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5화 (145/201)

각각 스타일, 기본 입맛이 비슷해야 메뉴로 안 싸운다.

V5는 선수 기용부터가 잘못된 감이 있다.

중식 좋아하는 사람한테 한식 먹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지에서 먹힐까?'를 보면 딱히 불가능할 것도 없다.

한국식 짜장면을 먹이면 되는 일이다.

그런 식으로 우회 방법이 존재한다.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난 2개월간 밑준비를 차근차근 해왔다.

가장 낮은 곳부터 계단 밟듯 올라나간다.

길 가다가 갑자기 따귀라도 맞은 느낌이다.

LCD Gaming의 부스 안은 초-비상 상태다.

"아니, 이걸 진다고?"

"오늘 같은 경기는 무조건 깔고 들어가야 한단 말이야!"

시즌 중반이 넘어가면 각 팀의 전투력이 대충 보인다.

위협적인 상대.

이길 만한 상대.

보약 같은 상대.

나머지 대진을 쭉~ 살펴봤을 때 이 경기 이기고, 이 경기 분전하면 플레이오프 노릴 수 있겠다.

이러한 계산을 모든 팀들이 한다.

LCG Gaming은 여유가 넘치는 편이다.

어지간하면 최소 플?

약간만 더 선전하면 1위도 꿈이 아니다.

V5전을 시작으로 워밍업을 하며 기세를 탈 생각이었다.

"이렇게 승점 깎이면 앞으로의 경기에도 차질 생기는데……"

"지금 승점이 문제에요? 한 번 더 지면 진짜 져요."

"에이, 그래도 설마."

그런 경기를 졌기에 충격이 더 크다.

2라운드 첫 단추부터 꼬여버린 셈이다.

그럼에도 중국인 감독은 설마 하는 생각 뿐이다.

'이런 최하위권팀에?'

진다는 상상 자체가 들지 않는다.

괜한 오만이나 자만이 아니다.

1라운드에 이미 이긴 전적이 있다.

쉽게 보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냥 실수가 겹쳤다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인 코치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플레잉을 기용해 진 건 가볍게 볼 수 없어.'

탑신병자인 플레잉.

팀게임 능력이 약점이긴 하지만 상관없다.

V5는 순수한 힘으로 찍어 누르기 좋은 상대다.

일련의 전략은 정규 시즌 1라운드에도 잘 먹혔다.

먹힌 전략을 다시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실제 그렇게 되는 듯한 흐름이었다.

"플레잉을 기용한 게 미스였나?"

"어째서 써야 하는지 말씀 드렸잖아요."

"그래도 결국 졌잖아. 다음 세트는 평소 느낌으로 가자."

무려 솔로킬.

아무리 LPL이라도 흔하게 터지지는 않는다.

탑라인 주도권을 틀어 쥐고, 원하는 이상을 해줬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대형 사고가 툭툭 터졌다.

그로 인해 스노우볼이 휙휙 굴러갔다.

첫용을 허무하게 먹히고.

라인전도 빠르게 끝나고.

플레잉의 장점인 초중반 타이밍이 지나가 버린다.

그렇게 되자 게임의 영향력이 확 줄어든다.

플레잉으로서는 억울할 만도 한 패배다.

"교체 기용을 하기로 했어."

"왜요? 바텀 미스로 진 거잖아요."

"감독이 원하고 있어서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 번 탄력 받으면 캐리력이 엄청나다.

버스가 아닌 비행기.

이를 모는 기장님이라는 별명까지 있는 플레잉이다.

그 캐리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팀이 무너졌다.

자신이 잘못이 아닌데 교체를 당한다?

기분 나쁘지 않을 선수가 없다.

"감독님 이름이 뭐였죠?"

"어? 아마 하오쉬안일 걸."

"없군요. 봐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 생활이라는 게 어쩔 수 없다.

LCD Gaming에는 두 명의 탑라이너가 있다.

라인전이 강한 플레잉.

운영과 합류전이 좋은 아콘.

장단점이 명확하다 보니 상황에 맞춰 교체 기용된다.

