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카운터를 못 쳤으면 그대로 뒤지는 거고.'
혹은 아무런 이득도 못 보고 점멸이 빠졌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다음 차례 공격에 위험해진다.
지극히 리스크 높은 외줄 타기.
이즈레알이 평범한 픽 같아도, 의외로 선수 기량을 엄청나게 탄다.
반응도 반응이지만 여러가지를 복합적으로 필요로 한다.
단순한 스킬&스펠 계산.
망설임 없는 점멸의 판단.
높은 스킬샷 적중률과 카이팅.
'그리고 감은 연습을 한다고 느는 게 아니잖아.'
상대가 방심하는 순간.
흐름을 끊듯이 들어가는 게 앞비전의 기본이다.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보니, 탑급 선수들도 컨디션이 안 좋거나 하면 소화를 못한다.
매 시즌, 이즈레알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선수는 전세계에서 다섯 명도 안된다.
그 안에 여유롭게 포함된다.
경기의 흐름을 가져온다.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수성할 인원이 없으니 당연한 이치.
경기의 스코어를 역으로 앞선다.
글로벌 골드도 뒤집어졌을 것이다.
'실질적인 차이는 그 이상이지.'
이 시기의 이즈레알은 마나소드를 잘 안 갔다.
이유는 라인전부터 이어진다.
풍부한 마나를 기반으로 유리함을 점하는 운용법이 확립되지 않아, 딜로스라는 단점만 부각된 탓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고, 마나소드를 올렸다.
20분을 기점으로 포텐셜이 터진다.
조용한 쇼타임의 시간이다.
* * *
Royal팬들은 믿고 있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한타에 접어들면 우즈가 분명 캐리할 것이다.
데구르……!
그 믿음에 회답을 보낸다.
사이드 라인.
우즈의 배인이 수풀에서 튀어 나왔다.
슈룽~!
나루의 부메랑을 피하며 몰락을 쭉-! 빤다.
자신이 어째서 배인을 픽했는지.
그 이유를 보여주는 카이팅이다.
하지만 탑솔러다.
아직은 힘이 빠질 시기도 아니다.
레벨 차이를 바탕으로 버티며 들어간다.
꾸웡!
기가 나루로 변하며 매섭게.
공중에 뜬 잠깐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배인이 선고로 밀어내며 거리를 유지시킨다.
챵! 챵! 타앙!
진입기가 빠졌을 때 비로소 일방적인 타격이 시작된다.
나루는 어쩔 수 없이 점멸이 빠진다.
그 시점에서 이미 죽었다.
이~쿠우!
Royal Club의 공식이다.
우즈가 싸우고 있다.
이 말은 늦든 빠르든 백업이 무조건 온다의 동의어다.
무조건은 그냥 무조건이다.
우즈 한 명을 위한 팀.
일련의 표현을 단순한 우스갯소리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와아아아아-!
관중석의 함성이 쏟아진다.
드디어 우즈가 킬을 먹었다!
심지어 포탑 골드까지 홀로 독식한다.
〈미드에서 생긴 손해는 뼈아프지만……, 이러면 배인도 결과적으로 꽤 성장을 했죠?〉
〈맞습니다. 킬이랑 포탑 골드까지 먹으면 코어템이 얼추 완성되겠네요.〉
우즈의 캐리를 위해 팀이 전적으로 밀어준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팬들도 팀원들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출발한다. LPL의 치타 우즈가…….
-V5의 경주견들이 긴장하기 시작한다!
-한타는 배인이지
-앞비전 활 때 콱 죽여버려!
오프라인도, 현장도 팬들의 흥분이 달아오른다.
그동안 사실 맞고만 있었다.
미드에서 속 터지는 광경이 수없이 연출됐다.
하지만 한타에서는 우즈가 활약할 수 있다.
그 밑바탕이 되는 성장을 충분히 해냈다.
팬들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상상.
피융!
파삭!
현실과는 다분 차이가 있었다.
