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0화 (160/201)

퍼붓다 보면 맞게 돼있다.

심지어 멘탈이 나간 상태다.

실드 반응이 늦은 치비르의 체력이 혼미하다.

그렇게 전투 자체를 못하게 만든다.

우즈가 빠진 Royal Club은 속 빈 강정.

V5가 손쉽게 탑라인 무혈입성에 성공한다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블루팀의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경기의 승패가 사실상 결정된 순간이었다.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Royal Club의 패배.

2위팀의 추락을 의미한다.

만약 패배가 더 누적된다면 플레이오프 탈락의 경우의 수까지 생긴다.

거기까지는 사실 논하기 애매한 일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당장이었다.

「???友」

5일 전。

우즈가 졌어?

말도 안돼

주작 아니야?

-R갈들 현실 도피ㅋㅋㅋㅋㅋㅋ

-눈물 난다 눈물 나

-응 니네 원딜 7위따리 팀한테 지는 거품

웨이보主- 아닌데? 4위팀한테 한 번 진 건데?

중국에서 우즈라는 선수가 가지는 위상.

그 어떤 설명을 붙여도 부족할 것이다.

한국과 달리 국제 대회에서 선전한 선수가 적기 때문이다.

중국의 자존심이라는 느낌이 있다.

그렇다고 절대 패배하지 않는다?

그런 건 아니어도 납득이 갈 만한 과정이 있어야만 했다

「[LPL East] 파죽의 5연승…… V5, Royal Club 잡아내며 세트 10연승 달성!」

「[LPL East] '인간계'로 내려온 Royal Club. 우즈의 캐리? 반전은 없었다」

아예 일방적으로 패배했다.

고작 그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원딜 차이가 철저하게 묻어나자 충격은 배가 된다.

Royal Club팬들로서는 믿고 싶지가 않다.

중체원 우즈가 이토록 무기력하게 지다니.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참사다.

「[LPL 칼럼] 우즈의 패배인가? 'NO' 우즈는 배고팠다. 부족했던 바텀 시팅」

일부 편파적인 기사.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에 동조해줄 정도로 팬들이 어리석지 않다.

[最佳??]- 아ㅋㅋ 배가 고팠으면 어쩔 수 없지

[最佳??]- 그 등치에 밥도 안 먹이고 게임시켰누ㅋㅋㅋ

[最佳??]- 한국에 배고픈 듀가 있다면 중국에는 우즈가 있다!

팬들이 많은 만큼 안티도 많은 건 숙명이다.

기사의 댓글에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평소 같았으면 실드 댓글이 더 많았겠지만.

「??的?」

4일 전。

적벽대전의 조조가 제갈량의 꾐에 넘어가 10만 발의 화살을 넘겨줬듯

우즈는 마왕의 꾐에 넘어가 배인이라는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只猪匣」

4일 전。

우즈 실망이다……

프로 선수가 멘탈 때문에 매 시즌 발목 잡히는 게 말이나 되냐?

.

.

.

팬들 입장에서도 답답한 일.

하고 싶은 말이 각자 한두 마디씩은 있다.

만약, IF, ~~했더라면 하는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다.

솔직하게 인정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그도 그럴게 우즈의 패배는 중국의 패배다.

팀이 지더라도 우즈만은 결코 지면 안됐다.

그만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해석을 붙이려는 움직임이다.

우즈가 패배한 건 상대의 수가 비열했기 때문이다!

「cai cai」

4일 전。

마왕이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주윤발 같은 녀석이겠지

-주윤발이 왜?

-(공안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어휴, 어쩐지 싹이 노랗더만

-중국은 한 점도 작아질 수 없다!

우즈의 팬 입장에서는 그럴 듯하다.

실제로 플레이가 사악해 보이기도 했다.

카운터픽과 전투를 할 수 없게 만드는 리치 차이.

1세트는 극단적인 스노우볼이었다.

2세트는 대놓고 멀리서 포킹으로 괴롭혔다.

정신 승리할 건덕지가 하나쯤 있는 것도 사실이다.

「食神V2.0」

3일 전。

파루스가 숨겨진 OP챔피언이었어

우즈 하나 이겨보려고 조커 카드를 소비하다니

마왕인지 마두인지는 몰라도 멍청해

-사이비 원딜 소리 듣는 이유가 있지

-어차피 Royal은 플옵 확정인데ㅋㅋ

-주인공이 아니고 악당이야

웨이보主- 그해서 마두 소리를 듣는 거잖아~

Royal Club이 진 건 파루스가 사기라서 그렇다!

