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m Snake의 탑솔러 플랑드르.
자신이 中체탑이라 불리는 이유를 보여준다.
탑 차이가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
어떻게 강팀이 되었을까?
스포츠계에서 심심하면 나오는 이야기다.
'괜히 나대다가 설레발로 끝난 팀들을 비꼬는 말이지.'
타이거즈나 파프리카 같은 선례가 있다.
강(强)팀이었다가 강(降)팀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재 우리팀의 상황이 그러하니 웃프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게 해프닝 정도로 여길 일이 아니다.
자신이 코치라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어째서 그 팀은 다시 내려가게 되었을까?
중요한 건 결국 본질이다.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 따른다.
승패 뿐만 아니라 내용을 곱씹어야 한다는 소리다
「감히 내 왕국에 발을 들여?!」
탑라인이 아주 개판이 되고 있다.
트롤킹이 빠따를 미친 듯이 휘두른다.
나무카이의 뒤에 돌기둥을 탐스럽게 세우고.
─아군이 당했습니다!
시원하게 매질해 벌목시킨다.
쓰러지자 체력이 뭉텅- 차오른다.
패시브와 아찔한 게임에 더불어 레벨업까지.
퍽! 퍽!
탑을 풀어주러 갔던 구리가스도 봉변을 맞는다.
지속딜 싸움에서 상대가 안된다.
결국 묻고 더블로 간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적이 학살 중입니다!
안 그래도 반쯤 터졌던 탑라인.
이제는 아예 깔끔하게 망해버렸다.
그렇게 킬을 세 개나 먹고 트롤킹이 괴물 같이 성장한다.
그 의미는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
게임이 무난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중반 한타에서 양팀이 가진 힘이 극과 극으로 차이 난다.
「여기가 트롤 왕국이다!」
트롤킹이 대놓고 들어온다.
아군 나무카이를 궁극기로 쭉 빤다.
상대의 갑옷을 뺏어 입는 효과를 지녔다.
'허허허, 고놈 더럽게 단단하네.'
카이팅을 쳐봐도 보람이 없다.
기스도 안 나는 수준이다.
핑크스의 대포가 애잔하다.
뻐엉! 뻐엉!
한 칸, 한 칸 깎아내는 장인 정신도 유분수지.
관통력템이 나오지도 않은 시점이다.
저런 하드 탱커는 못 잡는다.
설사 말뚝딜로 두두두두-! 때릴 각이 나와도 잡으려면 1박 2일 돗자리 펴야 한다.
정상적인 한타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패배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트롤킹이 최근 메타에 좋은 픽이면서도 라인전이 세.'
Team Snake의 탑솔러 플랑드르.
익히 들은대로 라인전 기량이 기똥찬 선수다.
챔피언까지 까다로우니 그 위협이 배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아군 상체가 활약할 수 있었던 건 메타에 힘입은 덕이다.
ME도, LCD도 상체가 특별히 강하지 않다.
초식 메타까지 더해지자 이길 만하다.
상대가 특별히 강하고, 챔피언도 초식이 아니면 질 만하다.
경기 내적으로 따지면 이렇듯 이유가 보인다.
사이즈도 안 나오게 진 이유 말이다.
"솔로킬은 아니었지 병신아!"
"거기서 터졌어? 니가 술통 못 맞히니까 내가 점멸로 호응해야 돼가지고……"
경기가 끝나기도 전부터 덕담이 오간다.
이미 터진 게임이다.
사이드에서 트롤킹 막으려면 2명, 잡으려면 4명이 가야 하는데 게임 진행이 될 수가 없지.
다음 판을 위한 피드백을 미리 하는 건 나쁘지 않다.
오히려 기특하다는 칭찬이 나올 정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드럽게 못할 때나 그렇게 승부욕을 불태우지.'
최근 주목 받자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힘이 빠질 일이 생기자 조급해진 모양이다.
상당히 꼴사납게 보이는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구단주님한테 전화 왔는데?"
"받아?"
"그거겠지……. 니가 받아."
그 대상은 비단 선수에 한정되지 않는다.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코치들에게도 불똥이 튄다.
휴양지에서 매일매일 SNS를 갱신하던 물주께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셨나 보다.
'퍼거슨 감독님 또 낭낭하게 1승 적립하시네.'