이즈레알의 포킹이 쏟아져 온다.
그 한 방, 한 방의 위력이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샤라라락-!
완성된 마나소드의 추가딜이 묻어있는 탓이다.
궁극기와는 상관없지만 그냥 아프다.
스킬샷 적중률이 멘탈을 흔든다.
피융!
슈욱……!
그런 상황에서 선까지 넘어온다.
앞비전으로 아자르를 긁는다.
평타와 Q스킬, 몰락을 쭉 빨며 얄밉게 빠져나오자.
「기가 갤럭시 브레이커!」
참지 못하고 걸어버린다.
람블의 궁극기가 대지를 적신다.
가히 LPL다운 막싸움이 펼쳐지게 된다.
챵! 챵! 타앙!
대치 구도에서 갑작스레 한타가 열렸다.
이유야 어찌 됐건 결과가 중요하다.
팬들의 시선이 가장 쏠려있다.
우즈의 배인이 날뛴다.
궁극기를 켜고 카이팅한다.
시그니처 챔피언인 이유를 증명하고 있다.
─더블 킬!
배인이 가진 딜 기대치.
앞라인 힘 차이까지 더해진다.
일어나버린 한타는 얼핏 잡아먹는 듯도 보였다.
─V5 마왕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즈레알이 다시 나타나기 전까진.
상대의 보급이라 할 수 있는 한나를 끊었다.
그리고 어느새 나머지 인원도 체력바가 젖어있다.
피융!
파삭!
본대가 싸우는 동안 이즈레알이 잡은 포지셔닝.
측면에서 쉴 새 없이 계속 날려 댔다.
포킹의 특성상 점사가 힘들다.
─더블 킬!
트리플 킬!
하지만 박은 딜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다.
체력이 적은 순으로 마무리가 된다.
수확하듯 깔끔하게 쓸려 나간다.
한타 구도가 180도 뒤집힌다.
깊이 들어간 배인은 오히려 갇혔다.
회심의 앞구르기로 역킬각을 노리려는 걸.
─쿼드라 킬!
밟아서 터트려버린다.
마치 그런 느낌이 드는 광경이다.
마나소드가 완성된 이즈레알의 앞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누킹이다.
은신을 하든, 숨어있든 자동으로 찾아가 죽인다.
팬들이 기대했을 한타.
전혀 다른 느낌으로 원딜 차이가 두드러진다.
〈쓰, 쓸렸습니다! 한타 대승 V5!〉
〈아자르가 딜을 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확 무너지진 않았을 텐데…….〉
Huaxi Live Esports Center.
Royal Club의 홈 경기장이다.
대부분의 관중석을 Royal팬들이 채우고 있다.
해설진 입장에서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쏟아지던 함성이 뚝- 끊긴 것만 봐도 안다.
하지만 탓을 하기에는 너무 명백하다.
피융!
슈욱……!
방금 전, 한타의 리플레이.
그 시작을 누가 열었는지 보인다.
이즈레알의 앞비전이 이성의 끈을 끊었다.
아비규환을 만들어버리고, 본인은 빠진다.
포지셔닝을 잡으며 각 잡고 때리기 시작한다.
쏟아져 오는 포킹에 아자르는 딜을 할 수가 없다.
앞서 이미 반피가 뽑혔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즈레알의 포킹은 쏙쏙 박힌다.
위치 선정부터, 카이팅 능력까지 완벽하다.
─블루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굴러가는 스노우볼 또한.
V5가 바론을 수거해 간다.
Royal Club에 있어 복구 불가능한 치명타다.
「병사들이여, 진격하라!」
미드는 그나마 아자르가 있다.
눈물의 똥꼬쇼를 하며 막고는 있다.
피융!
파삭!
문제는 사이드 라인.
배인도, 람블도 수성과는 거리가 멀다.
대치 구도에서 뭘 할 수 있는 챔피언이 아니다.
샤라라락-!
얻어맞는 쪽의 챔피언이지.
포킹을 맞고 느려진 우즈를 갈라버린다.
