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6화 (176/201)

정글 차이가 시야 차이로 이어진다.

시야 차이가 미드 로밍으로 이어진다.

정글과 함께 3인으로 이뤄지는 탑 다이브는.

「퇴각을 저지하라!」

잿빛거인으로 단단한 두두가 몸을 댄다.

이랠리야가 편하게 딜을 넣는다.

르풀랑도 한 스푼 크게 보탠다.

나무카이가 단단하다고 한들.

어떻게 살 수 있는 그림이 아니다.

사각사각 예쁘게 썰리며 벌목이 완료된다.

-졸라 잔인하게 죽이네ㄷㄷ

-V5 상체는 병신임? 백업 안 와?

-그걸 이제 알았나

-역시 클래식러브!

상체 차이가 난다.

하체에서도 별 일이 안 생긴다.

흘러가는 한타에서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해도.

"꾸웨에에엑!"

알파카의 주식은 잔디나 나무, 나무껍질 등의 식물이다.

길쭉한 목과 다리, 몽실몽실한 털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의외로 덩치가 제법 있는 편이다.

무난하게 성장하기만 하면 무섭다.

파밍을 끝낸 알파카의 꼬그모가 울부짖는다.

뿜어내는 한타 딜량은 양팀의 원딜러가 박빙이다.

"아~~ 아~ 죽었다. 부시안 좀 세."

"괜찮아. 우리 원딜러도 세."

즉, 한타로 비벼보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다.

결승전 첫 번째 세트.

EDC가 시종일관 휘몰아치며 승리를 점한다.

「大?」

1일 전。

(게시자에 의해 삭제된 글입니다)

-와~ 졌네요. 누구누구 때문에

-갈리스타밴 됐어요 어캄 ㅠㅠ

-해명해! 해명해! 해명해! 해명해! 해명해! 해명해!

-선수들만 불쌍하네

예정된 도화선에 불이 붙는다.

* * *

EDC는 엄청난 강팀이다.

정규 시즌에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이유가 있다.

'그냥 답이 없지.'

코치로서 하면 안되는 생각이긴 하다.

알고 있음에도 어쩔 수가 없다.

아니, 알기 때문에 더더욱이다.

상체가 밀린다.

하체도 이기기 힘들다.

그래도 전략적인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다.

실제 다른 팀을 상대로는 그러했다.

아군 정글을 부려서 판을 만들거나.

로밍을 가서 개판 싸움을 유도하거나.

여러가지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봤을 때 먹히지 않는 쪽에 손이 들린다.

'클래식러브가 너무 잘해.'

다른 LPL 정글과는 다르다.

기본적인 수싸움이 되는 선수다.

아군 정글을 부르면 똑같이 따라붙을 것이다.

시야 장악도 꼼꼼하다.

어설픈 로밍은 악수가 될 수 있다.

바텀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서 돌아다닐 짬이 안 난다.

"상체 새끼들 잘 좀 해봐. 맨날 터져."

"뭐 맨날? 한 판 말렸다고 지랄 났네."

"서폿충 새끼가 뭘 알겠냐. 와드나 쳐박을 줄 알지."

팀 분위기도 흉흉하다.

신경이 잔뜩 서서 싸운다.

결승전이니 만큼 이해는 되지만.

'뭘 잘했다고 싸우는지는 모르겠지만.'

총체적 난국이다.

괜히 답이 없다, 사이즈가 안 나온다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다.

편법으로 답을 만들어내는 것도 어느 정도다.

EDC처럼 구멍이 없는 팀.

이기기 위해서는 일단 체급이 맞아야 한다.

페더급이 미들급은 비벼볼 수 있어도, 헤비급을 상대로는 승산 자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창민아, 창민아."

"네."

"쟤들 싸우는 거 맞지?"

"그렇네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 감독님께서도 낌새를 눈치채신 모양이다.

소곤소곤 말을 걸어온다.

"그래도 다음 세트에서 만회할 수 있잖아?"

"글쎄요."

"긴장해서 그래. 니가 좀 애들 다독여서 으쌰으쌰 해보면……."

Team Snake전에서도 첫 세트를 패배했다.

