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리반 3세가 뚜벅뚜벅 걸어와 궁극기를 박는다.
그리고 깃창으로 빠져 나간다.
평타 한두 방이 아쉽다.
속박을 맞은 것도 감점 요소다.
그런 자잘한 미스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타, 탕!
「세나의 복수다!」
앞선 딜교환으로 체력을 빼놨다.
한 대 두들기는 것만으로 점멸이 빠진다.
도망간 적들을 향해 이름 모를 이의 복수가 쏟아진다.
─더블 킬!
V5 마왕님이 학살 중입니다!
아군의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된다.
설계를 바탕으로 유리하게 싸울 수 있다면 말이다.
트래쉬는 그럴 수 있는 성향을 가졌다.
'피지컬은 좀 쓰레기 같긴 한데.'
정글러답게 시야는 넓은 편이다.
내가 요구한 플레이를 잘 해내고 있다.
물론 요구를 한다고 잘 풀리리란 보장은 없다.
상대라고 넋 놓고 당하진 않을 테니까.
손바닥을 마주치기 위해 안간힘을 써온다.
본래라면 그래야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타, 탕!
푸슝!
귀환 후 진행하는 라인전.
앞대쉬로 핑크스를 친다.
쓰렉귀의 랜턴을 타고 빠져 나온다.
'캐리형 원딜 고집이 부린 폐해지.'
탑급 원딜러들은 다 자신만의 색깔이 있다.
LCD Gaming의 원딜러 임프트.
강력한 라인전을 자랑한다.
문제는 그 자신감이 과하다.
웬만한 상성은 극복하려고 해버린다.
핑크스를 뽑아온 걸 후회하게 만드는 중이다.
정글러의 2렙갱.
바텀 주도권을 활용한 시야 장악.
타이트한 딜교환과 다이브도 전부 이어진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LCD 플레잉님이 학살 중입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상체다.
잘 생기고, 패드립 잘하는 양반이 솔킬도 잘 딴다.
플레잉 선수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전형적인 탑신병자 선수지.'
차후에는 관록이 쌓이지만 현재는 아직 이르다.
탑 라인의 패배.
미드 라인의 안습함.
두 가지 모두 예상을 하고 있던 범주 내다.
이를 아무런 의미 없게 만들어버릴 수 있다.
* * *
일촉즉발.
용한타 직전이면 늘상 벌어진다.
서로가 팽팽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양보하기 싫다.
상체가 강한 LCD Gaming으로서는 더더욱.
박혀있는 와드 개수에서 의중이 보인다.
그렇게 긴장감이 고조되던 한타가.
슈우웅……!
허무한 귀환텔 한 번으로 종결지어진다.
아링이 코어템인 네크로노미콘을 구입해왔다.
〈LCD가포기하려는 움직임이네요.〉
〈지금 싸우기에는 산다라가 주머니도 무겁고, 마나 상태도 안 좋아서…….〉
주력 딜러의 코어템 차이는 무시하기 힘들다.
귀환을 했기에 컨디션도 만전의 상태다.
어쩔 수 없이 LCD는 용을 내준다.
상황을 고려한다면 최선의 판단이다.
해설진도 잘 참았다며 두둔하고 있다.
문제는 그 이후 벌어진 추가 손해였다.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용을 먹고, 내려가는 모션을 취한다.
점멸이 없는 LCD의 바텀은 뺄 수밖에 없다.
압박 받던 바텀 1차 포탑이 결국 깨지고 만다.
푸슝!
타, 탕!
그리고 잘 큰 V5의 바텀이 탑으로 올라갔다.
일련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눈 떠보니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가 있다.
"우리 바텀 안 올라와?"
"이 웨이브만 먹고. 잠깐만."
프로 대회에서 잠깐만이 통용될 리 없다.
그 잠깐 사이에 셀 수도 없이 쏟아진다.
타, 탕!
「재로 만들어주지!」
부시안이 대놓고 앞대쉬로 때린다.
코앞에서 궁극기를 퍼붓고 있다.
잘 큰 이랠리야가 맞고만 있다.
'이런 씨…….'
아마추어 시절이었다면 IMPT를 IPT로 만들었을지 모른다.
그 정도로 불같은 성격인 플레잉이다.
그럼에도 참는 방법밖에 없다.
쓰렉귀가 같이 있고, 탈리반도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들어가기는 쉽지만 나올 수는 없는 이랠리야.
섣불리 판단을 내릴 상황이 아니다.
─LCD 타베(거미여왕)님이 가고 있음을 알림!
그럴 만한 상황이 갖춰진다.
정글러가 드디어 올라오고 있다.
모르피나도 직선으로 거의 왔다.
미드 합류도 미니맵을 보니 좀 더 빠르다.
물약을 풀로 빨며 이 악물고 버틴다.
아군이 슬슬 도착하는 시점에.
「전선을 돌파해!」
플레잉의 이랠리야가 칼을 빼든다.
미니언을 타고 한순간에 질주한다.
노리는 대상은 당연히 부시안.
파샹!
타, 탕!
상대의 반응이 생각 이상이다.
닿기 직전에 평타와 함께 빠진다.
그래도 탄식의 망치가 가진 추가 이속을 믿고 접근했지만.
푸슝!
타, 탕!
빨라진 건 부시안도 마찬가지다.
맞혀둔 열십자 불길이 가진 효과.
아슬아슬하게 팔이 닿지 않고 있다.
촹!
철컹!
어쩔 수 없이 생진입에 대쉬기가 빠진다.
