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6화 (146/201)

적 탈리반 3세의 이니시.

아군 한나가 잘릴 위기에 처한다.

미리 주시하고 있던 아콘의 판단은 날카롭다.

슈우웅……!

텔레포트.

그냥 텔레포트가 아니다.

프로 레벨에서 '오지 마 텔레포트'로 통용되는 그것이다.

"휴……, 젠부샤쓰 당할 뻔했네."

"굿굿. 젠부샤쓰 노노."

어설픈 의사소통으로도 통할 건 통한다.

아콘의 운영과 시팅을 바탕으로 중반 타이밍을 넘기고 있다.

그리고.

촤앙!

끠즈?재롱잔치로 라인을 클리어한다.

상대 암살자들도 무럭무럭 성장 중이다.

이는 원딜러에게 있어 소름끼치는 광경이지만.

쨍그랑!

임프트에게 있어서는 다르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독병이 날아든다.

「씹고! 뜯고! 맛보고! 꿰뚫고! 끄하하하하!」

은신을 하고 있던 토이치.

몰락을 쭉 빨며 거리를 벌린다.

끠즈?창이 닿지 않는 애매한 거리에서 퍼붓는다.

〈아니, 원딜러가끠즈를…?〉

〈임프트 선수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플레이가 나왔습니다. 토이치를 뽑은 이유를 보여주네요!〉

재롱잔치가 빠지면 한 마리의 물고기에 불과하다.

토이치의 암살 시도가 성공했다.

단순한 우연으로 볼 수 없는 장면이다.

-허리 미친 듯이 돌려서 결국 잡네

-무섭지도 않나;;

-원딜러 맞아?

-이래서 임프트가 세체원이지ㅋ 우즈는 이런 거 못함

중국 시청자들도 알고 있다.

지난 롤드컵에서 숱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과감한 포지셔닝으로 암살은 물론 이니시까지 척척 해낸다.

캐리력 하나만 놓고 본다면 우즈 이상으로도 평가 받는다.

기대치 측면에서 꿀릴 일이 없는 선수다.

임프트의 결자해지에 이목이 쏠린다.

임프트.

그것도 전성기 임프트는 무시할 수 없는 기량의 소유자다.

'변수 창출 능력이 엄청난 선수지.'

드물 정도의 능동성을 보여준다.

예상을 뛰어넘는 플레이로 허를 찌른다.

캐리력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까꿍! 숨어 있는지 몰랐지!? 끄하하하!」

바론 강가를 낀 대치 상황.

측면에서 갑자기 토이치가 인사한다.

특유의 은신을 활용해 기상천외한 포지셔닝을 잡아왔다.

촤악!

촤악!

토이치이기에 가능한 플레이다.

LOL에서 가장 압도적으로 긴 사거리.

궁극기를 켠 찰나에 한해 엄청난 광역딜을 가진다.

임프트는 그 장점을 극한으로 살릴 줄 안다.

모르피나의 속박을 점멸로 넘으며 계속 쏜다.

본대의 호응까지 훌륭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콰앙!

쿠앙-!

숨어있는지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끄러지듯 나아가 준비 동작을 가진다.

점멸로 쏘아지는 샷건은 당연히 토이치의 코앞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V5 마왕님이 학살 중입니다!

크레이브즈의 풀콤보가 면상에서 작렬한다.

그것도 관통력에 힘을 준 순간 누킹 세팅이다.

풀피에 한나의 실드까지 받고 있던 토이치가 터져버린다.

'임프트가 저런 기습을 잘하는 건 맞는데.'

일련의 정보를 익히 알고 있다.

대응법을 짠 채 게임에 임했다.

이 두 가지 전제 하에 받아치지 못할 것도 없다.

시야를 장악하고 토이치의 위치를 지속적으로 체크했다.

남은 건 단순한 반응 속도와 판단력의 영역이다.

가뿐하게 잡자 흘러가는 한타의 구도는.

슈루룩-!

들어오는 나무카이를 카이팅 친다.

