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2화 (162/201)

-조합 차이로 졌다

-파루스가 너무 노딜이었지ㅋㅋㅋ

결과는 Team ME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원래 서부 리그에서 잘 나가는 팀이라.

그렇게 정의하기엔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LPL West 결산] 깜짝픽으로 반전 노린 'KF eSports' PS 진출 좌절.」

「[LPL 칼럼] 같은 기용, 다른 결과. 왜? '파루스' 약점 드러나」

그냥 단순히 결과가 안 좋았다.

그런 거라면 해석이 달랐을 것이다.

글자 글대로 근본적인 약점이 드러난 느낌이었다.

「잿빛거인」

총 가격: 2200골드

체력:+ 350

추가 체력 +25%

근처 적에게 마법 피해를 가합니다. 몬스터에게는 50%의 추가 피해가 적용됩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일 수 있다.

아이템 하나 추가됐다고 메타가 바뀌다니.

다른 게임 유저라면 의아할 수 있지만 LOL에서는 일상이다.

아이템 스펙이 워낙 좋다.

정글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사용한다.

탱커 메타가 주를 이루자 자연스럽게 파루스의 입지가 좁아진다.

〈아무래도 생존기도 부실하고, 지속딜도 약하다 보니까…….〉

〈플레이오프의 예고편 느낌이 나네요. 정규 시즌과 메타가 달라질 거라는 걸 각오해야겠습니다.〉

서부 리그 해설자들의 총평.

가볍게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다.

특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프로팀들 입장에서는 난처해진다.

지금까지 해왔던 게 안 먹힐 수 있다.

다른 스포츠는 물론이고 e스포츠에서도 이런 일은 없다.

LOL이라는 게임에서 선수 해먹는 게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급변하는 생태계에서 생존을 도모한다.

일신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역대 최고인 선수는 있어도, 항상 최고인 선수는 있을 수가 없는 업계다.

본래라면 당연히 그래야만 했다.

매 시즌, 아니 시즌 중에도 몇 번이나 달라진다.

급격한 메타의 변화는 LOL을 직업으로 삼는 선수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아니, 시발 나는 잘 차고 있다고!

게임사: 이번 메타에서는 축구공이 탱탱볼처럼 튑니다.

어케 차누 시발련ㄴ아!

소리가 안 나올 수가 없다.

만약 축구였다면 국제축구연맹 FIFA 회장에게 선수들이 돌아가며 귀싸대기를 날렸겠지만, LOL에서는 선수들이 얌전히 받아들인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일련의 사정이 박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꼭 악보라 볼 것만은 아니다.

메타가 달라짐에 따라 이득을 보는 선수들도 생기니까.

와아아아아아아-!

결승 진출팀을 가리는 플레이오프.

나흘이 지나 이미 시작되었다.

현재 첫 경기가 치러지는 중이다.

내용은 관중들의 함성이 증명한다.

떠나갈 지경을 넘어 고막이 떨어진다.

그럴 만한 대소동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트리플 킬!

Royal 우즈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우즈가 캐리를 한다.

그것만으로도 Royal Club팬들은 열광의 도가니다.

싱글벙글 아주 난리가 난다.

고작 그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역시 우즈…….〉

〈우즈를 위한 메타가 도래했다는 사실이 느껴지는 광경이네요.〉

최근 체면을 구겼다고 한들.

근본이 어디 가지 않는 선수다.

롤드컵 2회 준우승의 타이틀이 뉘집 개이름일 수가 없다.

단순한 커리어 뿐만 아니라 실력 자체가 뛰어나다.

실제 한국의 S급 선수들도 인정을 한다.

판만 깔리면 캐리력이 미쳐 날뛴다고.

-앞라인만 든든하면 뭐……

-캐리력 원탑은 누가 뭐래도 우즈지

-핑크스 템 뜬 거봐 미쳤어

-우즈! 우즈! 우즈! 우즈! 우즈!

5.5패치로 추가된 잿빛거인.

정글 OP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그에 따라 최근 1티어 정글러는 전부 탱커다.

원딜러 입장에서 딜 넣기가 편해진다.

캐리형 원딜러가 날뛰기 좋을 수밖에 없다.

'우즈를 위한 메타'라는 해설자의 말은 그럴 듯하다.

「시베리아가 주는 선물로 생각해라!」

단단한 탱커가 판을 깔아준다.

