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7화 (147/201)

현재 LPL은 용담호혈이다.

바텀에 한하면 전세계에서, 전 역사에서 가장 심각하다.

각 리그에서 날뛰어야 할 세계구급 원딜러들이 한 자리에 모여버렸다.

어지간한 슈퍼 플레이는 눈에 차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플레이 스타일이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사거리 짧은 인파이팅 원딜러에 한하면 최고가 아닐까? 감히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을 정도로…….〉

인파이팅(infighting)

[명사] 권투에서, 상대편의 손이나 팔 안쪽으로 파고들어 공격하는 방법.

단어의 의미부터가 원거리 딜러와는 동떨어져 있다.

그런 이질감을 실현시키는 실력을 지녔다.

리스크를 짊어지는 플레이 메이킹이 인상적이다.

LPL팬들 사이에서 마왕의 평가가 다시 수직 상승한다.

「兮慕凌雲」

3일 전。

마왕 느낌 있는데?

괜히 마교주 소리 들은 게 아니네

「?默已久」

2일 전。

포변한 게 드디어 자리 잡은 거지

V5는 지금부터다!

「?、╃→??」

2일 전。

1승 5패에서 플옵 가는 상상했겠지만 어림도 없지ㅋㅋ

바텀 강한 팀 만나면 그냥 무너질 걸?

.

.

.

물론 팀적인 평가는 별개의 문제다.

갑작스런 선전이 놀랍기는 하다.

하지만 그 이상 치고 나가는 건 힘들 것이다.

〈V5가 2승이나 했어. 연승이라고! 이제 평가를 바꿔야 하는 거 아니야?〉

〈글쎄? 나는 지금의 선전이 오래 갈 것 같지는 않아.〉

LPL 품평회.

전문가 방송에서도 아직 평가가 요지부동이다.

단순한 예측 이상으로 단정지을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초반에 바텀을 아주 작살을 내놓잖아. 그런데 저런 구도가 계속 나올 수 있겠냐고?〉

〈확실히……, 이제 다른 팀들도 V5를 만만히 보지 않겠지.〉

방심이 낳은 실책이다.

그런 운과 우연이 지속될 수는 없다.

마왕 원맨팀이라는 색깔을 벗었다고 보기에는 한참 이르다.

-QG 상대로는 바텀 안 터트리고도 이겼는데?

-걔네는 1라에서도 V5에 졌잖아

-ㅇㅇ 상성이 나빴지

-동의해. V5는 결국 한계가 있어

반짝 잘했을 뿐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근거가 충만하다.

이변을 낳고, 화제를 만들지 언정 근본적인 평가를 뒤집진 못하고 있다.

* * *

정규 시즌 2라운드.

그 시작을 산뜻하게 열었다.

LCD Gaming전에 이어 QG Reaper전까지 승리했다.

'하지만 연승이라는 느낌은 전혀 안 들지.'

이전 성적이 워낙 시궁창이었던 만큼 당연하다.

세간의 평가가 높아지기에는 이르다.

들려오는 지적은 날카롭기까지 하다.

원딜 원맨팀.

결국은 내 플레이 메이킹 여하에 달렸다.

관전하는 입장에서 분석하자면 못 볼 것도 없다.

'틀린 말이 아니야.'

바텀의 주도적인 움직임으로 상체를 풀어준다.

즉, 바텀이 이기지 못하면 힘들다.

그런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승리했던 경기들은 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탈피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오늘 경기는 중요도가 깊다.

와아아아아-!

경기장의 함성 소리가 쏟아진다.

상대팀의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두 명의 얼굴은 제법 낯이 익다.

'아무래도 고전을 면하는 건 힘들겠지.'

사파리 조련사와의 매칭이 성사됐다.

후에는 해외 이적=돈벌이, 노후 설계 정도의 이미지가 박힌다.

아무래도 한계점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그렇지 않다.

삼선 갤럭시의 공중 분해.

LCK 프로팀들의 2팀 체제 폐지.

기타 등등의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선수들이 많았다.

넋 놓고 휴식을 하기에는 달 단위로 격변하는 세계다.

해외 리그의 이적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노려보겠다.

2014 롤드컵의 MVP 맏따도 그럴 작정으로 중국에 왔다.

"아나~ 요즘 경기 존나 안 풀리네."

"뭐? 나 들으라고 한 말이냐?"