모르피나의 블랙 실드가 있기에 손쉽다.

그렇게 앞라인과 씨름하고 있는 사이.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아군 브루저들이 들어가 쓸어버린다.

메인 딜러인 토이치가 잡히면 나머지는 잡졸이다.

결과적으로 토이치의 기습은 최악의 악수가 되고 말았다.

'원래 그런 플레이가 모 아니면 도야.'

하이 리스크도 아니고 하이퍼 리스크다.

그만큼 하이퍼 리턴이라는 슈퍼 캐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도 적절한 상황에서 해야 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이렇게 후반 한타에 한 번 던지면 치명적이다.

그 완급 조절을 스스로는 하지 못하는 선수다.

맏따라는 사파리 조련사가 붙지 않은 임프트는 위협은 커녕, 까다로운 난적축에도 들지 않는다.

'던지는 걸 받아먹기만 하면 되니까.'

지나친 자신감.

그리고 영웅 본능.

원딜러의 로망과도 같지만 양날의 검이다.

이미 손바닥 위에 있다.

─아군이 LCD 임프트(토이치)를 지목!

실점을 한 선수.

그것도 자존심이 센 선수.

이후에 행하는 행동은 실수 투성이가 된다.

마음이 앞서는 일은 그렇게 드물지도 않다.

여기저기 거미줄처럼 박아둔 핑크 와드.

은신한 토이치가 접근하려다 들켰다.

탕 탕!

요우무를 켜고 다가가 친다.

한 방, 한 방이 사실상 누킹이다.

물론 진짜는 후속으로 쏘아지는 QR.

─적을 처치했습니다!

V5 마왕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눈 녹듯 녹아 사라진다.

이런 슈퍼 폭딜 가능한 게 방관 템트리의 묘미다.

'대신 캐리력은 확실히 떨어지긴 해.'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채우는 게 팀원이다.

팀 게임에서는 아군을 이용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멍청하다.

「밥 먹자!」

끠즈?궁극기로 한타를 열어버린다.

파고들며 조냐.

이니시가 제대로 걸리며 다이브 그림이 예쁘게 그려진다.

'두 말하면 입 아프지만 프로 선수잖아.'

코치가 하는 건 못하는 선수를 자르는 게 아니라, 못하는 선수도 최대한 잘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환경을 깔아줬다.

복잡할 것도 없는 이야기다.

* * *

정규 시즌 2라운드.

중간에 붙은 숫자 하나 달라졌을 뿐이다.

라운드 사이에 준비 기간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다.

이변이 생겨봤자 상정 내.

일반팬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의견이 좁혀졌다.

그런 당연함이 빗나가는 재미가 있는 게 또 정규 시즌이다.

「食神V2.0」

5일 전。

LCD가 졌어?

시발 진짜로 졌다고?

-바텀 차이

웨이보主- 임프트가 바텀 차이라니……, 그래도 V5 운영 완전 막장이잖아

-갑자기 잘해짐

-R갈 씹새들이 저주를 퍼부으니까 각성했잖아!

꼴찌팀의 하극상.

천상계에 한 발 내디뎠던 LCD가 다시 인간계에 짱 박히게 되었다.

그로 인한 후폭풍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어? 얘네 졌어?

'이러면 우리도 플옵 진출 노려볼 만하겠는데…….'

'LCD도 준비 잘하면 못 이길 거 없겠네.'

'뭐야, 이 새끼들 거품이었잖아.'

전혀 상정하지 않은 변수이기 때문이다.

한 계단 내려왔다는 건, 한 계단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일곱 팀이 이루고 있는 밸런스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LPL East] 연이은 이변! IC, Royal Club을 잡으며 깜짝 4위」

「[LPL East] 수입푸드 캐리! Vlcl 잡으며 플옵 노리는 QG Reaper!」

「[LPL East] EDC 안도의 역전승. '1인 군단' 알파카 활약으로 1위 굳건」

안 그래도 치열한 플레이오프 경쟁에 기름이 부어진다.