콩가루 집안, 아니 콩가루팀이다.
* * *
스포츠계에서 도발.
그렇게 몰상식한 행동이 아니다.
적절한 MSG는 맛집의 비법이 될 수 있는 법이다.
경기에 대한 기대치와 열기를 한껏 끌어 올려준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과유불급이다.
MSG무침의 가게는 리뷰도 심심하지가 않다.
「易霜南」
47초 전。
여기가 그 좆밥팀에게 털리는 개좆밥 구단주 웨이보?
「小?大叔」
40초 전。
눈물의 귀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孤立主?,」
39초 전。
쓰니야 워딩 완전 빻았다~
실력이 더 빻았나? 막 이래
기분 상했다면 미안해ㅠㅠㅠ
.
.
.
과감한 도발을 일삼았던 V5 구단주의 웨이보.
첫 번째 세트가 기울기 무섭게 피드백이 줄을 잇는다.
「여기가 트롤 왕국이다!」
시원하게 참교육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괴물같이 성장한 트롤킹이 미쳐 날뛴다.
퍽! 퍽!
포탑을 두들겨 깨는 속도가 무섭다.
순식간에 이가 나가며 허물어진다.
나무카이가 어찌할 바 모르며 저지하려 해보는 걸.
〈이거 죽……, 죽죠! 막다간 죽어요!〉
〈돌기둥에 갇혀서 빠져나오지도 못합니다. 트롤킹이 이 정도로 성장하면 답이 없어요.〉
궁극기를 쪽 빨면 탱커도 물렁살이다.
풀피 나무카이를 두들겨 패서 잡아버린다.
사이드 주도권을 휘어잡은 정도가 아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이제 누가 좆밥이지?
-탑 차이가 거의 탈주 수준이네
-탈주는 최소 킬이라도 안 주지~
나무카이를 아예 유령 취급한다.
감히 까불면 아까처럼 대놓고 잡는다.
탑 차이로 인해 게임이 신명나게 굴러간다.
Team Snake가 첫 번째 세트를 압승한다.
그에 따라 채팅창도, SNS도 날뛰고 있다.
성난 서부 리그 팬들이 V5의 구단주를 응징한다.
"좋았어. 다 잘했는데…… 상체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바텀도 좀 더 이득 볼 수 있는 상황이 있었거든? 내가 무슨 말하는지 알지?"
"예, 알고 있습니다 코치님."
흥분에 가득 찬 건 Team Snake의 부스 안도 마찬가지다.
긴장의 끈을 놓기는 커녕 더 강하게 움켜쥐고 있다.
오늘 경기의 중요도가 엄청나기 때문도 있지만.
'현장에서 뛰지도 않는 물주 주제에 뭔 개소리야.'
자존심이 상했다는 측면도 크다.
Team Snake의 한국인 선수들과 코치는 팀합류 전에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런 만큼 자신들이 LPL에서 이룩한 성적에 자부심을 가진다.
이를 깡그리 밟고 무시했으니 심기를 제대로 거슬렸다.
기존 중국 선수들의 심정도 전혀 다를 바가 없다.
평소 이상으로 투지를 완전히 불사르고 있다.
〈무력했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못하고 졌어요.〉
〈V5는 어떻게 강팀이 되었는가……,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이걸 맥이네ㅋㅋㅋㅋㅋㅋㅋ
-'브어강'
-진짜 어떻게 강팀이 됐던 걸까?
-뭐긴 뭐야 뽀록으로 한 번 잘했던 거지
어떤 선수든 기복이 있다.
그 방향이 항상 저점만 있는 게 아니다.
반대로 사람이 달라진 듯 잘하는 날도 생긴다.
최근 V5의 경기력은 고점을 찍었다.
금일 V5의 경기력은 저점을 찍고 있다.
특히 탑라인이 아예 사람 구실을 못한 첫 세트였다.
〈약간 사고인 감은 있어요. 솔로킬도 그렇고 더블 킬을 헌납한 것도.〉
〈하지만 천재지변이라고 볼 것만은 아닌 게……, 플랑드르 선수입니다.〉
Team Snake의 탑솔러 플랑드르.
그를 표현하는 세 글자는 간단하다.
중국 최고의 탑솔러, 약칭 中체탑이다.