"아니, 막말로…… 니가 도인디한테 밀리지만 않았어도 QG쯤은 그냥 이겼지."

"막말? 이 새끼가!"

정작 기다리고 있던 현실은 착잡한 것이었다.

팀원들끼리 싸우는 일이 부지기수.

연습도 허다하면 때려치는 막장에 가까운 분위기다.

한국도 팀원간의 불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싸우더라도 으쌰으쌰 우리 잘해봅시다!

팀의 승리라는 공통된 목표로 나아가는 느낌이다.

그에 반해 중국은 좆같으면 그냥 안 한다.

개인주의가 패배한 중국 정서상 사실 당연하다.

한국에서만 살고 한국에서만 경기를 뛰던 선수들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병신 상체 둘이서 쳐싸우고 있네."

"……."

"바텀이 캐리하는데 1,2세트 번갈아 쳐뒤지기만 하던 놈들이 뭘 잘했다고 야부리를 터냐?"

Vlcl Gaming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선수들이 허구헌날 치고 박고 싸운다.

말싸움 뿐만 아니라 몸싸움으로 번지는 일까지 생긴다.

그런 막장들도 기피하는 선수가 한 명 있다.

바로 원딜러인 바쉴리.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분노조절장애다.

'에휴,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단순히 성격이 더러운 수준이 아니다.

상종하다간 큰일 날 것 같은 싸이코다.

실제로 차후에는 도를 넘은 사건들을 몇 개나 일으킨다.

솔로랭크에서 트롤을 만났다는 이유로 연습실 컴퓨터를 싸그리 부순다거나.

생방송 경기 중에 탈주하고 경기장의 컴퓨터를 때려 부순다거나.

개인 방송 중에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경찰서에 가는 등.

"안전벨트나 똑바로 매. 좆같이 못하는 새끼들이."

"어, 어 잘해볼게."

"니들 때문에 맨날 바텀만 고생이지. 맏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아예 궤를 달리하는 미친놈이다.

성격 더러운 중국 선수들도 감히 말대꾸를 못한다.

그렇게 팀 내에서 싸이코패스로 악명 높은 안하무인 바쉴리도.

"말 놓지 마. 씨발년아."

"……네."

사파리 조련사 앞에서는 얄짤이 없다.

그 어떤 맹수도 철저하게 목줄을 채운다.

삼선 레드 시절, 악동 같던 임프트가 괜히 말을 잘 들었던 게 아니다.

개막장 5분 전이나 다름없던 Vlcl Gaming에서도 맏따는 카리스마를 발휘해 팀의 성적을 끌어올렸다.

정규 시즌 1라운드 4위.

그 고점을 지키며 경기력을 상승시키는 것이 목표였는데.

'아, 씨발년들이 진짜.'

실력이 늘어나기는 커녕이다.

지들끼리 싸우는 것은 여전하다.

그렇다고 성적이 잘 나오는 것도 아니다.

현재 팀의 성적은 3승 5패 승점 -2.

최근 경기를 연이어 패배해버린 결과다.

앞으로 최소 3승은 해야 플레이오프 가능성이 있다.

"야, 씨발년아. 오늘 던지기만 해봐. 앞으로 반년은 더 볼 텐데."

"……열심히 할게요 맏따형."

평소 말을 함부로 하는 편이 아니다.

바쉴리에 한해서는 예외를 둘 뿐이다.

현실에서도 목줄을 채우지 않으면 말을 듣지 않는 녀석이다.

'QG전은 절대 지면 안됐어.'

EDC에게 진 건 상정 내다.

워낙 강팀이니 만큼 각오했다.

하지만 약팀인 QG Reaper는 이겨야만 했다.

상체의 부진.

원딜러의 스로잉.

서포터인 맏따는 애타는 속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신경이 바짝 곤두서있다.

어설픈 중국어로 욕까지 한 이유다.

남은 대진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태다.

Royal, LCD, IC 같은 상위권팀들.

그중 2승을 따내는 것도 요원한 일이다.

만약 3승을 따내야 할 상황이 온다면 사실상 끝이다.

와아아아아-!

다행히 전망이 밝다.

경기장에 입장하자 환호성이 쏟아진다.

이곳이 텐진, Vlcl Gaming의 홈구장이기 때문이다.

비록 익숙하지 않은 문화지만 맏따도 인정하고 있다.

