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8화 (178/201)

그 경우 승패 예측이 그리 어렵지 않다.

어느 쪽 전력이 더 우세한지.

한 번쯤 상상해보면 머릿속에 그려진다.

-한타 가면 EDC가 이기겠네

-ㄹㅇ 겜잘알이면 다 알지

-조합부터가 이미ㅋ

-채팅창 챌린저 왜 이렇게 많음?

소위 입롤이라 불리는 그것이다.

약간 폄하적인 표현이지만 원래 그러하다.

어떤 것이든 못 쓰면 독이 되고, 잘 쓰면 약이 된다.

못하면 입롤이고, 잘하면 코칭인 법이다.

하지만 어떤 관점이든 차이가 없다.

경기를 보는 관계자들의 의견도.

"V5도 먼저 걸면 할 만하지 않나?"

"각이 안 나와. 이미 시야가 다 먹혔잖아."

"그러네."

이전 세트와 달리 라인전 단계가 무난했다.

첫 한타도 미세하게나마 V5가 앞섰다.

그럼에도 승산을 높게 쳐주지 않는다.

글로벌 골드 차이.

딜러진 코어템 차이.

체급 차이를 바탕으로 EDC가 앞서고 있다.

가장 중요한 주도권조차 말이다.

〈와드 작업을 너무 예쁘게 해놔서…….〉

〈EDC는 여차하면 한타 할 생각이에요. 안 할 이유가 없죠.〉

용쪽 시야를 선점해두었다.

먼저 물리고 시작할 가능성이 낮다.

정면 한타 구도에서는 EDC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꾸웨에에엑!"

자신감의 근간이다.

코어템이 갖춰진 꼬그모.

프리딜 DPS는 캐리형 원딜러 중에서도 1,2위를 다툰다.

앞라인 차이까지 나니 이길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도, 관계자들도 확신하는 이유다.

그 입롤도, 코칭도 틀렸다고 보긴 힘들지만.

꾸엑! 꾸웩!

일어나는 한타 구도.

예상되었던 그대로 흘러간다.

중반 타이밍의 꼬그모는 괴랄하게 세다.

딜각만 잘 잡으면 1코어 차이도 극복할 정도다.

그 딜각을 누구보다 잘 잡는 선수다.

본능적인 감각으로 스킬을 피한다.

-( -ㅅ- ) 乃

-( ~ㅅ~ ) 乃

-( ─ㅅ─ ) 乃

-알파카 월드!

V5의 앞라인이 맥을 못 춘다.

투사체를 피하는 것도 피하는 거지만 딜로스가 거의 없다.

무빙을 하면서도 쉴 새 없이 침을 뱉는다.

"꾸웨에에엑!"

어째서 성난 알파카가 무서운지.

세체원을 따질 때 빠지지 않는지.

증명하는 듯한 예술적인 카이팅이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예술성.

따졌을 때 한차원 높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무차별 난사!」

다발 사격이 그어진다.

적을 적시며 한 걸음 물러나는 무빙까지 깔끔하다.

세심한 거리 조절은 알파카에 뒤지지 않는다.

고작 그 정도였다면 감탄을 자아냈을 리 없다.

분노가 Max에 가득 찬 나루.

2단 점프와 점멸로 애씨를 향해 뛰어든다.

쿠와앙!

반응이 늦지도 빠르지도 않다.

적절하게 나루의 궁극기를 흡수한다.

애씨가 프리딜을 넣을 시간이 도래하게 된다.

「무차별 난사!」

「집중 사격 개시!」

진입기가 다 빠진 나루다.

샌드백이 되는 것 자체는 예삿일이다.

그렇게 맞아주기만 해도 EDC가 원하던 구도였는데.

투두둑! 투두둑!

집중 사격으로 강화된 화살.

서릿빛 임팩트는 보기만 해도 아름답다.

그것이 세 갈래로 쏘아지니 관중을 압도할 만하다.

단순히 예술 점수만 높은 게 아니다.

쏟아지는 화살 개수가 통상 세 배에 달한다.

아니, 느껴지는 체감딜은 다섯 배 이상이다.

─더블 킬!

나루가 터진다.

같이 진입한 두두와 파사딘도 봉변을 맞는다.