셀줄아니의 얼음 감옥이 시원하게 터진다.

뻐엉! 뻐엉!

그 뒤에서 핑크스가 바주카를 뻥뻥 쏜다.

이미 약속의 2코어가 갖춰진 상태다.

기절한 쓰렉귀부터 일단 터트린다.

와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

패시브가 터진 핑크스 만큼이나 신났다.

이 구역의 미친년은 자신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쿼드라 킬!

전설의 출현! Royal 우즈!

적어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기에선 그러하다.

침을 질질 흘리며 미쳐 날뛴다.

구겼던 체면을 어느 정도 회복하는데 성공한다.

카메라에 비친 우즈의 얼굴에 생기가 띈다.

어깨도 으쓱으쓱 기분이 좋아 보인다.

그 장면 그대로 기사가 나간다.

「[LPL PS] Royal Club 무난한 승리! 한국 다대기, 매콤하지 않아」

「[인터뷰] 슬럼프 극복했다! 우즈曰 "이 느낌 그대로 쭉 갈 것"」

플레이오프 첫 경기를 캐리했다.

한국 선수 다대기와 루시퍼가 있는 M4를 잡아냈다.

서부 리그 4위의 상대적 약팀이라고는 해도 경기 내적인 내용이 좋았다.

「斯??」

2일 전。

이게 롤이지

탑정글은 우즈만 보좌해~

「看、灰太狼」

2일 전。

우즈 안색도 좋아지고, 살도 통통해져서 너무 보기 좋다!

「ぃ奈何づ」

2일 전。

정정당당하게 승부한다면 그 누구도 우즈를 이길 수 없어

.

.

.

중국팬들이 바라고 바랬을 Royal Club의 승리와 반등.

동시에 일어나자 역시나 크다.

이번 스프링 시즌의 우승은 정해졌다느니 별별 소리가 다 나온다.

「余生??」

2일 전。

게임사가 우즈 편애하는 거 아님?

우즈 폼 좆되자마자 메타 바꿔서 회생시키네

-네 다음 '열등감'

-지금까지 메타가 안 좋았다고는 생각 못함?

-반박 못하죠? 역겹죠?

웨이보主- ㅇㅇ R갈 역겨움

물론 일각에서는 메타빨 아니냐?

그런 이야기도 나오지만 어림도 없다.

Royal Club팬들이 실드를 두텁게 쳐준다.

그리고 실제로 억측이기도 하다.

LOL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메타의 변화로 선수의 폼이 급변하는 일은 말이다.

「?邪」

1일 전。

현 시각 가장 좆된 선수.Real

메타빨로 꿀 빨았던 '그 마두'

7위따리가 어쩌다 2위팀 한 번 잡았다고 정신 못 차림

-사이비 원딜 피눈물행ㅋㅋㅋㅋ

-R갈 아니지만 동의합니다

-마교의 무공은 원래 단명해

-마두는 개뿔~ 하오문 따까리쯤 되겠지ㅋㅋㅋ

우즈와는 완전히 반대 선상의 케이스다.

V5의 에이스 마왕.

메타의 변화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 * *

플레이오프.

정규 시즌 이후, 그리고 결승전 이전의 과정을 일컫는다.

보통은 도장 깨기 형식을 따르지만 LPL은 약간 특별하게 진행된다.

LPL East에서 올라온 상위 네 팀.

LPL West에서 올라온 상위 네 팀.

총 여덟 팀이 교차하듯 가로질러 올라가는 방식이다.

동부 리그 3위인 Royal Club은 서부 리그 4위 M4를 상대했다.

동부 리그 4위인 우리팀은 서부 리그 3위를 상대한다.

그 경기를 위해 오랜만에 찾아왔다.

"미안하다. 파루스를 쓰는 게……,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쓰는 수밖에 없었던 거 같아."

중국 사천의 중심 청두.

플레이오프는 서로 연고지가 아닌 제 3의 지역에서 치러진다.

어느 쪽도 홈그라운드 효과가 없도록 공평을 기한다.

하지만 아예 차등이 없다는 건 아니다.

순위가 높은 쪽이 보다 어드밴티지가 있다.

청두는 서부 리그의 지역으로 낯설 수밖에 없는 장소다.

"제가 KF 상황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코치님이 그렇게 판단하셨으면 맞겠죠."

"면목이 없어서 그렇지."

본래라면 그래야만 한다.

그런데 나 개인에 한해서는 그렇지 않다.