경기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약팀인 V5를 이기는 것이 더욱 수월해질 전망이다.

〈최근 슬럼프를 겪고 있는 Vlcl, 상승세를 타고 있는 V5의 대결이군요?〉

〈전적만 놓고 보면 양팀 모두 3승 5패. 중하위권을 지키고 있습니다.〉

해설진이 배경 설명을 늘여 놓는다.

정규 시즌 2라운드에 접어들어 힘의 균형이 움직인다.

4위였던 Vlcl Gaming과 꼴찌였던 V5 Esports Club의 승점이 같다.

-그래도 비교할 급은 아니지ㅋㅋㅋ

-평소 경기력만 놓고 보면 Vlcl 압승인데

-요즘 V5도 기세 타서 몰라

-마왕 원맨팀?

물론 현재 승점이 같을 뿐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기대치가 다르다.

어지간하면 Vlcl이 이길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예상이 없는 건 아니다.

V5가 정말로 역전의 드라마를 찍을지 모른다.

혹시나 하는 이야기가 스멀스멀 현실감을 더해간다.

* * *

7 대 3.

서포터와 원딜의 라인전 비중이다.

Vlcl전의 고전을 예상했던 까닭이기도 하다.

슈룽~

모르피나의 속박이 간발의 차이로 스치지 않고 지나간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상황이다.

어느 정도 무빙을 해도 운적인 요소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쓰렉귀를 밴해서 다행이지.'

그랩류 챔피언.

특히 쓰렉귀는 혼자서도 라인전이 가능하다.

그런 평가를 들을 만큼 다재다능한 만능형 서포터다.

맏따는 그 장점을 백분 발휘하는 능력을 지녔다.

이는 단순히 라인전이 강하다.

그 하나의 지표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빼, 빼! 빼!"

"빼?"

무빙에서 적 정글러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런 감적인 영역은 원래 서포터의 역할이다.

'그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손수 라인전 콜까지 해줘야 한다.

평소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일.

상대가 맏따이기 때문에 더욱 거슬린다.

─아군이 적이 사라졌다고 알림!

이렇게 라인전이 압박 받으면 시야가 먹힌다.

그리고 그 시야는 설계의 밑바탕이 된다.

맏따는 이를 가장 잘 활용하는 선수다.

'쓰렉귀였으면 그 위력이 배가 되니까.'

스킬 구조 자체가 응용의 여지가 많다.

랜턴 타고 그러면 안 죽을 것도 억지로 죽는다.

내가 직접 밴을 요구했을 정도로 사파리 조련사의 쓰렉귀는 위협적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하물며 위협이 되는 상대는 한 명이 아니다.

Vlcl Gaming에는 한국 선수가 두 명 있다.

익히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정글러.

'리심을 할 때 자주 들었지.'

안섹 말고 다른 한 명 말이다.

단디의 리심이 득점을 만들고 있다.

상체가 평소처럼 격정이 끊이지 않는다.

슈룽~

그런 상황에서 바텀은 잘 쳐줘야 반반.

시야를 생각하면 4.5 대 5.5 정도로 밀린다.

답답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푸슝!

타, 탕!

파밍을 하는 게 고작이다.

서폿 차이가 날 때는 이것도 선방하는 거다.

'원딜러가 원래 그래.'

롤이 무슨 시작부터 금수저 물 수 있는 돈슨 게임도 아니고.

애초에 원딜이라는 포지션 자체가 후반 지향이다.

초반 캐리 욕심을 내는 건 어불성설이다.

상황이 받쳐줄 때나 시도를 해보는 거지.

받쳐주지도 않는데 무리하다가는 역효과만 난다.

물론 작금의 사태를 관음이나 하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아군이 지원 신호를 보냄!

탑라인이 다이브 당하기 직전.

상대 정글러의 움직임이 매섭다.

스노우볼을 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쿠우!

와드 방호로 접근해 일단 궁극기.

리심 장인으로서의 면모가 돋보인다.

음파가 확정일 뿐더러 적 람블의 갱호응이 쉬워진다.

그 순간적인 딜집중은 탱커도 버티기 힘들다.

몸이 약한 나루는 종잇장처럼 찢긴다.

그렇게 되는 듯한 흐름이었지만.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한 가지 변수에 의해 뒤집힌다.

상체에서 역으로 승전보가 들려온다.

미니 나루 타이밍을 버텨낸 나루는 여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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