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0화 (170/201)

콰앙-!

타이온의 Q스킬.

풀차징해서 내려치면 2초가 넘는 스턴에 걸린다.

물론 그만큼 맞히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는 스킬이지만.

'강타를 들었다는 건 필연적으로 점멸이나 유체화가 없다는 거라서.'

점멸로 거리를 좁히고 차징을 한다.

두 눈 뻔히 보여도 말카림은 피할 수 없다.

그렇게 2초 스턴에 걸린 이상 무슨 짓을 해도 죽는다.

─퍼스트 블러드!

시원하게 울려 퍼진다.

말카림이 게임의 시작을 재미있게 한다.

'강타텔이 리턴이 큰 만큼 리스크도 못지 않아.'

어떤 전략이든 나오고 나면 분석이 된다.

약한 타이밍을 철저하게 찌르는 방법 말이다.

강타텔 탑솔러의 공략법을 무궁무진하게 알고 있다.

─아군이 처형 당했습니다!

부족한 아군의 실력을 끌어올릴 방법 또한.

다전제의 첫 번째 세트.

그 의미는 언제나 강조된다.

특히 압살을 당했다면 심각해질 수 있다.

뭘 해야 되지?

뭘 해야 이기지?

멘탈이 터진 채 아무것도 못해보고 3 대 떡 당하는 경우가 의외로 빈번하다.

드문 일도 아니라는 소리다.

그럴 만한 여건이 깔렸었는데.

─V5 웨이린(타이온)님이 처형 당했습니다!

한 스푼 더 얹어준다.

어처구니없는 알림이 떠오른다.

-처형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로 대회에서 처형이 나오네

-가지가지한다

-어, 근데 정글이 아닌데?

롤이라는 게임에서 적이 꼭 상대만 있는 게 아니다.

미니언이나 정글몹한테 죽는 일도 생긴다.

특히 하위 티어에 갈수록 빈번하다.

우리팀 정글은 뭐함? ㅡㅡ

아까 골렘한테 처형 당함ㅋ

아하!

생각지도 못한 경우의 수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하위 티어다.

조금만 올라가면 인권이 보장된다.

프로 대회에서는 있어서야 안될 일이다.

〈아니, 이게 어…… 타이온이 처형이 됐는데요?〉

정글이 아니었다.

탑이 처형을 당했다.

라인을 불문하고 우스꽝스러운 일이 맞다.

-어? 어?

-설마ㅋㅋㅋㅋㅋㅋㅋ

-레드를 저렇게 빼먹네

-아니, 저게 가능하다고?

갈고리를 제대로 수집한다.

타이온의 패시브.

잠시간 되살아나 좀비처럼 적을 때린다.

그 대상은 챔피언에 한정되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정글몹도 가격한다.

이를 현재 게임에서 실행 중이다.

슈우웅……!

탑라인에 텔레포트를 탄다.

타이온의 주위가 붉게 빛나는 건 기분 탓이 아니다.

〈와! 이걸 이렇게 레드를 강탈하는 방법이 있나요?〉

〈창의력이 참……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오네요. 이러면 정글도 꼬이고 난리 났죠!〉

적 레드를 강탈해버렸다.

셀줄아니로서는 피눈물이 흐른다.

겨우 그 하나의 손해라면 참아보겠지만.

'……씨발.'

윗 정글에 올라갔더니 유령도, 레드도 없다.

정글링이 꼬여도 보통 꼬인 게 아니다.

탑라인의 사정은 더 열악하기 그지없다.

뚜쉬! 뚜쉬!

레드가 묻은 평타.

타이온의 고무장갑이 아프다.

그 플랑드르가 딜교환을 털리고 있다.

'씨발…….'

아무리 피지컬이 좋다고 한들.

상대가 레드가 있고, 경험치 차이도 난다.

심지어 세컨드 스펠도 강타라서 쓸모가 없다.

강타텔 탑솔러의 단점이 부각되고 만다.

처음 허무하게 죽은 스노우볼이 굴러간다.

탑 라인이 무한한 고통을 받는 건 예정돼있었다.

