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와?"
"쟤네 라인 계속 밀어 계속!"
Team ME의 부스 안.
분주하게 대화가 오가고 있다.
경기 중에는 일상적인 긴박함이다.
'잡을 만하겠는데?'
팀원들이 말해주는 느낌.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게임 상황.
일련의 정보를 취합해 결단을 내리는 게 정글러다.
스피리트는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다.
라인과 와드 위치가 어디인지.
파고들 각이 슬슬 나올 시점이 왔다.
「내 방패만 믿으라고!」
바텀이 줄기차게 얻어맞는다.
파루스&모르피나의 압박이 거세다.
솔킬도 따이고 불리하지만 상관없다.
'저 조합이 초반에 세긴 해.'
경기 시작 전부터 상정했던 부분이다.
바텀이 조금 손해를 봐도 괜찮다.
결국 상체 차이로 이길 수 있다.
「시베리아가 주는 선물로 생각해라!」
셀줄아니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잿빛거인 메타의 최대 수혜자다.
잿빛거인만 갖춰지면 죽지를 않는다.
그러면서도 CC기 덩어리.
파루스 같은 뚜벅이 원딜의 천적이다.
블랙 실드가 빠진 상대를 향해 궁극기를 던진다.
"쫓아! 쫓아!"
"젠부?"
"샤쓰라고!"
안타깝게도 살짝 조준에서 빗나갔다.
스턴이 아닌 둔화 지대가 형성된다.
판단이 엇갈릴 수 있는 상황.
하물며 중국이다.
의사소통 문제는 매번 생긴다.
하지만 지금은 딱히 이견이 갈릴 게 없다.
'그래, 젠부샤쓰! 무조건 죽이라고.'
막싸움으로 대표되는 LPL의 메타.
서로 죽고 죽이는 젠부샤쓰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간다.
툭! 툭!
끝까지 간다면 무조건 이긴다.
파루스가 카이팅을 해보지만 어림도 없다.
궁극기를 쏟아붓던 뭘 하던 절대 안 죽는다.
'잿빛거인이야 잿빛거인!'
최고로 단단한 전성기 타이밍이다.
붙잡고 계속 둔화만 걸어주면 된다.
아군이 추적하여 마무리를 할 수 있다.
분명 그래야만 했다.
이 체력 돼지를 어떻게 잡아.
가득 차있던 자신감이 한순간에 녹아내린다.
툭! 툭!
촤락!
오염된 화살비가 쏟아진다.
몰락을 쭉 빨며 평타를 다시 박는다.
짧게 끊어 쏜 관통 화살에 오염 스택이 또 터지며.
─적에게 당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속도로 죽어버렸다.
아차 싶은 스피리트는 침을 꿀꺽 삼킨다.
'이게 죽어? 그래도 마무리할 수 있겠지……?'
죽은 이상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아군이 만회를 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흘러가는 전황은 기대와는 달랐다.
툭! 툭툭!
킬을 먹었다.
활시위가 탄력을 받는다.
무자비한 속도로 방패를 두들겨 깬다.
CC기는 블랙 실드로 막아낸다.
꼬그모와 파루스의 정면 힘싸움.
상상하는 그림은 아군의 승리였지만.
─적 트리플 킬!
활시위를 당기는 속도가 미친놈이다.
반쯤 금이 가있던 방패가 깨진다.
꼬그모도 얼마 안 있어 뒤따라간다.
간발의 차이로 패배한다.
하지만 그래도 패시브가 있다.
동귀어진의 소박한 꿈마저 이뤄지지 않는다.
툭! 툭툭!
터지는 꼬그모의 시체.
미니언 피흡을 하며 버텨낸다.
어처구니없는 광경에 스피리트는 넋이 나간다.
"왜 저렇게 세?"
"지금 코어템 차이 나서……"
"아니, 그래도 내가 죽을 정돈 아니었던 거 같은데."
"괜찮으니까 천천히 가요."
세웠던 계획과 크게 틀어진다.
파루스가 급성장을 해버리고 말았다.
대형 사고라고 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상정했던 부분이다.
결국 후반에 가면 자신들이 유리하다.
탑&미드가 합류한 한타 그림이 훨씬 더.
'아, 너무 다 맞아줘서 그런가? 미련하게 들어가긴 했다.'
스피리트도 자문자답하며 수긍한다.
어차피 길게 가면 이기는 게임이다.
손해본 것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긴박하게 흘러가는 경기.
판단의 한계에 부딪힌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파루스는 유통기한형 원딜러다.
템트리를 어떻게 꼬든 그 약점은 변하지 않는다.
'상대의 조합에 따라 시기가 늦춰질 뿐이지.'
동성장했을 때 파급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따져봐야 한다.
잘 컸을 때에 한해서는.
콰라락-!
부패한 촉수가 쏘아진다.
적 정글러 셀줄아니를 묶는다.
잿빛거인 메타의 1티어 체력 돼지를 말이다.
툭! 툭툭!
알 바 아니고 두들긴다.
블랙 실드를 믿고 프리딜을 쏟아낸다.
촤라락!
화살비로 오염 스택을 터트린다.
그러자 체력이 엄청난 속도로 깎인다.
순간적인 폭딜이 예상이 안되게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둔화 장판.
따라가 충분히 요리할 수 있다.
몰락을 쭉-! 빨며 붙어 화살을 장전해 쏘자.
'뭐, 점멸은 뺐네.'
몰락검이 묻은 평타.
오염 스택을 터트리는 스킬셋.
어느 쪽도 체력에 비례한 %뎀이 아닌 것이 없다.
파루스는 체력 돼지 사냥에 특화된 원딜러다.
하물며 그 화력을 120% 활용한다.
글자 그대로의 일이다.
