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3화 (183/201)

해냈으니 포기할 수밖에.

혀를 내두르며 후퇴를 한다.

바텀 숨통을 트여준 걸로 만족하려고 했는데.

타악!

타악!

도리어 역공세를 퍼붓는다.

갈리스타가 미쳤는지 앞으로 뛴다.

몰락을 쭉-! 빨며.

「네 몫을 다해라.」

쓰렉귀를 잡아 던진다.

쫓아오던 적들이 공중에 뜬다.

딱히 추가 데미지가 있는 것이 아님에도.

─V5 마왕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그토록 단단하던 셀줄아니다.

앞장서 두들겨 맞아도 반피였다.

어처구니없게도 한순간에 터져버렸다.

「애걸해봐라!」

「휴식은 없다!」

사선으로 뛰며 같이 뜬 브라운까지 잡아낸다.

쓰렉귀를 제물로 주며 유유히 살아 돌아간다.

〈어? 어……?!!〉

〈터졌습니다! 브라운은 뭔가 휘말려서 죽은 느낌이었고…….〉

4 대 2의 교전 결과가 처참하다.

두 명이 죽고 겨우 한 명, 그것도 서포터를 데려갔다.

-이게 이렇게 된다고??

-갈리스타가 미치게 세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창이 무슨 수십 개가 한 번에 뜯겨서;;

카이팅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그런데 결과까지 말이 안된다.

두 배의 숫자 차를 이겨낸다.

─더블 킬!

하지만 그런 기이함.

할 수 있는 선수는 혼자가 아니다.

그 누가 캐리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무대가 바로 결승전이다.

-와, 여기도 미쳤었네

-원래 미친 선수잖아

-궆이 LPL에 와서 어찌나 다행이었는지

-그저 주!

작년 롤드컵.

Royal Club을 개패듯 패고 우승을 차지한 바로 그 삼선 레드의 궆이다.

반대쪽 상황의 리플레이가 송출된다.

「가속!」

궆의 제임스.

관문을 키고 무빙을 밟는다.

들어오는 구리가스의 배치기를 한 끗 차이로 피해낸다.

톡! 톡! 톡!

허리를 돌리며 평타를 박는다.

구리가스의 체력이 걸레짝이 된다.

어쩔 수 없이 빠진 술통 폭탄을 앞무빙으로 피하며.

〈망치로 찍어서 마무리하고 르풀랑과의 일기토까지 이겼습니다. 반대쪽도 난리가 났었네요.〉

〈V5도 바텀 백업이 늦으니까 미드 다이브를 선택한 거거든요. 판단은 날카로웠는데 결과가 양쪽 다 기묘하게 되었어요!〉

기묘한 대각선의 법칙이 이루어졌다.

오히려 숫자가 적은 쪽이 이기고 있다.

진행되는 결승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게 만들고 있지만.

「周易八卦」

2분 전。

결국 EDC가 이기는 그림이네

제임스가 미드 다이브 역관광 친 게 너무 컸다

-바텀도 진짜 소름 돋긴 했는데……

웨이보主- 결국 상체 차이가 너무 커

-혼자서 비벼보는 것도 한계가 있지

-갈리스타 후반 가면 쓰레기잖아

갈리스타의 강점.

극한으로 활용해 라인전을 터트렸다.

그 사나운 야생 알파카를 반쯤 길들여버렸다.

"꾸웨에엑!"

하지만 시간은 EDC의 편이다.

알파카도 1킬을 먹으며 조금 풀렸다.

전체적인 게임 구도가 훨씬 흡족한 게 사실이다.

'흑묘든 백묘든 쥐만 잘 잡으면 됐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의 중국 속담이다.

클래식러브는 드디어 안면에 여유를 되찾는다.

게임이 정상이라 할 수 있는 궤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대로 굴릴 것도 없다.

서로 적당히 몸집만 불려가면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을 기점을 게임이 이겨있을 것이다.

체급 차이.

조합이 가진 힘.

