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1화 (171/201)

세 번째 세트가 시작한다.

* * *

Team Snake는 무색무취의 팀이다.

탑라인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파밍 위주다.

교전을 지양하고, 성장만 하다가 한타를 보는 것이다.

아니, 상대는 넋 놓고 있나?

그것도 LPL에서?

의아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가능했다.

'이 당시에는 그게 먹혔어.'

18년도 이후의 메타 기준으로는 답도 없다.

프로씬에서 버틴다는 건 늦게 진다의 동의어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라인 스왑 전략에서 기인한다.

라인전을 생략하고 운영에 접어들 수 있다.

상대는 일련의 전략을 주특기로 하는 팀이다.

'탑에서 이득을 못 보겠다 싶은 판은 그런다고 하더라고.'

얻어둔 정보를 요긴히 활용한다.

이렇듯 알고 있으면 대처하는 것도 쉽다.

물론 알고 있다고 대처가 가능한 만만한 전략은 아니다.

─아군이 Snake 크리스탈(갈리스타)님을 지목!

나에 한해서는 그렇지도 않다.

탑라인 뒤쪽 부쉬에 박아둔 와드.

적 원딜러 갈리스타가 보였다는 핑이 찍힌다.

'잡기술이지.'

솔로랭크 기준으로는 의아할 수 있다.

대회 기준으로는 연구된 와드 위치다.

라인 스왑을 하는 쪽은 초반에 라인을 태우려고 한다.

그 프리징을 위해 미리 부쉬에 잠복해있는다.

이렇듯 인베 때 박아두면 사전 체크가 된다.

맞춤형 대응을 하는 게 매우 쉬워진다.

"실드."

"어."

"줬으면 겸상 하지 말고 꺼져."

"……."

라인 스왑은 일반적인 게임 구도와 상이하다.

게임의 룰이 다르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1/6이라고 하잖아.'

지구에 있을 때처럼 생활하면 안될 것이다.

라인 스왑의 게임 구도도 마찬가지다.

평소와 다르게 움직여야만 한다.

툭!

툭!

이렇듯 막타만 챙기며 라인을 프리징한다.

여기서 서포터가 할 건 경험치 도둑 뿐이다.

'차라리 정글 리시나 시야 장악을 하는 게 낫지.'

라인 스왑 단계.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 프로게이머들도 엄청 얼탄다.

최적화된 플레이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다.

Team Snake 고승률의 비결이기도 하다.

LPL팀들은 운영이 빈약하고, 해도 구멍이 있다.

운영으로 승부를 보니 승률을 뽑기 쉬운 것이다.

'그동안 꿀을 쏠쏠하게 빨았겠지만.'

이를 알고 있는 입장이다.

오히려 홈 스테이지라고 할 만하다.

순수한 운영으로 간다면 어느 쪽이 더 게임이 재밌는지.

툭!

툭!

숨이 넘어가기 직전의 것만 목숨을 거둔다.

프리징은 알면 알수록 신묘한 측면이 있다.

얼마나 더 잘 알고, 얼마나 더 해봤는지에 따라 천지 차이다.

그 극한에 이르면 고작 프리징으로 게임을 끝내는 게 가능하다.

설마 그 정도까지야.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가게 된다.

'원딜로 프리징 한두 번 해본 몸이 아니거든.'

프리징은 예술이다.

툭!

툭!

테러스티나의 평타.

한 발 쏘아질 때마다 호응을 끌어낸다.

데미지가 엄청나서.

카이팅이 정신 나가서.

그런 것도 아니고 단순한 파밍에 말이다.

-저걸 참는다고?

-꺼억 마렵다 ㅂㄷㅂㄷ

-E도 안 찍고 프리징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기다렸다가 먹네……

파밍, 미니언 막타를 치는 행위.

지극한 기본임에도 브론즈부터 챌린저까지 모든 유저들이 골머리를 썩는 과목이다.

심화 과정인 라인 관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얼마나 더 깔끔하게 챙기느냐.

유리한 라인을 형성 시키느냐.

