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당해도 좋아 죽어.'
체력이 반피가 넘게 날아간다.
전국 우르고자 협회, 이른바 전우협이 약코를 한다는 밈이 형성될 만도 하다.
하지만 안 쓰이는 챔피언은 당연히 이유가 있다.
스킬 견제를 몇 번만 돌리면 마나가 동난다.
빈약한 마나통 때문에 라인전이 애매하다.
슈우웅……!
이즈레알을 썼을 때와 마찬가지다.
텔레포트를 든다면 가볍게 해결된다.
마나통을 채우고 아이템까지 구입해 복귀한다.
'이런 것도 다 운용법이 있단 말이야.'
10년 가까이 프로씬에서 연구된 결과물.
그 모든 내용이 내 두뇌에 축적된 상태다.
응용 또한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코치다.
리메이크 전의 우르고자.
고질적인 단점을 해결하지 못할 것도 없다.
갈리스타가 아무리 라인전이 세도 그 머리 꼭대기에 서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하지만 애씨와는 다르다.
초반에 줄 수 있는 영향력이 없다.
바텀에서 딜교환 이득을 본다고 상체가 풀리는 게 아니다.
매운맛을 본 갈리스타도 사리게 된다.
CS 차이를 다소 벌리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단순히 재미를 보는 게 아니라 경기를 승리해야만 한다.
'우승시 수당 두 배 정도로는 성이 살짝 안 차기는 하는데.'
살짝이지, 그만하면 충분히 목표치다.
천만의 두 배는 2천만, 2천만은 한화로 34억원.
대단한 액수지만 당초 계약도 슈퍼에서 장보듯 대수롭지 않게 한지라 특별히 놀랍지는 않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도 했다.
중국 인구의 1/10, 1억 명이 넘는 LPL팬들 앞에서 흑역사를 제조하는 것에 비하면 지극히 싸게 먹힐 것이다.
앞으로 인생 살 맛이 덜 나는 것보다는 돈을 내는 게 낫겠지.
물론 우승을 했을 때다.
하지 못하면 우승 수당은 커녕 지금껏 쌓아온 꽌시가 다 날아간다.
자신의 인맥이 닿는 한까지 해코지할지도 모를 속 좁은 자식이다.
확실하게 이길 수 있으니 괜찮다.
흘러갈 경기의 향방에 대해 예언을 하나 하자면.
'미치듯 춤추다 죽게 될 거야♠'
히소카가 빙의한 알파카 쇼타임이다.
부드러운 털의 주인공 '알파카', 특징과 습성!」
양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생물이다.
구름 위를 거니는 듯 둥실둥실 뛰는 모습이 인상적인 알파카는 그 실용성에서 주목 받는다.
양보다 손이 덜 가며, 더 적게 먹는다.
양모보다 알파카의 털이 비싸게 팔려 수익성도 좋다.
현재 흘러가는 바텀 라인전 양상도 이전 세트와는 차별성을 보인다.
타악! 타악!
갈리스타가 폴짝폴짝 뛰며 미니언을 친다.
알파카도 우르고자의 스킬샷을 의식했다.
엇박자와 불규칙을 섞으면 상대가 예측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그래봤자 일반적인 원딜의 사거리다.
꼬그모와 달리 원거리 파밍기도 좋지 않다.
어쩌다 한 번 평타 사거리를 내주게 되는 순간.
치르르릉~!
나사 풀린 톱니바퀴 소리와 함께 위치가 뒤바뀐다.
우르고자의 궁극기.
갈리스타가 강제로 배달 당한다.
물론 효과는 그것 뿐이다.
엄청난 폭딜이 박히는 것은 아니다.
쓰렉귀가 센스 있게 랜턴을 바로 던졌으나.
쿠흑!
콰항-!
뒤바뀐 자리에 즉시 닻이 박힌다.
노딜러스의 궁극기가 코앞에서 터진다.
둥실둥실 구름 위를 떠다니 듯 하늘에서 춤을 춘다.
〈꼼짝도 못하고 죽었어요!〉
〈무빙으로 어떻게 해볼 여지가 없어서……. 심지어 이건 정화를 든다고 피할 수 있는 죽음도 아니었습니다.〉
우르고자의 궁극기는 제압이다.
당한 시점에서 풀 방법이 거의 없다.
그런데 CC기 연계까지 지옥 같이 들어오자.
"꾸웨에엑……."
