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저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전황이 잠시 빛을 발하는 듯했다.
꾸웩! 꾸웩!
문제는 알파카다.
갑작스레 점멸로 침을 ?? 뱉는다.
앞라인을 돌파하며 배인만 점사해 찢어버린다.
-담당일찐 ON
-담당일찐 바로 일하네 ㅋㅋㅋㅋ
-꼬그모를 막을 수가 없다……
-누가 저 미친 알파카 좀 어떻게 해봐!
은신으로 굴러봐도 소용없다.
치명타가 터지며 배인이 폭사한다.
앞점멸 카이팅 한 번이 한타에 쐐기를 박는다.
〈두 선수 모두 말도 안되는 카이팅을 보여주긴 했는데…….〉
〈알파카 선수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킬 캐치를 했어요. 배인이 잡히면 Royal Club은 힘을 잃죠.〉
우즈가 중심이 되는 팀이다.
우즈가 잡히면 나머지는 할 게 없다.
앞라인도 이미 궤멸했으니 따질 것도 없는 일이다.
─블루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바론이 먹혔다.
그 의미는 여느 때 이상으로 뼈아프다.
누가 잡아도 배인은 배인이고, 라인 클리어가 취약하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레드팀의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Royal팬들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울림이다.
정규 시즌 때도 상대 전적이 밀리긴 했다.
팀 상성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정규 시즌은 정규 시즌.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 또다시 명확해진다.
-우즈가……
-우즈는 잘했는데
-ㅋㅋㅋR갈들 눈물의 실드 치는 거 웃기네
-아니거든? 우즈는 잘한 거 맞거든?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가 있다.
아무래도 LPL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비록 정규 시즌에서는 밀렸을지 언정 플레이오프에서는 보여주길 바랬다.
결과는 EDC의 3 대 2 승리.
풀스코어 접전까지 간 끝에 패배하고 만다.
기대에 가득 차있었을 팬들로서는 실망과 탄식이 나올 마도 한 결과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그럼에도 현장의 반응은 다르다.
패배한 정도로 팬심이 식지 않는다.
하나가 되어 소리치는 응원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우즈 선수도 정말……, 정규 시즌 과정에서 기복이 있었고 슬럼프도 있었는데 극복하면서 이 자리까지 온 거거든요.〉
〈두 팀 모두 최선의 플레이를 했고 승패가 나뉘어졌을 뿐입니다. 저는 오늘 경기가 LPL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해서 기쁘네요!〉
해설자들도 늦지 않게 한 스푼 보탠다.
여차하면 폭도가 돼도 이상하지 않은 Royal팬들이다.
모르는 입장에서 보면 약간 의아할 정도로 우즈를 아낀다.
와아아아아아!
그럴 만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승리한 EDC의 선수들이 찾아오자 흔쾌히 악수를 나눈다.
그 모습은 거만이나 불쾌감은 커녕 정중함이 깃들어있다.
게임 내적인 일로 사고를 많이 쳐서 그렇지, 외적인 부분에서는 의외로 별 일이 없다.
성격이 불같고 괴팍하지만 대범하여 밉상은 아닌 후베이 사람의 특징을 그대로 따라간다.
-우리 우즈 ㅠㅠ
-마지막 세트 너무 아쉽긔
-응 우승 한 번 못한 거품 원딜
-중남들 원딜 감수성 떨어지는 거 봐ㅡㅡ
대륙이라고 사람의 인성을 신경 쓰지 않을 리 없다.
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선수는 그만한 이유가 따른다.
스타 선수 다운 매력을 가진다.
특유의 귀여운 외모 탓에 여성팬들에게 인기가 자자하다.
「一江春水向?流」
3일 전。
ㅋㅋㅋㅋ담당 일찐 딱 대!
「?」
3일 전。
성난 알파카 앞에선 우즈도 한 마리의 도야지일 뿐이지
「?森?告」
1일 전。
마왕이 배인 골랐네
어라? 어째서 콧물이……
.
.
.
그래도 진 건 진 거고.
인기가 많은 만큼 안티도 많은 선수다.
철없는 행동을 적지 않게 저질러 업보가 쌓였다.
우즈의 플레이오프 3라운드 탈락.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한동안 놀림감이었다.
배인만 보면 우즈를 떠올리며 비꼬는 밈이 형성됐다.
「木子?」
1일 전。
역시 우즈! 배인으로 LPL 결승을 가네!
-Royal 우승!
-뭔 소리임?