집중 사격으로 강화된 화살이 무한 슬로우의 지옥을 자아낸다.

쩌정!

끝이 아니다.

점멸로 도망간 파사딘도 결국 뒤를 잡힌다.

느려진 상태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수정화살을 피할 수가 없다.

─트리플 킬!

다발 사격이 그어지며 잡힌다.

EDC의 앞라인이 궤멸하고 만다.

V5의 앞라인도 걸레짝이지만 목숨은 부지하고 있다.

〈앞라인이 먼저 녹았어요. 애씨딜이 상상을 초월하는데요?!〉

〈이게 어……, 그래도 지금 타이밍에는 꼬그모가 더 셀 거라고 봤는데 이렇게 되네요.〉

의아함이 사무칠 만도 하다.

입롤으로도, 코칭으로도 설명이 안되는 그 이상.

마술 같은 한타 한 번에 의해 세간의 예측이 모두 무너진다.

「?森?告」

1분 전。

애씨가 루난 간 게 대박이네

Q강화가 루난에 다 묻으니까 한타가ㄷㄷ

-광역 슬로우가 미쳤음

-도망을 못 가ㅋㅋㅋㅋ

-근데 딜이 너무 세지 않음?

웨이보主- Q강화라 그렇겠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추측되는 바는 당연히 있다.

조금 부족한 감도 있지만 달리 설명할 길도 없으니 납득을 한다.

─블루팀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기점이 된다.

V5가 한타 대승을 거두며 오브젝트까지 취한다.

당연히 EDC가 이기겠거니, 지켜보던 전문가들은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다.

"아니, 이러면……."

"V5가 이기는 거 아니야?"

"거의 반쯤 잡았지. 애씨 집 가면 3코어 나올 걸?'

시청자들은 가벼운 입롤이지만, 전문가들은 먹고 사는 밥줄이다.

예상의 근간을 뒤흔드는 괴이함.

마왕의 캐리력이 전율시킨다.

* * *

샤악!

다발 사격이 적을 가른다.

이에 맞은 쓰렉귀의 기동신 효과가 끊긴다.

「집중 사격 개시!」

날아오는 선고를 가볍게 피하며 쏜다.

강화된 화살이 빠른 속도로 쓰렉귀의 살점을 뜯어낸다.

그보다 진정 어처구니없는 건.

투두둑! 투두둑!

쓰렉귀를 엄호하는 두두.

챔피언 자체가 지극히 단단하다.

잿빛거인을 두르면 가붕이를 방불케 한다.

그런 체력 돼지가 살살 녹는다.

몇 대 맞아보자 분위기가 싸해진다.

결국 쓰렉귀는 궁극기를 펼치고 점멸로 도망간다.

'사실 진짜는 루난 투사체지.'

Q스킬 집중 사격을 쓰면 화살이 다발로 쏟아진다.

마치 여러 발을 쏘는 듯한 임팩트다.

정말로 임팩트만이 아니었다.

평타는 게임사가 신경을 썼다.

루난 투사체는 실수로 까먹고 말았다.

적중시 효과가 1~5회 랜덤으로 추가 적용된다.

몰락검이 가진 %뎀도 말이다.

스치듯 맞은 두두가 살살 녹은 이유다.

얼핏 봐도 심각한 버그지만 시즌7까지 유지됐다.

'누가 애씨로 루난에 온힛템 갈 생각을 하겠냐고.'

치명타 세팅 완성시키기도 등골 빠지는데.

등잔 밑이 어두운 수준도 유분수다.

실제로 애매하기 짝이 없기도 했다.

활용 조건이 엄청나게 난해하다.

다수 교전에서 간간히 터지는 정도다.

나처럼 의식하고 사용하는 게 아니고서야.

"갖다 박아. 재껴."

"지금?"

아군을 사용해 이니시를 건다.

그 방법이 다소 난잡해도 상관없다.

「칙칙폭폭! 삐이익-!」

아군 타이온의 궁극기.

먼 거리에서 빠른 속도로 들이박는다.

준글로벌 스킬이다 보니 정밀도는 부족하다.

내가 보충해주니 괜찮다.

애씨가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이다.

한타 하나는 확실하게 열어재낄 수 있다.

쩌정!

수정화살이 날아가 꽂힌다.

