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3화 (153/201)

-상체 차이가 너무 심하다

-마왕 거품 드디어 꺼지네ㅋㅋㅋ 꺼어어억~!

현장 관중들의 탄식이 쏟아진다.

채팅창에도 동정 어린 시선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 유독 몇몇만 사탄이 빙의한 듯 집요하게 까내린다.

「Leon?」

7일 전。

R갈 단톡방 일원이다

우리 R갈들의 표적 4인방을 알려준다

그 이유에 대해 얼마 전 올라온 글이 있었다.

순수하게 e스포츠를 즐기는 팬들에게는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여느 스포츠가 그러하듯 팬들간의 신경전은 이따금 도를 넘는다.

-ㄹㅇ임?

-R갈들 선 넘네

-근데 저 새끼들은 단체로 주작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 와중에 배신 때린 거 뭔데ㅋㅋㅋㅋ

라이벌 선수를 매도한다.

적게는 이미지를 깎아내린다.

많게는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도록 만든다.

실제로 선수들이 신경을 쓴다.

커뮤니티 반응에 멘탈 깨지는 경우가 있다.

Royal Club의 팬들은 의도적으로 불씨를 만든다.

4. 마왕

이 새끼는 7위팀으로 짜져서 괜찮았는데

요즘 연승 중이라 까줘야 됨

폼 살아나면 안되거든ㅇㅇ

감히 우리견 배인에 흑역사를 제조해?

이즈로 앞비전짓 한 건 아직도 분이 안 풀림

이름만 봐도 손발이 떨린다 후

.

.

.

주요 표적 중 한 명으로 이미 주시하고 있다.

실수하길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기다린다.

현재 경기는 불씨가 되기 충분하다.

「小?大叔」

3일 전。

진정한 원딜은 우즈 같은 캐리형 원딜을 두고 하는 말이지

그 마두처럼 사이비 원딜만 하면 누가 인정해줌?

-사이비 원딜ㅋㅋㅋ

-진짜 캐리형 원딜 하는 거 한 번도 못 봤어

-팀이 병신이라 못한 거 아님?

웨이보主- 팀이 7위따리인 건 느그 주인님 잘못이 아니다?ㅋㅋ

마왕의 챔피언폭.

방향성이 치중돼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팬들은 신선하다면 좋아하지만, 일부 안티들은 이를 빌미로 오히려 깠다.

〈이게 참 치비르가 파밍 말고는 할 게 없네요.〉

〈초중반에 킬을 만들 수 있는 챔피언이 아니다 보니…….〉

-실력이 안되는 거지

-우즈면 펜타킬 했음 ㅇㅈ?

-마왕 뽀록 드러나네

-진짜 지령 떨어졌나 갑자기 채팅창 수준이;;

거의 처음으로 캐리형 원딜을 잡았다.

게임 흐름이 좋지 않으니 건수가 된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일반 시청자들이 모를 뒷사정이 있다.

'이즈를 안 하네?'

IC의 코치진.

후만두는 의아함을 삼켜 내렸다.

여차하면 푸쉬 주도권으로 바텀을 터트릴 생각이었다.

밴픽부터 이어지는 게임 설계다.

4인 다이브각이 한 번은 나올 것이다.

치비르를 해온 탓에 계획을 철회해야 했다.

그다지 밴픽을 잘하는 팀이 아님에도 의아한 일.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다.

예상보다 상체가 잘해주고 있다.

"거의 터졌는데? 7 대 3?"

"최소 8 대 2지."

이렇게 터진 게임을 바라볼 때.

경기가 의도한 그대로 흘러갈 때.

코치들은 비로소 여유라는 감정을 느낀다.

'치비르를 말리지 못한 건 아쉽지만 나머지 라인이 아예 터졌어.'

게임 스코어 17 대 7

전체적인 판도가 이미 이겼다.

원딜러 한 명 말리지 못했다고 비벼질 게임이 아니다.

"설마."

"설마 그럴 일은 없지."

지금껏 마왕이 보여준 캐리력이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그것도 기반이 있을 때의 이야기다.

실제로 1라운드에서는 무력하게 졌다.

최근 연승이 워낙 파격적이다 보니 잊혀졌을 뿐.

결국은 때리면 쓰러지게 돼있다.

변수가 있다면 고작해야 하나다.

─블루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방금 그 변수가 쓰러졌다.

게임에 결정타가 박혔다.

"이겼지……?"

"이 정도면 100% 끝났죠."

진심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유리한 팀이 바론을 치다 터지는 것.

그것만 조심하면 달리 질 수 있는 그림이 안 그려진다.

그 예상은 분명 틀리지 않았다.

현시점에서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첫 번째 바론 백작은 경기의 시작에 불과했다.

* * *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게임이 불리하다.

고작 그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저걸 물려주네.'

바론을 먹은 적들이 쳐들어온다.

그러면 알아서 짜져 있어야 하는데 괜히 나갔다가 물렸다.

극도로 불리한 한타가 시작되고 말았다.

파앗!

터억!

르풀랑이 접근해온다.

잘못 맞으면 사망, 스치기만 해도 전투 불능의 위력이다.

까다롭기 그지없는 상황이지만.

타랑! 탕

「숨어보시지!」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된다.

표식을 스펠 실드로 씹는다.

평캔과 함께 부메랑을 그어준다.

탕! 탕!

2타로 쏘아져 오는 르풀랑의 사슬은 흘린다.

궁극기의 순간 이속이면 못할 것도 없다.

역으로 전투 불능에 빠지게 만든다.

