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비르와 이즈레알도 나쁜 챔피언은 아니지만.
'어느 쪽이 나와도 배인으로 할 만하지.'
우즈는 굉장히 신이 나있다.
최근 LPL의 수준이 너무 올라갔다.
특히 EDC라는 강력한 라이벌까지 생겼다.
패배하자 안티들의 질타가 쏟아진다.
최근 기분이 찌뿌둥했던 이유다.
피 말리는 접전에서 벗어나 간만에 자신의 시그니처 챔피언으로 캐리력을 내뿜는다.
"우즈, 바텀 자신 있지?"
"6레벨 빌지워터 타이밍에 1킬만 먹여주면 될 거 같은데?"
"……그래."
프로씬에서의 밴픽은 섬세하다.
바텀에 엄청난 투자를 하면 여유가 없다.
동선까지 바텀에 다 쏟으면 게임 진행이 불가능하다.
우즈도 그 정도 이해는 있다.
애초에 배인인 이상 당연한 일.
초반 주도권을 포기하고 파밍만 해야 한다.
'몰락만 뜨면 내 세상이야.'
그 전까지가 고통스럽다.
하지만 상대가 이즈레알이다.
Q만 적당히 구르기로 피해주면 별 문제가 안된다.
싱글벙글 우즈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가지 않는다.
그만큼 게임에 임하는 자세가 가볍다.
그도 그럴게 상체가 든든하다.
─퍼스트 블러드!
진행되는 첫 번째 세트.
선취점이 난 지역은 미드였다.
날카로운 갱호응과 갱킹이 조화를 이룬다.
〈결국, 결국 잡았습니다 선취점을 거둔 건 사오후!〉
〈리심의 갱각도 매서웠지만, 사전 딜교환과 호응이 완벽했습니다.〉
안일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상대의 플레이가 그냥 좋았다.
리플레이가 송출된다.
하아!
쏘아진 음파를끠즈?날렵하게 피했다.
재롱잔치가 있으니 어렵지 않은 일.
문제는 그 이후의 상황이었다.
리심이 방호를 타고 땅을 찍는다.
레드가 묻은 평타를 바른다.
어쩔 수 없이 빠지는 점멸.
「병사들이여, 진격하라!」
그 위로 아자르의 죽창이 꽂힌다.
아슬아슬한 차이로 잡히고 만다.
힘의 차이를 보여주는 광경이다.
-아니, 저걸 잡을 생각을 하네……
-딜교환을 찍어 눌렀으니 가능하지
-시작 좋은데?
-Royal은 상체도 잘해ㅋㅋㅋㅋ
일련의 킬각은 프로라도 일일이 계산하고 설계할 수 없다.
저거 왠지 좀만 더 치면 죽을 거 같은데?
순간적인 센스가 바탕이 된다.
수준 높은 선수들만이 가능한 개인기다.
그 수준이 받쳐준다는 이야기다.
우즈가 워낙 유명하고, 막강한 캐리력을 자랑하는 탓에 원맨팀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Royal Club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화염방사기 출력 전개!」
탑라인에서도 딜교환이 격하게 진행된다.
람블이 나루를 향해 불찜질을 시작한다.
이를 받아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울지언데.
하아!
리심의 음파가 날아온다.
한 대 맞아보자 죽을 것 같다.
나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점멸이 빠진다.
〈선취점에 이어 유효갱까지! 정글 차이가 초반부터 엄청난데요~.〉
〈사실 정글 차이라고 하기에는 트래쉬 선수도 억울한 감이 있을 겁니다.〉
뒤늦게 온 탈리반 3세.
귀환한 나루의 빈 자리를 서성이며 지킨다.
CS를 받아먹는 뒷모습은 처량하게도 느껴진다.
「小于先生」
1분 전。
트래쉬도 LCD에 있을 때는 잘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안타깝네
-LCD는 라이너가 셌으니까
-저렇게 털리면 정글러가 할 게 없지
-갱 못 가는 정글러는 할 말이 있고?
-개백정들 이 악물고 실드 치는 거 보소ㅋㅋㅋ
V5와 Royal Club.
똑같이 하체에 비중을 둔 팀이지만 %가 전혀 다르다.
