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2화 (172/201)

퉁! 퉁! 퉁!

퍼엉-!

그것이 가능할 시기가 지났다.

탄환을 박고 툭툭 치자 포탑 반피가 날아간다.

곧 무너질 거라는 게 확정되자 나무카이는 쭉 뺄 수밖에 없다.

'라인 스왑 단계에서 말리면 어? 어? 어? 하다가 게임이 그냥 훅 가.'

프로 대회가 맞나?

얘네 정말로 프로팀 맞아?

그런 생각이 들 만큼 게임이 급속도로 무너진다.

일반적인 게임과 다른 만큼, 법칙 또한 다르게 적용된다.

막말로 전 라인 솔킬 따인 것보다 더 힘들다.

CS 파밍조차 제대로 할 수 없으니까.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승전보가 계속 울려온다.

사실상도 필요 없이 이미 이긴 게임이다.

* * *

정신이 나간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냥 어이가 없다.

"이 판은 보내줘야 될 거 같은데……."

"아~~~ 어디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온다.

딱히 누군가를 탓하기 위함이 아니다.

'플랑드르가 안 뺀 게 첫단추이긴 한데.'

Team Snake의 정글러 비스틱.

그냥 쭉 빼는 게 어떠냐고 넌지시 물었다.

하지만 명령도 아니고, 무조건 따르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플랑드르의 판단도 일리가 있다.

웨이브가 커도 보통 큰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악으로 깡으로 비벼보는 것도 해볼 만하다.

경험치만 먹어도 평타는 친다.

만에 하나 한 명 데려가면 대박이다.

결과적으로 최악의 주사위 눈이 나와서 문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여기저기서 곡소리밖에 안 들린다.

선수들도 이미 집중해서 하고 있지 않다.

'라인 관리를 잘하긴 해. 그래도 운이 너무 나빴어.'

가장 빠듯하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 건 코치다.

어째서 경기가 이렇게 되었는지.

원인을 알아야 대처도 가능하다.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라인이다.

라인 스왑 이후 형성된 웨이브 위치가 최악이었다.

"최소한 반반 라인만 됐어도 파밍은 할 수 있었거든요."

"예, 거기서 터진 건 확실한 거 같아요."

라인이 하필 당겨졌다.

운이 안 좋게도 말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라인 스왑 과정은 복잡하다.

향후 웨이브가 어디에 형성될지.

그런 거 따질 정신머리가 안 나온다.

'애초에 그걸 어떻게 계산해?'

얼마나 라인 관리를 토 나오게 잘해야 가능할지 상상이 안 갈 정도다.

그보다는 단순한 운의 결핍.

그리고 픽 때문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테러스티나를……, 그래서 했구나."

"포탑 부수는 속도가 너무 차이가 나서 2차까지 쭉 밀려버렸어요."

압도적으로 휘젓고 있다.

괴물 같이 성장한 테러스티나가 게임을 종결 짓는다.

코치진은 메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며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세트 스코어 1 대 2.

첫 세트를 분명 기분 좋게 시작했다.

어느새 두 세트 연속 패배하며 역전을 당하고 말았다.

'상대도 라인 스왑 이해도가 높아. 조합상 우위가 아니라면 안 거는 게 낫겠어.'

솔직하게 인정을 한다.

Team Snake는 꿀을 빨고 있었다.

LPL팀들이 운영 이해도가 낮아서 라인 스왑에 잘 당해준다.

역으로 당해버렸다.

대비책을 세워왔다는 느낌이다.

마지막 세트가 될 수 있는 경기에 우틀않을 시전할 수도 없다.

〈트롤킹을 가져오네요.〉

〈후픽 카운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요즘 메타에서 그냥 좋아서 다룰 줄만 알면 선픽도 괜찮죠. 실제로 보여줬잖아요?〉

네 번째 세트.

그 밴픽이 시작된다.

처음 유난한 활약을 보여줬던 트롤킹을 가져온다.

수세에 몰렸을 때 가장 최선의 선택이다.

평소 쓰던 맛, 믿고 쓰던 맛만큼 의지가 되는 게 없다.

해설진도 괜히 동의를 하는 게 아니긴 한데.

와아아아아-!

관중석에서 환호가 쏟아진다.

약간 의아하게도 느껴지는 일이다.

그도 그럴게 현장은 서부 리그의 팬들이 압도적이다.

마왕에 대한 적개심도 있다.

응원이 편파적이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한 반응이 나오게 돼버린 건.

-설마 안 하겠지

-진짜로 하면ㅋㅋㅋㅋㅋㅋ

-우즈에 대한 레퀴엠인가?

-죽은 거 아니거든;;

하지만 그 스타성.

감추려고 해도 좀처럼 튀어 나온다.

다른 건 몰라도 실력 하나는 인정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아니, 와……. 이걸 진짜로 하나요?〉

〈도발이죠? 트롤킹 선픽과는 비할 바가 안되는!〉

배인이 나와버렸다.

배인은 하면 안되는 픽이다.

'파사딘 같은 거랑 똑같아.'

본인은 상관이 없는데 팀원들은 매우 막중하게 상관이 있다.

라인 주도권이 없어서 시종일관 휘둘린다.

겨우 그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롤에 왕귀 챔피언이 얼마나 많겠는가?

팀원들 여눈 스택 적립시키는 픽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배인이 숱한 지탄을 받는 건.

챵! 챵! 타앙!

특유의 고정딜 3타.

라인 클리어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래서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라인만 먹다가 게임이 끝난다.

'뭐, 솔랭에서야 상대가 뇌절을 해주겠지.'

나 졸라 잘 컸음!

나의 존재감을 세상에 흩뿌릴 거야!

1절, 2절, 뇌절 딱 해 가지고 분위기 싸해지는 순간이 온다.