구루룩-!

고작 고통에서 그치지 않는다.

점멸도 없고, 레벨링도 뒤쳐진 말카림.

작정하고 노리기에 워낙 좋은 먹잇감이다.

랙싸이가 땅굴을 파고 벽을 넘어 들어간다.

거리가 닿지 않지만 상관없다.

점멸로 확-! 띄워버리자.

-말카림 인생 망했네

-좆랑드르ㅋㅋㅋㅋㅋㅋ

-쟨 원래 극과 극이야

-탑신병자 그 자체라;;

탑솔러가 피지컬이 좋다.

순수하게 좋은 의미로만 받아들이기 애매하다.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다가 망하는 판도 무조건 생긴다.

쿠워어어어-!

6레벨 타이밍.

기지를 발휘해 솔킬각을 노린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은 승부수를 띄우고 만다.

─V5 웨이린(타이온)(타이온) Snake 플랑드르님(말카림)을 처치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항상 좋을 수는 없다.

한 끗 차이였다.

아쉬움이 새어 나올 만도 한 상황이다.

〈아~ 점화였으면 땄거든요!〉

정글 아이템을 가야만 빨강 강타를 묻힐 수 있다.

망해서 신발부터 올린 탓에 스펠 차이가 난다.

그렇게 상체가 오히려 이기기 시작하자.

뻐엉! 뻐엉!

무난하게 파밍하는 핑크스가 조명 받는다.

아니, 그의 사전에 무난함이란 없다.

빠직!

대포랑 레일건으로 쉴 새 없이 견제를 쏟는다.

한나가 실드만 걸어줘도 딜교환을 뚝딱 한다.

서서히 벌어지는 원딜 성장 차이는 필연을 만든다.

* * *

잘 큰 원딜러.

그것도 캐리형 원딜러.

그 파괴력은 파일럿의 실력 차이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맞기만 해도 제 할 일 하는 탱커.

스킬쿨만 돌려도 1인분 하는 누커.

이 둘과는 확연하게 구별되는 지속딜이라는 측면이 있다.

뻐엉!

빠직!

대포 평타와 레일건.

사거리라는 이점을 극한으로 활용한다.

상대의 체력은 물론 심기까지 살살 긁어버린다.

'시발년이?'

탱커 입장에서는 같잖다.

CC기 한 번 걸리는 순간 오체분시다.

아무리 잘 컸든, 잘 하든 예외는 없다.

그런 종잇장 노생존기 원딜러가 눈앞에 아른댄다.

살살 쳐맞다 보면 분노 스택도 쌓인다.

무심코 이니시를 걸게 되고 만다.

"어, 이걸 걸어?"

"몰라 싸워!"

"젠부샤쓰! 젠부샤쓰!"

반대로 말하면 이를 유도시켰다.

소위 말하는 '몸니시'.

상대가 이니시를 걸도록 만드는 미끼 플레이다.

두! 두두두!

한나가 걸어준 미카엘의 그릇.

셀줄아니의 스턴을 풀며 카이팅 한다.

핑크스가 문워크를 밟으며 기관총을 쏟아낸다.

하지만 탱커 메타다.

잿빛거인이 워낙 단단해 쉽게 안 죽는다.

그 잿빛거인을 올린 사람도 한 명이 아니다.

두구두구두구-!

플랑드르의 말카림이 땅을 박찬다.

그 빠른 속도 그대로 들이박는다.

그럼에도 일말의 당황도 없이.

크드득!

발밑에 덫을 깔고 맞이할 준비를 한다.

들이박는 시점에서 필연이다.

속박을 당할 수밖에 없다.

빠직!

불쑥!

그 위로 스킬들이 연계된다.

말카림은 CC기가 풀리는 순간을 광클을 하며 기다린다.

결과적으로 안 온 건 아니지만.

쿠워어어어-!

빠아앙-!

교차한다.

코앞에서 헬파이어 로켓을 작렬시킨다.

