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팀 원딜 배인 해도 됨?
웨이보主- 미쳤냐?
체력에 비례한 %뎀이 고정딜로 박힌다.
우효오오!! 배인의 시대가 도래했구나!!
그리 단순하게 생각할 일이 아닌 것이다.
너무나도 약한 라인전.
그로 인해 높아지는 카이팅 난이도.
애초에 한타 구도가 불리하게 열리게 된다.
챵! 챵! 타앙!
원딜 입장에서는 지옥이다.
탱커라는 건 기본적으로 CC기 덩어리다.
딜도 약한 편이 아니라 삐끗하면 죽게 된다.
삐끗하지 않는다.
들러붙는 트롤킹을 쉴 새 없이 쏜다.
깨무는 거리를 아슬아슬 주지 않으며 계~속.
"젠부샤쓰?"
"노! 노! 배인! 배인!"
물론 Team Snake도 바보가 아니다.
배인을 잡아야 이기는 걸 알고 있다.
그동안 뒷라인에서 딜지원만 하던 아자르.
「짐은 포고령을 내렸다!」
드리프트하며 배인을 향해 몸을 쏟는다.
노리는 타이밍도, 조준도 분명 날카로웠다.
대응이 너무 깔끔했을 뿐이다.
닿기 직전에 점멸로 피해낸다.
아니,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터엉!
선고로 아자르를 밀어낸다.
밀려난 위치.
하필이면 트롤킹의 돌기둥이 솟아있다.
-'트롤'킹
-이게 팀킬이 돼버리네
-기둥에 핑 오조오억개 찍히는 중ㅋㅋㅋㅋㅋ
-그 작은 기둥에 벽꿍각 잡는 거 소름이네;;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는 광경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한타의 쐐기가 됐다.
─더블 킬!
전장의 지배자! V5 마왕!
배인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그나마 저지선을 그어주던 아자르가 죽은 영향이다.
〈토스각을 보려는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보는데…….〉
〈배인이 너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받아쳤어요. 그리고 영상 확인이 좀 필요하겠는데요?〉
아무리 운이 없었다고 한들.
하필 그 위치에 돌기둥이 있었을까?
엄청 큰 것도 아니고 부딪힐 확률 자체가 낮다.
터엉!
높게 만들었다.
한타가 끝나고 송출되는 리플레이.
절묘한 점멸 활용으로 아자르를 돌기둥에 인도한다.
-아 저거
-선고점멸 테크닉이네
-ㅋㅋ 나도 저거 할 줄 아는데
-그래서 티어가?
배인 유저라면 기본적으로 안다.
선고를 쏨과 동시에 점멸로 위치를 바꾼다.
그러면 바뀐 위치에서 선고가 나가는 판정이 된다.
벽꿍각을 잴 때 요긴하다.
하지만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른 법이다.
학교 시험이 교과서에서 출제가 된다는 걸 알아도 막상 시험지를 받으면 낯선 것처럼.
─블루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이를 자연스럽게 해낸다.
경기의 중심이 되어 캐리하고 있다.
그 의미는 여느 때 이상으로 각별할 수밖에 없다.
〈배인은 정말 몇몇 선수만 쓸 수 있다는 인증서 같은 게 있잖아요?〉
〈딱 몇 명 있죠. 대표적으로 우즈 같은!〉
아군 배인.
빨간 뿔테만 봐도 화가 난다.
기겁하는 건 프로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너 배인 하고 싶어?
잘할 자신 있으면 해보던가!
웬만한 선수는 감히 손도 대지 못한다.
정말로 밀어줄 만하다.
피지컬에 자신이 차고 넘친다.
인증 받은 몇몇 선수만 사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데.
-아군 배인이 저러면……
-아군 배인특) 레드에 핑 오천번 찍음
-우즈급이 아닌 이상 배인 하면 욕 먹지
-마왕도 우즈급?
그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유틸형에 국한됐던 기존의 이미지.