-광탈한 거 비꼬는 듯
-R갈들만 어금니 꽉 깨물죠?ㅋㅋ
B조의 경기가 더욱 주목 받게 된 연유다.
배인의 출전이 여러가지 이야기를 자아낸다.
일부 Royal팬들이 V5를 응원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꿩 대신 닭.
아니, 복수를 해줬으면 하는 심리도 있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고 EDC보다는 V5가 낫다는 마음이다.
* * *
〈믿고 있었다고 젠장!〉
플레이오프 3라운드 승리.
패배가 탈락인 녹아웃 스테이지인 만큼 당연히 값지다.
나 이상으로 더 각별하실 분이 계셨다.
"그러게 왜 안 해도 될 소릴 하세요."
〈그게 재밌으니까. 이러려고 팀 만든 건데~.〉
철없는 물주의 상대를 해주고 있다.
웨이보 하나 잘못 올렸다가 몰매를 맞은 모양이다.
'뭐, 잘못 올린 건 아니지.'
의도대로 올렸는데 상황이 좆됐을 뿐이다.
의기양양해서 도발을 저질렀더니 이게 웬걸?
첫 세트를 패배하며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구단주 입장에서는 말이다.
업보 스택이 터지기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 풀렸고, 이기기도 했으니.
"혹시 EDC나 Royal 상대로도 예정 있으시면 미리 말해주세요. 그 팀들은 인기가 많아서 저희도 마음의 준비 좀 하게."
〈그 정도는 안 하지~ 나도 다 각 보면서 어그로 끄는 거야.〉
또 저지르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의외로 아니었다.
나름대로의 선이 있기는 한 모양이다.
'그 팬덤은 무섭나 보네.'
흑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뻔했다.
이번 사건으로 배운 게 있는 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플레이오프는 내가 바빠서 못 갔거든?〉
"아~ 좋은데 계시더라고요."
〈내가 사업하잖아. 그것도 다 일이야~. 결승전은 무조건 갈 거니까 꼭 기다려!〉
나이가 내 신체 나이랑 비슷하다.
웨이보에 올라오는 근황도 사업하고는 하등 관련이 없어 보인다.
'푸얼다이들은 있어 보이는 걸 좋아하니까.'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고 있다.
일단은 꽌시를 신경 써야 하는 상대다.
점수를 따둬서 나쁠 것은 전혀 없다.
〈근데 있잖아. 하나 물어봐도 돼?〉
"그럼요."
〈그 Royal을 잡아버린 EDC랑 붙게 됐잖아. 대비책이 있어? 솔직히! 정규 시즌 때는 다 진 걸 내가 봤는데.〉
조금 민감한 부분을 물어온다.
물주의 말대로 어려운 상대인 게 사실이다.
정규 시즌 당시.
Royal Club을 상대로는 진 적도 있고, 비빈 적도 있다.
하지만 EDC를 상대로는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경기가 잘 안 풀린 것.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너무 강하다.
탑만 신경 쓰면 됐던 Team Snake에 반해 EDC는 멤버 하나하나가 레전드다.
"착실히 준비를 안 하면 힘든 상대긴 하죠. 근데 착실히 준비를 하면 승산이 있어요."
〈그래? 무슨 준비를 한 거야? 요번에 테러스티나한 것처럼 뭐 있어?〉
심도 깊은 파훼법 없이는 공략하기 난해하다.
준비하면 되는 일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딱히 불가능 것도 없다.
하지만 이를 말해달라는 건 좀 다른 이야기다.
워낙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다.
자칫 전략 유출로도 이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안 말하면 안 말하는 대로 서운해 하겠지.'
돈을 주는 물주가 노골적으로 물어오고 있다.
아예 없으면 모를까.
쓸 예정이기 때문에 믿고 말해주는 게 최선이다.
"갈리스타 쓰려고요."
〈그거 하나?〉
"그냥 쓰는 건 아니고 약간 템트리를 연구한 게 있어서요."
〈어떻게? 어떻게?〉
궁금증이 많은 걸 보니 먹고 싶은 것도 많은 분이다.
* * *
LPL의 결승전.
억 단위가 넘어가는 중국팬들의 축제다.
올라온 팀들도, 과정도 말이 안되니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여러가지 추측과 낭설이 오가며 달아오르고 있다.
그 전날에 진짜가 터졌다는 소식이다.
믿기지 않는 웨이보 하나가 방아쇠를 당겼다.