모든 면에서 앞선 지표가 경기의 승리라는 결과로 도출된다.

'근데 왜지? 뭐가 불안한 거지?'

이유 없는 직감.

단순한 기우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초조함이 목을 타고 흐른다.

* * *

갈리스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아니, 나뉘었다는 표현이 옳다.

'옛날에는 Q선마 하고 VF소드 상위템을 먼저 가는 편이었지.'

마치 이즈Q처럼 단발 데미지가 세진다.

라인 클리어와 딜교환 능력이 좋아진다.

그런 해석을 붙여서 갈리스타를 사용하곤 했다.

하지만 차후에는 공속템과 E선마가 정착한다.

그 이유.

눈앞에 랄라가 바텀 1차 포탑을 막아서고 있다.

타악!

타악!

미니언에 평타를 묻히며 다가선다.

마주치자 랄라가 격하게 환영한다.

「변해라~♪」

아주 순진하게 말이다.

유일한 생존의 동아줄을 스스로 놓아버렸다.

'사람은 죽어.'

그것도 아주 허무한 사유로 말이다.

위기탈출 넘버원을 보면 배우게 되는 사실이다.

「애걸해봐라!」

한 번 가볍게 잡아 뜯는다.

멈추지 않고 앞으로 계속 들어간다.

느낌이 쎄하다는 걸 느낀 랄라는 점멸을 쓰지만.

타악!

「통곡하라!」

평타를 치며 창을 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땅을 내디딘다.

'도약 중에 Q스킬을 쓸 수가 있었던 때라.'

평Q평이 순식간에 들어간다.

폭딜이 가능할 뿐더러 3단 도약이다.

점멸을 쓰고 뭘 해도 순식간에 따라가 버린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전장의 지배자! V5 마왕!

빼곡하게 박힌 창을 한 번에 쭉-! 찢는다.

분명 풀피였던 랄라가 다이브 킬각이 잡힌다.

상대 입장에서는 물음표가 한가득 떠오를 수밖에 없다.

'순간적으로 킬각 잡는 능력이 말이 안돼.'

빠른 공속을 활용한 추노력.

잡아 뜯기의 확실한 마무리.

이론적으로 좋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론과 현실의 괴리라는 게 분명히 있다.

실전에서 쓸 수가 없으니 타협을 한 거다.

Q스킬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말이다.

나에게는 해당이 안되는 부분이다.

이를 쓸 만한 피지컬도, 경험도 가졌다.

캐리를 호언장담할 만큼 이끌고는 있는데.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적 트리플 킬!

상체 싸움도 조금 말이 안된다.

네 번째 세트.

팀원들의 집중력이 크게 저하됐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이 결승전이라는 무대가 중압감이 클 수밖에 없어.'

나름대로 중견 선수들이다.

하지만 결승전 경험치는 없다.

안 그래도 부족한 실력이 더 드러나고 있다.

반대로 상대는 그 경험이 아주 풍부하다.

알파카는 물론, 굽은 롤드컵 우승 출신이다.

그 외의 선수들도 무시할 수 없는 경력을 갖췄다.

시간을 길게 끈다면 진다.

상체가 비벼지는 것은 좋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틀리다고 볼 건 아니다.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이미 이겼다.

갈리스타로 무난 그 이상의 성장을 했다.

그 시점에서 무슨 짓을 해도 이미 돌이킬 수 없다.

게임 스코어 17 대 11

하지만 그 이상으로 벌어져 있다.

EDC가 유리하다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진다.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상체 차이는 곧 게임의 주도권으로 연결된다.

뭉쳐 다니며 외곽 포탑을 하나씩 철거한다.

그 의미는 단순한 글로벌 골드만이 아니다.

〈알파카도 어느새 숨통이 좀 트였죠?〉

〈포탑 골드랑 어시스트를 주워 먹은데다 욕망의 칼로 얻은 골드도 꽤 쏠쏠해서…….〉

1코어와 2코어의 차이는 엄청나도, 2코어와 3코어의 차이는 그럭저럭 봐줄 만하다.