'반대로 말하면 그게 끝이지.'

쫓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앞라인이 사실상 궤멸했다.

또다시 억제탑이 밀린다.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한 번 재생됐던 억제탑이다.

미드가 한동안 휑해지게 생겼다.

상대로서는 게임을 마무리 짓고 싶다.

하아!

리심이 미니언에 음파를 맞혀둔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짐작 가던 바가 이윽고 현실이 된다.

간을 보더니 들어온다.

그리고 방호로 훅- 꺾는다.

이어지는 점멸 궁극기는 나름 신선하다.

'뭐, 그렇게 신선하진 않고.'

소싯적 매드무비 좀 찍어봐서 잘 안다.

그런 만큼 대비는 어렵지도 않다.

스펠 실드로 적당히 씹으며.

파앗!

진짜는 호응해오는 르풀랑이다.

앞서 체력을 상당히 깎아 놨다.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V5 마왕(치비르)님이 IC 쿠키(르풀랑)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500G)

첫타가 치명타로 뜬다면.

친 순간에 확신이 들었다.

점멸로 따라가 마무리하고 빠져 나온다.

사라랑~!

쫓아오는 적들을 아군 한나가 밀쳐낸다.

괜히 진입했던 리심만 덩그러니 남는다.

─더블 킬!

V5 마왕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상대의 시도를 역으로 받아먹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과를 거둔다.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게임의 상황은 변함이 없다.

미드에서 똥꼬쇼를 펼치고 있던 사이.

적 이랠리야가 탑라인에 고속도로를 개통했다.

"다음 바론 먹히고 젠부샤쓰 당하겠네."

"끝났어. 끝났어~ 다음 세트 볼래."

본진의 절반 이상이 청소 당했다.

멘탈이 나간 상체가 중얼거린다.

'역겹긴 한데.'

원래 그러던 녀석들이라 새삼 놀랍지도 않다.

롤이라는 게임이 자신이 말렸을 때 특히 그렇기도 하다.

쉽게 포기한다.

─적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두 번째 바론이 먹힌다.

적과 미니언 웨이브가 밀려 들어온다.

하지만 그것이 끝났다의 동의어는 아니다.

타랑! 탕, 탕탕!

「숨어보시지!」

부메랑이 튕기며 그 위로 슥삭-! 그어진다.

절묘하게 터지는 스태틱이 화룡점정을 찍는다.

바론 버프로 강화된 미니언 웨이브가 갈려 나간다.

'막을 만해.'

미니언이 세져도 결국 미니언이다.

4코어가 완성된 지금이라면 막을 수 있다.

다른 챔피언도 아니고 치비르의 라인 클리어다.

타랑! 탕, 탕탕!

갈리는 대상은 미니언만이 아니다.

주위에 있으면 누구든 얻어 맞는다.

가랑비에 옷 젖는 건 은근히 신경 쓰인다.

상대의 포지셔닝에 영향을 준다.

미니언을 엄폐물로 삼을 수 없게 된다.

아군의 스킬샷이 맞는 빈도가 올라간다.

파아아앙-!

성질 급한 이랠리야가 진입해온다.

그 순간 구리가스의 스킬샷이 좋았다.

술통 폭탄이 적 진영 한가운데 들어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V5 마왕(치비르)님이 IC 츠타이(이랠리야)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500G)

들어가면 못 나옴.

핑퐁이 안되는 챔피언들의 약점이다.

쌍둥이 포탑 안쪽으로 떨어진 이랠리야를 잡아낸다.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손해는 생긴다.

대량의 미니언을 전부 막을 수는 없다.

바텀쪽 억제 포탑이 밀리고 말았다.

"막았는데?"

"막긴 뭘 막아. 쟤네 지금 4용이야."

"벌써? 이번에야 말로 젠부샤쓰 당하겠네."

지들끼리 낄낄대며 웃고 있다.

마음이 편하게 유지하는 건 좋은 습관이다.

그러다가 누구한테 귀싸대기 맞으면 존나 아프긴 하겠지만.

─적팀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그 순간이 결국 오고야 말았다.

모으기만 하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드래곤볼 말이다.

타랑! 탕, 탕탕!

「이거나 먹어라!」

하지만 그것도 싸움이 열릴 때의 이야기다.

용 버프는 미니언을 강화시키지 않는다.

아예 추풍낙엽처럼 가볍게 쓸린다.

'상대가 포킹이 좋은 것도 아니고.'

쌍둥이 포탑을 끼고 있다.

이니시도 웬만하면 안 걸린다.

미니언만 처리하며 시간을 끈다.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물론 그 대가는 지불해야 한다.

한타를 피하고 있으니 당연하다.

마지막 억제탑이 파괴되고 만다.

'꺄르르~ 경험치 이벤트 시간이네.'

이른바 3억제탑.

생성되는 거대 미니언의 수가 두 배가 된다.

롤이라는 게임의 장르가 뒤바뀌는 순간이다.

타랑! 탕, 탕탕!

그럼에도 막아낸다.

토 나오는 라인 클리어를 자랑한다.

풀템이 뜬 치비르는 혼자서도 전 라인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이게 절대 의미가 없지 않아.'

억제탑 파밍이 벌써 10분 가까이 지속됐다.

그만큼 상대는 미니언 파밍을 못한다.

이상 징후가 벌써 보이고 있다.

Tab키를 눌러보면 말이다.

아이템 차이는 여전히 불리하다.

하지만 레벨 차이는 오히려 일부 앞선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한타가 해볼 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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