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9화 (149/201)

'한 마디로 원딜 차이지.'

딜러 라인이 형편없는 팀이다.

서폿과 정글이 잘해봤자 뭐?

사파리 조련사도, 지난 롤드컵의 세체정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한국 선수 고문은 엑소더스의 가장 흔한 부작용이다.

괜히 갔다가 암 걸리고 돌아오는 것이다.

─더블 킬!

V5 퍼즐님이 학살 중입니다!

나 또한 그 대상이 될 수 있었다.

팀원들의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했다면.

V5가 라인전이 약해서 그렇지, 한타는 제법 하는 편이다.

* * *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흐름이었다.

Vlcl Gaming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듯했다.

-바텀 안 터졌는데?

-라인전은 서포터가 9할이지ㅋ

-맏따가 게임을 꽉 잡고 있네

-이겨 보심시오!

V5의 유일한 희망.

바텀에서 승전보가 안 들린다.

특히 원딜인 마왕이 그리 잘 크지 못했다.

그러면 졌네.

킹리적 갓심이 안 들 수가 없다.

이변다운 이변이 처음으로 터지고 있다.

샤락!

샤라랑~!

아링의 진입각이 매섭다.

끝자락에 걸친 유혹이 람블을 끌어낸다.

그것이 치명상이냐?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겠지만.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물렸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사이드에서는 나루가 포탑을 쭉쭉 밀고 있다.

불리해진 Vlcl Gaming에게는 고민스러운 이지선다다.

어쩔 수 없이 본대에서 한타가 펼쳐진다.

일련의 광경은 이전에는 없었던 것이다.

V5의 미드&탑이 활약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타, 탕!

타, 탕!

물론 진짜는 따로 있다.

라인전에서 말리고 시작했었을 부시안.

푸슝!

「이쯤에서 끝내주지!」

스쳐 지나간 과거에 불과하다.

어느새 원딜 차이가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

한타에서 박아 넣는 딜량과 카이팅이 보는 이의 눈을 매료시킨다.

〈와, 방금 카이팅이 영웅본색의 주윤발인 줄 알았어요!〉

〈저기 주윤발씨는 좀…….〉

〈아, 말실수 했습니다. 성룡으로 정정하겠습니다.〉

-왜 정정해?

-주윤발 총격씬이 쩔긴 했지

-오래 살고 싶지 않은 애들이 보이네

-(이미 공안에 접수된 채팅입니다)

설명해서야 입만 아픈 초-유명 홍콩 배우 주윤발.

그의 총격씬은 눈깔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씩은 본다.

마왕의 카이팅은 실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만든다.

이는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화권인 만큼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다.

하지만 입에 필터 안 거치고 말하다간 큰일 나는 수가 있다.

얼마 전 일어난 홍콩의 우산 혁명.

그 지지 발언 이후 주윤발은 중국 내에서 활동이 제한됐다.

해설자의 과민한 반응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타, 탕!

탕!

봐주는 일이 없다.

궁극기가 끝나기 무섭게 파고들어 쏜다.

그 순간을 노려 모르피나가 점멸-궁을 시도했으나.

─전설의 출현! V5 마왕!

그냥 터져 버린다.

총구가 불길을 멈추는 일이 없다.

쉬지 않고 딜을 때려 박는 광경은 무섭기까지 하다.

〈정말 영화의 한 장면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예, 성룡입니다 성룡!〉

-성룡 존나 어색한데

-성룡은 리심 아님?

-중국은 한 뼘도 작아질 수가 없거등요?

-해설자가 홍콩의 우산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

시퍼렇게 질린 해설자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본대가 거의 궤멸 직전이다.

나루도 사이드 라인에서 고속도로를 개통했다.

Vlcl Gaming의 리드로 시작했던 게임.

V5의 역전승으로 마무리가 된다.

고작해야 첫 세트의 이변, 그렇게 볼 수 있을 경기의 내용이 아니었다.

'씨이이이발년들이.'

특히 당사자들에게는 말이다.

