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응용할 능력도 갖췄다.
무엇보다 답답해서 직접 뛰고 있는 마당이다.
방법을 짜고자 한다면 얼마든지다.
생각해둔 것이 한두세네 가지가 아니다.
다만, Team ME와의 경기에서는.
"뭐 할 건데? 나한테만 가르쳐주면 안돼?"
"아, 이런 거 말하면 안되는데."
"아~~ 아~~ 당연히 안 말하지. 입도 벙끗 안 해!"
이런 식으로 인맥끼리는 입이 가벼워지곤 한다.
프로씬에서 유출 문제가 심심찮게 터지는 이유다.
'괜히 시험해본다고 깔짝 대다 알려지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이번 경우에 한해서는 딱히 상관없다.
신뢰의 문제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상관없다.
"파루스요."
"……어??"
"진짜로요."
메타를 정면에서 거슬러 올라간다
* * *
스프링 시즌은 약 세 달에 걸쳐 치러진다.
앞서 정규 시즌이 두 달에 걸쳐 끝났다.
그리고 플레이오프가 2주에 걸쳐.
와아아아아아-!
DOUBLE-G 스타디움.
청두 LDL의 공식 경기장이다.
금일 경기가 예정된 두 팀이 입장하고 있다.
〈화요일 치러진 Royal 대 M4의 플레이오프만큼이나 팬분들의 기대가 대단하네요.〉
〈아무래도 마왕 선수가 청두 LDL에서 한 때 경기를 뛰었다 보니…….〉
Royal Club의 팬층은 워낙 성화이기로 자자하다.
이에 준할 정도로 경기장이 떠들썩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오 반가운 얼굴!
-KF 대신 마왕이라도 응원해야지
-잘해주겠지?
-정글에서 원딜로 포변했다던데ㅋㅋ
올드팬층이 있는 Team ME는 물론.
신규팀인 V5도 청두에서는 잘 나간다.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기대치가 높다.
그렇기에 더욱 걱정이 되는 일이다.
최근 메타의 변화에 가장 직격탄을 맞았다.
SNS와 커뮤니티에는 이미 분석글이 퍼지고 있다.
「提莫打石?i」
1일 전。
마왕은 이제 거품 꺼질 일만 남았음
정신 못 차리고 파루스, 부시안 이런 거 하는 순간 나가리지
-치비르로 캐리한 거 못 봄? 눈깔이 없나
웨이보主- 응 치비르 밴^^
-그 마두 치비르 원챔충 되겠누ㅋㅋㅋㅋㅋ
-우리 우즈 상대로 자신 없으니까 꼼수 썼잖아~
신빙성이 나름 있다.
메타 적응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마왕 선수가 치비르도 그렇고 다른 챔피언도 충분히 쓸 기량이 있는 선수기 때문에…….〉
핑크스나 꼬그모 같은 픽도 연습의 유무에 따라 못할 게 없다.
해설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다.
채팅창 갈고리를 제대로 수집한다.
파루스가 나와버렸다.
Team ME.
바로 그 헤이샤오가 있던 팀이다.
세체원으로 칭송 받던, 이견이 갈리지 않던 원딜러 말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실력도, 커리어도 우즈가 한 단계 위.
장본인이 은퇴를 확정지으며 종지부가 찍힌지 오래다.
"오늘 컨디션 괜찮아?"
"저 월클이에요 월클~ 큰 무대에서 강하다고요."
하지만 2015년에 들어 리빌딩했다.
한국 선수를 두 명 새로이 영입.
기존의 팀 색깔을 없어진 대신 전력 강화에 중점을 뒀다.
시즌2 중국 최고의 팀이던 이전만한 위상은 아니더라도 다시 강팀의 반열에 들었다.
얼마 전 IEM에서 준우승이라는 성과까지 거뒀다.
「[IEM] 한국 독주체제 깼다! 준우승 거머쥔 LPL」
「[IEM 칼럼] 값진 준우승. LPL은 '진짜' 보여주지도 않아」
「[인터뷰] Team ME '스피리트' "아직 월클이라는 사실 증명해 기뻐"」
4강에서 한국팀 GOO Tigers도 잡아냈다.
