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5화 (175/201)

명실상부한 중체정임은 물론 세체정 후보로도 거론된다.

결승에 올라올 근본이 충만하다.

그냥 맞붙어도 승산을 점치기 힘든 강팀이다.

그런데 아예 어처구니없는 사건까지 터지고 말았다.

「大?」

4일 전。

프로팀 창단 넉달만에 결승ㅋ

나란 남자는 왜 이렇게 잘났을까?

V5 Esports Club의 구단주.

최근 연신 화제를 생산하고 있다.

Team Snake전 때는 웨이보 검색어 최상단을 한동안 차지했다.

-이 새끼는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그때 졌어야 했는데……

-경기는 선수가 하는데 왜 지가 깝침?

웨이보主- 응 마왕 영입한 게 나임^^ 이게 게임 보는 눈이지~

결과적으로 맞긴 했다.

맞고 틀리고 이전에 쳐맞을 짓을 해서 문제다.

밉상 이미지가 박히며 아직도 댓글란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大?」

1일 전。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난 우리팀 비장의 밴픽부터 전략까지 다 알아!

어느 정도 본인이 바란 바긴 하다.

어그로를 끌며 관심을 받는 것 말이다.

하지만 그 방향이 능력을 인정 받는 쪽이었다.

중국의 재벌 2세, 푸얼다이들의 성향이다.

세간에서 자신을 인정해주길 원한다.

돈만 많은 벼락 부자들이 원래 그러하다.

-알긴 개뿔이ㅋㅋㅋㅋㅋㅋ

-선수들한테도 무시 당하는 거 아님?

웨이보主- 하ㅋㅋㅋㅋ 알면 어쩔 건데?

-모르니까 절대 말 못하지ㅋㅋ 뻥카 치는 거 보소

구단주다운 위엄.

당연하게도 못 보여줬다.

바지 사장 취급 당하며 깔보는 댓글들이 줄을 잇는다.

가오가 좀 상한다.

뭐라도 보여주고 싶다.

결국 약이 바짝 올라서 선을 넘은 짓을 저지른다.

"갈리스타 확실한 거 맞아?"

"확실한 거 맞다니까요~ 내가 그거 알아보려고 번역기까지 써가면서 밤새 봤는데."

Let the Killing begin.

EDC의 코치 레오파드는 신이 나서 설명한다.

관종 출신답게 커뮤니티에서 터졌다 싶은 정보는 빠삭하다.

V5의 구단주가 글을 올렸다.

그 내용이 직설적인 것은 아니다.

자기 나름대로 인 듯 아닌 듯 비밀스러운 암호문을 꾸몄다.

─V5 구단주 웨이보 해석했다

별 거 없네

revenge= 복수

복수라는 키워드와 관련 있는 챔피언?

부시안 아니면 갈리스타인데 부시안은 이미 했으니까 갈리스타겠지

└겨우 이거라고? 김 빠지는데

└그런 놈이 짱구 굴려서 나올 수준이 뻔하지ㅋ

└이거 진짜면 밴픽 유출인데 감당되나……

筆者- 지 팀인데 지가 감당하겠지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보는 사람이 한두세네명이 아니다.

머릿수 하나는 셀 수 없이 많은 중국이다.

정말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해석이 나왔고, 그대로 천파만파 퍼지게 된다.

「大?」

20시간 전。

그냥 별 생각 없이 쓴 글에 의미 부여하네

할 지랄도 드럽게 없나 봐ㅋ

-(태연한 척)

-슬슬 똥줄 타쥬?

-그래서 글은 왜 지움?

-기세등등하게 올렸을 텐데 어떡해~

다급하게 삭제를 해봤자 엎질러진 물이다.

그것이 설사 틀린 정보라 할지라도 상관없다.

의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조커 카드로의 기능을 상실한다.

"어이가 없네. 정말 중국은……, 중국이야."

"그쵸? 흑역사를 자기 손으로 썼다니까요?"

"니가 할 말은 아니지 않아?"

"아니, 감독님 저는 떳떳하게 인정해서 괜찮아요~."

철없는 구단주가 크게 실수한 셈이다.

그 영향이 결승전에서 나타난다?

일이 단숨에 커지며 어떻게 번질지 상상도 안 간다.

'나는 그래도 소설에서 그쳤지.'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이다.

레오파드도 왕년에 재미있는 꿈을 펼쳤다.