알파카의 울음소리가 구슬프다.
뛰어난 피지컬을 발휘할 여지가 전무했다.
안타깝지만 그 한 번의 죽음은 겨우 시작이었다.
쿵! 쿵! 쿵! 쿵! 쿵!
알파카는 해마다 한 차례씩 털을 깎는다.
한 번에 3.1kg 정도의 털을 얻을 수 있다.
궁극기 쿨타임이 돌아오자마자 각을 잰다.
거리를 주지 않아도 소용이 없다.
노딜러스의 궁은 원거리 타겟팅이다.
지옥 끝까지 따라가 반드시 적중시킨다.
〈아니……, 우르고자 궁 연계되고 닻줄에 끌리면 살 수가 있나요??〉
-없지
-저건 욕해도 인정
-랜턴을 던졌는데 왜 타질 못하니!
-노딜러스 CC기가 지옥이네
노딜러스.
V5가 기용한 서포터 픽이다.
그랩류 챔피언이라는 것에 기인해 최근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애매한 탱킹, 높은 숙련도 요구치가 발목을 잡는다.
픽률에 비해 승률이 저조하다.
우르고자와 조합이 되며.
쿠흑!
어쩌다 닻줄에 스치기라도 하는 순간 죽음이다.
단 한 번 무빙 실수.
구슬픈 상황과 겹치자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숨을 곳은 없어!」
쓰렉귀가 궁극기를 펼쳐 막아보려 해도 역부족이다.
부패한 수류탄에 적중한 적은 표적이 된다.
우르고자의 유도탄이 찰지게 박힌다.
─V5 마왕님이 학살 중입니다!
앞에 장애물이 있어도 상관이 없다.
글자 그대로 유도탄.
점멸로 한 대 더 찰지게 박아 넣어 결국 죽인다.
-다 맞아주는데?
-수류탄 맞은 시점에서 못 피함
-헐……, 우르고자 개좋다
-전우협이 사기 챔프 약코했네ㄷㄷ
아무리 생존기가 탁월하고, 논타겟을 반응하는 피지컬이 빨라도 의미가 없다.
그 독특한 스킬 매커니즘은 주목 받아 마땅하다.
어째서 그동안 묻히고 있었는지.
─[공지] 전우협에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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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런 단체가 실존한다고 믿으셨나요?
전우협 그거 다 뻥이에요~
└아하! 그렇군요
└깜빡 속을 뻔했지 뭐야
└우르고자 엄청 안 좋습니다
└꿀챔 맞는데? 방금 3연승 했다. 잠깐 누가 벨튀 하네……
저조한 성능과 흉측한 외모로 인해 기피 받는 픽이다.
픽률과 승률이 독보적인 수준으로 낮다.
그러다 보니 역밈이 생성됐다.
우르고자는 사실 사기다!
이를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통계를 조작했다.
전국 우르고자 협회라는 단체가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
〈그런 밈이 있을 정도로 평가가 박한 픽인데 훌륭한 활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 밈입니다. 밈이죠…….〉
해설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릴 만하다.
대응이 불가능한 연계로 바텀 라인전을 박살 냈다.
하지만 그 장본인도 박살이 날지 모를 일이다.
슈우웅……!
텔레포트.
원활한 마나 수급을 위해 들었다.
그것으로 로밍 또한 가능하다는 것을 익히 보여줬다.
이즈레알로는 말이다.
우르고자는 그런 생존기가 없다.
탑라인 교전에 합류한 위치가 위험천만해 보인다.
구루룩-!
랙싸이가 땅굴을 파고 들어온다.
에어본이 들어가는 순간 죽음이다.
EDC의 미드&탑이 강렬하게 호응하며 능지처참 당한다.
치르르릉~!
그 랙싸이가 땅굴을 파던 자세 그대로 멈춘다.
우르고자의 궁극기.
상대와 자신의 위치를 뒤바꾸는 효과를 가졌다.
「병사들이여, 진격하라!」
슈루룩-!
물론 그런다고 운명이 뒤바뀌진 않는다.
텔레포트를 탄 자리에 노리고 들어온다.
순간적인 딜집중은 원딜이 버틸 바가 아니다.
보통 원딜이 아니다.
우르고자는 딜탱이 되는 특이한 원딜이다.
특히 궁극기를 쓴 직후에 한하면.
