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2화 (152/201)

사실상 대놓고 노린 원딜 포커싱이다.

아예 살 생각을 하지 마라.

IC의 팀색깔을 보여주는 화끈한 한타.

파삭!

샤락-!

어지간한 원딜러였다면 말이다.

이즈레알이 점멸로 거리를 벌린다.

쫓아오는 상대를 카이팅 치며 비전 이동으로 때린다.

─더블 킬!

손이 닿지 않는다.

손이 닿지 않게 한다.

이즈레알이 쏘는 얼음 장판만으로도 거슬린다.

앞라인의 보호까지 겹치자 접근이 불허된다.

진입기가 전부 빠져 다가갈 수 없다.

몰려온 순서대로 처분 당한다.

〈아……! IC로서는 정말 피눈물이 나는 한타인데요?〉

〈만약 다른 원딜이었으면 그냥 터졌어요. 성장 유무와 상관 없이!〉

화려한 상체 라인업.

그 공격성을 짜내는 파괴적인 이니시였다.

말카림의 빠른 합류도, 야흐오의 호응도 훌륭했다.

원딜러 입장에서는 재앙과도 같다.

카이팅으로 어찌 비벼볼 영역이 아니다.

그런 재앙을 당하고도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

파삭!

얼음 장판이 깔린다.

맞은 적들이 허우적댄다.

파랑 이즈의 코어템인 얼어붙은 장갑 덕분이다.

방어력이 꽤 높게 달렸다.

공격력은 하나도 달려있지 않다.

삐슝빠슝! AD가 하나도 안 붙은 코어템이 있다?

수많은 유저들이 파랑 이즈를 극혐하는 이유다.

본래는 딜이 그렇게 세지가 않다.

공격적인 포지셔닝과 진입으로 상쇄시켜 버린다.

─쿼드라 킬!

전설의 출현! V5 마왕!

앞비전으로 고르키를 밟아 터트린다.

그런 과감한 판단 하나하나가 쌓인 결과다.

IC의 이니시로 시작했던 한타는 V5의 대승으로 끝이 난다.

"바론? 억제기 밀고?"

"그냥 끝내."

그리고 정말로 끝이 난다.

V5 선수들의 팀보이스.

단 한 명만이 다른 판단을 내린다.

슈우웅……!

그럴 만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사이드 라인의 미니언 웨이브가 유리하다.

이즈레알이 기가 막히게 텔레포트로 이동했다.

휘리리리링~!

애처롭게 라인을 밀던 한나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시간으로 따지면 약 10초 가량이다.

게임을 끝내기엔 차고 넘친다.

-진짜 주윤발 그 자체!

-이즈로 어떻게 한타 딜을 저렇게 뽑지?

-비전딜을 박는 게 핵심이네

-솔랭에서 저짓 하면 트롤 소리 들어ㅋㅋㅋ

고전을 면치 힘들었던 경기다.

초반 스노우볼은 그야말로 무참했다.

해설진의 예상 그대로와 같은 흐름이었다.

〈한타는 정말 명불허전이었고, 텔레포트의 활용이…….〉

풀어낸 과정이 있었기에 더욱 빛이 난다.

단순히 버티고 버텨서 한타를 잘한 게 아니다.

원딜러가 텔레포트를 들고 게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如?而至」

5분 전。

이즈 텔포 좋아 보이는데?

마나가 마를 일이 없음

-응 힐이 더 좋아

-IC 바텀이 존나 약해서 먹히는 거

-개만만하니까 텔 들고 로밍각까지 보잖아

-고르키&한나로 파밍도 못하는 버러지들ㅋㅋㅋㅋ

일련의 광경은 당연히 생소하다.

대 IC전 전용 전략이라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그리고 실제 IC 선수들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솔직히 바텀 좀 심해요."

"으컁컁컁컁! 뭐 그럴 수도 있지~."

쿠키의 토로에 무심하게 대답한다.

까까오는 원래 성격이 명랑한 편이다.

'형이 던진 것도 심했는데…….'

바텀에서 너무 깊숙이 들어갔다.

끠즈?자르고 빠지면 좋았을 걸.

아쉬운 속내를 꺼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바텀도 바텀인데 말카림이 텔포 타고 죽은 게 컸어."