라인전에 한정한다면 적수가 없다.
적어도 중국 내에서는 이견이 안 갈린다.
동부 리그의 강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Newton」
3일 전。
아ㅋㅋ 개웃기네
Snake가 좆밥이라고?
지나가던 관계자인데 팩트 말해줌
서부 리그팀이라고 서부 리그끼리만 붙는 게 아니다.
연습 경기인 스크림 교류는 오히려 더 활발하다.
정규 시즌 상대가 아닌 만큼 더 편하니까.
그 스크림에서 Team Snake가 어떠한지.
일반팬들도 알 기회가 종종 생긴다.
중국에서 스크림 유출은 상당히 빈번하다.
신빙성이 높은 것만 종합해보자면.
-플랑드르가 동부팀들 때려잡고 다닌다고?
웨이보主- 솔킬 안 따여 본 팀이 없을 걸? EDC, Royal 다 포함해서
-역시 중체탑!
-으쓱으쓱 내가 다 자랑스럽네
스크림 생태계의 패자로 군림하고 있다.
탑라인에 한정하면 가히 적수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고작 그 하나의 이유로 플랑드르가 고평가 받는 건 아니다.
와아아아아-!
관중석의 흥분이 눈에 띈다.
전 세트에서 크게 활약한 트롤킹이 밴됐다.
그럼에도 전혀 대수롭지 않은 듯 신선한 픽으로 맞받아친다.
〈말카림……, 스펠이 심상치가 않죠?〉
〈플랑드르 선수라면 정말 해버려도 이상하지 않아요. 메타를 선도하는 선수거든요!〉
강타텔 탑솔러.
최근 솔로랭크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잿빛거인이 하도 OP다 보니 탑솔러까지 가는 추세다.
그중에서 말카림은 선두에 있다.
점멸이 강제되지 않는 특성에 기인한다.
그 독특한 뉴메타를 프로 선수 중 가장 빠르게 흡수했다.
-저걸로 8연승 했던데
-혼자 천룡인 서버 털고 다니잖아
-아군 플랑드르 걸리면 이겼다 아님?
-저걸 어떻게 쓸 생각을 했지ㅋㅋㅋㅋ
플랑드르가 가진 엄청난 장점이다.
단순히 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상대가 대응하기 어려운 조커픽을 들고 온다.
중체탑이라는 세 글자가 가볍게 붙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유령 먹으면 풀캠프 동선 꼬이는데……."
"그냥 줘. 그 정도 줄 수 있잖아."
"뭐, 네. 잘하니까 할애해야죠."
하물며 팀차원에서 밀어준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부족한 운영은 정글과 서폿이 해결하며 Team Snake가 강팀으로 성장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결코 근본이 없는 강팀이 아니라는 소리다.
자신들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확연하게 갖췄다.
두 번째 세트의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지만.
* * *
첫 번째 세트의 패배.
그보다 큰 건 다름이 아니다.
'구단주의 징징 말고.'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퍼거슨 감독의 명언을 상기시켜 준다.
그 쪽팔림을 커버쳐주는 것과는 별개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그런데 경기력이 갑작스레 저하됐다.
아군 상체가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다.
팀 게임인 이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 강팀 아니었나?
왜 갑자기 털리고 있지?
같이 휩쓸리며 멘탈 바스러지기 딱 좋은 상황이다.
'근데 애초에 강팀이 아니었다니까?'
일련의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당황 따위 일말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될 경우의 수까지 오히려 상정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다.
상대편에 대한 조사 또한 완벽히 해왔다.
"무조건 와."
"젠부?"
"그냥 샤 샤."
그 어떤 상황이라도 대처가 가능하다.
최근 메타는 '잿빛거인'이라는 네 글자로 설명된다.
'그거 있잖아 그거.'
탑솔러가 강타 들고 설치는 메타.
최근 솔로랭크에서 주목 받고 있다.
대회에서 슬슬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탑솔러의 캐리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킨다.
그 파괴력을 아주 잘 알고 입는 입장이다.
그도 그럴게 내가 제일 먼저 썼으니까.
콰라락!
한 점의 의심도 없이 유령을 먹고 있다.
5초 기다렸다가 슬금슬금 다가간다.
아군 탑&미드가 뒤를 잡아 덮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