〈플레잉 선수를 대신해 아콘 선수가 나왔습니다. 탑은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사고 없이 평소처럼 가면 이긴다. 첫 세트가 아무래도 무력하게 무너진 감이 있다 보니…….〉

세트 하나하나만 보면 간간히 있다.

V5는 매서운 저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끔, 원딜러가 하드 캐리를 할 때 뿐이다.

그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사고가 나도 다시 제 궤도에 올려 놓는다.

복불복 느낌인 플레잉 대신, 안정적인 아콘이 기용된 이유다.

-부시안밴?

-저걸 왜 잘라

-1티어 원딜들 다 살아있는데ㅋㅋㅋ

-마왕의 부시안 뭔가 다르긴 해……

그리고 라인전이 강하며, 마왕이 주력으로 쓰는 부시안.

혹시 모른다는 생각으로 밴을 한다.

〈요즘 선수들한테 들어보면 마왕의 부시안은 뭔가 다르다. 뭔가 더 세다. 그런 이야기가 있기는 해요 실제로.〉

〈아이디에 계수가 달린 것도 아니고 설마요. 제가 보기에는…… 나오네요. 토이치를 쓰기 위함 같습니다!〉

LCD Gaming의 에이스 임프트.

2014년 롤드컵 우승팀 출신 엘리트다.

토이치는 헌정 스킨까지 입힌 그의 시그니처 챔피언이다.

이를 꺼내왔다는 의미는 명백하다.

결자해지를 하겠다는 각오가 서려있다.

망신을 당하고 물러설 만큼 호락호락한 선수가 아니다.

* * *

강력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상체에 빠르게 영향력을 미친다.

기본적인 방향은 그러하다.

'근데 세상은 원래 인실좆이야.'

아무리 완벽한 계획도 실천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넘어야 할 난관은 아군만이 아니다.

상대도 그에 맞춰 대응해온다.

교체 기용과 밴픽.

바텀 저격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부시안이 밴된 건 상당히 뼈아프다.

이런 밴 하나로도 전략이 크게 흔들린다.

비슷한 픽이 흔하지도 않거니와, 다루는 건 또 별개의 문제다.

최고의 코치, 최고의 선수라고 해도 할 수 있는 대처에는 한계가 있다.

퉁!

콰왕!

그렇기에 의미가 있는 일이다.

코치이면서 동시에 선수로서도 뛴다.

전략적인 선택지가 비교도 안되게 넓어진다.

'라인전 강픽으로 크레이브즈만한 게 없지.'

리메이크 전 원딜로 쓰이던 시절이다.

특유의 순간 폭딜은 부시안 이상이다.

너무 강력한 나머지 9단 너프를 먹을 정도로.

콰왕!

현재 시점에서는 스펙이 그 때처럼 좋지는 않다.

하지만 픽을 한 목적은 이룰 수 있다.

산탄샷이 미니언 웨이브를 가른다.

"블루 앞이랑 미드쪽 부쉬."

"박았어!"

"그 두 군데가 최소한이고, 거기서부터 조금씩 전진해."

바텀 선푸쉬 주도권을 가진다.

서포터가 마음대로 돌아다닌다.

두 가지 근거를 바탕으로 상대 블루 지역을 장악해 나간다.

챠앙!

탈리반 3세가 깃창을 박고 핑크 와드를 제거한다.

모르피나가 뒤를 봐주고 있기에 안정적이다.

상대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

똑같이 서포터를 불러 힘싸움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불 끈다!」

서포터가 자리를 비우면 바로 쳐맞기 때문이다.

화약탄을 던지며 앞대쉬.

느려진 토이치를 평타로 툭툭 치며.

콰왕!

산탄샷을 먹여준다.

체력바가 아픈 느낌을 들 정도로 쭈욱- 깎인다.

크레이브즈가 가진 폭딜의 묘미다.

'이 이상을 할 수 없어서 문제지만.'

어디까지나 압박이다.

대놓고 판을 벌리기에는 불안 요소가 많다.

미드가 밀리며, 탑라인 텔 차이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복병이다.

상대가 결단까진 내리지 않게 한다.

그 선을 아슬아슬하게 지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조금씩 갉아먹는 것은.

퉁!

콰왕!

원딜러의 플레이 메이킹에 달렸다.

