맡아도 폐가 썩을 것 같아.'

그런 나도 한 가지 도저히 적응이 안되는 게 있다.

사람들이 줄담배를 진짜 미친 듯이 피워댄다.

그것도 말보루 레드보다 독한 걸.

당연히 나는 피고 있지 않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그러하듯 흡연자만의 집단이라는 게 있다.

휴식 시간이면 늘 모인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도 마찬가지다.

선수들과 관중들이 피는 담배 연기가 과장 하나 없이 하늘을 뒤덮는다.

캔커피라도 마시면서 이야기에 끼어드는 중이다.

"넌 담배 안 피지?"

"한국은 그런 게 엄격해서."

"나중에 피면 이건 피지 마. 졸라 맛없어."

"……."

미친놈인가?

미성년자인 나한테 흡연을 권유하는 것도, 본인도 미성년자면서 흡연을 하는 것도 정상은 아니어 보인다.

중국이기 때문에 특별히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말을 해오는 요지는 알고 있다.

한국은 싼 거 몇 개 제외하면 그게 그거, 취향 차이지만 중국은 저질품과 고급품이 확실하게 나뉘어져 있다.

싼 건 맛없고, 비싼 건 맛있고.

'나도 펴봐서 알아.'

싼 건 천원도 안 한다.

비싼 건 몇 만원씩 한다.

대체 왜 그렇게 차이가 나나?

한 번 펴보면 호불호 이전에 퀄리티 차이가 심하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맛도 없고 독하다.

중국은 천원이 절대 가벼운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욕 하면서도 피는 거다.

"미드는 텔 좀 들어줘."

"텔? 내가 왜?"

"너 라인전 끝나면 사이드 가잖아. 본대가 힘들어."

"맞아, 맞아! 합류 좀 하라고 그냥."

그런 흡연자들 사이에 섞여 사서 고생하는 이유.

경기 시작 전.

기분 좋은 니코틴.

심지어 코치진도 주위에 없다.

훈수를 두기에 최적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작게는 픽, 넓게는 스펠까지.

각 팀원들에게 자잘한 요구를 하고 있다.

'딱 자잘한 요구까지만.'

그 이상은 일부러 시도하지 않고 있다.

괜한 반항 심리를 불러일으킬지 모른다.

그것도 있지만 애초에 운영을 가르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항상 포크로 밥 먹던 사람한테 젓가락의 우수성을 어필한다고 젓가락으로 밥을 먹을까?

절대 안 먹지.

LCK와 LPL의 스타일 차이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텔만 들어줘. 그럼 서로 편하잖아."

"뭐, 그 정도는……."

몇 가지 간단한 변화를 주는 것이 최선이다.

난이도도 낮으며, 본인도 그 정도는 하며 받아들인다.

그 작은 차이가 상체 라인에 유의미한 영향을 가져다줄 것이다.

"근데 부시안 밴되면 어쩌지?"

"부시안 자르면 할 거는 있어?"

"……."

물론 남걱정 할 처지는 아니다.

상체를 아무리 보완한다고 한들.

경기의 승리는 결국 내 손에 달려있다.

'부시안이 저격밴 당할 수도 있겠지.'

최근 주력으로 사용한 챔피언이다.

밴이 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럴 기미가 안 보였다.

그도 그럴게 부시안은 딱히 원딜 1티어 픽이 아니다.

내가 많이 쓰는 거지, 남들은 별로 안 쓴다.

그런 픽을 구태여 자를 이유.

Royal Club에게는 있을 수도 있다.

코치진의 머리 숫자가 엄청나게 많은 팀이다.

그리고 바텀을 애지중지하기로도 소문이 파다하다.

"이즈레알이나 해볼까?'

"이즈 좋지. 생존기도 좋고."

"근데 딜이 너무 없는데? 라인전도 너무 약해."

정말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잡담.

속내를 굳이 하나하나 설명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 * *

Royal Club은 중국 굴지의 명문이다.

화려한 대회 커리어가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그보다 돋보이는 건 역시 자본력이다.

대표적인 일화로 에이스인 우즈.

그의 이적료는 1억 5천만 위안에 달한다.

한화 250억원이 넘어가는 정신 나간 액수다.

그런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팀의 지원은 막대하다.

단적으로 Royal Club은 우즈를 위한 팀이다.

일련의 표현이 가장 적합할 정도다.

"배인 하고 싶어."

"우즈, 다른 건 상관없는데 배인은 좋은 선택이 아니야."

"상대 약팀이잖아? 배인 해도 충분히 이겨."

"……방안을 찾아보겠다."

10명이 넘는 코치진.

그 이상으로 많은 경기 분석가.

한국 군대처럼 까라면 까는 신세다.

중국에서는 그다지 드물지도 않다.

코치가 가진 권위가 높지 못하다.

돈이 갑인 사회답게 잘 버는 선수가, 못 버는 코치들을 오히려 부려 먹는다.

Royal Club은 일련의 현상이 더할 뿐이다

우즈가 하는 말은 사실상 절대적이다.

진행되는 첫 번째 세트의 밴픽.

〈부시안……, 그리고 고르키까지 자르나요?〉

〈완전히 바텀 저격에 들어갔습니다. 마왕 선수를 견제 하려는 움직임이네요.〉

일반적으로 바텀은 밴을 잘 하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가성비의 문제.

솔로 라인에 비해 챔피언 의존도가 낮다.

몇 개 밴해도 달리 할 수 있는 게 많다.

그럼에도 저격밴을 한 이유가 있다.

부시안과 고르키가 가지는 의미는.

-라인전 센 거 다 자르네

-치비르는 안 자르나?

-요즘 치비르가 1티어잖아

-아니, 이거 설마ㅋㅋㅋㅋ

눈치 빠른 시청자 몇몇이 혹시 한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높을 리 없다.

하물며 예상 자체가 힘든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현장의 관중들이 폭도처럼 미쳐 날뛴다.

아무리 Royal Club의 홈 경기장이라도 고작 밴픽 단계에서 이만한 환호는 의아하다.

〈패기의 배인입니다 Royal club!〉

〈이건……, 단순한 패기라기 보다는 초반 밴부터 시작된 설계 같습니다.〉

그럴 만한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배인.

예나 지금이나 프로 레벨에서 흔하게 나오는 챔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즈는 한다.

자신의 시그니처 챔피언이라 공언할 정도다.

절대 함부로 꺼낸 것이 아니기에 그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와, 지금 메타에서 배인을……

-우즈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지ㅋㅋ

-믿고 있었다고 젠장!

-핑크스나 꼬그모 나오면 어떡해? 뚝배기 깨지는 거 아님?

시청자들이 하고 있는 고민.

Royal Club의 코치진이 안 했을 리 없다.

해설진의 설명대로 초반 밴부터 시작된 설계다.

〈V5는 아무래도 생존기 있는 원딜을 하겠죠?〉

〈치비르 아니면 이즈레알 양자택일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V5는 상체가 빈약하다.

원딜센스 메이커를 하는 팀도 아니다.

결국 원딜은 재량껏 알아서 생존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존기가 필수.

그것이 있는 부시안과 고르키가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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