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5화 (155/201)

별로 이해를 하지 못한 것 같지만 경기로 보여줬으니 괜찮을 것이다.

선수 입장에서 말을 하면 이토록 간단하다.

'하지만 코치 입장에서는 정말 골머리를 때리지.'

하나둘 받아먹지 못했다.

시간을 끌 발판을 못 만들었다.

상대의 조합 파워가 힘을 잃지 않는다.

잘 풀렸으니 망정이지.

안 풀렸으면 그냥 그대로 끝났다.

상대라고 결코 안이한 판단을 내린 게 아니다.

선수임과 동시에 코치.

기형적인 입장이기에 가능했다.

예상보다 조금 돌아오긴 했지만 종착지에 대해서는 의심한 적이 없다.

'그냥 져야지, 라고 생각하는 이상 잘하는 원딜러는 절대로 못돼.'

LOL이라는 게임은 간단하다.

과정은 다양해도 결국 결론은 원딜에 의해 난다.

딱 그것만 생각하고 있으면 게임의 전체적인 맥이 보인다.

맥이 보이면 나머지는 역산이다.

경기의 승리를 확신까지 하고 있던 이유다.

물론 일련의 똥꼬쇼를 매번 하는 건 나라고 해도 부담된다.

"다음 경기가 Royal Club입니다."

"그러네요."

"긴장되지 않으세요? 1라운드에서 역전패를 당하셨잖아요."

그걸 역전패를 당했다고 해야 하나?

아무리 시각 차이가 있어도 재미있는 발상이긴 하다.

경기 인터뷰보다 이쪽이 메인인 듯 눈동자가 흥미진진하다.

'가장 인기 있는 팀이긴 하니까.'

그리고 가장 자극적인 가십거리다.

중국인 만큼 특별히 놀랍지는 않다.

"우즈를 상대로도 원딜 차이, 낼 자신 있으신가요?"

"뭐, 글쎄요."

최근 돼지열병 때문에 아시아 전역이 난리인데 한 마리 도축해서 부족하나마 보탬을 할까.

혹시 이런 식의 파격적인 도발을 원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건 너무 심하지.

'무슨 말을 해봤자 전략 유출밖에 안되고.'

인터뷰로 신이 나서 떠들어봤자 좋을 건 없다.

그렇기에 오히려 해주고 싶은 말은 하나 있다.

"제 상대로 배인을 할 수 없다는 건 깨달았을 테니 이번에는 조금 더 재밌는 승부를 할 수 있겠네요."

말 끝마디가 떨어짐과 동시에 경기장이 뒤엎어진다.

딱히 야유가 쏟아지고 그런 게 아니다.

그 반대에 가깝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상하이(上海).

베이징과는 전통적으로 지역 감정의 골이 깊다.

그리고 이곳은 상하이의 모든 LPL팬들이 모인 홈 스테이지다.

경기가 끝나고 쏟아졌던 함성보다 더욱 격하다.

이러한 팬들의 반응.

유도하기 위해서 한 말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런 게 먹히는 선수도 있거든.'

정규 시즌 2라운드.

플레이오프라는 종착지를 향한 여정도 절반이 훌쩍 지났다.

「2015 LPL East 스프링 STANDINGS」

1. EDC             8승   2패   +13

2. Royal Club      6승  3패   +6

3. LCD Gaming      6승   4패   +4

4. V5 Esports Club 5승   5패    +1

5. IC              4승   5패   -1

6. Vlcl Gaming     3승   7패    -6

7. QG Reaper       2승   8패   -8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지각변동이 벌어지고 있다.

천상계가 반쯤 무너졌으며, 인간계에도 역변이 일어났다.

「花花世界」

3일 전。

1승 5패 7위따리가 5승 5패 4위따리가 돼버렸네

V5도 이제 진짜 플레이오프가 꿈이 아닌데?

-아직 갈 길이 남았긴 한데

-응 절대 안돼

-7위따리가 어딜 플옵을 꿈꾸누ㅋㅋㅋㅋ

웨이보主- R갈들 필사적인 거 보소

가장 주목 받는 팀을 꼽자면 하나.

V5 Esports Club은 아예 환골탈태해버렸다.

더 이상 과거의 7위따리 취급 받던 약팀이 아니다.

〈요즘 기세는 정말 말도 마……. 진지하게 우승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지도 몰라.〉

〈우승? 우승은 너무 나간 거 아니야?〉

LPL 품평회.

해설자, 분석가, 前프로 등의 전문가들이 모여 진행하는 방송이다.

신랄한 비평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V5에 대한 평가는 아예 수직 상승했다.

4연승, 그것도 퍼펙트한 승리를 기록 중이다.