어떻게든 쇼부를 쳐서라도 한두 번만 이기면 된다.

그런 풍조가 막연해지며 LPL이 막장이 된다.

단 한 번의 경기가 나비 효과를 낳은 셈이다.

이 모든 사태를 야기한 장본팀.

V5에 대한 시선은 의외로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Oxygen」

4일 전。

V5가 고춧가루 제대로 뿌리긴 했는데

결국 얘네는 한계가 있지

-마왕 원맨팀

-임프트가 완전 기프트였지

-기프트ㅋㅋㅋㅋ

-바텀이 킬을 하도 퍼다 줘서 그래

방심에 의한 사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제 와 역전극을 노리기엔 늦어도 너무 늦었다.

시즌 중반이 이미 지나갔다.

중위권 경쟁이 치열하기 그지없다.

그 생존의 현장을 뚫고 올라가는 건 불가능하다.

─V5 마왕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담담하게 캐리하고 있다.

V5 Esports Club 대 QG Reaper.

원딜 차이가 새삼스럽다는 듯이 엄청나다.

퉁!

퉁! 퉁!

달려드는 랙싸이를 계속 때린다.

에어본 거리를 아슬아슬하게 주지 않는다.

일련의 플레이를 통칭하는 말은 중국팬들도 안다.

-와 문워크ㄷㄷ

-시즌2 트리플리프트 재림이네

-옛날부터 있던 플레이인데

-난이도가 다르잖아!

마치 달을 걸어가는 듯하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문워크(Moonwalk).

크레이브즈의 카이팅 모션은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이미 옛적에 트리플리프트라는 북미 선수가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당시에는 난이도가 낮았다.

얼어버린 망치가 가진 둔화 효과로 편하게 카이팅했다.

퉁! 퉁!

콰앙!

그런 게 없음에도 자연스럽다.

크레이브즈의 극의.

미묘한 간극을 유지하며 최대한 박아 넣는다.

어쩔 수 없는 공격은 쿨하게 버텨낸다.

터프한 맷집을 자랑하는 챔피언이다.

그 맷집을 믿고 더욱 강렬하게.

─트리플 킬!

감성 살아나는 한타 대승을 일궈낸다.

크레이브즈가 어떤 챔피언인지 보여주는 듯하다.

〈크레이브즈 사거리가 짧잖아요.〉

〈예.〉

〈한타 카이팅이 절대 쉬운 게 아니거든요?〉

해설자의 말미에 감탄사가 차있는 이유다.

팔이 짧다.

사거리는 원딜러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한타 난이도라는 측면에서 차원이 달라진다.

사거리가 길면 포지셔닝을 잡기 편하다.

조금 맞아도 깔짝딜은 넣을 수 있다.

반대로 짧으면?

체력이 깎이는 순간 전장 이탈이다.

그런 리스크를 짊어지고 캐리해내는 광경은.

퉁! 퉁!

희열이 배가 될 수밖에 없다.

브루저들이 자신을 물러와도 침착하게 맞이한다.

콰앙!

퉁! 퉁!

지근거리에서 샷건을 먹이며 문워크도 멈추지 않는다.

쌓여나가는 데미지.

돌아온 대쉬기의 쿨타임.

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결과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 직전까지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콰앙!

쿠앙-!

폭죽이 화면의 절반을 뒤덮는다.

그런 착각이 들 만큼 존재감이 넘친다.

앞대쉬-점멸로 거리를 좁혀 누킹을 쏟아냈다.

─더블 킬!

카이팅 당하던 앞라인.

체력이 깎여있던 뒷라인.

두 명의 적이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나머지 적들도 체력 상태가 성치 않다.

또다시 V5가 한타를 대승한다.

흔할 수가 없는 광경이다.

-펑! 게임 터짐!

-저걸 들어갈 생각을 하네

-카이팅은 어떻고? 또라이야

-다른 챔프도 아니고 저 팔 짧은 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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