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건 몰라도 뽕맛은 개쩔 듯ㅋㅋㅋ
저런 아이템이 시너지가 나온다는 것도, 활용할 생각을 한다는 것도 신기하다.
그런 신기한 짓거리가 벌써 두 번째다.
포킹 바루스에 이어 한 번 더.
"아니, 저런 파루스도 있었어?"
롤유저들이 당황하면 외친다는 '아니'.
Team ME의 부스 안에서도 튀어 나온다.
코치인 나훈이 뇌정지가 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험 준비를 다 해왔는데 하필 교과서 한 페이지를 못 봤다.
거기에서 주요 문제가 출제된 느낌이다.
분명 비슷하게 배운 건데 모르겠어.
"브라운이 못 버텨? 처음부터?"
"첫 귀환 전에는 이 악물고 버텼는데……. 빌지워터 나오고부터는 그냥;;"
VF대검을 사오든, 여눈을 사오든 어느 쪽이든 할 만하다.
프로팀들은 이를 철두철미하게 연구한다.
커스텀방을 파고 라인전만 연습해서.
그런데 상대가 몰락검을 갔다.
쏟아져 오는 압박이 상상 이상이다.
바텀 상황이 처절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우리가 때릴 수가 없어요. 블랙 실드 걸고 오면 그냥 쭉 맞으면서 빼야 돼요."
고작 템트리 조금 바꿨을 뿐.
그 정도로 상대하는 느낌이 달라진다.
반격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주구장창 얻어맞았다.
'파루스를 별의별 방식으로 다 쓰네.'
차라리 다른 챔피언에 당한 거라면.
상대가 준비를 잘해왔다~.
그런 식으로 생각이라도 하겠지만 같은 챔피언이다.
나훈의 머리가 복잡해진다.
대응책을 세우는 게 능사가 아니다.
다음 판에는 또 어떤 식으로 꼴지 모를 일이다.
〈파루스를 결국 밴…… 하는 모습이네요.〉
〈일반적인 파루스도 아니고, 포킹 파루스도 아닌 또 마왕 선수만의 독특한 해법을 찾아냈습니다. Team ME 입장에서는 난처할 만도 해요.〉
이어진 두 번째 세트.
어쩔 수 없이 밴으로 대처한다.
다른 방도를 짜내기엔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지만.
「小于先生,」
2분 전。
???: 파루스로 또 꼼수 써서 이기는 상상함ㅋㅋㅋ
하지만 어림도 없지
바로 "칼밴"
-그 마두 피눈물ㅋㅋㅋ
-꼼수 빼면 뭐가 남냐?
-이겼으면 됐지. R갈들 억까 오지네
웨이보主- 응 다전제~
그만큼 확실한 대응책인 것도 사실이다.
수단을 한 가지 봉쇄한다는 것.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5전 3전승제의 다전제이기 때문이다.
예상 밖의 흐름도 한 번쯤은 괜찮다.
다시 경기를 정상 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다.
"상대가 또 라인전 센 거 가져갈 거 같거든? 선택권 줄게. 후픽 할래, 아니면 먼저 완성할래?"
"저희가 모르피나 뺏어와서 푸쉬하는 게 더 편해요."
맛을 한 번 본 만큼 선수들도 긴장하게 된다.
또 라인전에서 실점을 내주지 않으리라.
상대하는 방법도 대충은 감에 익는다.
딜교환을 대등하게 하거나.
단단한 픽으로 덜 아프게 맞거나.
그 두 가지 이외에도 버티는 방법은 있다.
핑크스&모르피나.
선푸쉬 하나는 끝장나게 빠르다.
상대가 뭘 뽑아도 라인전을 수월하게 가져간다.
'CS를 다소 흘리는 게 흠이지만 그 정도는 상관없겠지.'
바텀이 크게 무너지지만 않으면 말이다.
합리적이라는 생각에 나훈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머리를 쥐어 짜며 해법을 강구하고 있을 때.