그 시점에서 잘못되었음을 느낀다.
하지만 뒤를 돌기에는.
─V5 마왕(부시안)님이 LCD 플레잉(이랠리야)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부시안의 카이팅에 농락 당해 죽는다.
팔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처절하게 마무리된다.
〈일단 본대가 거의 도착하긴 했는데…….〉
〈쓰렉귀가 랜턴 던지네요. 슈퍼 세이브라기에는 여유가 넘쳐요!〉
한 발 늦게 도착한 상대의 본대.
그 코앞에서 유유히 살아 돌아간다.
심지어 반대쪽의 상황도 심상치가 않다.
뻐엉!
빠직!
탑이 천상계 대전이라면 그 아래는 심해.
같은 게임 내에서도 극과 극으로 갈린다.
못 큰 나루와 핑크스의 혈전이 치러진다.
나루가 텔을 타면 안된다.
핑크스가 멀리서 견제를 퍼부었다.
사거리 차이를 이용해 제법 재미를 보았으나.
슈룽~!
맞는 쪽도 한 번은 각이 나온다.
나루의 부메랑이 스치고 말았다.
그 사소한 슬로우가 뚜벅이 원딜에게는 치명적이다.
두! 두두두!
그럼에도 임프트.
그 석자를 증명하는 듯한 카이팅이다.
체력이 약한 미니 나루라면 잡아 볼 만도 했다.
〈미니 나루는 참아도, 기가 나루는 못 참죠.〉
〈바텀에서도 동시에 사고가 터지면서 V5가 정말로 유리해졌습니다!〉
-정말로ㅋㅋㅋ
-웃음이 나오는 상황이 아닌데
-엥? LCD가 지고 있네
-진짜 이긴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도 한 선전이다.
상대가 어중이떠중이도 아니고 3위팀.
LCD Gaming의 위상은 앞서 해설진이 소개한 그대로다.
단순한 초반 리드에 불과하다.
어쩌다 조금 승기를 잡았을 뿐이다.
그렇게 해석을 하기에는 상황이 긴박하다.
탕!
탕!
이랠리야가 죽었다.
탑 라인 포탑이 철거되고 있다.
무심하게 박히는 총알 한 방, 한 방의 무게가 무겁다.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탑라인 1차가 무너지고 만다.
그 골드를 독식하며 무럭무럭 성장한다.
팀의 에이스가 큰다는 사실만으로도 압박인데.
촹! 촹! 촹!
한 번 제압을 당했던 이랠리야.
일단 바텀에 가서 라인 관리를 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뭔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용은 이미 먹혔다.
라인전도 강제로 끝났다.
포탑을 끼고 사리는 나루를 다이브 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잘 큰 이랠리야가 붕- 뜨게 된다.
* * *
바텀을 부수고, 탑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상정했던 가장 이상적인 흐름이다.
'플레잉은 운영적인 능력이 부족해서.'
라인전을 빠르게 끝낸다.
무리하는 걸 한 번 잡아 먹는다.
주도적인 플레이만 못하게 만들면 위협이 되지 않는다.
사이드에서 CS만 먹도록 두면 된다.
게임의 흐름에서 강제로 이탈시킨다.
그리고 나는 다음 행선지에서 압박을 시작한다.
푸슝!
타, 탕!
바텀, 탑에 이은 미드 순회 공연이다.
적당히 라인을 밀며 시야부터 넓힌다.
'이것만으로도 게임이 풀리지.'
라인전이 말렸던 탑과 미드.
사이드에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1차 포탑이 살아있는 어드밴티지 덕이다.
그에 반해 상대는 없다.
언제 어느 때 핑크스가 끊길지 모른다.
전체적인 구도가 안정적으로 유리하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런 이득이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와드를 박으려던 모르피나.
아군 미드&정글에게 기습을 당해 끊겼다.
아링과 탈리반 3세다.
못 큰 서포터 한 명은 찢어버린다.
그렇게 손해가 쌓이자 상대는 조급함을 느낀다.
꽈득!
파아앙!
산다라의 스킬샷이 매서워진다.
미드가 원딜러와 맞파밍하고 있다.
그 자체가 손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나도 싫어.'
이즈레알이었다면 앞비전으로 팍팍 때렸을 것이다.
하지만 부시안은 그런 진입각이 제한된다.
챔피언의 스킬 구성이 다르니 당연하다.
타, 탕!
푸슝!
이렇듯 상대가 막 나와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산다라가 자랑하는 스턴.
'앞대쉬로 맞으면 살짝 넉백되는 게 전부라.'
쫄 이유가 하나도 없다.
평캔을 극한으로 활용해 박아 넣는다.
패시브에 의해 대쉬기 쿨타임이 다시 돌아온다.
「세나의 복수다!」
구체를 피하며 궁극기를 쏟아낸다.
산다라도 마지막 발악으로 스킬과 스펠을 쏟아내지만.
─적을 처치했습니다!
V5 마왕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AP누커라고 한들.
주요 스킬 두 번쯤 피하면 별 거 없다.
아슬아슬한 점화는 쓰렉귀의 랜턴 실드로 버텨낸다.
'이렇게 플레이 메이킹까지 터지면 끝났지.'
단순한 솔킬이 아니다.
게임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설사 산다라가 죽지 않았어도 마찬가지다.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미드 1차 포탑.
바론 운영의 요추가 된다.
아군이 사이드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쉬워진다.
'팀의 합을 맞추는 건 요리를 하는 것과 비슷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