〈버텼어요? 이걸?!〉
〈나루, 나루 궁극기 대박으로 들어갔습니다…!!〉
풀딜을 맞았음에도 죽지 않는다.
랙싸이의 에어본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것도 있지만 애초에 몸이 단단하다.
우르고자의 궁극기가 가진 효능이다.
사용 직후 추가 방·마저를 얻는다.
어지간한 폭딜은 여유롭게 버텨낸다.
「밥 먹자!」
한 발 늦게끠즈까?합류한다.
탑라인 교전이 어처구니없게 비벼지고 만다.
심지어 반대쪽 바텀 라인에서도.
〈전혀 모르는 눈치인데요?〉
〈당연히 탑쪽에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긴 해요.〉
우르고자는 탑에 텔을 탔다.
양쪽 서포터는 서둘러 탑에 올라갔다.
갈리스타만이 혼자 남아 라인을 밀고 있다.
'어, 이 새끼 봐라?'
V5의 정글러 트래쉬.
탑라인 교전에 합류하지 못했다.
동선을 느낌 있게 못 짠 탓에 눈치가 보인다.
하지만 갈리스타를 잡는다면?
합류 실수를 만회하고도 남는다.
아니, 어쩌면 MVP도 가능할지 모른다.
「시베리아가 주는 선물로 생각해라!」
수풀에서 노리고 쏘는 궁극기.
맞는 순간 CC기 지옥을 선사한다.
홍콩 여행을 LOL에서 경험하게 만든다.
「통곡하라!」
익히 몇 번이나 타봐서 무덤덤하다.
논타겟 CC기는 감사하게 받아친다.
점멸로 피하며 카이팅을 박는다.
타악!
타악!
셀줄아니를 한낱 가붕이로 만들어버린다.
마치 그런 느낌이 드는 광경이다.
돌진까지 피하며 계~속.
'시발……?'
등줄기가 오싹해진다.
갈리스타 매드무비를 한 편 찍어주게 생겼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우에서 끝났다.
애시당초 너무 못 컸다.
아이템도, 레벨도 부실하다.
솔킬 좀 땄다고 자랑할 일도 아니었다.
"뭐야? 돈도 안 주네."
"똥 지렸잖아."
알파카의 고기는 다소 질기고 냄새가 나는 편이다.
* * *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
꼽으라고 한다면 정말 한두 명이 아니다.
애초에 '프로'를 하고 있는 만큼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단 한 명 뽑으라면 역시 알파카지.'
어디까지나 프로씬 종사자 기준이다.
일반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견이 갈릴 수 있다.
테이커, 우즈, 롤러, 더사이……, 맛 간 애들이 한두 명이 아닌데?
보통 피지컬은 원딜러를 으뜸으로 친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은 판단력 비중이 높다.
흔히 헷갈리기 쉬운 개념이지만 피지컬과 판단력은 다르다.
순수한 피지컬, 동물적인 감각.
정상적인 사고로는 못할 플레이를 해버린다.
한 마리의 야생 알파카와도 같은 선수가 바로 알파카다.
쿵! 쿵! 쿵! 쿵! 쿵!
노딜러스의 궁극기가 따라간다.
알파카의 발밑에서 폭발하며 1초간 붕~! 공중에 띄운다.
구태여 잔인한 연계까지 할 필요도 없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V5 마왕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부패한 수류탄을 던졌다.
유도탄을 세 번 난사하자 쉽게 잡는다.
알파카는 정말 멋있는 동물이지만 털이 깎이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볼품없다
앙상하게 말라붙은 살가죽은 한 달째 비가 내리지 않은 세렝게티의 초원을 떠오르게 만든다.
캐리할 때는 빛나도, 이렇듯 말렸을 때는 허무하게 죽는다.
고작 그 정도였다면 고평가 받았을 리 없다.
'세렝게티의 초원에 언제 또 우기가 찾아올지 모르잖아.'
알파카는 데스가 많아도 힘이 안 죽는다.
그게 정신 못 차리고 계속 대준다는 표현이 아니다.
1,2데스만 해도 존재감이 삭제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더 죽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선수가 있다.
알파카가 바로 후자.
언제 어느 때 피지컬로 변수를 만들지 모른다.
알파카가 복날 개마냥 날뛰는 순간 상체가 아무리 잘해도 막을 수가 없다.
"갈리스타로 저렇게 망하면 답도 없지."
"인생 끝났어!"
하지만 이번 판에 한해서는 괜찮다.
벌써 5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