패널마다 평가는 다르지만 강팀인 것에는 이견이 갈리지 않는다.

-우승 후보 맞지

-마왕 캐리력이 미쳤어

-사이비 원딜만 잘하는 게 아님

-R갈들이나 그런 소리 떠들지ㅋㅋㅋㅋ

채팅창 분위기가 방증하고 있다.

얕잡아 보던 시선은 이제 온데간데없다.

험난했던 IC전 2세트를 역전시킨 여파는 역시 크다.

「역대급 기록을 갈아치운 레전드 명경기가 탄생했다!」

최근 커뮤니티와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고작 정규 시즌의 한 경기.

그렇게 보기에는 의미가 가벼울 수 없는 일이다.

[最佳??]- 대회에서 CS 778개 실화야? CS 먹는 기계인가……

[最佳??]- 그냥 버틴 게 아니야. 한 시간 동안 들개처럼 싸웠지!

[最佳??]- 총합57킬이 나올 동안 원딜 0데스ㅋㅋㅋㅋ

LPL은 기본적으로 막싸움 성향이다.

즉, CS를 포기하고 싸우는 경우가 많다.

분당 CS 10개를 깔고 가는 LCK와는 다르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CS량.

그렇다고 교전을 기피한 것도 아니다.

KDA와 딜량은 원딜러의 역량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LPL 최장 경기! 마왕의 기여도는 어느 정도일까?」

V5 마왕(치비르) - CS 778 - 13/0/7

Total Damage to Champions- 83.9k

Damage Taken- 36.2k

Gold Earned- 24.7k

Match History를 보니 한눈에 차이가 들어오네요!

대놓고 보이기에 반박할 여지도 없다.

워낙 이례적인 경기.

대전기록조차 포커스되어 화젯거리다.

[最佳??]- V5 네 명 딜〈〈마왕 혼자 넣은 딜

[最佳??]- 받은 피해량을 봐! 탱커랑 동급이야

[最佳??]- 원딜러가 혼자 딜탱을 다 하다니……. 물론 서포터 덕도 있겠지만

따지고 들수록 더 감탄사가 흘러 나온다.

팬도, 안티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결과물이다.

마왕에 대한 평가는 IC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달라졌다.

「一?扁舟」

3일 전。

IC는 모든 것을 터트렸다.

V5의 넥서스 마왕을 제외하고……

-이거지

-심지어 쌍둥이 포탑도 다 밀었는데ㅋㅋㅋ

-진짜 원딜러가 넥서스

-한 번이라도 죽었으면 그대로 끝났을 듯ㄷㄷ

이전부터 실력은 익히 증명해왔다.

V5가 괜히 원맨팀 소리 들은 게 아니다.

하지만 팬덤의 크기가 원체 작은 편이다.

LDL에서 조금 날렸다고 한들.

LPL과 LDL은 단위가 2개쯤 다르다.

선수의 이미지는 팬덤의 숫자빨이 엄~~~청나다.

「小?蛋i」

2일 전。

상하이는 V5만 믿고 가면 되나?

「神秘人」

2일 전。

V5든 IC든 어느 쪽이 올라가도 Royal은 확실히 팰 듯

「?℃煜」

2일 전。

우즈 배인으로 꼴깝 떠는 거 존나 보기 싫었는데ㅋㅋㅋㅋ

.

.

.

IC전의 승리.

그보다 컸던 건 사실 인터뷰였다.

Royal Club의 우즈는 상하이 팬들에게 주적이다.

《제 상대로 배인을 할 수 없다는 건 깨달았을 테니 이번에는 조금 더 재밌는 승부를 할 수 있겠네요.》

한 소리 해주자 막힌 속이 뻥~ 뚫린다.

심지어 V5는 연고지가 상하이.

팬이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여론이 움직인 결과다.

저평가 당하던 시절이 끝났다.

마왕의 캐리력이 제대로 주목 받고 있다.

「Royal Never Give Up!」

3일 전。

캐리 한 번 했다고 같잖게 설치네ㅋㅋㅋ

우즈가 배인한테 밀리면 진짜로 장강에 다이브해준다 쒸불련들아ㅋㅋㅋㅋㅋㅋ

-얘 아직도 살아있네

-장강물이 따듯해서 산 듯?

-와 이걸 산다고 ㄲㅂ

-R갈들은 우즈가 최고가 아니면 절대 만족 못하지

그와 반비례할 수밖에 없다.

흥분한 양팀 팬들이 경기 날짜만을 학수고대 한다.

* * *

Royal Club.

명실상부 중국 최고의 인기팀이다.

최고의 커리어와 최고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본인 방금 롤챔스 직관하는 상상함ㅋㅋㅋㅋ

하지만 어림도 없지

바로 '매진'!

