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도, 레벨링도 눈물겨운 수준이다.

알파카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고막을 찌르는 듯하다.

'그 뿐만이 아니지.'

현재의 갈리스타는 연구가 덜 됐다.

원딜이니까 당연히 치명타 올려야지.

기본적인 세팅을 가다 보니 후반에 갈수록 챔피언이 애매하다.

강점인 라인전을 못 살리면 끝이다.

게임 내내 할 수 있는 게 없어진다.

반대로 우르고자는 한 번 흥하면.

치르르릉~!

팀에 브루저가 한 명 더 생기는 셈이다.

시야에 랙싸이가 들어왔다.

망설임 없이 걸어버린다.

'못 컸을 때 문제가 되는 거지, 잘 크면 그냥 미친놈이야.'

자신과 상대의 위치를 뒤바꾼다.

궁극기 자체가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

개판 싸움을 벌이기에 세상에서 제일 좋은 챔피언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과 적군이 뒤섞이는 상황을 강제한다.

누구 하나는 반드시 작살이 날 수밖에 없다.

잘 컸다면, 당연히 그 하나는 상대가 되고 만다.

슈루룩-!

물론 단점도 있다.

나무카이가 끈덕지게 붙들어온다.

일반적인 원딜이 아니기 때문에 탱커를 못 녹인다.

못 컸을 때는 말이다.

중반 타이밍의 우르고자.

새까만 양날 도끼가 나와버린 상태다.

퍼엉!

부패한 수류탄의 방어력 감소 효과와 겹친다.

나무카이의 방어력이 순식간에 반토막 난다.

그 위로 평Q가 차곡차곡 들어간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마나소드가 이미 완성되었다.

중반 타이밍에는 딜탱이 되는 만능이다.

트롤과 캐리가 한 끗 차이라는 게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런 류의 챔피언들이 은근히 난이도가 높아.'

차후에는 그렇게 드문 개념이 아니게 된다.

바텀에 별의별 더러운 챔피언들이 다 나온다.

현재 시점에서는 그렇지 않고, 원딜러들이 잘 소화하지 못한다.

원딜과 브루저는 다루는 감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듯 중반에 미친 듯이 굴린다?

게임을 캐리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는다.

「밥 먹자!」

미드가 암살자바라기인 V5는 특히 잘 맞는다.

꼭 혼자서 다 때려잡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똑같이 색깔 있는 픽을 하면 조합이 말이 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또다시 개판이 벌어진다.

다른 원딜들처럼 미아핑을 찍을 필요가 없다.

같이 들어가서 개판 싸움을 조지는 게 우르고자다.

'프하까지 완성되면 진짜 그냥 탱커거든.'

더럽게 안 죽는데, 딜은 딜대로 푹푹 박힌다.

그렇게 미친놈들간의 교전이 벌어진다.

타악! 타악!

이쑤시개 같은 갈리스타의 딜.

박히지도 않고, 박아봤자 의미가 없다.

오히려 동물적인 공격성이 해가 되고 만다.

퍼엉!

부패한 수류탄이 터진다.

이에 그만 스치고 말았다.

미친 듯이 좌우로 춤을 추며 도망가려 하지만.

─적을 처치했습니다!

전설의 출현! V5 마왕!

예정된 최후를 맞이한다.

전우협의 근간이 휘둘린다.

그런 장난스런 우스갯소리나 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우르고자 진짜로 좋은데??

-못생긴 것만 빼면

-못생긴 거 빼고는 괜찮지

-중남들 외모 품평하는 거 봐 ㅡㅡ

난전이 많은 LPL이다.

개판 싸움은 다반사로 열린다.

그렇기에 오해할 수 있지만 나름의 룰이 있다.

어느 정도 근거를 갖추고 한타를 한다.

특히 EDC는 운영적인 색깔이 강한 팀이다.

클래식러브는 불리한 한타를 지양하는 스타일이다.

치르르릉~!

그냥 대놓고 걸어버려서 문제다.

탱커인 이상 돌출돼있을 수밖에 없다.

사거리가 살짝 닿은 틈을 놓치지 않는다.

충분히 놓칠 만도 한 상황이었다.