Royal Club에게 있어 하체는 혹시 모를 안전 벨트, 보험에 불과하다.
상체만으로도 충분히 게임을 이길 수 있다.
그러지 못하는 경기에서 하체의 역할이 필요할 뿐.
이처럼 상체가 활약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반반만 가도 충분하다.
〈배인이 CS가 몇 개 밀리긴 하는데 유의미한 격차는 아니잖아요?〉
〈첫 귀환 전까지 힘든 거지, 흡칼만 뜨면 결국 이즈레알과는 반반 파밍하는 그림이 나옵니다.〉
배인답게 다소 고통은 받고 있다.
하지만 한나의 실드를 받으며 버텨낸다.
라인전이 약한 이즈레알의 압박은 한계가 명확하다.
-바텀 CS 차이ㅋㅋㅋ
-알파카한테 털린 좆거품쉨
-롤알못 새끼들 배인인 거 안 보이냐?
-응 배인으로 반반만 가도 한타 터트려~
전세계 어느 스타가 그러하듯, 인기가 많으면 안티도 많다.
우즈를 싫어하는 몇몇 팬들의 지적.
그리고 실드를 치는 우즈의 팬들.
어느 쪽도 일리는 있지만 이번에는 후자의 손이 들리는 게 사실이다.
서로 적당히 파밍하는 구도라면 이즈레알보다 배인의 성장 기대치가 훨씬 기대된다.
특히 우즈의 배인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서슴없는 앞구르기, 앞점멸로 만드는 킬각은 프로 선수들 사이에도 악명이 자자하다.
─V5 마왕(이즈레알)님이 Royal 우즈(배인)님을 처치했습니다!
조금 다른 의미로 악명이 자자하게 될 예정이 됐다.
안전 벨트가 느슨해진다.
이즈레알은 특유의 안정성 때문에 프로씬에서 꾸준하게 사랑 받는 챔피언이다.
하지만 솔로랭크에서는 평판이 안 좋다.
서포터가 기피하는 원딜 1순위.
「노머고 하면 던짐.」
「이즈 하면 바텀 버림.」
노머고=이즈레알.
천상계에서는 실제로 흔한 일이다.
브론즈, 실버가 아니라 최소 다이아 이상이 말이다.
'옛날의 그 20밴 친구처럼.'
그런 극단적인 인간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그렇기에 더욱 의아하다.
야흐오 같은 복불복 챔피언도 아니고 왜?
서포터 입장에서 이즈레알이 골 때리기 때문이다.
라인전도 약하고, 키우는 보람도 없다.
점수대가 낮으면 못하는 이즈레알만 만나니 그렇게 착각할 만도 하다.
피융!
데구르……
마법 화살을 날리자 배인이 굴러서 피한다.
상관없다.
다가가 평타로 툭툭 건드린다.
'물론 내가 더 아프지.'
배인은 평타 강화 스킬이 있다.
이즈레알은 그런 거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이즈가 멀리서 스킬 견제만 날려댄다.
상대 입장에서는 그것만 피하면 된다.
그러니 라인전이 약하고, 서포터들이 싫어하는 것이다.
할 줄 아는 이즈는 전혀 다르다.
챵! 챵!
투웅!
배인의 대응은 깔끔하다.
평타 두 대에 더해 선고.
은탄의 3타를 노리는 이상적인 딜교환이다.
배인이 이즈를 상대로 라인전이 쉬운 이유다.
미니언을 끼고 싸우면 질 일이 없다.
그렇게 밀려남과 동시에.
파삭!
노란 화살이 배인을 긁는다.
서로 깎인 체력의 총량.
소폭이나마 이득을 보고 있다.
'두 대 때릴 때 세 대 때리면 돼.'
그것이 안될 이유가 없다.
공격 속도가 확연히 차이 난다.
이즈레알의 패시브가 가진 효과 덕이다.
5스택을 쌓으면 50% 증가.
흔히 무시 당하는 경향이 있지만 잘 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초반에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의미가 있다.
툭!
철써덕~!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안이하게 CS를 먹기 위해 기어 들어온다.
그런 배인을 향해 앞비전-점멸이 떨어진다.
'별 거 아닌 잡기술인데.'
점멸-앞비전과 달리 보고 반응하는 게 불가능하다.