알파카도 사람 노릇할 아이템이 갖춰지고 있다.

"꾸웨에엑!"

아니, 짐승 같은 감각을 가진 선수다.

이처럼 말린 상황이 특별히 드물지도 않다.

공격적인 성향 탓에 실수가 잦은 탓이다.

그 이상으로 슈퍼 플레이가 돋보인다.

부족한 아이템은 실력으로 메꿔버린다.

일련의 어불성설을 밥 먹듯이 실현시켰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딜링 머신.

기계가 찍어내듯 쉴 틈 없이 박아낸다.

한타에서 원딜 차이가 크게 걱정이 안된다.

「가속!」

그리고 여전한 상체 차이.

특히 궆의 성장은 무서울 정도다.

제임스의 QE에 맞은 나루가 질질 짜며 도망간다.

-???

-포킹딜 뭔데

-마저밖에 없어서 너무 아프네

-그냥 제임스가 너무 잘 컸어!

딜러진이 전혀 불안하지 않다.

탱커진은 이미 잘 커버린 상태다.

이니시 수단도 있어 여차하면 핸들을 꺾을 수 있다.

전형적인 한타 조합.

그 힘을 자꾸자꾸 키워나간다.

EDC의 승산을 높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인데.

오오오?

어어어?

관중석이 술렁인다.

혹시나 하는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다.

마왕의 갈리스타가 '그 아이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그냥 루난을 좋아한다는 생각도 드네요.〉

〈파루스로도, 두 번째 세트 애씨로도 갔었죠. 확실히 하이퍼 캐리를 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아이템이 없기는 합니다.〉

평타가 세 갈래로 쏘아진다.

상황만 갖춰지면 한타딜을 혼자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를 해내는 기염을 토했던 선수가 바로 마왕이다.

-갈리스타로도 저걸 가네

-근데 딱히 안 어울리는데?

-ㅇㅇ 평타 강화 스킬이 없어

-게다가 상대 브라운임ㅋ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EDC의 조합은 한타에 특화돼있다.

두 번째 세트처럼 호락호락 당해주지 않는다.

"대놓고 맞아주지만 않으면 돼."

"스마트하게 하자고 스마트하게.

"젠부샤쓰?"

"No No! Smart Game."

구도만 잘 갖추고 싸우면 이긴다.

꽝-! 붙었을 때 너무 센 한타 조합이다.

혹시 모를 변수에 대비해 랄라라는 보험픽까지 갖췄다.

얼핏 보기만 해도 조합 파괴력이 어마어마하다.

이를 최대한으로 살릴 시야적 우위까지 가졌다.

네 번째 용은 EDC가 가져가는 게 당연한 흐름이었다.

콰과광!

안이했던 페이스 체크.

좋게 말하면 몸으로 시야 확보를 하는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그냥 던진 거다.

브라운의 궁극기와 패시브 스턴이 연계된다.

─EDC 알파카(치비르)님이 V5 트래쉬(구리가스)님을 처치했습니다!

용 타이밍에 정글러가 잘리고 말았다.

심지어 원딜러에게 킬을 먹였다.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치비르의 궁극기.

아군의 이동 속도를 크게 증가시킨다.

구리가스가 잘리는 걸 막으려던 본대까지 함께 휘말렸다.

「도망쳐 봤자 소용없다!」

빠르게 달려간 셀줄아니가 판을 깐다.

그 시점에서 한타를 돌이키는 건 힘들다.

맞서 싸우거나, 최소한의 손해로 후퇴하거나.

〈구도가 너~~무 안 좋은데요?!〉

〈EDC 입장에서는 환상적이죠. 이대로 끝내도 용인데 대승이라도 하면…….〉

바론이 나가며 게임이 순식간에 기운다.

그 의미는 여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

-역시 한타의 EDC!

-끝났네

-팀이 진짜ㅋㅋㅋㅋㅋ

-트래쉬가 개던짐

이전 세트처럼 난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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