하지만 다음 2,3,4세트를 내리 이겼다.

별 난관도 없이 수월하게 말이다.

'그때랑은 달라.'

그때는 단순하게 운이 나빴다.

솔킬에 갱승까지 터지고 탑라인 포탑이 9분에 나간 천재지변이다.

LOL이라는 게임의 특성상 받아들여야 하는 꽁패판이다.

EDC전은 양상이 전혀 다르다.

이것을 설명하기도 난해한 일이다.

적당히 고개만 끄덕이고 있자 악착같이 말을 이어온다.

"우리가 센 거 가져가서 바텀에서 솔킬 좀 따고 갱도 불러서 터트리면……."

생각보다 많이 급하신 모양이다.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지.

기특한 생각을 많이 하셨다.

'응, 안돼.'

설사 라인전을 무난하게 넘겨도 후반이 문제다.

상대 원딜러가 알파카다.

수준급의 원딜끼리 붙었을 때 챔피언의 성장 기대치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아무리 나라도 방관 파루스로 동성장의 꼬그모보다 딜을 잘 넣기는 힘들다.

현재 메타를 고려하면 더더욱이다.

괜히 지금 생각이 많은 게 아니다.

'한 마디로 정리를 하면 라인전 최소 반반에 후반도 이겨야 돼.'

클래식러브는 클래식러브대로 억제시킨다.

알파카는 알파카대로 찍어 눌러야만 한다.

한 명이 두 명의 에이스급 역할을 해야 승산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애초부터 말이 안된다.

그 말이 안되는 걸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지간한 보수로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서 문제다.

"여기 들어오시면 안되는데……."

"내가 이 팀 구단주야 비켜 시발!"

부스 입구쪽이 소란스럽다.

심판이 한 괴한의 난입을 제지하고 있다.

그 괴한의 얼굴이 낯선 듯하면서도 묘하게 익숙하다.

'물주께서 입장하십니다 부대 차려.'

즉, 정당한 보수를 받는다면 의욕이 산다.

* * *

결승전.

해당 시즌 최고의 강팀을 가리는 자리다.

일련의 사실은 틀림없지만, 내용이 항상 불똥 튀는 건 아니다.

경기 전부터 짐작이 갈 때가 있다.

어? 얘네가 우승하겠는데?

일반 시청자들의 시선으로도 그러하다.

"웬만하면 변수는 없겠다."

"우리가 실수만 안 하면 무조건 이겨요~."

전문가들은 이를 훨씬 더 확실하게 안다.

괜히 사전 투표의 적중률이 높은 게 아니다.

EDC의 부스 안.

첫 세트의 완벽한 승리 후 긴장이 완화돼있다.

'생각보다 별 거 없네.'

EDC의 코치들도 인지하고 있다.

체급 차이에서 압도적으로 앞선다.

원딜 차이도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지간하면 이기겠지.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사전 투표에서 EDC의 우승에 표를 던졌다.

하지만 언제나 이론과 실전은 다를 수 있다.

"이대로 3 대 0 가져갔으면 좋겠는데."

"첫 세트 이긴 순간에 이미 했다고 봐요."

그 실전을 첫 세트에서 확인했다.

생각대로 흘러갈 거라는 확신이 든다.

코치진이 나누는 대화에서 차분함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한 가지 망설임도 생긴다.

꼭 과민한 대응을 해야 했을까?

사람인 이상 양심의 가책이라는 게 있다.

"갈리스타는 그냥…… 열까? 여는 게 났겠지?"

"아, 안돼요. 절대 안돼요. 감독님 커뮤니티글 못 보셨어요?"

감독의 말에 레오파드가 정색하고 손을 흔든다.

갈리스타를 밴한 것.

약간 너무했다는 생각에 꺼낸 말이었는데.

'이 새끼는 하루종일 커뮤니티 눈팅만 하나…….'

못마땅한 생각이 들게 된다.

원체 관종 출신이라서 통제가 안된다.

그런 측면이 좋은 쪽으로 작용할 때도 있었다.

