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과 미드가 한 번씩 죽은 정도.
그 이상의 스노우볼은 굴러가지 않았다.
당장 CS 차이만 봐도 심각하다는 느낌은 없다.
슈룽~!
나루의 부메랑이 근거리 미니언을 관통한다.
동시에 분노가 점점 차오른다.
라인전 버티기가 좋으며, 갱킹에도 강하다.
슈우웅……!
미드에서는끠즈?텔레포트를 탄다.
한참 쳐맞다 복귀텔을 쓸 때의 달콤함.
담배 연기까지 마시며 고생을 한 보람이 있다.
'텔을 들면 한 번 죽어도 봐준다는 느낌이 있어서.'
갱을 당했을 때 가장 결정적인 피해.
상대에게 킬을 주는 게 아니라, 미니언 웨이브가 포탑에 먹히는 것이다.
텔레포트가 있으면 후자가 커버된다.
갱호응 하는 쪽이 보통 CS 손실을 감수한다.
상대의 복귀 타이밍에 와드도 박을 수 있다.
기타 등등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득까지 포함하면 계산서가 나름 받을 만하다.
라인전이 약한 유저, 혹은 챔피언이 미드에 설 때 사용하는 편법.
미드 텔레포트가 일반화가 되지 않은 현재는 요긴하다.
운용법을 구체적으로 몰라도 된다는 점도 좋다.
게임 구도가 할 만해진다.
* * *
일방적인 우세가 예견되었던 경기다.
실제 그렇게 되는 듯한 흐름이었다.
「병사들이여, 진격하라!」
미드 라인의 압박이 거세다.
아자르가끠즈?푹푹 찌른다.
「화염방사기 출력 전개!」
탑라인도 람블이 주도권을 꽉 잡고 있다.
Royal Club이 우세를 점하는 그림이다.
샤라라락-!
그래야 했는데.
정조준 사격이 배인을 노린다.
맞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다.
〈일단 한나가 궁극기 펼쳤습니다. 살리긴 했는데…….〉
〈어, 어! 이즈레알 앞비전!〉
한나가 궁극기를 펼쳐 살렸다.
체력을 채워 라인 유지력까지 도모한다.
그 보잘것없는 동아줄을 단칼에 잘라버린다.
피융!
파샥!
앞비전 이후 떨어지는 이즈레알의 풀콤보.
한나의 힐량을 가볍게 상회한다.
깜짝 놀라 도망가려는 한나를 향해.
「해일이당!」
인어의 궁극기가 쏟아진다.
점멸을 써도 휩쓸리는 범위다.
생겨버린 틈을 놓치지 않고.
─V5 마왕(이즈레알)님이 Royal 래이(한나)님을 처치했습니다!
깔끔하게 스킬샷을 적중시키며 잡아낸다.
또다시 바텀 솔로킬.
그 의미는 무겁게 다가온다.
「상어다!」
부랴부랴 바텀 백업을 가려던 아자르.
끠즈?궁극기가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가는 것에 한눈 팔린 나머지 생각을 못했다.
〈아자르 점멸 빠졌어요?〉
〈미드에서도 실수가 나오면서 게임이 갑자기 묘해지고 있습니다……!!〉
사소하다면 사소할 실수.
하지만 흔들리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아자르가 바텀 동선이 저지된 것은 분명 뼈아프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바텀 1차를 지킬 인원이 없다.
포탑 골드를 먹으며 이즈레알이 무럭무럭 성장한다.
상체가 득점하고, 우즈가 화룡점정을 찍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게임이 흔들리고 있다.
이~쿠우!
물론 어떻게 보면 해프닝이다.
상체 차이는 여전히 크다.
반대쪽 탑라인.
방호로 파고든 리심이 나루를 차낸다.
─Royal 리샹(리심)님이 V5 웨이린(나루)님을 처치했습니다!
채 분노가 차지 않은 미니 나루.
람블의 불이 지져지며 살살 녹는다.
그 죽음 또한 한 가지 필연으로 연결된다.