"거기서 확 터지면서 이즈가 급성장하니까 말릴 수가 없었지."

그리고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도 하다.

다음 세트에서 만회를 하는 게 급선무다.

코치진이 첫 세트의 아쉬운 점을 피드백 해준다.

IC가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이다.

코치진의 능력이 탁월하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날아다니던 선수들이었다.

KTX B팀의 서포터였던 마파두부.

SKY T1 K의 서포터였던 후만두.

속칭 M씨 가문 4대천왕 두 명이 상황을 정리한다.

"싸울 거면 상체에서만 죽어라 싸워. 바텀은 4,5인으로 터트릴 거 아니면 얼씬도 하지 말고. 어설프게 갔다간 같이 말린다."

"그렇긴 하죠."

중국에 온 모든 한국 선수와 코치들이 토로하는 문제다.

현지 선수들의 능력치가 너무 극과 극.

그래도 IC는 그렇게 극심하진 않다.

'너무 최악으로 터졌을 뿐이야.'

상정했던 흐름 중 가장 안 좋았다.

갱킹을 당한 것도, 바텀에서 싸운 것도.

하지만 경기 자체가 승산이 없었던 건 아니다.

상체 차이는 증명했다.

강제로 뚫어버릴 힘을 가졌다.

한타도 결과가 나빴던 거지, 구도는 이상적이었다.

"하필 파랑 이즈라서 무는 게 너무……."

"알아. 우리가 AD색채가 강하긴 했어. 그 점은 보완할 거야."

고르키가 AP딜이 있다고는 해도 부족하다.

사실상 올AD였던 게 사실이다.

코치진이 겨우 그런 걸 생각 안 했을 리 없다.

AD챔피언은 기본적으로 초반이 강하다.

이를 바탕으로 스노우볼도 쉽게 굴린다.

원딜 척살에도 일가견이 있는 조합인데.

'이즈를 뭐 저렇게 잘해?

마파두부도, 후만두도 서포터 출신이다.

바텀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빠삭하게 잘 안다.

그만큼 이즈레알이 가진 한계점도 알고 있다.

파랑 이즈든 그냥 이즈든~.

결국 원딜은 원딜이라 때리면 죽는다.

템트리가 근본적으로 노딜이라는 것도 한몫한다.

분명 그래야만 했다.

상대의 플레이가 상상을 뛰어넘었다.

결과적으로 패배한 이상 전략 수정은 불가피하다.

〈헤이클린을 가져가네요?〉

〈전 세트에서 부족했던 바텀 안정감을 더해주는 선택으로 보입니다. 약간 극단적이긴 하지만요.〉

라인전을 이기는 게 강요되는 챔피언이다.

못 이기면 중반 딜로스가 워낙 심하다.

그래서 픽률이 낮은 2.5티어 픽.

반대로 말하면 라인전 하나는 확실하게 강하다.

어지간하면 반반이 보장되는 픽이다.

현재 IC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누가 와도 최소 반반, 상체의 힘이 보태진다면 그 이상도 노릴 수 있고.'

바텀의 능력은 솔직하게 부족하다.

경기의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

그 길을 닦아주는 것이 바로 코치진의 역할이다.

"무리하게 압박 안 해도 상체에서 이득 볼 수 있다고…… 좀 전해주세요."

"와카리마시타."

중국인 코치를 통해 의사를 전달한다.

고분고분 말을 들어준다는 점도 IC의 장점이다.

의도대로 굴릴 수만 있다면 승산은 결코 낮을 수가 없다.

─퍼스트 블러드!

IC의 리드로 게임이 시작된다.

* * *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전략이라는 걸 나 혼자 상상하는 게 아니다.

'선수들과 코치들의 수준이 낮은 것도 아니고.'

LPL이 다 뭉쳐 놨을 때 막장이라 그렇지.

개개인을 놓고 보면 오? 소리가 절로 나오는 라인업이다.

실제로 돈을 천문학적으로 때려 박았으니 이상할 것도 없다.

퀴리릭!

헤이클린이 라인을 쭉쭉 밀어온다.

특유의 푸쉬력과 엄청나게 긴 사거리.

최소 반반은 간다는 장점 때문에 반반클린이라고도 불린다.