그로 인해 중국에서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
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스피리트 선수 또한.
"동선 세세하게 짜도 수행할 수 있다는 거지?"
"그럼요~ 그냥 빨리 만나서 꺾어주고 싶어요."
경기를 앞두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해줘야 할 게 많은 만큼 다행인 일이다.
선수의 컨디션이 좋아야 코치도 마음 놓고 요구할 수 있다.
"상대가 상체는 많이 약하고, 바텀은 많이 강한 극단적이라 팀이라……, 어느 쪽이든 확실하게 파기만 하면 쉽게 풀 수 있을 거야."
Team ME의 코치.
국대 나이즈라 불리던 마진 실드의 나훈이다.
경기 시작에 앞서 기본적인 틀과 방향성을 다시 한 번 설명해준다.
어느 쪽이던 치명상을 입히면 된다.
그러면 정글 차이를 바탕으로 굴리기 쉽다.
원딜러의 수준도 결코 밀리지 않으니 조급하게 갈 이유도 없다.
'지금 메타라면 전혀.'
상대인 마왕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현재 메타는 이전과는 달라졌다.
원딜러인 미스트는 꼬그모, 핑크스를 필두로 캐리픽을 주로 다룬다.
메타의 수혜를 톡톡히 입은 셈이다.
라인전 단계에서 이득만 보면 승기를 이어나갈 만하다.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고 있던 나훈의 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쟤네 파루스 하는데요?"
"진심인가? 브라운 가져와!"
상대가 파루스를 가져갔다.
최근 티어가 떡락하고 있는 픽을.
어떤 플레이가 가능한지 이미 데이터가 쌓였다.
'일반 원딜로 하던, 포킹으로 가던 한계가 명확해.'
브라운을 가져오면 둘 다 대처가 가능하다.
궁극기로 묶여도 쉽게 안 죽는다.
포킹은 방패를 세우면 막는다.
말하자면 카운터픽.
준비해온 보람이 있다는 생각에 나훈은 씨익 웃는다.
동시에 씁쓸한 감정이 들게 된다.
'힘들 테지.'
메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자신 또한 은퇴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겪은 바가 있으니까.
하지만 남 걱정할 상황이 아니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중요도가 깊다.
구단에서 엄청난 기대를 보내온다.
Team ME의 부활.
그 첫 발자국을 내디딜 중요한 무대다.
인지하고 있기에 철저하게 이겨야만 한다.
와아아아아-!
일련의 사정을 제외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플레이오프는 베이스가 단두대 매치.
승리한 팀에게는 영광이, 패배한 팀에게는 씁쓸한 휴식만이 주어진다.
평소 이상으로 응원의 열기가 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양쪽 팬들이 경쟁을 하듯 함성을 쏟아낸다.
일순간 Team ME의 목소리가 더 높아진다.
〈아, 여기서 브라운이 나오면…….〉
〈요즘 프로팀 스크림에서 브라운이 파루스 카운터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거든요!〉
까다로운 카운터를 꺼냈다.
해설진이 설명을 하며 격찬한다.
프로팀 스크림을 관전하고, 관계자와 인맥 형성이 돼있기에 안다.
-브라운이 왜?
-포킹 다 막잖아
-오…… 카운터 될 만하네
-파루스가 애초에 안 쓰이던 이유가 있지
밴픽 대처가 훌륭하다.
상대의 주요픽에 대비책을 세워왔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주요픽도 문제 없이 가져온다.
〈역시 꼬그모를 가져오네요.〉
〈최근 메타에서도 좋고, 미스트 선수의 시그니처 픽인 만큼 가져오지 않을 이유가 없죠!〉
Team ME는 원하는 대로 바텀 조합을 완성시켰다.
최근 메타에서 가장 중요한 바텀을 말이다.
그에 반해 V5는 거의 바뀐 바가 없다.
바텀에 한해서는 우려먹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이러면 후반 힘 차이가 아무래도 나죠.〉
〈V5는 초중반에 굴리는 것이 요구되는데……, 쉽지 않은 메타라서 두고 봐야겠습니다.〉
예고됐던 불안이 현실화 되어간다.
밴픽부터 이미 기울어져 있다.
-'그 마두' 꼼수 써보려 하지만 어림도 없죠??