서서히 탈피하다 극명히 갈라지는 분기점이 된다.
'배인, 배인만 자르면 이기는데…….'
잘하는 배인.
상대하는 입장에서 느낌이 다르다.
다른 원딜 챔프는 가질 수 없는 압박감이 있다.
비스틱은 안달이 난다.
배인 때문에 앞라인이 버틸 수가 없다.
반대로 배인만 잡으면 게임을 비벼볼 만하다.
파아아앙-!
그러니까 시도한다.
배치기로 미끄러지며 점멸.
마치 볼링공을 굴리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것도 구르기가 빠진 배인을 향해 말이다.
점멸도 앞선 한타에서 소비했다.
그 일발역전의 찬스가.
경기장이 웅성인다.
환호성도, 비웃음도 아니다.
굳이 따지면 헛웃음에 가깝다.
-헐
-저걸 앞무빙으로 피하네
-썩소의 의미: 좆밥 새끼
-약자멸시 웃음 지렸다……
잘하는 원딜러의 슈퍼 플레이.
느껴지는 건 단순한 감탄이 아니다.
오만 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게 된다.
상대의 스킬샷이 안이했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냥 잘 피했다.
곱씹어보기에 인상에 더욱 깊이 남는다.
〈한 1센티만 더 가장가리에 가까웠어도 맞았을 같거든요?〉
〈날아가면서 연계 맞고 터졌죠 그냥.〉
인정을 안 할 수가 없는 무빙을 선보였다.
상대의 노림수를 가볍게 흘려 넘긴다.
겨우 그 하나로 게임이 터진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바론 버프를 먹고 밀려온다.
그 진격을 저지할 수단이 없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주요 궁극기가 하나 빠져있기 때문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배인의 무빙에 보다 힘이 실린다.
앞으로 굴러가 느닷없이 꽂는다.
─전설의 출현! V5 마왕!
핑크스의 미간에 평타 세 방.
치명타로 꽂히자 그냥 터진다.
원딜러임에도 암살이 가능한 배인만의 신기다.
와아아아아아-!
쏟아지는 환호성이 그 임팩트를 설명한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과는 명백히 달라졌다.
-진짜 실력 하나는……
-원딜도 또라이급으로 잘하네
-괜히 교주겠어?
-마왕! 마왕! 마왕! 마왕! 마왕!
광저우팬들 입장에서 약간 밉상이었을 뿐이다.
실력 하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감탄을 마지않을 수 없을 만하다.
「大?」
5분 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좆밥팀팬들 눈물의 귀가 준비 완료?
첫 세트 봐주고 희망 고문 오져버렸죠?
-구단주 맞음? 철이 없네
-푸얼다이들이 원래 그렇지
-꼬우면 니들도 돈 많이 벌던가~
-열등감 폭발했네 서민놈들ㅋㅋㅋㅋ
그 포커싱이 다른데 돌아가 있기도 하다.
보다 밉상인 녀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V5의 구단주.
첫 세트를 패배하자 사리고 있었다.
마지막 세트의 승기를 쥐기가 무섭게 웨이보에 글을 올린다.
필연적으로 또 이슈가 된다.
대륙이 대륙하는 일이지만 논란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퍼거슨 감독이 2승째 낭낭하게 적립하면 플레이오프 3라운드가 마무리된다.
LPL이다.
중국의 프로 리그다.
해외에서 안 쳐줄 뿐이지, 자국 리그 시청자 수는 독보적이다.
「[LPL PS] 반쯤 미쳐(?)버린 마왕 앞세워 '꼴찌→결승' 역대급 드라마 쓴 V5」
「[LPL PS] V5 Esports Club PO 3라운드 승리! LPL 결승 진출! (종합)」
「[LPL 칼럼] V5는 어떻게 강팀이 되었는가? 정규 시즌과는 달랐다」
반응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그 기대치가, 격이 몇 단계는 다른 자리다.
수많은 기사와 전문 매체에서 V5 Esports Club을 조명한다.