한 때의 치기라는 걸 이해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어? 갈리스타를 밴하네요? 저는 당연히 부시안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게 참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는데……, 최근 이슈가 되는 내용 때문 같습니다.〉

시작되는 첫 번째 세트의 밴픽.

혹시 모를 경우의 수를 사전에 차단한다.

다소의 과투자라도 밴카드 하나 정도는 용납할 만하다.

"변수만 차단하면 우리가 무조건 이겨요."

"체격 차로 가는 게 가장 무난한 흐름인 건 맞지."

신이 난 레오파드와 달리 감독은 꺼림칙한 감정이 있다.

이런 식으로 저격을 해도 되는 건가?

맞으면 맞은 대로, 틀리면 틀린 대로 걸리기 때문이다.

e스포츠판의 관례와 어긋나기도 한다.

비공식적인 루트로 얻은 정보는 모른다.

알아도, 알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레오파드가 철은 없어도 이런 부분에서 융통성이 있어.'

그러다 보니 LPL에 넘어온 초기에는 쓴맛을 봤다.

코치들도 감독들도 제정신이 아니다.

밴픽 유출이 서슴없이 일어난다.

그것이 LPL의 스탠다드.

적응하는 것이 쉬울 수는 없었다.

얍삽한 레오파드가 앞장서서 일처리를 도맡았다.

결과적으로 레오파드가 맞았다.

사용하지 않는 쪽이 멍청하다.

한국과 중국은 일반팬들의 정서부터가 다르다.

-갈리스타 칼밴ㅋㅋㅋㅋ

-와 EDC도 커뮤니티 글을 봤나 보네

-저렇게 저격밴을 해도 되나?

-진지 빠는 애들 웃겨. LPL 상금이 얼만지는 아나

돈이다.

돈이 걸려있는 일에 자잘한 자존심 따질 필요 있나?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될 일도 없다.

설사 문제가 돼도 이기면 장땡이다.

같은 일에도 승자와 패자에게 보내는 시선이 다르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중국의 풍토다.

'이기면 돼 이기면.'

갈리스타 뿐만이 아니다.

다른 변수들도 계산을 해왔다.

선수들의 기본 체급, 경기력에서도 한없이 앞선다.

밴픽 노트를 만지작거리는 레오파드의 눈동자가 빛난다.

* * *

중국은 중국이다.

빌런을 언제 어디서 만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소리다.

'나라 자체가 빌런인 느낌도 있고.'

세계의 중심인 건 모르겠지만 빌런의 중심인 건 확실하다.

그렇기에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하물며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상정하지 않았을 리 없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진행되는 첫 번째 세트.

아니나 다를까 상체가 위태위태하다.

'예정이 된 일이지.'

V5는 많은 성장을 했다.

정규 시즌 초반에 비하면 환골탈태했다.

기본기가 아예 없는 선수들도 아니라 고쳐 쓰면 쓸 만하다.

문제는 결승전이다.

상대가 바로 그 EDC다.

중국의 슈퍼팀이라고 해도 무방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아군이 EDC 클래식러브(두두)를 지목!

─아군이 EDC 클래식러브(두두)를 지목!

단순히 세기만 한 거면 모른다.

운영적으로도 완성이 돼있는 팀이다.

아군 정글을 강탈하고 나오는 두두에게 핑이 찍힌다.

'Team Snake와는 차원이 달라.'

Team Snake는 무난하게 버티는 걸 잘할 뿐이다.

그 과정에서 운영이 있기는 하지만 담백하다.

본격적인 운영과는 거리가 있다는 소리다.

그에 반해 EDC.

클래식러브는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초식 정글러로 한국 솔로랭크 1위를 찍어버린 탓이다.

LCK 탑티어 정글러들도 고개를 저을 만한 기행.

EDC의 운영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심지어 높은 평가를 받는 건 라이너들도 마찬가지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클래식러브가 잡아주는 시야가 밑바탕이 된다.

미드 라인의 솔로킬.

테이커의 영원한 라이벌이라 불리는 궆의 르풀랑이다.

"이게 죽어?"

"솔로킬 에바야. 두두 자꾸 기어 들어오는데."

"상대가 잘해. 괜히 롤드컵 우승한 게 아니네."

플랑드르가 중체탑이라 불린다 한들.

탑솔러의 나라 LCK의 시선에서는 기가 차다.