그리고 타이온이 도착해 박는다.

그렇게 펼쳐진 아비규환의 한타 속에서.

「무차별 난사!」

「집중 사격 개시!」

아군이 죽든 말든 상관이 없다.

나 혼자 싹 갈아 죽일 수 있으니까.

루난으로 쏘아지는 세 갈래 평타가 적을 찰지게 적신다.

투두둑! 투두둑!

그 효과는 데미지 증폭만이 아니다.

무려 50%에 달하는 슬로우가 묻어있다.

한 번 적중된 시점에서 도망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더블 킬!

전장의 화신! V5 마왕!

프리딜 구도만 잡으면 미쳐 날뛴다.

상대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한 광역 지속딜이다.

아이템도 잘 나온 상태라 각만 나오면 딜이 푹푹 박힌다.

'마음 같아서는 위치 엔드까지 가고 싶긴 한데.'

마법사의 종말이라는 아이템이다.

적중시 상대에게 마법 피해를 가한다.

그리고 마법 저항력을 뜯어내 훔쳐온다.

그것이 만약 1~5배 로또로 박힌다?

전성기 헤일급의 미친 물리복합 데미지가 완성되는 셈이다.

조금 지나칠 정도로 사기가 돼버린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나쁜 짓도 영리하게 해야 한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의도적인 버그의 악용은 제재의 대상이다.

반대로 말하면 의도적이지 않으면 된다.

몰락과 루난의 Q스킬 시너지를 보고 올렸다.

설사 문제시 돼도 설명을 못할 게 없는 수준이다.

'그럴 일도 없겠지만.'

어지간히 세심하게 보지 않는 이상 눈치 채기도 힘들다.

그냥 애씨가 잘 컸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진짜로 이미 클 만큼 큰 상황이기도 하다.

원딜 4코어가 30분이 안되어 갖춰졌다.

이대로 한타만 하면 캐리가 보증돼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럴 수가 없다는 부분이다.

[29:21] V5 웨이린(타이온)님이 적 와드를 확인하고 신호를 보냄!

[29:32] V5 트래쉬(셀줄아니)님이 적 와드를 확인하고 신호를 보냄!

[29:40] V5 야하롱(브라운)님이 적 와드를 확인하고 신호를 보냄!

상대의 와드 작업이 꼼꼼하다.

약간 쎄하다 싶어 렌즈를 돌려보면 역시나 있다.

'산 넘어 산이 아니라, 산 넘어 산 넘어 산이라니까?'

내가 괜히 미션 임파서블이라 불렀던 게 아니다.

라인전과 한타를 이겨도 운영 단계가 남아있다.

이렇듯 싸워주지 않으면 소강 상태가 계속된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물론 다소의 이득은 챙긴다.

상대가 가드를 올린 사이에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

'결국은 체급 차이가 문제야.'

미드급이 헤비급한테 몇 방 먹이며 재미를 봐도 결국은 한 방이다.

한 방만 제대로 맞으면 그전까지 재미 본 게 싹 다 날아간다.

아니, 그대로 K.O 당해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다.

아이템이 갖춰질수록 불리하다.

애석하게도 시간은 상대의 편이다.

일련의 사실을 알고 있기에 고른 애씨픽이다.

─V5 마왕(애씨)님이 EDC 알파카(꼬그모)를 지목!

알파카는 낙타과에 속하는 포유류다.

남아메리카의 고산지대에서 주로 서식한다.

털을 얻기 위해 가축으로 키워지며, 알파카라는 동명의 직물을 만든다.

'그래서 보통 집단 생활을 하지.'

키울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하는 사항이 있다.

두 마리 이상 짝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안된다.

한 마리만 키우면 얼마 못 가 고독사 해버린다고 한다.

알파카라는 동물이 가진 특징이다.

놀랍게도 그 동물의 특징을 그대로 닮았다.

알파카라는 선수는 혼자 다니다 끊긴다는 단점이 있다.

쩌정!

지형지물을 뚫고 날아간 수정화살.

라인을 밀고 귀환하던 꼬그모에게 명중한다.

「밥 먹자!」

무려 3.5초의 초장기 스턴이다.

아군끠즈?조금 헐레벌떡 달려갔는데 여유를 가졌어도 충분히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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