상대가 아무리 피지컬에 자신이 있어도 말이다.
그 자그마한 차이가 킬각을 만든다.
코앞에서 마법 화살을 박으며 평타.
인어의 파도가 넘실거리며 싸대기를 친다.
그 불의의 습격에 배인은 뒷걸음질이 고작이다.
'선고가 빠졌잖아.'
심지어 느려졌다.
빠른 공속으로 멈추지 않고 툭툭 때린다.
한나가 점화를 걸고 응전해 오지만 결국.
─적을 처치했습니다!
두 번째 마법 화살이 적중하며 마무리된다.
사실상의 바텀 솔로킬이다.
라인전을 찍어 누른다.
옛말에 이런 격언이 있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개씹소리라고 생각하는 말이다.
'장인이 더 좋은 도구를 쓰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겠지.'
그런 게 가능했다면 프로 선수들도 챔피언폭 안 늘린다.
저격밴 안 당하는 한두 개만 미친 듯이 연습할 것이다.
최대치로 잘 써도, 약한 챔피언은 약하다.
어설픈 도구로도 최상의 결과를 낸다.
방금 내가 해낸 건 그것 뿐이다.
풀스택 평타로 딜교환 이득.
각이 나올 때 앞비전 킬각.
'그리고 서포터의 상성도.'
인어의 힐은 한나의 실드를 상대로 우위에 선다.
회복과 공격을 동시에 겸비했다.
대신 단점도 명확하다.
생존기가 적다.
라인 푸쉬가 안된다.
위 두 가지의 단점이 배인-한나를 상대로는 상관이 없다.
샤라라락-!
라인전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즈레알의 궁극기가 적을 긁는다.
여눈을 사오고 더 강력한 견제를 퍼붓는다.
'흔히 오해를 많이 받는 부분이지.'
이즈레알이 노머고 소리를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눈에 있는 건 마나 뿐이니까.
심지어 일부 해설자들은.
《더블 킬을 먹어도 추가 AD가 오르지 않는 챔피언이에요!》
이런 신랄한 비평을 쏟아내기까지 한다.
실제로 일리가 있는 말이다.
숙련도가 떨어지는 이즈레알에 한해서는.
피융!…
안 맞아도 상관없는 각.
마법 화살을 쏘며 거리를 좁힌다.
평타를 툭! 치자 소스라치게 도망치는 배인을 향해.
파삭!
미니언을 무시하는 노란 화살을 긁는다.
광채의 칼이 묻어난 평타.
마나가 넘친다는 점을 유의미하게 활용한다.
'절대 쉬운 일은 아니긴 해.'
높은 스킬샷 적중률.
지속적인 패시브 관리+ 마나 관리.
상대의 역습을 대비해 미묘한 거리 조절까지.
라인전에서 생각해야 할 부분이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어중간한 숙련도로는 포킹 챔피언으로 전락하는 게 이즈레알이다.
보이는 이상으로 난이도가 높은 원딜러다.
피융!
파삭!
CS에 손대려고 할 때마다 엄포를 놓는다.
촉촉히 쌓여나가는 견제.
누적되는 체력 손해.
'라인 관리는 덤이고.'
배인으로 하여금 플레이에 압박감을 심어준다.
간혹 겁을 상실하고 덤비는 건.
툭, 툭!
빠른 속도로 두들긴다.
풀스택 패시브 덕분이다.
숙련자는 적절한 스킬 배분으로 패시브를 항시 유지시킨다.
상대가 언제 덤벼도 패대기칠 수 있도록.
역으로 흠씬 신명나게 두들겨 패준다.
딜교환을 꿈도 꾸지 못하게 만든다.
'평소 상대해온 이즈레알과는 많이 다를 거야.'
리심과 마찬가지로 오래 사용된 챔피언이다.
쓰면 쓸수록 무르익는 무언가가 있다.
마치 김치처럼 묵어야 맛이 난다.
그 맛을 모를 중국인이다.
감히 배인을 꺼낸 걸 치를 떨 만큼 후회하게 만들어준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물론 바텀은 바텀이다.
내가 선전을 해야 실낱 같은 희망이 생기는 게 요즘 경기의 느낌이다.
예상한 대로 상체가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할 만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