「?方」
1일 전。
V5 구단주 오피셜 떴다!
'결승에서 갈리스타 쓸 예정'
뭔 생각으로 말한진 몰라도 거의 확실한 듯?
-진짜로?
-에이, 설마…… 아무리 철이 없어도
-진짜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주 새끼 대가리 레전드 갱신요ㅋㅋㅋㅋ
밴픽이 날래날래 유출된다
난징 올림픽 스포츠 센터.
무려 2만 명의 관중이 함께 한다.
〈난징이에요. 난징. 결승의 열기가 더욱 겉잡을 수가 없겠네요.〉
〈그렇죠. 아무래도 두 팀 모두에게 큰 의미를 가지다 보니…….〉
결승전의 자리.
올라오는 것은 그 어느 선수에게도 영광이며 명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는 선수 차원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베이징 촌놈은 무조건 이겨야지ㅋㅋ》
《어디 근본도 없는 상하이 상것들이》
EDC의 연고지는 베이징이다.
V5 Esports Club의 연고지는 상하이다.
일련의 제도가 아직 정착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의미가 없는 것은 또 아니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전통적인 앙숙 관계다.
한국으로 따지면 경상도와 전라도 정도에 해당한다.
한국에서는 물론 낡은 개념이다.
중국에서는 그러지 않을 뿐이다.
'호구 제도' 라는 사회주의 특유의 제도에서 기인한다.
「木子?」
1일 전。
베이징 vs 상하이
호구 얻을 수 있다면 어느 쪽 선택?
-무조건 닥전이지ㅋㅋㅋㅋ
-상하이는 돈만 있으면 딸 수 있다 아님?
-그 돈을 벌기 쉬운 곳이 상하이인 건 생각 안 하네
-어느 쪽이라도 좋으니 대도시 호구 갖고 싶다……
중국 내에서 또 작게 국적이 나눠진 셈이다.
자신의 출생지를 벗어나서 살기 힘들게 해놨다.
자연스럽게 출생지에 대한 애착이 강해지게 된다.
일부 대도시의 경우 부심을 부리는 경우까지 있다.
베이징 사람들은 정치적 우월감을 가진다.
상하이 사람들은 경제적 우월감을 가진다.
〈난징 스포츠 센터를 찾아주신 팬들께 감사드리며 2015 LPL 스프링 시즌 결승전을 시작~~~ 합니다~!〉
그리고 이곳은 난징.
솔직히 별 게 있는 도시는 아니다.
정치적 입지가 큰 것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엄청 융성하지도 않다.
하지만 상징성을 가진다.
한국으로 따지면 신라의 수도 경주다.
중국 역대 왕조들의 수도로 삼았던 유서 깊은 지역이다.
LPL의 마무리.
베이징 대 상하이.
그 결론을 짓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곳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와아아아아아아……
장소 자체도 더없이 웅장하다.
2만 명의 외침이 경기장 내부에 울린다.
단순한 함성 이상의 압박감을 자아내고 있다.
느껴지는 것만 해도 그러하다.
보이는 것은 더더욱 의미를 상기시킨다.
LPL은 돈지랄과 퍼포먼스의 극한을 달린다.
무대의 전공간을 LED로 감쌌다.
그 위에서 중국 전통 악단이 악기를 연주한다.
고전과 현대가 어우러진 광경은 과거 오프게임넷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한다.
실제로 과거 오프게임넷 전성기 시절 PD들을 스카웃했기 때문이다.
차이나 머니가 더해지자 무대 연출은 가히 월드 클래스다.
하지만 경기력도 그에 준할 수 있을지.
〈동부 리그 정규 시즌 1위! 치열한 접전 끝에 Royal Club을 잡고 결승에 올라온 EDC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
EDC는 걸출한 용병을 다수 보유했다.
삼선 갤럭시 출신의 궆과 알파카는 물론 감독과 코치도 한국인이다.
무늬만 중국팀 아니냐?
일각에서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Royal Club에 준할 정도의 인기와 위상을 자랑하는 건.
-클래식러브!
-ㅋㅋㅋ좆거품 돼지쉨은 결승 절대 못 오죠?
-클독들 입 터는 거 봐. 완전 천박해
-팀빨로 이겨 놓고 어휴;;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
꼽는다면 우즈라는 것에 이견이 안 갈린다.
하지만 클래식러브의 팬덤도 못지 않게 크다.
LPL 2대 스타라고 할 수 있다.
실력 또한 당연히 인기에 걸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