아 참고로 팀은 SKY T1 좋아해ㅋㅋㅋㅋㅋㅋ

자기 전에 테이커 라인전 솔로킬이랑 메시 골 스페셜 보고 자야지~

대다수의 한국팬들이 이런 느낌이라면.

─본인 방금 LPL 직관하는 상상함ㅋㅋㅋㅋ

하지만 어림도 없지

바로 '매진'!

아 참고로 팀은 Royal Club 좋아해ㅋㅋㅋㅋㅋ

자기 전에 우즈 펜타킬 하이라이트랑 날강두 매드무비 보고 자야지~

중국팬들은 이런 느낌이다.

중국에서 최고로 인기 있는 팀.

이는 직관을 오는 팬덤 수에서 가장 가시적으로 차이가 난다.

와아아아아아아-!

Royal Club 선수들이 입장한다.

쏟아지는 환호는 단순히 크기만이 아니다.

한두 번 경기장에 찾아온 게 아닌 정돈됨이 느껴진다.

이는 굉장히 놀라운 일이다.

LPL의 티켓 가격은 상당히 비싸다.

평균 50~100위안으로 LCK의 1.5배 수준이다.

중국의 물가를 고려하면 체감적으로 5배 이상.

그럼에도 매 경기 팬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팬층이 얼마나 두터운지를 보여준다.

와아아아아-!

그보다 조금 부족하다.

하지만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낸다.

V5 Esports Club도 팬층이 이제는 제법 있다.

그나마 연고지인 덕분이 크다.

금일 경기장은 Hongqiao World IE Hub.

상하이임에도 홈 스테이지 느낌이 전혀 안 든다.

〈오늘 경기를 고대하는 팬분들의 성원이 저희 중계석까지 느껴지네요.〉

이는 구태여 언급하기도 애매한 일이다.

왜냐면 매 경기 일상과도 같으니까.

심한 경우 아예 적진을 자기집 안방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나마 상하이.

베이징과 대척점에 있는 도시다.

화젯거리가 되어버린 덕에 지역팬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7위따리 원맨팀이 까부는 날이 다 오네

-Royal이 누구 보고 원맨팀이래ㅋㅋㅋ

-우즈 키우기 원패턴 R갈들 ㅂㄷㅂㄷ하죠?

-응 우리 우즈한테 찢기고 즙짤 예정^^

커뮤니티에서도, 채팅창에서도 양팀 팬들의 신경전이 대단하다.

그 정도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경기다.

Royal Club도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다.

〈최근 Royal Club이 연패 중입니다. 분위기도 별로 안 좋아요.〉

〈아무래도 시즌 말이면 한 번씩 터지는 우즈 선수의 멘탈 문제가…….〉

롤드컵 2회 준우승 커리어 탓에 간과되는 사실이다.

우즈는 의외로 커리어가 좋지 않다.

LPL 우승조차 거머쥔 적이 없다.

아니, 세체원이라며?

실력이 아닌 멘탈 문제 때문이다.

정규 시즌 말쯤 되면 약속이나 한 듯 사건이 터진다.

우즈가 보이콧 선언을 했다, 미투 선언을 했다!

별별 일이 다 생기며 경기력이 저하된다.

Royal Club의 연례 행사, 아니 매 시즌 행사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시즌도 말썽이다.

앞으로의 경기에도 차질이 생길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변수가 터지며 분수령이 됐다.

《제 상대로 배인을 할 수 없다는 건 깨달았을 테니 이번에는 조금 더 재밌는 승부를 할 수 있겠네요.》

팬들도 흑역사로 치부하는 일.

우즈의 기억에도 생생히 새겨진 일.

일련의 도발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있다.

도발 덕에 기운을 차렸다는 소식이다.

우즈는 자신의 개인 웨이보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Royal Ujeu」

3일 전。

빵즈 원딜 매우 실망

오직 이몸 원딜 가능 월등히

역대 최고 빵야!

-빵야!

-우즈! 우즈! 우즈! 우즈! 우즈!

-그 정도 캐리는 우즈한테 암것도 아니지ㅋㅋㅋ

-질질 끌다 이긴 게 자랑도 아니고 ㄹㅇ

현재 웨이보에서 가장 추천을 많이 받고 있는 게시글이다.

금일 경기의 기대치를 한층 끌어올렸다.

이에 질 새라 V5에서도 반응이 있었다.

「大?」

3일 전。

이번 Royal전을 이기면 선수들에게 상여금과 특별한 식사를 제공할 예정이야

ㅇㅈ?

-ㅇㅈ이지

-니가 뭔데?

웨이보主- 나? 구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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