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게임 지식이 빈약한 원딜러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보통 시야 밝히는 타이밍을 정글러가 콜해줘.'
애씨가 가진 스킬 하나를 아군 정글러가 대신 쓰는 셈이다.
대충 아무 타이밍에 날려서는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눈앞에 잠 깨는 용도로 쓰는 게 날 정도로.
당연하게도 나는 알아서 타이밍을 잰다.
수준급 정글러의 콜보다 훨씬 더 정확하다.
적 정글러의 동선을 거의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
샤악!
라인 주도권을 틀어잡은 채로 말이다.
다발 사격이 적 바텀 듀오를 한 번에 긋는다.
'힘순찐이라고 원래 싼 챔피언이 은근히 세.'
사거리가 무려 600이다.
다발 사격은 거의 무조건 맞는다.
소위 말하는 일방적인 딜교환이 가능하다.
「앞길을 밝혀줘!」
그렇게 라인 주도권을 가졌을 때 더더욱 빛을 발한다.
바텀 중간 라인을 넘어서 쏘면 적 정글 6캠프의 위치를 한 번에 밝힐 수 있다.
─V5 마왕(애씨)님이 EDC 클래식러브(두두)님을 발견!
정글이라는 건 결국 머리 싸움이다.
상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알고 있다면 상대가 암만 클래식러브라도 문제가 안된다.
* * *
EDC의 부스 안.
클래식러브는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다.
파앙!
얼음으로 된 참새가 터지며 주위의 시야를 환하게 밝힌다.
그 효과가 무엇인지.
일단 롤유저면 모를 수가 없다.
'아니, 또?'
고전 챔피언 애씨의 자랑스러운 스킬이다.
스킬 하나에 데미지가 하나도 붙어있지 않다.
애씨라는 챔피언이 쓰이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다.
이를 어처구니없는 수준으로 활용해와서 문제다.
자신의 위치가 계속해서 체크 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후의 동선조차도.
"탑 다이브 까자 탑 다이브!"
"안될 거 같은데……, 이거 알 삘이거든?"
그걸 모를 클래식러브가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없다.
아군의 의견을 받아들여 서둘러 탑에 갔지만.
'역시 읽혔네.'
동선 자체는 읽히지 않게 잘 짰다고 자부한다.
운영에 한해서는 자신이 LPL 으뜸이다.
스스로도 자부를 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자꾸 참새가 날아온다.
자신의 위치를 환하게 밝혀버린다.
운영형 정글러로서의 장점이 묶이고 만다.
"바텀 한 번만 풀어주면 안돼?"
"알았어 갈게."
할 수 있는 건 백업이 최선이다.
캐리 라인인 바텀도 라인전이 밀리고 있다.
CS가 10개 차이.
큰 것은 아니지만 조급한 마음이 안 들 수가 없다.
'상대 잘하는데.'
실력을 알기 때문이다.
자신이 초반에 갱킹을 성공시키지 못한다?
장기적으로 게임이 비벼질 여지가 남게 된다.
실제로 V5와 겨룬 다른 팀들.
패배한 경기들에서 나온 패턴이다.
마왕의 한타 장악력은 지극히 위협적이다.
"한타 가면 이김미다."
다른 팀들이었다면 말이다.
EDC의 원딜러 알파카.
어눌한 한국어로 자신감을 표출해온다.
어눌함과 상관없이 통역 없이는 못 알아듣는다.
어눌하다는 것도 팀 내의 다른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것이다.
'말투는 어눌해도 실력은 확실하지.'
그 우즈와 비견되는 수준이다.
아니, 최근에 와서는 평가가 바뀌었다.
난전과 한타에서 딜량을 더 잘 뽑는다고 느낀다.
세간의 평가도 우즈 담당 일찐.
마왕이 상대라고 밀릴 선수가 아니다.
가진 바 챔피언도 캐리력이 훨씬 뛰어나다.
"애씨 저거 라인전만 좆같지 한타 가면 존나 약해."
"그래?"
서포터인 메이코가 흥분해서 소리 친다.