만약 딜러진의 수준이 동등했다면.

아니, 웬만큼 떠먹는 수준만 됐다면.

사파리 조련사인 맏따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저 팔 짧은 챔피언이 대놓고 들어오는데 그걸 못 잡아?'

성장도, 구도도 자신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서포터도, 정글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줬다.

딜러 라인이 딜을 못해도 너무 못한다.

직접 딜을 넣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안되는 게 바로 서포터란 포지션이다.

안된다는 걸 안다.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사람이 눈이 돌아가는 순간이 있다.

* * *

첫 세트의 승리.

이는 사실상의 연승 예고나 다름이 없다.

'딜러진 차이는 극복이 힘들지.'

특히 Vlcl Gaming은 극단적이다.

정글도 서폿도 뒷받침하는 역할이다.

어시스트를 아무리 잘해도 공격수가 골을 못 넣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일련의 사실에 대해 나는 제 3자의 입장이다.

어차피 내 일 아니니까.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애달플 수가 있다.

"뭐지? 쟤네 제임스 가져갔는데?"

"미드, 탑 있잖아?"

"원딜인가."

"원딜도 있는데?"

"???"

이어진 두 번째 세트.

조금 기상천외한 상황이 일어났다.

중국에서는 사실 그렇게 드물지도 않다.

'선수들이 코치말 개무시하는 경우가 엄청 잦아.'

대놓고 드러나는 경우가 한정적일 뿐이지.

하지만 한국 선수가 하는 건 나도 처음 본다.

사파리 조련사가 스스로 맹수를 자처한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그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니체의 명언이다.

맹수와 싸우는 사람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조련사를 잃은 맹수도 힘들지만, 맹수를 잃은 사파리 조련사의 사정도 그리 달가워 보이지 않는다.

V5의 승리.

Vlcl의 패배.

그 한 번의 경기로 정말 많은 일이 생기게 된다.

「一路走?」

4일 전。

서폿 제임스ㅋㅋㅋㅋㅋㅋㅋ

「安和?」

4일 전。

정신 차리심시오 맏따!

「?目山河」

4일 전。

딜러진 존나 못해서 빡친 거 같은데?

.

.

.

격렬했던 1세트와 달리 2세트는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맏따의 제임스 서포터.

아군 라이너에 대한 한恨을 드러내는 듯한 선택이었다.

물론 그것이 결정적인 패인이냐?

묻는다면 십중팔구는 아니오를 답한다.

실제로 한 게임 매체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Vlcl Gaming 맏따 선수의 경기 태도를 어떻게 보는가?」

■ 프로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기에 처벌해야 한다- 13%

■ 선수가 처한 상황을 이해한다- 80%

■ 기타- 7%

'이해한다'에 압도적으로 여론이 쏠려있다.

심지어 게임 내 플레이가 나쁘지 않기도 했다.

오히려 정상픽을 한 아군의 실수가 더 두드러졌다.

「한 손으로 게임 했다. '맏따' 조세동생에게 벌금 5만元 징계」

「[인터뷰] 변명의 여지 없는 잘못, 구단과 팬들에게 사과」

웃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잘못은 잘못.

Vlcl Gaming에게 한화 900만원에 달하는 징계를 받는다.

그조차 웃고 넘어갈 만큼 임팩트 있는 사건이 터지고 있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되는 화두는 다름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해설자의 실종이었다.

「?街、求征服」

4일 전。

왜? 주윤발급 카이팅 맞잖아?

진짜 잘 어울리는 비유라고 생각하는데

-(곧 공안이 들이닥칠 페이지입니다)

-R.I.P

-작성자에게 X를 눌러 조의를 표하십시오

웨이보主- 그래서 주윤발이 왜 그러ㅡㅠㅅㄹㅈ

중국 사회는 유명해지면 돈을 벌기 쉽다.

워낙 머릿수가 많아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크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강제적인 책임이 하나 따른다.

정치적인 이슈를 건드리면 안된다.