말카림의 영혼이 유체이탈 하는 기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잼랑드르ㅋㅋㅋㅋㅋㅋ

-으악! 내 눈

-영혼만 탈출하네

-프하 완성됐으면 한 턴은 버텼을 텐데ㅠㅠ

초반에 말려도 너무 말렸다.

탱커로서의 역할 수행이 빈약하다.

상대의 대처도 워낙 깔끔해 결과적인 스로잉이 됐다.

뻐엉! 뻐엉!

핑크스의 패시브가 터졌다.

미친 듯한 속도로 달려나간다.

한타 개시 전부터 타이트하게 딜을 넣은 보람이 폭발한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잘 익은 곡식을 수확하는 듯한 참맛이다.

한 명씩 쓰러지며 패시브가 연이어 터진다.

─쿼드라 킬!

전장의 화신! V5 마왕!

깔끔하기 그지없는 한타 캐리다.

이를 원딜의 정석 -기본편-이라고 부른다면.

〈마왕 선수가 정말 대단한 게……, 앞포지션을 서슴없이 잡아요!〉

마왕의 것은 원딜의 정석 -실력편-이라는 표현이 와 닿는다.

극소수 원딜 선수들의 전유물과도 같은 신기에 가까운 플레이다.

-딜량 미터기 뚫겠다

-핑크스로도 저 짓을ㅋㅋㅋㅋㅋ

-플레이가 진짜 과감해

-트롤과 슈퍼 플레이는 원래 한 끗 차이지

외줄타기와도 같은 플레이 말이다.

평소 밥 먹듯이 해오긴 했으나 느낌이 다르다.

캐리형 원딜러를 소화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

'아니, 동성장 한타는 답이 없겠는데?'

Team Snake의 부스 안.

코치 입장에서도 소름이 돋는다.

극도로 잘하는 원딜러의 감상평은 이견이 안 갈린다.

단순히 잘 커서.

혹은 실수를 해버려서.

그렇다기 보다는 그냥 상대가 너무 잘한다.

'자기가 안 죽는다는 걸 너무 잘 알아.'

프로씬에서 원딜러의 난이도는 리미터가 없다.

한없이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 차이는 그야말로 종이 한 장이다.

앞에서 툭툭 평타로 간을 본다.

그러다 조금만 삐끗 하면 대형 참사다.

반대로 그 딜을 누적해서 한타를 이길 수도 있다.

원딜이라면 누구나 하고 싶은 로망이다.

누구나 할 수 없는 이유가 존재한다.

프로씬은 솔로랭크와 다르다.

점멸, 궁 다 쏟으면 잡을 만하겠는데?

너무할 정도로 점사해서 죽여버린다.

그런 팀적인 콜이 대수롭지 않게 오간다.

"제가 좀 홧김에 들어간 것도 있는데 그래도 같이 덮치면 될 각이라고 봤어요."

"맞아. 상대가 잘 넘겼지."

프로씬에서 원딜 해먹기 어려운 이유다.

마치 10년 정도 굴러먹기라도 한 듯 능구렁이 같다.

'진짜 잘하긴 한다.'

인정을 안 할 수가 없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일반적으로 선수에게 요구할 수 없을 만한 난이도의 외줄타기를 해버린다.

크리스탈도 LPL에서 손가락에 꼽힌다고 자부하는 선수지만 저 정도는 못한다.

동성장 기준의 한타는 사이즈가 안 나온다.

물론 승산이 없다는 건 결코 아니다.

"탑라인 포커싱도 좋지만 평소 하던 대로 갔으면 한다고…… 예."

"수긍한다고 전해 달라는데요."

"휴, 다행이네요."

흔하디 흔한 의사소통 문제다.

중국인 코치가 중간에 나서 통역을 해준다.

서로의 생각에 차이가 있을 경우 난처해지기도 하지만.

'좀 더 연구를 해봐야겠다.'

플랑드르 스스로도 납득을 했다.

경기를 진 원인이 자신이다.

그 이전에 상대의 대처에 카운터를 맞았다.

강타텔 전략이 가진 약점.

뼈아픈 부분을 골라서 공략 당했다.

전략의 선회를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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