라인전이 말렸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좆좆 거리지 좀 말지.'
말버릇은 험하지만 하는 말은 맞다.
애씨라는 챔피언이 안 쓰이는 이유.
성장하면 세긴 한데, 그 성장이 너무 오래 걸린다.
치명타 원딜러들이 가진 약점이다.
그전까지는 분무기를 뿌리는 게 고작이다.
생존기도 없고, 순간 화력도 빈약해서 물리는 순간 바로 찢긴다.
피지컬로 해결이 될 영역이 아니다.
한타로 가면 확실히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다.
상체쪽도 킬을 못 따서 그렇지 CS 차이는 유의미하다.
"용 우리 거야."
"젠부샤쓰?"
"샤 NO NO. Just Dragon. 각 나오면 싸우고."
궆의 물음에 영어까지 쓰며 꼼꼼하게 설명한다.
한타 페이즈로 들어가면 지극히 유리하다.
정면 한타까지 하지 않아도 말이다.
'용을 하나밖에 못 챙기긴 했는데.'
바텀 주도권이 밀렸기 때문이다.
미드 주도권으로 한 번 겨우 챙겼다.
하지만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면 게임을 굴리기 편해진다.
초식 정글러로 게임을 이기는 방법이다.
굳이 적을 죽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상대는 아직 한타 준비가 안됐을 시기다.
샤악!
다발 사격이 날아온다.
원거리에서 적을 견제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스킬이다.
'한타에서는 거슬리는 정도라.'
계수가 높은 것도 아니고, 딜이 엄청 센 것도 아니다.
라인전에서는 짤짤이가 유효할지 몰라도 한타는 결국 실전 압축딜이 필요하다.
"꾸웨에에엑!"
W를 켠 꼬그모처럼 말이다.
알파카가 울부짖으며 적을 향해 침을 뱉는다.
알파카의 침은 특별히 유해하진 않지만 고약한 냄새가 난다.
꾸엑! 꾸웩!
상대의 체력을 %뎀으로 깎아낸다.
체력 돼지 메타에서 이만큼 좋은 원딜이 없다.
아이템이 조금 빈약해도 꼬그모는 자체딜이 워낙 세다.
그에 반해 애씨.
스킬에 %뎀은 커녕 계수도 빈약하다.
앞라인 싸움으로 가면 당연히 이겨야 하는데.
「무차별 난사!」
「모두 적중시킨다!」
상대의 기세가 생각보다 매섭다.
애씨가 앞무빙을 밟으며 카이팅한다.
잠깐 맞아본 클래식러브는 분위기가 싸함을 느낀다.
키잉!
아군은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메이코의 쓰렉귀가 선고를 맞힌다.
던져오는 랜턴을 마다하기는 좀 애매하다.
철썩~!
「숨을 곳은 없어!」
점멸까지 써서 물었기 때문이다.
아군의 판단에 호응을 해줘야 한다.
랜턴을 탄 나루의 판단은 분명 틀리지 않다.
상대의 딜이 생각보다 세서 문제다.
고작 그 하나라면 괜찮다.
나루도 분노가 거의 Max까지 차고 진입했다.
쩌저정!
콰과강!
애씨의 수정화살이 박힌다.
브라운의 빙하 협곡이 내려쳐진다.
지옥 같은 CC기 연계가 풀릴 생각을 안 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나루가 터져버린다.
쓰렉귀도 곧 황천길로 따라간다.
자신이 중간 길목에서 버티고는 있지만.
"텨! 텨! 용은 챙겼어."
끝까지 싸우면 지는 각이다.
판단이 선 클래식러브는 Q강타로 용을 챙기고 점멸로 빠진다.
두두가 오브젝트 싸움에서 가지는 강점이다.
자칫 폭망할 뻔한 한타.
가까스로 선방하는데서 그칠 수 있었다.
물론 이미 2킬을 내준 시점에서 킬교환은 손해다.
"아 시발! 저 몰락성애자 새끼 애씨로도 몰락 갔네."
결과적인 악수가 됐다.