'파루스가 왜 AS템트리를 가는지 잘 모르고 가는 사람들이 꼭 있지.'
마뎀이 붙은 평타가 아파서.
그것도 있지만 애초에 효율이 좋다.
오염된 화살비에 버그가 하나 있기 때문이다.
LOL에서는 드문 일도 아닌 일.
괜히 중소기업 좆망겜 소리 듣는 게 아니다.
묵인하는 버그는 사용해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화살비의 둔화가 0.25초 후에 적용된다.
사실상 스킬을 두 번 때리는 판정이다.
그 사이에 평타를 넣으면 스택이 터진다.
'차후에 나오는 구인사의 격분검에 치속까지 발동하면 한 번에 6스택도 터트릴 수 있는데.'
지금은 4스택이 한계다.
그것만으로도 차고 넘치는 데미지가 나온다.
체력 돼지를 상대로는 가히 카운터적인 면모를 보인다.
쿠루룩!
하지만 포킹은 약하다.
뚜벅이라는 단점도 여전하다.
시간이 갈수록 유통기한이 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건 맞아.'
그렇기에 의미가 있다.
잘 큰 파루스.
그 진가는 한타에서 빛을 발한다.
한 가지 아이템을 섞어주기만 하면 말이다.
「루난의 소용돌이」
공격 속도: +70%
기본 공격 시 주변 대상 둘에게 10+공격력의 50%에 해당하는 작은 탄환을 발사합니다.
공격 속도를 크게 상승시킨다.
그리고 하이퍼 캐리력을 부여한다.
* * *
Team ME의 방향성은 확실하다.
자신들의 조합이 유리함을 알고 있다.
줄 건 줘!
조금씩 손해를 보며 장기전을 노린다.
영리한 판단이지만 모든 걸 다 내줄 수는 없다.
〈이번 용까지 내주면 선택지가 많이 좁아지게 되는데요.〉
〈그걸 아니까 Team ME도 싸울 생각이에요. 와드 위치부터가 이미 한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프로씬의 경기는 섬세하다.
오브젝트를 내줄 생각인지 아닌지.
사전에 깔아둔 와드 위치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슬슬 클 만큼 컸다.
Team ME도 맞서 싸울 생각이다.
양팀이 드래곤에 모이며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된다.
「시베리아가 주는 선물로 생각해라!」
그리고 예상은 곧 현실이 된다.
셀줄아니의 얼음 감옥이 던져진다.
회피하기 힘든 강제 이니시로 한타가 시작해버린다.
툭! 툭툭!
그 아비규환 속에서 침착하게 활시위를 당긴다.
마왕의 파루스.
하지만 상대가 난해해도 보통 난해한 게 아니다.
정글 셀줄아니와 탑 타이온이다.
원딜러 입장에서 끔찍한 등치들이다.
아무리 딜이 세도 잡는데 한세월 걸릴 수밖에 없는데.
툭! 툭툭! 툭툭!
세 마리를 한꺼번에 요리한다.
평타가 무려 세 갈래로 나가고 있다.
루난의 소용돌이가 가진 고유 효과다.
촤락!
양념된 적들을 향해 화살비가 쏟아진다.
오염 스택을 광역으로 퍼엉-! 터트리자 어마어마한 광경이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한타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애초에 함정템으로 취급 받는다.
루난의 소용돌이.
어째서 올렸는지.
실효를 볼 수나 있는지.
궁금증이 한 번에 확 풀려버린다.
-뭐야 저거?
-아니, 루난을 올릴 생각을 다 하네
-헤일이나 가는 템 아닌가
-온힛 보고 가는 건데
시청자들도 일단 알고는 있다.
헤일 같은 챔피언이 가면 세다.
한타에서 광역딜을 엄청나게 흩뿌린다.
하지만 반대의 측면도 알고 있다.
어째서 함정템 취급을 받는지.
헤일처럼 무적이라도 쓰지 않는 이상 프리딜각이 안 나온다.
툭! 툭툭! 툭툭!
이를 피흡으로 대신한다.
몰락검에 피를 마시는 칼.
세 갈래 평타로 쭉쭉 빨아 마신다.
촤아앙!
위협을 느낀 Team ME의 딜러진이 움직인다.
블러디체리가 유체화를 키고 미끄러진다.
궁극기를 깔며 피웅덩이로 파고든다.
주문력이 충분히 갖춰진 블러디.
그에 비례해 체력도 무진장 올라간다.
홀로 한타를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지녔다.
─트리플 킬!
전설의 출현! V5 마왕!
그래봤자 결국 체력 돼지.
쏟아지는 평타에 얄짤 없이 녹는다.
그리고 그만큼 피흡이 되며 파루스의 생존력을 더한다.
하나하나 잡고 있는 꼬그모와는 비교가 안된다.
V5가 한타를 대승한다.
그 의미는 보통 무겁게 와 닿는 게 아니다.
툭! 툭툭! 툭툭!
듣도 보도 못한 광경.
한타의 승리 이후 용과 바론까지 취한 V5가 진격한다.
파루스가 블랙 실드를 받고 미쳐 날뛴다.
〈아니, 이게 어…… 아무튼 세요. 엄청 셉니다.〉
〈한타딜이 장난 아니게 잘 나오는데요? 물론 마왕 선수가 잘 박는 것도 있겠지만.〉
해설진이 당황을 금치 못하는 이유가 있다.
V5의 승리가 의외라.
파루스로 활약하는 게 의아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애초에 너무 의아하다.
루난의 소용돌이.
원체 이질적인 아이템이다.
무극의 대검과 치명타 시너지를 내는 것이 원딜러의 기본이라 여겨지던 시기다.
-파루스랑 시너지 미쳤는데?
-한타딜이 헤일급ㄷㄷ
-피흡을 봐! 헤일이랑 비교가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