일반적인 이니시 스킬과는 다르다.

자신과 상대의 위치를 뒤바꾼다는 리스크는 크다.

키잉-!

「숨을 곳은 없어!」

당연하게도 점사가 쏟아진다.

일개 원딜러가 견뎌낼 인디안밥이 아니다.

쓰렉귀의 선고가 걸리며 샌드백 신세가 된다.

그조차 담담하게 맞고 있는 진풍경.

어처구니가 없는 탱키함을 자랑한다.

버티는 사이, 서로의 본대가 뒤엉키며 싸운다.

퍼엉!

개판을 만든 장본인은 유유히 살아 돌아간다.

그리고 편하게 포지셔닝을 잡고 딜을 넣는다.

-저게 사네

-프하까지 나와버려서……

-딜은 딜대로 세!

-메카 주윤발ㄷㄷ

물 반, 고기 반이다.

수류탄을 던지면 한두 명은 맞는다.

유도탄이 타게팅으로 날아가 머리 위에 꽂힌다.

거슬리는 건 데미지만이 아니다.

방어력이 깎이며, 공격력도 저하된다.

더럽다고 느낄 만한 스킬 구성을 가지고 있다.

「초월을 이루었노라!」

궆의 아자르가 드리프트를 밟는다.

난장판을 뚫고 들어가 우르고자를 노린다.

반대쪽으로 밀어내자 그림 자체는 너무 이쁘다.

우르고자를 잡는다?

적 진영을 양분시킨다?

성공하는 순간 한타의 승기를 가져오게 된다.

결과가 안 좋아서 문제다.

체력이 떨어졌어도 실드가 있다.

주술포식자까지 터지며 예뻤던 그림이 비틀어진다.

─V5 마왕(우르고자)님이 EDC 궆(아자르)님을 처치했습니다!

리턴이 크다면 리스크도 큰 법.

범의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민 꼴이다.

우르고자의 더러운 스킬 구성에 농락 당해 죽는다.

「애걸해봐라!」

차곡차곡 이쑤시개 개수를 늘려나가는 갈리스타의 프리딜이 눈에 안 들어올 만도 하다.

스킬을 잘 피하며 카이팅을 한다고 한들.

임팩트 면에서 아예 비교가 안된다.

"분명 우르고자도 한계가 명확해서 후반까지 가면 유통기한이 찾아오거든요."

세 번째 세트가 끝났다.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시점에서 피드백 한다.

워낙 독특한 양상이었다 보니 분석하는 것도 진땀을 빼게 된다.

"중요한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시간을 안 줬어요!"

"강제 이니시로 난전을 계속 유도해서 우르고자가 강한 타이밍에 게임을 끝내버렸죠."

가져간 픽도, 교전 구도도 해괴망측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느낌이 좋았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보는 입장에서도 막막할 정도다.

"꾸웨에엑!"

"그래? 파밍기 있는 걸 했으면 할 만했다고?"

당사자인 알파카가 고충을 토로한다.

상대의 스킬샷 적중률이 날카로웠다.

연계 당하는 순간 키보드에서 앞발을 떼야 한다.

'우르고자는 아예 생각을 못했는데…….'

그 이전에 상성 자체가 나빴다.

갈리스타는 초- 공격적인 픽이다.

날카로운 만큼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다.

알파카의 피지컬 과신과도 맞물렸다.

상대에게 거리를 내준 순간 죽는다.

타겟팅 CC는 가불기의 영역이다.

그렇다고 또 밴을 할 수도 없다.

밴카드가 부족한 것도 문제고, 상대의 의도대로 놀아난다는 것도 문제다.

선택의 시간.

〈이번에는 패턴을 좀 바꿨는데요?〉

〈모든 걸 밴으로 대응할 수는 없으니까요. 마지막 0초까지 기다린 걸 보면 그래도 고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네 번째 세트의 밴픽이다.

EDC는 여태까지와 패턴을 바꿨다.

클래식러브가 손사래를 친 애쉬를 제외한 나머지 픽들은 잠그지 않았다.

"아~~ 갈리스타는 안 잘라도 괜찮았을려나?"