〈부시안으로 어……, 갈 생각 인가 봅니다.〉
〈요즘 부시안은 티어가 굉장히 내려갔거든요. 그래도 그냥 픽을 하네요. 숙련도가 있다 보니 자신이 있나 보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박히는 픽.
신박하긴 커녕 완전 낯이 익다.
'……장난해?'
평소 하던 걸 그대로 또 가져간다.
* * *
부시안은 탱커 메타의 기피픽이다.
얼핏 보기에는 카이팅 오지게 하면서 액션 영화 한 편 때릴 수 있을 것 같아도.
'그런 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고.'
어림도 없다.
상대도 바보가 아니다.
사거리 500의 팔 짧은 부시안이 앞대쉬 하면 이랏샤이마셰! 해줄 생각이 한가득이다.
웬만한 스킬은 다 닿는 거리다.
여기에 점멸까지 고려하면 각 잡는 게 쉽지가 않다.
앞대쉬는 상대의 뚝배기를 깰 자신이 있을 때나 할 수 있는 것이다.
파샹!
타, 탕!
자신이 있다면 해도 된다.
라인전 단계에서는 전혀 꺼릴 것이 없다.
「평화가 함께 하시길!」
가르마의 실드를 받는다.
잠시간 이동 속도가 상승한다.
쏘아져 오는 속박을 피해낼 근거가 충분하다.
푸슝!
타, 탕!
실제로 피하며 욱여 넣는다.
핑크스의 미간에 총알을 박아준다.
'동실력 기준으로 까다로운 건 맞는데.'
핑크스&모르피나의 라인 푸쉬력이 엄청나다.
결국 바텀은 선푸쉬, 선레벨업이 중요한 라인이라서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대다.
하지만 이렇듯 외줄타기.
해낼 실력과 각오가 있다면 못 뒤집을 것도 없다.
충분히 욱여 넣은 견제는 자연스러운 킬각으로 연결된다.
「싸엘라 싸틴!」
역으로 라인을 푸쉬한다.
가르마의 RQ 견제가 판을 깐다.
그 위로.
─적을 처치했습니다!
불의 심판이 떨어진다.
총알 세례로 벌집을 만들어준다.
'저 조합이 푸쉬를 못하면 완전히 무력해지는 조합이라.'
유지력도 없고, 기동성도 안 좋으니 당연하다.
샌드백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그렇게 바텀을 패는 건 좋은데.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이 학살 중입니다!
월클좌의 컨디션이 좋은 모양이다.
상체가 또 박살이 나고 있다.
어려운 흐름으로 흘러간다.
결국 부시안의 문제는 한타다.
탱커들이 우르르 몰려오면 무력해진다.
괜히 카이팅 한다고 나대다간 제압킬만 퍼주기 일쑤다.
'파루스처럼 %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잡는데 속도가 한세월 걸린다.
안 그래도 탱커가 불사신 소리 듣던 잿빛거인 메타.
실력을 통해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벼도 한계가 명확하다.
그것이 분명 사실이다.
그럼에도 강한 픽을 안 할 수가 없다.
결국 V5는 바텀이 힘을 내지 않으면 무너지는 팀이다.
녹록할 수가 없는 상황.
이전 생에서 맛보았던 실패.
다시 한 번 반복할 만큼, 고비를 만들 만큼 준비성이 결여돼있지 않다.
찰칵!
주윤발을 시전해준다.
반대의 상황.
스피리트는 극심한 고민에 빠진다.
'아, 내가 월클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데~.'
전설의 삼선 갤럭시 출신.
소위 삼전드에 해당하는 선수다.
비록 롤드컵 우승팀인 레드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신경 쓰인다.
사실 한국에서는 레드보다 블루의 위상이 높았다.
작년 스프링 시즌도, 섬머 시즌도 블루의 독주였으니까.
롤드컵을 기점으로 역변되었다.
스피리트가 월클에 집착하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당연히 국제 대회의 활약을 높게 쳐준다.
─ME 미스트(핑크스)님이 V5 마왕(부시안)님을 지목!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를 승리해야 한다.
정글 차이로 원딜 차이를 상쇄시킨다.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주어졌다.