〈탑 1차까지 가져오겠는데요!〉
〈탑라인 갱킹이 성공하면서 Royal Club이 다시 분위기를 가져오는 것 같죠?〉
눈에 띄는 글로벌 골드만 해도 그러하다.
실상은 조금 더 적나라하다.
용의 개수, 미니맵의 시야. 상체의 힘 차이.
게임은 여전히 Royal Club이 리드하고 있다.
흘러갈 전망 또한 더 밝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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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伍?在笑」
5분 전。
이 사진 보면 뭐가 느껴지냐?
빠르다고 하는 경주견도 야생의 치타에게는 한낱 개일 뿐이다.
몇 초 늦게 출발하더라도 금방 따돌릴 수 있는 아예 종자가 다른 놈이다.
우즈는 현재 치타처럼 고고하게 관망하고 있다.
마왕이 아무리 날뛰어봐야 치타 앞의 경주견.
결국 승리는 우즈가 할 게 뻔하다.
-우즈는 밸런스를 위해 잠시 쉬고 있을 뿐이야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
-원래 배인은 3킬 5데스부터 시작인 거 알지?
-Royal! Royal! Royal! Royal! Royal! Royal! Royal!
게임의 상황을 빗댄 문구다.
배인이 말린 것은 맞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야생의 치타처럼 본래의 진가를 보여줄 것이다.
그것이 우즈라는 선수가 가진 가치.
그리고 배인이라는 챔피언이 가진 기대치.
두 가지가 어울려진다면 불가능도 가능으로 만든다.
적어도 중국팬들은 그리 믿고 있다.
라인전 손해는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전체적인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실수를 해프닝이라 부른다.
「병사들이어, 진격하라!」
그런 결과론적인 해석이 안될 것도 없다.
Royal Club도 우즈의 실력을 알고 있다.
성장할 시간만 조금 벌어주면 된다.
아자르가 듬직하게 미드를 수호한다.
수성 하나는 누구보다 잘하는 챔피언.
전체적인 상황도 유리한 만큼 여유가 있는데.
피융!
철써덕~!
돌발적인 앞비전으로 짓밟아버린다.
미드에 올라온 이즈레알이 살짝 미쳤다.
무서운 것도 없는지 대놓고 툭툭 때려온다.
내가 아자르인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 순간의 망설임이 죽음으로 이어지고 만다.
샤라라락-!
아자르가 드리프트한 위치.
예상되는 지점을 긋고 지나간다.
애석하게도 피할 각도도, 상황도 나오지 않았다.
〈자, 잡혔습니다. 죽었어요!〉
〈앞서 점멸이 빠졌던 장면이 이런 식으로 이어지나요?〉
허무하게 빠졌던 점멸이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따라 잡혀버린 킬 스코어.
관중석을 가득 메운 Royal팬들이 술렁인다.
-사오후 이 멍청한 새끼!
-아자르 들고 미드 하나 못 지키다니 ㅡㅡ
-왜 Royal은 더 비싼 미드를 안 산 거지?
-괜찮아. 이런 난세일수록 우즈의 캐리력이 빛을 발하게 돼있어
채팅창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가장 거대한 팬덤을 자랑하는 Royal Club.
믿기지 않는 공포감이 서서히 짓누른다.
이즈레알은 단점이 생각보다 많은 챔피언이다.
스킬샷 의존도가 높다.
치명타, 혹은 AS딜러가 아니라 유통기한이 붙어있다.
비전이 사기적인 생존기 같아도 낮은 이속, 낮은 체력 탓에 생각보다 생존력이 빈약하다.
'툭 치면 억하고 죽는다고.'
그래서 굉장히 보편화된 챔피언임에도 불구하고 충이 많다.
그중에서도 악명 높은 게 앞비전충.
내가 가장 잘하던 짓이다.
「병사들이여, 진격하라!」
아자르는 대표적인 수성 챔피언이다.
까다로운 상대지만 약점만 파고들면 쉽다.
이렇듯 라인 푸쉬를 위해 스킬이 빠졌을 때.
툭!
철써덕~!
앞비전으로 과감하게 들어간다.