어찌저찌 간발의 차이로 목숨은 부지했으나.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무너지는 소리밖에 안 들린다.
포탑이 밀리고, 발 디딜 공간이 좁아진다.
포킹이 더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치타 어디 감?
-하고 있잖아 이즈레알ㅋㅋ
-오우~ 우즈 언제 이즈도 연습했대
-역시 중체원! 못하는 원딜이 없어 깔깔깔!
벼르고 있던 안티들이 한 마디씩 툭툭 던진다.
Royal팬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반박을 하기엔 너무 확연해.
배인의 존재감이 지워져 있다.
이즈레알밖에 기억이 안 남는 경기다.
첫 세트 패배의 여파는 결코 작을 수가 없었다.
카메라에 잡힌 우즈의 볼살이 파르르 떨린다.
고집이 불러온 패배.
Royal Club의 부스 안은 초조할 수밖에 없다.
패배 원인이 무엇이든, 지분이 누구에게 있든 그런 건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우즈의 기분이지.
모름지기 그런 팀이다.
코치진도, 선수들도 눈치를 보기 급급하다.
'어떻게?'
장본인이 한 마디 말도 없이 앉아있기 때문이다.
패배의 충격이 엄청난 걸로밖에 안 보인다.
실상은 조금 달랐다.
충격은 충격이지만 신선한 충격.
우즈는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이 있다.
원딜 캐리에 대한 고집으로도 이어진다.
「내가 이즈레알을 하면 다른 원딜과 차이가 없잖아?」
유틸, 혹은 안티 캐리형 원딜은 일절 하지 않는다.
오만이 아닌, 자부심에서 비롯된 고집이다.
소 잡는 칼을 닭 잡는데 쓸 이유가 없다.
중국 최고의 원딜러.
롤드컵 준우승 2회의 타이틀.
세체원를 꼽을 때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우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캐리형 원딜러를 잡을 때 가장 빛을 발한다.
그 누가 뭐라 해도 흔들린 적이 없는 생각이다.
'이즈로 그런 하드 캐리가 가능해?'
마왕의 플레이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이유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이길 수밖에 없다.
실력의 고하를 논할 이야기가 아니다.
팀원들의 실력 차이.
챔피언이 가진 기대치 차이.
승리를 확신하는 이유가 두 가지나 있었다.
"우즈 상태가 안 좋은데요……?"
"건들지 마. 물려."
"스스로 피드백 하고 있겠죠 뭐."
딱히 깨달음을 얻은 건 아니다.
그냥 멍- 때리고 있을 뿐이다.
배인 장인으로서 자존심이 깨진 것보다 더 심한 충격 탓에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된다.
사실상의 멘붕 상태.
지켜보는 코치진과 선수들은 혀를 찬다.
저런 상태의 우즈는 경기력이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다.
'마왕의 실력이 우즈보다 아래인 거 같지도 않고…….'
게임 한 번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감상이 들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상대가 실수해주지 않는 이상 힘들다.
패배를 반쯤 받아들인 채 경기에 임해야 했다.
* * *
Royal Club은 너무나도 유명한 팀이다.
이전 생에서도 만나본 기억이 있고, 특징도 그냥 꿰고 있다.
'공략법이 간단하면서도 어려워.'
우즈를 겁나 팰 수 있으면 된다.
나 뿐만 아니라 웬만한 프로팀의 코치들, 아니 일반 유저들조차 그 정도는 안다.
원딜 비중이 워낙 높은 팀이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면 우즈의 멘탈적인 측면도 강조된다.
실력 하나는 한국, 중국, 전세계에서 인정을 안 하는 사람이 없지만 멘탈적인 부분은 별개로 본다.
멘탈이 깨지는 순간이 오면 경기력이 확 무너진다.
이전 세트처럼 말이다.
그런 만큼 다음 세트의 승산도 높게 본다.
팀이 1승 3패, 상당히 힘든 상황이기에 그 의미는 더욱 각별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