웬만큼 잘하는 탑솔러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 정도가 아니잖아.'

강력한 라인전과 세련된 운영.

지금껏 상대해온 팀들과는 격이 다르다.

정규 시즌 당시 괜히 패배를 면치 못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 갈리스타까지 구단주의 만행으로 묶여버렸다.

사면초가도 유분수지.

게임 난이도로 친다면 하드 코어조차 부족할 지경이다.

꾸웩! 꾸웩!

엎친데 덮친 격.

쓰린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격.

한 마리의 미친 알파카가 울부짖고 있다.

세체원을 따질 때 빠지지 않는 선수.

피지컬에 한하며 나조차 얕볼 수 없는 상대.

EDC의 최종 보스가 위협적인 자태를 뽐낸다.

'진짜 문제는 저거지.'

대충 미션 임파서블을 LOL로 즐기는 느낌이다.

EDC의 전력은 평판이 자자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톡톡한 인정을 받는다.

"EDC? EDC 세지."

"가장 센 팀 뽑으라면 EDC가 맞을 걸?"

선수들 한 명, 한 명의 개인 기량이 뛰어나다.

이를 보조하는 코치진도 믿음직하다.

하지만 그런 팀이 한둘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아쉬운 성적을 내서 그렇지.

전력 자체는 괴물 같은 팀이 유독 많았던 이번 스프링 시즌이다.

그럼에도 가장 고평가 받았다.

실제로 가장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결론은.

"구멍이 없어."

"다 잘하잖아. 최소 A급 선수들이야. 최소로만 따져도."

구멍이 없다.

모든 선수가 다 잘한다.

당연한 장점이지만, LPL의 특수성에서 더 기인한다.

워낙 난전이 비일비재다.

판단 미스 하나가 치명적으로 번진다.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이 EDC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꾸웩! 꾸웩!

이는 상체는 물론이고 하체도 마찬가지다.

알파카의 꼬그모가 상당히 성나 보인다.

〈부시안이 갑자기 앞대쉬 두둥! 때리면 당황할 만도 한데…….〉

〈알파카 선수는 그런 게 없어요. 마왕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습니다!〉

V5 Esports Club.

이러니저러니 해도 하체 의존도가 높다.

실제로 승리한 경기 대부분이 하체의 활약이 분기점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하체의 활약이 필수불가결이다.

그것이 철저하게 막히고 있다.

마왕의 부시안이 아무리 공격적으로 압박해도.

"꾸웨에에엑!"

알파카는 온순한 성격의 동물이다.

하지만 위협에 처하면 상대에게 침을 뱉는 습성이 있다.

조용히 파밍을 하가다도, 딜교환이 걸려오면 물러섬 없이 맞선다.

-와 반속 보소

-바로 E깔고 응수하네

-알파라카 그런지 침을 잘 뱉어

-( -ㅅ- )

그렇게 바텀이 밀리지 않는다.

단순히 반반 정도가 아니라 기세에서 말이다.

V5의 바텀 영향력을 최대한으로 억제시키고 있다.

상체 차이가 더욱 와 닿게 된다.

변수가 없다면 무난하게 굴리기 편하다.

이를 누구보다 잘하는 선수가 바로 클래식러브다.

"레드 봐줘 레드."

"젠부샤쓰?"

"샤 NO NO. Just sitting. 오면 싸우고 안 오면 버프 컨트롤만."

중국 선수임에도 운영 능력이 탁월하다.

초식 정글러로 게임을 이기는 법을 안다.

한국 솔로랭크 1위를 뽀록으로 찍었을 리 없다.

지도상에 빼곡히 박혀있는 빨강 점.

시야 장악을 바탕으로 상대를 말려 죽인다.

자연스럽게 실수와 판단 착오를 유도하고 있다.

고오오오오!

두두의 궁극기가 모아진다.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셀줄아니.

부쉬에 반쯤 들어온 시점에서 죽은 목숨이다.

─EDC 궆(르풀랑)님이 V5 트래쉬(셀줄아니)님을 처치했습니다!

두두의 풀콤보가 들어간다.

르풀랑이 한 걸음에 날아가 마무리한다.

시야 차이가 현저하자 실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나마 탑이 선전하고 있다.

나무카이가 우직하게 성장 중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영영 지속되기는 힘들다.

〈살 수 있나요? 살면 대박이긴 한데.〉

〈3인 다이브에요. 이건 살래야 살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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