어째서 딜이 촉촉하게 박혔는지.
탭창을 확인한 메이코가 흥분해서 소리 친다.
"온갖 챔프로 다 가 시발."
"그래? 저게 좋나?"
"몰락 가면 첫 코어때 세지. 근데 결국 3신기 늦어져서 딜로스 생기는 개꼼수야."
투덜투덜 중얼거린다.
성격이 화가 많은 동생이다.
라인전을 진 게 아직도 응어리가 졌나 보다.
'시발 좀 하지 말지.'
말버릇은 험하지만 하는 말은 맞다.
패시브부터 치명타와 연관된 챔피언이다.
그 치명타 세팅이 늦어지면 딜로스가 유발된다.
앞선 한타에서 크게 비벼진 것도 아니다.
용도 챙겼고, 사이드 주도권도 가졌다.
다음 한타를 강제할 조건도 충족된다.
"라인 주심시오. 템 나오면 이김미다."
꼬그모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원딜 캐리 구도로 가도 꿀릴 일이 없다.
'아예 극후반 풀템전에 가면 몰라도.'
상대가 늪롤 전략을 펴지 못하게 만든다.
그를 위해 챙긴 용이고, 시야 장악이다.
큰 실수만 터지지 않으면 이긴 경기다.
클래식러브의 판단은 한 점 틀림이 없었다.
* * *
샤악!
다발 사격이 적을 가른다.
이에 맞은 쓰렉귀의 기동신 효과가 끊긴다.
쩌정!
수정화살로 스턴을 건다.
다가가 평타를 툭툭 치자.
'선고 맞히는 상상하겠지만 어림도 없지.'
몰락을 쭉 빨며 카이팅 한다.
채찍 쓸기의 거리 밖에서 말이다.
사거리 600의 원딜러가 가지는 특권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V5 마왕님이 학살 중입니다!
가볍게 한 명 끊어 먹는다.
중반 타이밍 애씨의 활용법이다.
'치명타 올리는 거랑 딜이 차원이 다르지.'
패시브가 치명타 관련이다.
그러다 보니 치명타 세팅을 올려야 될 것 같지만 함정 카드다.
의외로 딜 상승량이 미적지근하다.
차후에 연구되는 결과물.
이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물론 그렇게 해도 기본적인 스펙 차를 극복하는 건 힘들다.
꾸웩! 꾸웩!
꼬그모가 성장하고 있다.
아군도 나를 빼면 다 반코어씩 밀린다.
다음 한타의 승산을 높게 치기가 어렵다.
'라인전 단계를 무난하게 넘겨도 결국 체급이 문제야.'
아무리 같은 프로팀이라도 체급 차이라는 게 존재한다.
별 사고가 없는데도 CS 차이가 벌어져 있다.
한타에서도 포지셔닝이 훨씬 좋다.
EDC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소리가 나온 이유.
산 넘어 산이라는 속담은 중국어로 嶺踰越嶺川涉越深라 하더라.
'재는 넘을수록 높고, 내는 건널수록 깊다는데.'
뭔 말인진 모르겠지만 좆같아서 한 말임은 같을 것이다.
라인전 좀 넘겼다고 이길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
결국은 후반 한타까지 캐리를 해야 한다.
찰칵!
그를 위한 애씨픽이다.
몰락검을 간 건 단순히 딜을 당겨 쓰는 꼼수가 아니다.
"애씨로 루난도 가?"
"어딜 도구가 원딜 템트리를 지적해."
"……."
더 진짜 꼼수를 쓰기 위함이지.
루난의 소용돌이가 가진 세 갈래 평타 효과가 극대화된다.
단순히 Q스킬과 연계되기 때문이 아니다.
? 애씨
Q - 집중 사격
한 번에 한 대씩: 루난의 소용돌이로 나가는 탄환이 적중시 효과를 추가로 발생시키던 버그를 수정했습니다.
광적인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살짝 미쳐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무난한 구도.
원딜의 성장.
롤유저라면 대회에서 최소 100번은 더 보았을 광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