"너가 밴해야 한다며."

"커뮤니티에서 그러길래 그랬죠~ 약간 찌라시가 섞였나 봐요."

"……."

내내 견제했던 갈리스타도 마찬가지다.

레오파드는 여전히 할 말이 있는 듯한 눈치지만.

갈리스타를 밴하는 건 도저히 이치에 안 맞아.'

이전 세트에 써서 패배한 마당이다.

그런 주제에 다시 저격밴을 한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꼴이 우습다.

세간의 시선 때문만도 아니다.

갈리스타의 한계는 익히 본 대로다.

상대가 쓴다고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물론 또 다른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우르고자, 부시안, 파루스도 위협적이다.

전부 다 대응이 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된다.

"치비르 어때? 안정적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거든?"

"다 피할 쑤 이씀미다!"

"그건 아는데……."

피지컬이 굉장히 뛰어나다.

캐리력은 누구에게도 안 밀린다.

알파카의 실력에 관해서는 신뢰하고 있다.

'너무 양날의 검이라서 그렇지.'

이전 판과 같은 경우가 간혹 생긴다.

2 대 1로 밀리는 상황의 네 번째 세트.

리스크 높은 픽을 쥐어주기에는 망설여진다.

치비르가 가장 무난한 선택이다.

안정적이면서 후반 캐리도 가능하다.

최대한 변수를 지양하며 조합을 완성시킨다.

〈랄라와 셀줄아니까지 가져갔다는 건 무조건 한타 보겠다는 소리에요.〉

〈위기의 순간일수록 가장 자신 있는 걸 하는 게 좋습니다.〉

-한타 가면 웬만하면 이기지

-한타의 EDC!

-체급 차이로 밀어붙이네ㄷㄷ

-헐, 이거 완전 기울어진 운동장 아니야?ㅠㅠ

EDC가 가진 특징.

전 라인에 구멍이 없다는 점이다.

그보다 더 탁월한 건 다름 아닌 한타다.

라이너들이 다 잘한다.

정글러의 운영이 깔끔하다.

두 가지 전제는 한타 조합의 승률로 연결된다.

궆과 알파카.

한타 캐리를 도맡을 선수가 둘이나 있다.

가드를 굳건히 올리고 원투 펀치를 준비하는 거인이다.

〈V5도 일단 픽이 많이 열려있긴 합니다.〉

〈여차하면 전 세트에서 보여준 우르고자도 다시 꺼낼 수 있고요. 물론 치비르이기 때문에…….〉

이전 세트들에서 당했던 경험.

충분한 피드백을 통해 검토를 마쳤다.

알파카의 치비르라면 라인전이 최소 반반은 된다.

'한타 구도로 가면 질 수가 없어.'

앞선 세트들을 보아온 총평이다.

경기 전에도 알았지만, 경기의 과정에서 보다 확실해졌다.

무언가 큰 변수만 안 터지면 이긴다.

그 변수를 만드는 장본인.

마왕의 실력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선수의 가치를 재고해봐야 할 정도로 기가 차다.

'그래봤자 결국 혼자야.'

나머지 선수들이 못 받쳐준다.

일반적인 구도라면 질 이유가 없다.

한 번은 당해도 두 번은 자존심이 용납 안 한다.

조커픽도 이제는 더 없을 것이다.

원딜로 갈 수 있는 픽은 한정돼있다.

감독의 생각은 틀렸다고 볼 수 없겠지만.

-헐

-뻥카 아니었어??

-설마 고도의 심리전인가……

-'그 물주'가 큰 그림을 그리네

마지막 조커 카드.

이미 한 가지 예고가 떨어졌었다.

* * *

알파카라는 선수.

그 어떤 표현을 붙여도 부족할 정도로 위협적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워낙 잘 잘린다.

이해가 되지 않는 스로잉을 반복한다.

그것이 선수에 대한 저평가 여지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럼에도다.

수준급 코치들 중 알파카를 싫어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알파카의 단점을 잘 몰라서?

당연히 일반팬들보다 잘 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감독과 코치는 보수적이다.

실력이 약간 부족할지라도 말을 잘 듣는 선수를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