─인증有) V5 부스 난리 났다

1. 선수들 싸우는 중

2. 부스에 '그 물주' 난입

실화다

└그 물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게 왜 실화야

└그럼 유출도 실화겠네

└차라리 주작이었으면 좋겠다……

스마트폰을 들어 게시글을 하나 보여준다.

그 내용이 얼핏 봐도 심상치 않다.

사실이라는 게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보인다.

반대쪽 부스가 심상치 않다.

애새끼 하나가 고래고래 떠들고 있다.

그 애새끼가 누구인지까지는 알고 싶지 않다.

"아, 여기 중국이지."

"제 말이 맞죠? 밴하길 잘했죠?"

상대팀이 콩가루 집안이다.

대체 무슨 일이 터진 것일까?

호기심이 일기도 하지만 당장 바쁜 와중이다.

의견 통일을 하는 것이 먼저다.

감독으로서 레오파드의 말도 존중한다.

갈리스타는 밴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EDC는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이네요.〉

〈아무래도 첫 세트가 워낙 좋은 느낌이었어서, 특별히 바꿀 필요성을 못 느낀 것 같습니다.〉

이어진 두 번째 세트의 밴픽.

그렇게 특이할 것도 없는 일이다.

꼭 의표를 찌르는 것만이 좋은 전략이 아니다.

이미 먹힌 전략.

상대가 대응하기 어려운 방향.

그대로 쓰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며 강력한 한 수다.

반대로 V5는 변화가 필요하다.

똑같이 맞서서야 똑같이 질 뿐이다.

어설픈 우틀않은 필연적인 패배로 이어진다.

-아니 갑자기?

-????

-저건 너무 똥챔인데……

-에이, 설마 아니겠지 저 싸구려를

일련의 사실을 모를 리 없다.

V5도 한 가지 묘수를 꺼내온다.

채팅창 갈고리를 제대로 수집했을 뿐이다.

픽창에 보이는 낯선 챔피언.

아니, 상당히 낯익다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공존케 만든다.

〈와, 이게 픽이 박히나요?〉

〈시즌2 이후로는 거의 나온 적이 없었는데……, 일단 지켜봐야겠습니다. 생각이 있겠죠.〉

450원짜리 기본 챔피언이었다.

정글러의 역할.

원딜러의 역할.

이 둘을 동시에 해내며 후반 캐리까지 도모한다.

'그게 가능하겠냐고.'

하물며 가장 동떨어진 라인이다.

가진 바 역할이 극과 극.

정글러는 가장 바쁘게 돌아다니고, 원딜러는 짱 박혀서 파밍만 한다.

애시당초 현실성이 없다.

그렇게밖에 안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인터스텔라에서도 한 소절 나왔다.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방법은 찾는다면 안될 것도 없다.

「앞길을 밝혀줘!」

한 마리의 참새가 맵을 가로지른다.

지나간 길목 구석구석의 시야를 밝혀준다.

애씨의 E스킬 참새 날리기가 가진 독특한 효과다.

'과거에는 그냥 웃긴 스킬이었는데.'

적 면상에 심심하면 뿌리는 정도?

시원한 느낌을 주면서 잠을 깨게 만드는 실용적인 활용을 모색했다.

대놓고 말하면 그냥 쓸모가 없다.

시야 좀 밝혀서 어따 쓰겠냐고.

하지만 그 쓸모가 프로씬에서는 있다.

올바르게 사용하면 사기라고 해도 될 만한 스킬이다.

─V5 마왕(애씨)님이 EDC 클래식러브(두두)님을 발견!

참새가 지나간 경로.

정글링을 돌던 두두가 발견된다.

이렇듯 상대 정글의 위치를 체크할 수 있다.

"오우~"

"핵붕이처럼 오우질 하지 말고 빨리 탑 커버나 가."

"어, 왜?"

그 효과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글 위치, 정글 CS, 먹힌 정글몹 기타 등등.

얻게 된 여러가지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향후 정글러의 동선까지 예측할 수 있잖아.'

상당히 세심한 부분이다.

일반 유저들은 절대 못한다.

챌린저고 나발이고 흉내낼 영역이 아니다.

심지어 프로게이머도 마찬가지다.

수준급 정글러 아니면 순간적인 분석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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