청두는 바로 얼마 전까지 몸 담았던 KF eSports의 연고지다.

'허허허.'

그래서 인사라도 할 겸 들렸다.

겸사겸사 정보도 있으면 알아가고.

서부 리그 경기도 웬만하면 챙겨보지만, 기타 자잘한 것은 역시 현지 인맥을 통해 얻는 게 확실하다.

"아니, 우리도 후반 보험픽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게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잖아."

"예, 뭐."

오자마자 넋두리를 들어주고 있다.

KF eSports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다음 시즌까지는 휴식 기간이고, 이미 선수들은 각자 휴가를 떠났다고 한다.

얼핏 안타까워 보이지만 LPL 첫 출전이다.

그럭저럭 선방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역시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솔직히 한국 선수 유무 차이가 크다."

코치 입장에서는 더더욱이다.

짤 수 있는 전략의 선택지.

이는 선수의 실력과 대응폭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가를 시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니까 가능하지 보통은 안된다.

상대였던 Team ME.

한국 선수가 두 명 소속돼있다.

한 명은 원딜러인 미스트.

다른 한 명은 정글러 스피리트.

각각 팀의 캐리력도, 운영을 도맡고 있다.

"월클좌는 인정이죠."

"응?"

"그런 게 있어요."

아무튼 간에 상관있는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Team ME와 맞붙게 됐다.

서부 리그 3위팀으로 첫 플레이오프 상대다.

'나 아직 월클이었던 분이 정말로 월클이던 시기라니.'

서부 리그가 동부 리그보다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한들.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거지, 잘하는 팀은 잘한다.

더욱이 Team ME는 근본이 있는 팀이다.

한국팀으로 따지면 KTX 내지 지존 드래곤X.

자국 리그는 잘하는데 국제 대회 커리어는 빈약하다.

즉, 자국 리그인 LPL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근데 괜찮아?"

"뭐가요?"

"갑자기 원딜러로 전향한 것도 놀랐는데……, 이렇게 메타까지 바뀌어서 많이 난감할 거 아니야."

그리고 메타의 변화.

별 생각 않고 있었는데 말해줘서 떠올랐다.

세간에서는 그러한 이야기도 나돌고 있었다.

'LOL이라는 게임이 언제나 난감하긴 하지.'

메타가 한순간에 휙휙 바뀐다.

심지어 그 주기가 긴 것도 아니다.

변하는 계기도 정말 얼척이 없게 시시하다.

무슨 와우처럼 확장팩이 나온 거면 모를까.

게임사가 님들 이거 쓰셈!

하고 아이템 하나 툭-! 던져주는 정도로 대격변이다.

마치 도미노처럼 두두두두!

연쇄 작용을 일으킨다.

잿불거인의 탄생으로 영향을 받는 건 정글만이 아니다.

탑라인은 딜러를 하기 애매해진다.

탱커 정글러들의 다이브가 위협적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포탑이 약해 버티기 더 힘들다.

원딜은 유틸형 원딜러가 사장된다.

시간이 갈수록 탱커를 잡을 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캐리형 원딜러가 득세한다.

서포터들도 성향이 수비적으로 변한다.

캐리형 원딜러를 보좌하기 위함이다.

공격적인 픽은 리스크가 높아진다.

미드는 암살자의 티어가 낮아진다.

커도 잡을 게 없어.

탑&정글은 단단하고, 원딜은 서포터가 항상 붙어있다.

'솔직히 존나 미친 게임이긴 해.'

현실은 상기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각 챔피언의 티어와 시너지도 고려 대상이다.

몇몇 코치들이 괜히 탈모로 고생하는 게 아니다.

"코치님도 내일모레 서른이시죠?"

"어……, 벌써 그렇게 되긴 했네."

"조심하셔야겠네요."

"응?"

마지막으로 뵀을 때보다 훤칠해지신 것 같다.

그만큼 살아나가기가 막막한 업계다.

하지만 이미 뽑힐 만큼 뽑히고 온 입장이다.

'이번 생은 풍성하게 갈 거야.'

아무튼 탱커의 득세는 원딜 메타의 동의어다.

유틸형 원딜을 다루던 선수는 슬럼프를 겪기 딱 좋다.

KF eSports의 코치님이 걱정을 해주신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저희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래~?"

"기대하셔도 좋을 만큼 재밌을 거에요."

미래의 데이터가 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