〈솔직히 많이 흔들릴 줄 알았거든? 첫 세트가 워낙 말려서.〉
〈근데 전체적으로 준비를 잘해왔어. 점점 완성이 돼가는 느낌이야.〉
Team Snake.
운영적으로 고평가를 받는 팀이다.
LPL팀 중에서는 특이하게 후반 한타와 스플릿을 지향한다.
그런 팀을 이겼다는 것.
그것도 운영에서 앞섰다는 것.
V5의 경기력에 대한 평가는 더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다.
「旺仔哥」
2일 전。
V5 구단주는 마왕한테 백 번 절해라
「李四」
2일 전。
그래도 구단주라고 이걸 이겨주네ㅋㅋㅋㅋ
「那一?暖?」
2일 전。
라인 스왑을 한다→ 테러스티나가 철거한다
후반 한타를 한다→ 원딜 차이
쓰고 보니 결국 원딜 차이??
.
.
.
마왕에 대한 평가 또한.
고점의 고점이 또 있다는 느낌이다.
보여준 것 이상의 컬러를 소화해냈다.
특히 배인에 대한 이야기는 깊게 오간다.
하드 캐리형 원딜러의 대명사.
기존의 모습과 워낙 대조되는 활약이었다.
스타일을 바꾼 거 아니냐?
그동안 과소평가된 거 아니냐?
Team Snake의 카운터 픽으로 기용한 거 아니냐?
여러가지 해석이 뒤따르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공감을 이끌고 있다.
하나의 웨이보가 조금 독특한 해석을 정착시킨다.
「樵夫」
1일 전。
우즈에 대한 레퀴엠이 맞아
라이벌을 리스펙트하는 거지
-리스펙트가 뭐임?
-존중尊重 병신아!
-존중합시다, 리스펙!
-광탈한 우즈를 존중해주자ㅋㅋ
어째서 배인을 활용했는지.
입맛에 맞는 해석을 붙이고 있다.
* * *
LPL의 플레이오프는 두 조로 나뉜다.
B조에서 V5가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듯 마찬가지다.
A조 플레이오프 3라운드.
Royal Club 대 EDC의 경기다.
정규 시즌 1,2위 라이벌로부터 이어져 관심이 뜨거웠는데.
와아아아……!
관중석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감탄과 탄식,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있다.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결코 기분 탓이 아니다.
"꾸웨에에엑!"
한 마리의 알파카가 미쳐 날뛰고 있기 때문이다.
야성미 넘치는 괴성은 여느 때 이상으로 위협적이다.
─더블 킬!
EDC 알파카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명실상부한 EDC의 에이스다.
그 기량은 익히 증명해왔다.
현재 경기에서도 게임의 중심에 서 캐리하고 있다.
〈아, 꼬그모가 너무 세요. 살살 녹습니다.〉
〈센 것도 센 건데 주요 궁극기가 하나도 안 맞아 가지고~~!!〉
다 피했다.
그럴 만한 피지컬이 넘치는 선수다.
세체원을 논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이유를 보여준다.
꼬그모의 존재감이 전장을 휘잡고 있다.
EDC가 한타를 반쯤 잡은 분위기다.
물론 마지막까지 방심은 금물이다.
챵! 챵!
데구르……!
상대도 결코 만만하지 않다.
세체원 논쟁에서 빼놓아서야 섭한 선수다.
우즈의 배인이 땀띠 나게 구르며 딜을 욱여넣는다.
─Royal 우즈(배인)님이 EDC 코로(나루)님을 처치했습니다!
나루의 스턴을 피하며 벽꿍각을 잡았다.
그 예리한 판단 하나가 변수를 만들어낸다.
와아아아아아!
흥분한 Royal팬들이 울부짖는다.
어째서 배인을 시그니처픽으로 삼고 있는지.
어째서 세계에서 제일 배인을 잘 다루는 선수로 평가 받는지.
방금의 플레이는 역시 우즈!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