평타를 툭 묻힌 시점에 Q각이 보인다.
인어의 버프 스킬이 비누 방울이 가진 슬로우 덕이다.
피융!
파삭!
아자르는 스킬이 빠지면 이동도 마음대로 못한다.
보이는 것보다 자유로운 챔피언이 아니다.
심지어 스킬을 쓸 때마다 굳는 동작이 있다.
샤라라락-!
스킬샷 맞히는 게 비교적 간단하다.
뒤늦게 드리프트로 도망가도 마찬가지다.
'챔피언이 의외로 꽤 정직해서.'
스킬 거리만 파악하면 거의 백발백중으로 맞힐 수 있다.
정조준 사격이 예상 지점을 훑고 지나간다.
─V5 마왕님이 학살 중입니다!
방심하고 있던 아자르를 솔로킬.
서포터의 버프가 있긴 했지만 그런 느낌이다.
미드 라인을 받아먹으며 여차할 때 킬각을 잡는다.
'차후 대회에서는 꽤 흔해지는 장면이긴 한데.'
라인전 끝나자마자 미드 올라와서 지랄한다.
멀리서 스킬 날리면서 깔짝깔짝 주구장창.
흔해지는 수준을 넘어 적폐의 반열에 오른다.
그로 인해 저격 너프도 많이 받고.
하지만 그만큼 좋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운영이 발달한 LCK에서 자주 쓰이는 이유가 있다.
─아군이 Royal 리샹(리심)을 지목!
포킹 챔피언이 미드에 있다.
시야 잡기가 한결 편해진다는 소리다.
서포터도 함께 있으니 효율성은 배가 된다.
넓어진 시야를 바탕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한다.
프로씬에서 이 차이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
이즈레알이 괜히 적폐가 되는 게 아니다.
피융!
파삭!
현재 시점에서는 그렇지 않다.
일련의 운용법이 정돈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런 돌발적인 앞비전에.
'면역이 있을 리 없으니까.'
백업을 오는 리심을 마중해준다.
던져오는 음파는 이미 대비가 돼있다.
먹히지도 않을 반격을 한 탓에 더 맞기만 한다.
피융!
비누 방울이 묻은 평타를 툭툭 치며 쫓아간다.
두 번째 마법 화살이 허공을 가른다.
못 맞힌 게 아니라 피한 거다.
"점멸 뺐네. 미드 중앙에 와드 박고 귀환."
"어, 어!"
돌발적인 앞비전.
잘만 활용하면 이득을 만들어갈 수 있다.
원딜러임에도 초중반 플레이메이킹이 가능하다.
그것이 이즈레알을 하는 이유.
미드에서 농성하는 운영이 생긴 이유.
물론 누구에게나 허락 받은 짓거리가 아니다.
치잉-!
아이템을 사와 더 강력한 견제를 쏟아낸다.
빌지워터의 해군칼을 바르고 평Q.
아자르의 체력이 움푹 파인다.
나는 피흡이 된다.
아자르는 그런 거 없다.
그 대치 구도의 압박감이 상대에게도 와 닿는다.
「초월을 이루었노라!」
아자르가 병사를 소환해 짧게 대쉬한다.
이어진 점멸 궁극기.
기다렸다는 듯이 과감한 스킬 사용이다.
밑에서는 리심이 훅- 방호로 올라온다.
상대가 어떤 그림이 그리고 있었을까.
어렴풋, 아니 대놓고 추측이 간다.
'어림도 없지.'
앞비전 습격에 농락 당했을 때.
반격을 하는 건 가장 흔히 하는 상상이다.
실제로 위험 부담이 높아 앞비전충이라는 말까지 생기게 된다.
파삭!
툭!
뒷점멸로 피한다.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잇는다.
위 두 가지 반응이 더해지자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샤라라락-!
「해일이당!」
휩쓸고 지나간다.
아자르의 시체만이 남는다.
그 위로 앞비전을 다시 한 번 짓밟으며.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V5 마왕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점멸이 빠진 리심까지 잡아낸다.
카운터 펀치.
상대의 동작이 클수록 그 위력은 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