"부시안 노 점멸?"
"없어. 확실히 없어!"
"샤! 샤!"
젠부샤쓰의 샤.
죽여 달라는 팀원들의 요청이다.
스피리트는 입꼬리를 올리며 바텀 상황을 살폈다.
부시안이 라인을 밀고 있다.
그것도 혼자 깊숙이.
흔히 말하는 '한 웨이브만 더' 상황이다.
'이건 잡았다.'
상대 입장에서는 더 없는 기회다.
점멸이 빠진 원딜러.
1 대 1이라면 무조건 잡아 족칠 수 있다.
이전 판과는 다르다.
확실하게 잡는다는 계산이 선다.
CC기 연계부터가 이미 깔끔하게 들어간다.
구루룩-!
불쑥!
랙싸이의 땅굴.
그리고 점멸로 아쉬운 거리를 보충한다.
땅에서 불쑥-! 튀어나와 부시안을 하늘로 띄운다.
'딱 대 그냥!'
뒤늦게 대쉬를 쓰지만 이미 죽은 목숨이다.
상대의 이동 속도를 훔치는 파랑 강타.
박고서 따라가 마무리만 하면 된다.
타, 탕!
푸슝!
열심히 카이팅을 해봤자다.
잿빛거인이 나온 랙싸이는 단단하다.
붙기만 하면 불로 지져 죽일 수도 있는데.
슈욱…!
타, 탕!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아슬아슬한 거리가 유지된다.
파랑 강타로 이속을 훔쳤는데 왜?
'아니, 이 새끼 몰락검 왜 이렇게 좋아해!!'
상대도 훔쳤기 때문이다.
몰락검을 쭉 빨며 카이팅 친다.
랙싸이가 겨우겨우 닿았을 때는.
타, 탕!
다시 대쉬기의 쿨이 돌았을 때였다.
몰락검이 묻은 평타.
체력 돼지인 랙싸이에게 특효약이다
「재로 만들어 주지!」
도망조차 허락 받지 못한다.
세나의 안마가 쏟아진다.
그렇게 부시안의 풀딜을 온몸으로 받으며.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이 학살 중입니다!
'…….'
뻘쭘하기 그지없는 솔로킬을 당한다.
큰소리 뻥뻥 쳤던 스피리트로서는 무안해진다.
─아군이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하지만 큰 그림이란 측면에서 사소하다.
반대쪽 탑 라인.
아군이 힘의 차이를 바탕으로 포탑을 파괴한다.
귀환한 부시안이 합류한다고 한들.
별다른 사고가 터질 일은 없다.
어차피 머릿수가 맞춰지기 때문이다.
꾸웨에에엑-!
랙싸이의 울음소리가 울린다.
탑라인에 파둔 땅굴로 궁을 탄다.
도착하는 시기는 대략 엇비슷하다.
"쟤 왜 몰락이냐……."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저거 땅겨 쓰는 거야."
부시안에게 내준 솔로킬.
이 또한 치명적인 손해는 아니다.
부시안이 300원 더 챙겨갔을 뿐이다.
'그렇긴 하네.'
전 판 파루스는 확실히 기괴했다.
마치 헤일처럼 한타 광역딜에 초점을 뒀다.
너무 잘 크자 반억지 수준으로 효율이 나왔다.
그에 반해 부시안.
사거리부터가 대놓고 짧다.
평타에 추가딜이 묻어나는 원딜러도 아니다.
치명타 아이템이 강요된다.
그 타이밍이 늦을 수밖에 없는 템트리다.
탱커를 뚫을 라위까지 생각하면 더더욱이다.
'그전까지는 한타에서 앞라인 절대 못 뚫어.'
설사 상대가 신의 판단력으로 4코어를 띄운다?
그런다 해도 변하는 건 없다.
그 정도 시간대에 가면 핑크스의 존재감이 훨씬 압도적이다.
[01:42] ME 미스트(핑크스): 부시안 - 탄식의 망치
이미 이긴 경기라는 확신이 하나 더 얹어진다.
상대 부시안이 올린 아이템.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선택이다.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