얼핏 쉬워 보이지만 알면 알수록 더 난해한 기초 과학과도 같다.

"빼야 돼! 무조건 다이브야."

"빼? 이걸 빼라고? 너무 큰데?"

첫 웨이브부터 한 땀 한 땀 모았다.

빅 웨이브를 형성해 타워에 몰고 왔다.

그 숫자가 얼핏 봐도 열댓마리는 돼보인다.

'차라리 먹고 뒤지는 게 낫지.'

버티는 탑솔러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 역시다.

〈나무카이가 이제 겨우 2레벨이에요.〉

〈점멸도 써보고 잘했는데 그래도 이건 살 수가 없죠!〉

플랑드르는 최대한의 플레이를 했다.

점멸로 배치기를 피하고, 속박으로 붙들었다.

그렇게 한 턴 시간을 번다고 살 수 있는 각이 아니어서 문제지.

─퍼스트 블러드!

3 대 1로 대놓고 조져 버린다.

해체 작업에 전혀 지장이 없다.

너무 빨리 죽어 경험치도 거의 챙기지 못한다.

「전속력으로!」

그래도 반대편 라인.

Team Snake도 다이브를 친다.

셀줄아니가 타이온을 향해 들이박는다.

이를 점멸로 피한다.

포탑 뒤에 최대한 숨는다.

아래쪽과 비슷하지만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

〈방금 셀주아니 점멸 안 썼으면 죽을 뻔했어요.〉

〈대포가 죽으면서 타이온이 3레벨이 돼버려서…….〉

한 턴 버티고 레벨업을 해서 살아난다.

미니언 웨이브가 쪼그라들자 다이브가 취소된다.

양팀 다 같은 판단을 내렸음에도 결과가 다른 이유.

-쟤네는 웨이브가 왜캐 작냐

-막타를 대충 쳐서?

-진짜네. 왜캐 차이나지

-차이가 나서 차이나ㅋㅋㅋㅋ

사소함이 쌓이고 쌓인다.

시간이 지나 형성된 웨이브의 크기가 다르다.

고작 그 정도로 설명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니, 저 새끼는 오줌도 끊어서 싸나.'

그게 말마따나 쉬우면 누구나 잘 할 것이다.

프로 선수들도 전문 연습을 안 하면 정밀도가 떨어진다.

눈앞에 딸피 CS가 있는데 막타를 치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다.

마치 용변처럼 한 번에 확!

몰아서 해버려야 직성이 풀린다.

하물며 초- 빅 웨이브는 2분 후를 바라보고 천천히 계산을 해야 한다.

퉁! 퉁! 퉁!

계산을 하자 그 보람이 짭짤하다.

라인 걱정할 필요 없이 포탑을 툭툭 친다.

그것도 철거에 특화된 테러스티나가 말이다.

퍼엉-!

폭렬 탄환이 터진다.

포탑에 데미지를 주며 미니언까지 쓸어버린다.

어째서 철거반이라 불리는지 보여주는 광경이다.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두 번 터트리자 포탑이 파괴돼있다.

반대쪽 탑라인은 채 절반밖에 부수지 못한 것과 대조된다.

〈이러면 2차까지 갈 수 있지 않나요?〉

〈안 그래도 바텀 포탑이 더 무른데 철거 속도까지 차이가 나 가지고…….〉

라인 스왑에 리스크를 두기 위함이다.

바텀보다 탑 포탑이 더 단단해서 부수기 힘들다.

그럼에도 프로씬에서 스왑이 계속 나오자 나중에는 포탑 퍼블도 생긴다.

물론 그것은 나중의 일.

현재 시점에서는 부수기 더 힘든 정도다.

테러스티나의 포탑 철거력까지 더해지자 가져가는 포탑이 두 배 차이다.

* * *

라인 스왑 메타.

시대를 상당히 길게 풍미한 프로씬 전용 전략이다.

신인 아마추어들이 대회에서 맥을 못 추는 이유이기도 했다.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너무 크다.