배인이 갑자기 킬을 먹고 미쳐 날뛴다.

반대로 말하면, 그런 순간이 안 오는 이상 배인은 할 게 없다.

게임 끝날 때까지 라인만 먹다가 넥서스 내주는 일이 부지기수다.

프로씬에서 배인이 기피되는 이유.

강팀이 아닌 이상 쓸 수 없는 이유.

그 법칙을 알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사용하지 않았다.

"너무 파밍만 하는 거 아니야?"

"뭐 하려고 하지 마, 보여 주려면 결승에서 보여줘."

"……."

하지만 Team Snake전에서는 상관이 없다.

왜냐?

서로가 파밍 지향이다.

상체도 한 번 당하자 내성이 생긴다.

슈룽~!

나루가 부메랑으로 파밍을 한다.

괜히 건드리면 좆되는 걸 깨달은 것이다.

'물론 이게 좋은 건 아니야.'

트롤킹이 무럭무럭 성장한다.

이전 세트에서 겪었듯 까다롭다.

한타도 미쳤는데, 스플릿도 지랄 맞다.

잘 크는 순간 하드 캐리가 되는 챔피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어줬다.

성장도 마음껏 하게 냅둔다.

[25:27] V5 트래쉬(랙싸이)님이 드래곤(100%)를 지목

시간이 지나 용한타가 열린다.

네 번째 용이 빌미가 된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다.

"젠부샤쓰?"

"젠부샤쓰!"

LCK처럼 깔끔하지는 않다.

특히 교전콜은 상당히 난잡한 편이다.

오죽하면 웬만한 건 정말 젠부샤쓰로 퉁친다.

상대도 그럴 것이다.

섬세한 포커싱보다 정면 한타의 비중이 높다.

배인이 활약하기에 세상에서 제일 좋은 환경이다.

「여기가 트롤 왕국이다!」

적 앞라인이 밀고 들어온다.

원딜 입장에서 드러울 정도로 막막하다.

'단단한 것도 단단한 건데 돌기둥이 은근히 인지하기 어려운 스킬이라.'

앞라인에서 맞아주며 뒷라인 딜로스까지 유발시킨다.

돌기둥이 깔리며 CC기 연계가 오면 최소 점멸이다.

트롤킹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챵! 챵! 타앙!

그래봤자 배인이다.

은탄의 3타가 살점을 야무지게 뜯어낸다.

'배인이랑 탱커가 똑같이 잘 크면 어떻게 될까?'

그 답은 따질 것도 없다.

이동기가 없는 순수 '붕이류' 챔피언들은 특히 말이다.

챵!

데구르……!

돌기둥을 세우고 붙는 상상하지만 어림도 없다.

구르기로 거리를 벌리며 카이팅 친다.

억지로 계속 따라붙어 와도.

'트붕아~.'

몰락을 쭉- 빨며 희망을 종결시킨다.

일평생 쫓아와도 손도 대지 못한다.

도망가는 것도 허락한 적이 없다.

챵! 타앙!

배인이다.

적을 추적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차곡차곡 쌓이는 3타는 정직한 데미지를 낳는다.

글자 그대로의 일이다.

상대의 방어력과 무관하게 박힌다.

탱커들이 빨간 안경 노이로제에 걸리는 이유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서로 앞라인을 두들기는 구도가 형성된다?

배인 이상으로 좋은 원딜은 존재하지 않는다.

'늪롤을 지향하는 팀은 배인으로 응징해 줘야지.'

활약할 구도가 안 나와서 그렇지.

나오기만 한다면 메리트가 있는 픽이다

Team Snake를 상대로는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

수비적인 운영팀.

무난하게 성장하는 건 마찬가지다.

카이팅에 실수만 안 하면 탱커를 녹이는 건 문제가 안된다.

퍽! 퍽!

물론 상대도 한타만 하는 팀은 아니다.

용한타 패배 이후 전략을 선회해오고 있다.

트롤킹이 사이드 운영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트봉아~.'

그조차 염두에 둔 선택이다.

이렇듯 사이드 라인을 내가 맞춰 서주면.

챵! 챵! 타앙!

신나는 시간이 도래한다.

뭐, 내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소리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V5 마왕님이 학살 중입니다!

몰락 거리를 준 시점에서 죽었다.

지옥 끝까지 따라가 마무리해버린다.

1 대 1은 암살자도 찍어 누르는 게 배인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물론 항상 반대쪽이 문제다.

적어도 오늘 경기에 한해서는 괜찮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우리팀의 에이스는 나다.

Team Snake의 에이스는 탑이다.

서로 똑같이 에이스가 빠졌다면 불리할 게 전혀 없다.

하물며 급한 것은 상대다.

사이드에서 트롤킹이 잘린 탓이다.

어설프게 건 이니시는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힘들다.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사이드는 사이드대로 이득을 본다.

경기가 착실하게 승리를 향해 나아간다.

'탑을 제외하면 색깔이 없는 팀이잖아.'

즉, 탑만 봉쇄하면 게임이 쉬워진다.

겨우 한 선수에 대한 대비책.

짜내라는 건 구몬 숙제만 하고 놀라는 어머니의 개꿀과도 같은 말씀이다.

지극히 드물지만 어쩌다 하루 있는 그날 말이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Team Snake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파훼법이 매우 쉬운 팀이다.

* * *

단단하기 그지없는 잿빛거인 메타.

그 하드 카운터가 배인 아니냐?

일반팬들 사이에서도 심심찮게 나오던 이야기다.

「易霜南」

7일 전。

왜캐 징징거려?

그냥 배인하면 무조건 찢겠구만

-원징징들이 원래 그렇지

-지들이 잘할 생각은 안 함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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