그것이 실제로 틀리든, 맞든 떠나서.

잘못 건들면 의도나 사유와 관계없이 좆될 수가 있다.

한 명 좆됐다는 소식이다.

해설자가 소리 소문 없이 교체되고, 웨이보 갱신이 멈췄다는 풍문이 들려온다.

반대로 갑자기 활성화가 된 웨이보도 있었다.

「大?」

4일 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Vlcl 좆망

V5 Win Win!

양판, 이제 내 안목이 니 위라는 걸 인정하지?

-하…… 씨발 너 잘났다

웨이보主-ㅋㅋㅋㅋ 병신 힘내라

-승리의 V5!

-형세가 역전됐구만. 나도 남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최근 웨이보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페이지다.

다름 아닌 V5의 구단주, 라고 쓰고 물주라고 읽는다.

-이게 카지노킹의 '안목'인가?

-남들 롤드컵 우승팀 영입할 때 마왕 산 이유가 있네

-와 씹 호구인 줄 알았더니

-돈 잘 버는 집안은 이유가 있어!

푸얼다이(福二代).

중국의 재벌 2세로서 돈이 썩어 난다.

취미를 겸해 e스포츠에 팀을 꾸리는 일은 트렌드처럼 자리 잡았다.

돈 많은 집 자식들이 앞다투어 자신의 구단을 만든다.

V5 Esports Club도 그렇게 창단이 되었다.

그런데 결과를 보니 이게 웬걸?

LPL은 커녕 LDL에서 광탈을 했다.

수십억원 하는 시드권을 사줘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LPL에 가서도 죽만 주구장창 쑨다.

돈 먹는 하마.

투자를 한 보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돈이 돈을 버는 중국 버블 경제의 특성상 별 상관은 없다.

문제는 기부니가 안 좋다는 것이다.

다른 푸얼다이들에게 놀림까지 받게 된다.

전문가들도 답이 없다고 입을 모으니 구단주는 시무룩해진다.

「[LPL East] '대이변’ V5, Vlcl 2-0로 잡고 시즌 3연승 달성」

「[LPL East] LCD, QG 이어 Vlcl까지! V5 7→4위로 껑충(종합)」

「[LPL 프리뷰]  이변의 계절, 봄의 왕좌는 누가 가져갈 것인가?

그랬던 V5의 평가가 완전히 역변했다.

더 이상 우연이라 치부하기 힘든 성적이다.

경기력 자체도 무시할 수 있는 팀이 아니게 됐다.

〈대기만성(大器晩成), V5가 가진 포텐셜이 이제야 보이는 듯하다.〉

〈여전히 마왕이 중심인 건 약점이다. 하지만 마왕이 무너지지 않는다.〉

〈불안했던 상체가 경기력을 되찾고 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팀이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Vlcl전의 승리는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몇몇 사람들의 인생까지도.

「2015 LPL East 스프링 STANDINGS」

1. EDC             6승   2패   +10

2. Royal Club      6승  2패   +7

3. LCD Gaming      5승   4패   +2

4. IC              4승   4패   +1

5. V5 Esports Club 4승   5패    -1

6. Vlcl Gaming     3승   6패    -4

7. QG Reaper       2승   7패   -6

물론 가장 크게 바뀐 건 순위다.

1라운드에 새겨진 질서가 반쯤 지워졌다.

2라운드의 격변은 이제 정말 현실로 와 닿고 있다.

「老王?菜不?人」

2일 전。

Vlcl이 떡락

LCD가 주춤

V5와 IC는 급상승하네

「斯??」

2일 전。

EDC랑 Royal도 요즘 흔들리지 않아? 나만 느껴?

「?醉心」

2일 전。

영원한 강자는 없는 법이지

1라운드에서 털릴 뻔했던 R갈들 긴장 빨겠네ㅋ

.

.

.

각 팀에 대한 평가.

당연하게도 최근 경기가 우선시 된다.

기억이 보다 선명하며, 실질적인 자료로서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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