'라인전을 잘 버티는 것도 버티는 건데.'

나로서는 가장 상대하기 싫었던 상대다.

이즈레알을 뽑는 게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상성 자체는 좋으면 좋았지 나쁘진 않지만 문제는 푸쉬 주도권이다.

이즈레알로 암만 피똥을 싸도 먼저 라인을 밀 수가 없다.

상대를 압박할 수 없다는 점.

그보다 큰 건 4인 다이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상체 차이가 나면 충분히 행해지고도 남는다.

일련의 수싸움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그래서 이번 세트에서 선택한 건 치비르.

「숨어보시지!」

오히려 푸쉬력이 앞선다.

정교한 스킬샷으로 깔짝 긁어준다.

'현메타 1티어 픽이기도 하고 가져오면 좋긴 하지.'

나쁠 것은 전혀 없다.

실력 차를 감안하면 바텀 라인전의 리드도 가능하다.

중반 타이밍 원딜 기여도 차이가 미치도록 벌어질 것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그 시간이 오지 않을 수도 있어서 문제다.

상체의 상황이 그리 무드있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안 오냐?"

"나도 니가 킬 줘서 힘들어."

"뭐 씨발? 지가 미드 차이 내놓고……."

참고로 중국 사람들도 씨발이라는 욕을 한다.

발음이 비슷한 게 아니라 글자 그대로 한국말이다.

《화나고 속상한 기분을 표현할 때 씨발 만한 게 없다!》

인터넷에서 먼저 퍼지고.

중국 연예인들이 유행처럼 써재끼고.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모띠 하는 것처럼 정착이 됐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말이야.'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해가 간다.

입에 착착 붙는 그 느낌이 기분 탓이 아니었구나.

모든 마음을 표현하게 해주는 만능 단어 씨발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이 학살 중입니다!

지금은 팀운을 보다 고찰해야 한다.

이번에는 미드가 솔로킬까지 당했다.

'이건 진짜로 안 좋은 흐름이긴 해.'

상체가 빠른 속도로 터지고 있다.

라인전을 빠르게 끝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끝내도 이즈나 부시안을 했을 때와는 다르다.

치비르는 성장형 챔피언이다.

초반부터 폭딜이 나오지 않는다.

플레이 메이킹에도 제한이 따른다.

타랑! 탕, 탕탕!

부메랑의 라인 클리어는 속 시원하지만 상체 상황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벗어나 있다.

'어떻게 팀게임을 혼자 다 하겠어.'

캐리라는 건 누구나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게임을 혼자 한다는 감각도.

하지만 그것을 매번 할 수 없다는 건 두 말해서야 입만 아프다.

챌린저가 브실골에 가도 승률 100%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수준 자체가 다른 대회는 따질 것도 없는 일이다.

아무리 운영을 잘하고, 기교가 뛰어나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적팀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초반 영향력에 한계가 있는 원딜러는 더더욱.

킬은 물론 오브젝트까지 나간다.

아래쪽 정글 시야도 싹 먹혀있을 게 뻔하다.

'괜히 뭐 해보려다가는 나 잡아 드십쇼~ 하는 꼴이지.'

얌전히 라인전을 진행하는 게 최선이다.

현재 상황의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수동적인 대응이 강제되고 있다.

원딜러를 하다 보면 흔히 있는 일.

넘어서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다.

간혹 그걸 해내야만 하는 순간도 온다.

상체가 강한 팀.

그 격한 스노우볼은 비할 바가 없다.

반대 속성의 팀을 상대로는 아예 일방적인 '양학'이 가능하다.

사앗……!

금빛 사슬이 팽팽하게 이어진다.

쿠키의 르풀랑.

적 정글에 무심코 침투해 저지른다.

─IC 쿠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유령을 먹던 구리가스가 봉변을 당한다.

솔로킬이다.

솔로랭크에서는 흔한 광경이지만 대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지금 V5가 얼마나 힘든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네요.〉

해설자의 말이 와 닿는다.

탱커조차 화력을 버티지 못한다.

그 이전에 정글몹 하나 마음 놓고 못 먹는다는 게 가슴 쓰리다.

-르풀랑 데캡이 벌써 떳어!

-이러면 원딜은 그냥 죽었다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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