-Team ME에 1만 위안 걸었다
-나돈데ㅋㅋㅋㅋ
-가즈아!!
프로씬에서 조합이 가지는 의미.
결코 적을 수가 없다는 건 말해서야 입만 아프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아예 조합만 봐도 승패가 보일 정도다.
채팅창, 커뮤니티의 여론이 기울어진 것도 일리가 있다.
분명 결과가 보이다시피 한 게임이었다.
* * *
사이비 원딜.
유틸형 원딜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그중에서도 포킹 파루스는 극단적이다.
탱커를 잡는 능력이 전무하다.
엄청 잘 큰 게 아닌 이상 딜이 안 박혀.
심지어 잘 커도, 시간이 지나면 썩게 돼있다.
'그래서 지금 같은 메타에서는 쓸 수가 없어.'
잿빛거인의 한창 OP인 시절.
체력 돼지를 잡아낼 방도가 없다.
실력이나 성장으로 커버하는 것도 한계가 따른다.
그냥 단단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갓렌 같은 극한의 예외를 빼면 탱커는 기본적으로 CC기가 많다
뚜벅이인 파루스는 생존하기도 힘든 게 사실이긴 한데.
쿠루룩!
툭!
관통 화살이 쏘아진다.
그리고 따라가 평타를 욱여 넣는다.
「내 방패만 믿으라고!」
가볍게 받아낸다.
브라운의 탱킹력은 서포터 중에서 손가락에 꼽힌다.
'단단하지.'
심지어 방패로 원딜 보호도 동시에 가능하다.
그렇기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카운터.
상대가 자신만만하게 꺼내온 것도 이해는 된다.
치잉-!
툭! 툭!
하지만 그래봤자 방패는 방패다.
할 수 있는 건 막는 것이 전부다.
일방적으로 팰 수만 있다면 깨진다.
빌지워터의 해군칼.
그 액티브로 둔화를 건다.
따라가며 평타로 계속 두들긴다.
촤락!
오염된 화살비로 한 번 더.
뒤쪽에 멀찍이 뿌려 판을 깐다.
따라가 두들기자 킬각까지 잡힌다.
툭! 툭!
쿠루룩!
장전된 관통 화살을 맞는다면 말이다.
스치는 순간 그냥은 안 끝난다.
오염 스택이 터지며 퍼엉-!
위기감을 느낀 브라운의 점멸이 빠진다.
단단해봤자 결국은 샌드백.
이렇듯 지속딜로 패버리면 오히려 쉽다.
'파루스가 크게 세 종류가 있는데.'
기본적인 치명타 빌드.
포킹을 살린 관통력 빌드.
마지막으로 몰락검을 가는 AS빌드다.
라인전을 무척 강하게 가져간다.
방금처럼 상대가 조금만 방심하면 죽이거나, 죽기 직전까지 패버릴 수 있다.
콰라락-!
그냥 죽여버릴 수 있다.
파루스다.
무슨 템트리를 타던 궁극기가 변하지 않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파루스&모르피나의 속박 연계.
체력도, 점멸도 빠진 브라운은 죽을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단단한 방패도 두들기다 보면 깨지기 마련이다.
'대회 1티어픽은 1티어픽인 이유가 있어.'
파루스는 범용성이 뛰어나다.
선수 숙련도와 이해도만 받쳐주면 그 어떤 조합이 나오든 바텀을 이기고 들어간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하지만 언제나 문제가 되는 건 상체다.
월클좌가 활약하고 있다.
꾸웨엑!
푸슝!
꼬그모도 라인을 받아먹으며 크고 있다.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미스트는 그 유명한 원딜사관학교 1기 졸업생이다.
짐에어 그릴윙스 출신의 선배.
차후 Team ME의 프랜차이즈 선수가 될 정도로 성장한다.
그 포텐셜은 인정할 만하지만.
'근데 방심이고 나발이고.'
파루스를 뽑았다.
다른 픽을 뽑았을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초중후반 내가 박살내며 캐리해야 할 때만 가져가는 진지픽이다.
─아군이 적이 사라졌다고 알림!
아군이 ME 스피리트(셀줄아니)에게서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냄!
상대가 누구이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