적어도 팬덤 사이에서는 기정 사실화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그렇게 되고 있다.

쿠루룩!

공격력과 방어구 관통력.

스킬 데미지를 극대화시켰다.

파루스를 마치 포킹 챔피언처럼 써버린다.

촤락!

쿠루룩!

어지간한 포킹 챔피언에 뒤지지 않는다.

아니, 그 이상 가는 장점도 보인다.

관심이 쏠리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였다.

-데미지가 저렇게 센데 쿨이 3초야??

-사기 맞네

-마나소드 완성되면 평타도 셈

-우즈 족치려고 작정하고 연구해온 듯?

경기 외적인 파급력과 맞물린다.

커뮤니티는 물론 중국의 SNS 웨이보, 중국의 유튜브 요우쿠 등에 퍼지며 수백만, 아니 수천만의 대륙 스케일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와……, 이거 물건인데.〉

〈적당히 포킹하다 궁극기만 걸어줘도 1인분이야.〉

〈미드로 쓰는 건 어때? 라클 되니까 충분하잖아. 이거 내가 최초 맞지?〉

몇몇 스트리머가 따라하며 열풍이 분다.

픽률이 1%대에서 13%로 10배 가까이 떡상한다.

물론 깜짝 이슈에 의한 단기적인 유행에 지나지 않으나.

「Vlcl Gaming, LCD Gaming에 1세트 승리! '파루스' 기용 성공적」

「[인터뷰] 맏따曰 포킹 파루스 쥐어주니 1인분은 하더라」

LPL에서 슬금슬금 주목 받는다.

Vlcl Gaming이 꺼내 들며 재미를 본다.

다른 팀들도 스크림에서 시도를 하고, 몇몇 팀들은 실전에서까지 사용한다.

〈요즘 파루스가 1티어로 떠오르는 추세죠?〉

〈라인전도 세고, 스노우볼 굴리기도 편하다는 점이 프로팀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강력한 라인전, 확실한 CC기.

공격적인 LPL에서 환영 받는 스타일이다.

챔피언도 나온지 오래되어서 숙련도 문제도 없다.

"좋아 보이는데?"

"바텀이 최소 반반 파밍은 되네. 여차하면 미드로 돌려버릴 수도 있고."

입소문이 나날이 퍼진다.

한두 팀이 재미를 보자 경쟁적으로 쓰인다.

1회성 조커픽에서 당당한 주류픽으로 자리 잡게 되고 만다.

* * *

Royal Club전의 승리.

그 의미는 결코 가벼울 수가 없다.

「Asphyxia」

2일 전。

나 R갈 아닌데 마왕 이 새끼 거품이라고 본다

우리 우즈랑 캐리력 대결하면 지잖아

그래서 조커픽 꺼내서 승부수 띄웠지

-우리 우즈???

-R갈 아닙니다. 아무튼 그럼~

-반반픽 했으면 우즈가 이겼을 거라고 확신함?

-뇌피셜 감수성이 부족하네ㅉㅉ

지나치게 무거워서 문제다.

아무래도 중국 굴지의 인기팀이다.

후폭풍이 거세게 불어 닥치지 않을 수가 없다.

실제로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신인 선수들은 아닌데…….

혼자 고민하다가 멘탈 깨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런 걸로 고민할 시기는 지났지.'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다.

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게 정 띠껍고 꼬우면 계속 잘해서 실력을 증명하면 된다.

e스포츠 뿐만 아니라 모든 업계가 마찬가지다.

일정 수준까지는 몰라도 그 이상은 냉정하다.

쉽사리 '인정'이란 단어를 붙여주지 않는다.

'반대로 말을 하면 고평가 받는 선수들은, 고평가를 받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성과를 증명해왔겠냐고.'

??번 이겼다고 따라잡는 건 어림도 없는 소리다.

세상 일이라는 게 원래 녹록하지가 않다.

특히 내가 몸담고 있는 팀은 더더욱.

"요즘 아주 잘하고 있어. 크~ 5연승은 정말 바라지도 않았는데."

"뭐, 선수들도 노력하고 감독님도 잘해주신 덕분이죠."

"이게 다 내가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니까 그만큼 보답을 하는 거지."

"……"

재미있는 해석이지만 아주 틀린 말은 또 아니다.