순간적인 앞대쉬로 딜교환 견적을 본다.

한나가 잠깐 와드를 박으러 간 틈을 노렸다.

'이렇게 체력 압박을 주면 결국 귀환을 할 수밖에 없고.'

그 사이에 포탑을 밀어버릴 수 있다.

라인전을 빠르게 끝내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상대 입장에서는 포탑을 밀리는 게 싫다.

쨍그랑!

「초록색, 좋은데?」

스킬을 뿌리며 간신히, 아주 간신히 막아낸다.

일련의 판단은 얼핏 옳다.

우리도 다이브 설계를 하기엔 걸리는 게 많다.

티링!

그렇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상황의 열쇠가 될 플레이를 내가 한다.

6레벨이 찍힘과 동시에 앞대쉬로 파고들어.

콰왕!

퉁!

간단한 잡기술이다.

점멸 콤보로 확실한 선빵을 먹인다.

크레이브즈이기에 더욱 각별한 플레이다.

'코앞에서 먹이면 대략 두 배 정도 세게 들어가는데.'

이전에는 코앞에서 안 먹여도 괴랄한 데미지를 자랑했다.

크레이브즈가 9단 너프라는 역사를 겪은 이유다.

역사적인 폭딜을 한순간이나마 자아낸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점멸로 도주한 토이치를 향해 발사된다.

크레이브즈의 궁극기.

무고하지 않은 희생자가 하나 만들어진다.

"토이치 땄어?"

"어떻게?"

"일단 다 와! 다 와! 바텀 밀자."

상대라고 대비를 안 했을 리는 없다.

잡기술이 하나만 소비된 게 아니다.

'극단적인 시야전에 접어들었을 때 이런 경우가 간혹 생겨.'

서포터가 자꾸 라인을 벗어난다.

원딜러가 경험치를 몰아 먹게 된다.

레벨업 타이밍이 잠시나마 차이가 생긴다.

그 타이밍을 정확하게 노렸을 뿐이다.

하나하나 띄워 놓으면 큰 변수도 아닌 것.

활용 여하에 따라서는 킬각으로 만들 수도 있다.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상대 선수가 가진 성향을 알고 있다.

바텀을 부수는 사이에도 탑에서 별 패전보가 없다.

'플레잉과 달리 아콘은 라인전이 매서운 편이 아니라.'

적 정글을 아래쪽에 묶어 놓는다.

탑을 1 대 1 구도로 만든다.

그러면 최소 솔킬은 안 따인다.

바텀에서 본 이득이 적음에도 이전 세트보다 훨씬 수월하다.

퉁!

퉁!

콰왕!

탑라인에 올라가 나무카이를 압박한다.

제아무리 단단한 탱커라고 한들.

성장을 못한 시점에서는 물렁한 나무 쪼가리다.

'탑을 깨고, 미드에서 또 농성하면 첫 세트랑 같은 흐름이지.'

라인전이 약한 V5에게는 이상적인 구도다.

그러면서도 내 성장이 지체되지 않는다.

물론 변수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부시안, 크레이브즈.

두 챔피언의 공통점은 유통기한이다.

부시안은 잡기술로 커버가 가능하지만 크레이브즈는 그런 거 없다.

쨍그랑!

「초록색, 좋은데?」

그에 반해 상대는 토이치.

하드 캐리 원딜러의 대명사다.

사이드에서 조금씩 쥐새끼 마냥 성장하고 있다.

후반 존재감에서 차이가 생기게 된다.

이는 상대의 안정적인 선택과도 이어진다.

평소 경기력이면 자신들이 질 이유가 없다.

'틀린 판단은 아닌데.'

생각이 있는 건 마찬가지다.

* * *

LCD Gaming의 부스 안.

초조하던 공기는 이제 옅은 긴장감만을 감돌고 있다.

"젠부샤쓰?"

"젠부쌰쓰 노노."

플레잉 대신 아콘이 기용됐다.

팀 운영이 안정감을 찾고 있다.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길은 존재한다.

푸룽!

나무카이가 사이드 라인을 관리한다.

동시에 넓은 시야로 본대까지 봐준다.

쿠! 챠앙!

「버거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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