다른 게임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하물며 아는 입장에서도 수준 차이가 또 극명하게 갈린다.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이렇듯 웨이브를 예쁘게 박으면 한 번에 쭉 밀 수 있다.

바텀 1차는 물론 2차 포탑까지 파괴한다.

이득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라인 스왑 메타가 그지 깽깽이 같은 이유가 있어.'

바텀에 형성된 미니언 웨이브.

아군 미니언은 겨우 한 줌 남았다.

적 대포 미니언이 내려오는 타이밍에 말이다.

저렇게 두면 라인이 당겨진다.

미니언은 다 태울 수 있는 셈이다.

상대는 파밍을 할 라인 하나가 사라지고 만다.

'막말로 게임 끝난 거야.'

선취점도 가져갔지.

포탑도 하나 차이 나지.

바텀 라인까지 유리하게 형성이 돼있다.

라인 스왑 메타의 이해도.

극한의 라인 관리 노하우.

이 두 가지 차이로 만들어버린 결과물이다.

뀨웅!

3레벨을 겨우 찍은 나무카이가 묘목을 던진다.

바텀에서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몰라한다.

경험치라도 챙기고 싶은 모양이다.

─아군이 Snake 플랑드르(나무카이)를 지목!

불쌍하다고 봐주는 프로씬이 아니다.

아군 구리가스가 슬금슬금 다가간다.

뭔가 눈치를 챘는지 도망쳐보지만.

'뭐, 죽었지.'

바텀은 고속도로가 개통된 상태다.

숨을 포탑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생존기도, 점멸도 없는 나무카이는 지옥이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막말이 아니라 정말로 게임이 끝났다.

상대의 캐리 라인인 탑이 아예 작살이 났으니까.

퉁! 퉁!

그리고 나는 VF소드가 나온 테러스티나다.

처음 만난 적 바텀은 단도와 똥신을 달랑 들고 있다.

'퍼블에 포탑 2개 먹고 왔거든.'

딜교환이 성립되지 않는다.

평타 한 방씩 정직하게 주고 받아도 이긴다.

금수저를 물고 사는 인생을 간접적으로 맛보는 순간이다.

실제로 라인 스왑 단계에서 한쪽이 망했을 때.

해설진이 흔하게 쓰는 비유다.

물론 금수저를 물었다고 방심을 해선 안된다.

「전속력으로!」

대각선이 법칙이 이루어진다.

우리도 일단 탑 1차 포탑이 없다.

상대 입장에서 갱각을 잡기 쉬워진다는 소리다.

'근데 너 점멸 없잖아?'

라인 스왑 단계에서 빠진 걸 체크했다.

아이템도 아직 누더기를 걸치고 있다.

안 그래도 만만한데 더 만만하다.

현실과 마찬가지다.

금수저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조금 더 센스 플레이까지 묻어난다면.

퉁! 퉁! 퉁!

테러스티나의 대포가 불을 뿜는다.

백무빙을 밟으며 정확히 네 대.

폭렬 탄환이 풀중첩을 쌓는다.

'테러스티나가 후반 왕귀캐의 이미지가 있는데.'

은근히 스노우볼 챔피언이다.

이렇게 초반에 채굴을 야무지게 했다?

퍼블까지 먹고 VF소드를 한 번에 뽑았다?

퍼엉-!

퉁! 퉁!

계산이 안되는 순간 폭딜이 가능하다.

소심 점프로 밟고 앞점멸로 한 대 더 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셀줄아니가 풀피에서 터져버린다.

얼핏 씹무리한 킬각 같아 보여도.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

킬&어시를 먹으면 점프쿨이 리셋된다.

잡아내고 유유히 뒷점프로 빠져 나온다.

이걸 하기 위해 애초부터 준비해온 픽이다.

초반 포탑 철거력.

라인 스왑 단계의 이득.

두 가지 전제가 깔리면 이만큼 쉽게 굴릴 수 있는 챔피언이 또 없다.

─아군이 Snake 플랑드르(나무카이)를 지목!

망한 나무카이는 어쩔 수 없이 탑으로 올라온다.

포탑이라도 끼고 파밍하기 위함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