최근 밴픽 개입을 안 하니까 살 것 같다.

머리 아픈 일이 한 가지 사라졌다.

'하나하나 협상하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야.'

일전에 배인을 시켰을 때.

그것도 내가 그냥 했던 게 아니다.

무시하면 곤란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 감독말을 안 들어?

그럼 나도 니말 안 들어줄 거야~.

유치한 기싸움으로 흘러가는 일이 생긴다.

'편견이라면 편견인데 나이대 있는 감독 중에 좀팽이가 많아서.'

자기 의견 잘 들어주는 선수.

자기 의견 안 들어주는 선수.

꽁해 가지고 마음속으로 막 기억하고 있는다.

나한테 유독 친근하게 구는 이유도 그래서다.

중국 선수들과 사이가 거의 안 좋다.

감독이 롤알못이라고 무시한다.

평소에 좋은 관계를 유지한 덕분에 의견 반영이 잘된다.

잘되는 수준을 넘어 요즘은 내 마음대로 하고 있다.

적당히 비위만 맞춰주면 된다.

"청출어람이라고 창민이는 알아서도 잘해."

"아, 네. 감독님 덕분이죠."

"파루스도 내가 추천하려고 했었거든!"

"……."

선 넘네.

다소의 인내가 동반되긴 하지만 말이다.

얼핏 단순히 조커픽을 기용했다고 보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과정이다.

상황에 맞춰 기용하는 것과, 그냥 꺼내드는 건 천지 차이다.

파루스처럼 색깔 있는 픽은 더더욱 그러하다.

초반 스노우볼을 굴려야만 한다.

이를 인지하고, 실제 게임으로 연결시킨다.

그것을 할 줄 알아야 이른바 S급 원딜러의 반열에 든다.

'그냥 캐리력만 좋은 건 반쪽 짜리야.'

가위바위보에서 주먹만 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원딜러도 챔피언을 통해 스타일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면 전략적인 선택지가 차원이 달라진다.

비로소 진정한 캐리력을 발휘할 수 있다.

Royal Club전의 승리.

이는 세간의 평가보다 훨씬 고된 길이었다.

해낼 자신이 있었기에 걸은 길이기도 하다.

1승 5패에서 6승 5패로 반등을 이뤄냈다.

앞으로 남은 여정이 만만치 않기는 해도.

「大?」

8일 전。

이번 Royal전을 이기면 선수들에게 상여금과 특별한 식사를 제공할 예정이야

ㅇㅈ?

-ㅇㅈ이지

-니가 뭔데?

웨이보主- 나? 구단주

-하도 다크템플러처럼 있으니까 사람들이 모르잖아ㅋㅋㅋ

당장은 기뻐해도 될 일이다.

Royal Club과의 경기 전에 올라온 웨이보다.

작성자가 무려 구단주.

'물주시지.'

이런 속보를 지나쳐서는 안될 노릇이다.

내가 따로 알아보기도 전에 당도해 있었다.

돈이라면 환장하는 팀원들이 성화였다고 한다.

10만 위안.

한국 돈으로 1700만원 가량이다.

그만한 거금을 모든 팀원과 코치진에게 통 크게 베풀었다.

그로 인해 팀 사기도 매우 긍정적이다.

돈만큼, 쩐만큼 중국에서는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이 없다.

그보다 중요한 건 사실.

'물주가 주목하는 경기에서 활약을 펼쳤다는 거지.'

결국은 징검다리다.

잘하는 것도, 성적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점수를 따는 게 무엇보다 큰 목적이다.

그 목적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하~ 근데 좀 아쉬워."

"어떤 점이요?"

"내가 보기에는 파루스 같은 픽은 좀 더 아꼈으면 좋았을 것 같거든~."

"허허허."

받아줘야 한다.

안 받아주면 삐친다.

'그리고 틀린 말이 아니긴 해.'

전략적인 가치가 높은 픽이다.

공격적인 LPL 성향과도 잘 맞는다.

파루스가 안 써서 그렇지, 써보면 느낌이 온다.

물론 만능은 아니다.

나처럼 초반에 굴릴 줄 모른다?

잘하는 원딜러가 하기에는 계륵이 돼버린다.

'동성장을 하면 당연히 일반 원딜러가 더 좋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다.

라인전 애매한 원딜러들한테 딱이다.

실제로 Vlcl Gaming이 재미를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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