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던 구도가 물 흐르듯 이어진다.
이것이 파루스가 가진 강력함이다.
'그리고 능동성이지.'
원딜러 주제에 CC기가 탁월하다.
여차할 때 방금처럼 이니시를 열어버린다.
파루스가 차후 지겨울 정도로 롤챔스에 나오게 되는 이유다.
현재 시점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연구가 되지 않았고, 저평가 당하고 있다.
파루스의 진가는 스노우볼의 속도에서 드러난다.
쿠루룩!
바텀을 터트렸다면 다음은 미드다.
관통 화살이 미니언과 함께 적을 꿰뚫는다.
피격된 랄라가 실드로 막고 한숨 돌리려고 할 때.
촤락!
툭! 툭!
가르마의 실드를 받고 쫓아간다.
순간적인 이속 증가와 더불어 둔화 장판.
툭툭 체력을 깎아내자 메이지의 유지력으로는 버틸 수가 없다.
콰라락-!
애초에 버티게 할 생각이 없다.
무빙에서 적이 주위에 없다는 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부패한 촉수를 맞히고 요리하면 끝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V5 마왕님이 학살 중입니다!
무려 2초 속박이다.
궁극기를 쓰든 뭘 쓰는 죽은 목숨이다.
가르마의 RQ까지 더해지며 무참하게 터진다.
이러한 강제 킬각.
파루스를 픽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원딜러 주제에 초반부터 영향력을 행사가 가능하다.
'원딜이 강한 조합의 공략법은 크게 두 가지 있는데.'
간단하게 정리하면 하나는 맞서는 거고, 다른 하나는 부수는 거다.
아군 상체의 수준을 생각하면 후자는 힘들다.
이를 해낼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낸다.
* * *
우즈의 배인 깜짝픽.
현장의 관중들, 커뮤니티, SNS 심지어 같이 게임 하는 선수들과 코치들까지 까무러쳤다.
그 이유를 이번에야 말로 보여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歌?好?」
3일 전。
마왕은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어
우즈를 빡치게 하다니ㅋㅋㅋ
-진짜 멍청하지ㅋㅋㅋㅋ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몰랐는데 ㄹㅇ
-빵즈라서 미친개(狂小狗)한테 물려보질 않았어
-역대 최고 빵야!
일전의 도발이 겹쳤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중국팬들이 그토록 바라는 조합 또한 완성되었다.
〈배인이 한타에서 랄라와 한나의 버프를 받고 구르기 시작하면…… 정말 답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우즈잖아요!〉
해설진이 그 기대를 더욱 부풀렸다.
실제로 답도 없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콰라락-!
별 생각 없이 대치 중이던 한나.
파루스의 궁극기 끄트머리에 스친다.
─전장의 지배자! V5 마왕!
고작 그 하나의 이유로 죽게 된다.
촉수에 묶여 반항조차 하지 못한다.
자그마한 방심을 킬각으로 연결시킨다.
-눈 마주치면 죽이네ㄷㄷ
-궁이 개사긴데?
-저거 똥챔 아니었나……
-파루스가 뚜벅이라 그렇지 존나 셈
흔히 나오지 않는 챔피언이다.
종종 나오지만 다시 들어간다.
실패한 픽으로 분류되어 얼굴 볼 일이 드물다.
그런 파루스로 가차없이 캐리하고 있다.
픽의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스노우볼을 굴리는 속도가 범상치 않다.
쿠루룩!
그렇게 킬을 따내고도 멈추는 일이 없다.
미드 2차 포탑 앞.
파루스가 숨 쉴 틈 없이 압박을 이어나간다.
"이거 못 버텨?"
"안돼 안돼. 탈리반 궁&점멸 다 있어. 걸리면 젠부샤쓰 당해."
그 의미는 원딜이기에 더욱 각별하다.
플레이 메이킹을 하는 건 다른 라인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스킬&스펠 소모를 동반한다.
이를 원딜러가 대신해서 해냈다.
다른 라인은 스킬&스펠이 건재하다.
Royal Club은 뒷걸음질 치는 수밖에 없고.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하나둘 오브젝트를 내주게 된다.
글로벌 골드가 엄청난 속도로 벌어진다.
「29.3k」 vs 「37.9k」
게임시간 21분.
1만 골드 가까이 나고 있다.
제아무리 배인의 한타 캐리력이 대단할지라도.
〈게임이 거의 터졌어요…….〉
〈배인이 몰락을 띄우긴 했는데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성장 차이가 극도로 벌어져 있으면 의미가 없다.
그 이전의 문제다.
배인은 사거리가 짧고, 이렇다 할 탱킹 스킬이 없는 물몸.
촤락!
쿠루룩!
쏟아지는 스킬샷에 무력하다.
파루스의 관통 화살이 스친다.
르풀랑까지 측면에서 접근해 QR을 던지자.
와아아아아-!
관중석의 함성이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죽은 게 아니다.
체력이 크게 깎였을 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즈 참교육 씨게 당하네
-왜 배인을 같은 걸 해서;;
-그러니까 누가 배인 하래?ㅋㅋ
그마저도 상하이팬들에게는 사이다다.
결코 흔하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우즈가 이토록 탈탈 털리는 것.
카메라에 잡힌 우즈의 얼굴이 욹으락붉으락하다.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만만한 선전포고를 했었으니 신경이 쓰인다.
데구르……
챵! 챵!
결국 참지 못하고 굴러간다.
우즈의 배인이 반전을 꿈꾼다.
카이팅하는 뽐새는 가히 중체원이라 불릴 만하다.
그래봤자 결국 배인.
그것도 못 큰 배인이다.
쏟아지는 스킬샷에 무빙이 점점 무뎌진다.
「커져라~♬」
아군이 지원을 한다고 한들.
애초에 이길래야 이길 수 없는 전투다.
마지막 희망까지 가뿐하게 밟아 으깬다.
─전장의 화신! V5 마왕!
코앞에서 평타를 박으며 끊어 쏜 관통 화살.
반피였던 배인이 한순간에 터진다.
상하이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낸다.
첫 번째 세트.
그 승자가 자명해진다.
가볍게 승리한다.
이는 사실 예고된 느낌이다.
'프로씬에서 배인 잘못 뽑으면 원래 그래.'
세체원이든 세체원의 할애비든 마찬가지다.
배인 자체가 한계가 너무 명확하다.
피지컬로 비벼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전형적인 후픽 챔피언.
이를 별 생각 없이 가져간 대가다.
카운터 조합에 신명나게 두들겨 맞는다.
촤락!
쿠루룩!
굴러오는 배인을 가격한다.
굴러서 피해봤자 생명 연장의 꿈이다.
파루스의 맞딜은 결코 배인에게 밀리지 않는다.
'신명나게, 신명나게, 신명나게 새끼야!'
조금 감정이 묻어나는 포커싱이다.
상대가 원딜 중심 조합이라.
그것도 있지만 자존심 싸움 측면도 솔직히 있다.
다른 포지션 유저들은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원딜 유저들은 무조건 안다.
감히 내 앞에서 배인을 해?
참교육이 격하게 마려워진다.
라인전 단계부터 찢어야 직성이 풀린다.
한타에서도 프리딜 하는 꼬라지 절대 못 본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전장의 화신! V5 마왕!
다시는 배인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패버린다.
한타의 대승은 결정타가 된다.
첫 번째 세트를 승리한다.
'뭐 사실 내가 유도하긴 했는데.'
아무튼 그러하다.
자존심을 살살 긁은 배인픽.
그 맞춤형 전략을 준비해옴은 당연하다.
이렇듯 초장부터 조져 놓을 수가 있다.
이후 압박까지 수월하게 가져갔다.
파루스는 스노우볼에 특화된 픽이다.
그리고 그냥 좋은 픽이다.
상대가 무얼 하든 말이다.
현장 관중들이 떠들썩하다는 게 진동으로 느껴진다.
"치비르 가져갔네."
"크크큭 우즈 저 새끼는 자존심 어디 못 버려."
당연하게도 경기는 끝난 게 아니다.
이어지는 2세트.
Royal Club이 익숙한 픽을 해왔다.
그 의미는 짐작이 간다.
내가 일전에 거하게 선보였다.
배인은 못하겠고, 저거라도 하겠다.
'그런 간단한 의미만이 아니야.'
팀원들의 생각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2세트다.
한 번 더 지면 진짜로 패배한다.
그런 중요한 자리에서 연거푸 꼴아 박는다?
설사 우즈가 하려고 해도, 팀이 작정하고 말릴 것이다.
이성적인 판단이 가미돼 있다고 보는 게 옳다.
* * *
Royal Club의 부스 안.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분위기의 밴픽이 진행되고 있다.
"아, 마우스도 안 움직였어요!"
"아니, 그냥…… 불편한 거 없나 해서."
우즈에 대한 감시 또한.
또다시 물불을 가리지 않을까.
코치진이 숨 닿을 거리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좆같은 인생.'
코치로서 답답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준비해온 전략이 있다.
그런데 그걸 쓰지를 못해.
선수가 말을 듣지 않아서 말이다.
첫 번째 세트를 허무하게 패배했다.
어떻게 보완을 해봤지만 상대의 대응이 상상 이상으로 뛰어났다.
"파루스로 압박하면서 킬각 잡으니까 버틸 수가 없네."
"상체도 서포팅 픽이라 라인전을 못 이겼어."
답답함과 분함.
동시에 느낀다.
아무리 급조했다 해도 파훼된 게 사실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코치들의 신경전도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다.
자존심이 상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상대가 상대이니 만큼 더더욱.
'저쪽 양반은 스타에서 넘어온 양반이라 좆도 모를 텐데…….'
의아함이 사무치지만 진 건 진 거다.
점잖게 따져볼 만큼 여유가 있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건 당장의 밴픽을 성공시키는 거다.
"버티는 것보다 부수는 게 낫겠지?"
"버티라고 하면 우즈 멘탈부터 못 버텨."
격하게 동의를 안 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코치의 일이 어려운 이유.
단순한 사칙연산, 계산의 영역이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감정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중국에서는 여러가지로.
선수가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른다.
'이럴 때는 확실한 결단이 가능한 조합이 좋아.'
멘탈 나간 우즈가 사고를 쳐도 이상하지 않다.
일련의 사실을 경험을 통해 익히 깨달았다.
Royal Club이 선택한 조합.
"치비르면 웬만하면 반반은 갈 거야."
"초반에 상체 좀 포커싱해서 키우고 바텀을 한 번에 무너뜨리자."
이기지 못한다 해도 충분하다.
바텀이 대강 반반만 가줘도 된다.
상체 차이로 '우즈 키우기'를 할 수 있다.
이는 Royal Club의 가장 대표적인 전략이다.
그런 만큼 연구도 체계적으로 돼있다.
어지간한 픽은 상대법이 나와있다.
"파루스는 어차피 결국 뚜벅이야."
"라인전 단계에서 한두 번만 따면 영향력이 확 죽지."
비주류 챔피언인 파루스도 마찬가지.
아예 생뚱맞은 픽도 아니고 웬만큼은 안다.
비슷한 유형의 원딜이 찾아보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