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4화 (184/201)

그런 해괴망측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어느 팀이 유리한지 보여준다.

그 이전 세트처럼 하드 캐리.

할 수 있을 정도로 딜이 박히지도 않는다.

단단함도, 전투 유지력도 이전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내 방패만 믿으라고!」

다가오는 모든 투사체를 차단시킨다.

브라운의 방패 만큼 한타에서 든든한 스킬이 없다.

딱히 추가 딜도, 슬로우도 없는 갈리스타의 평타는 만만하다.

타악!

타악!

그럼에도 멈출 기미를 안 보인다.

요리조리 얄밉게 뛰며 평타를 박는다.

그것이 의미가 있든, 없든 쉬지 않고 계속.

「전속력으로!」

긴장의 끈도 놓지 않는다.

엇박자로 치고 들어간 셀줄아니.

평Q로 도움닫기 하며 피해버린다.

감탄스럽다.

동시에 개탄스럽다.

원딜러 개인이 아무리 잘해도 앞라인이 무너진 순간 어쩔 수 없다.

정면 한타는 커녕 4 대 5다.

개인이 어떻게 고군분투한다고 만회될 격차가 아니다.

그것이 시청자는 물론 전문가들까지 공통으로 내비치는 의견이었으나.

「네 몫을 다해라.」

알 바가 아니다.

희로애락이 터져 나오는 순간에도 멈춘 적이 없다.

쓰렉귀를 던지며 어느새 무빙의 패턴이 바뀐다.

반시계 방향, 하지만 확실히 안쪽이다.

공세를 취했다는 의미.

그리고 앞라인에 박혀있는 창의 숫자.

─V5 마왕(갈리스타)님이 EDC 메이코(브라운)님을 처치했습니다!

찢겨나간다.

터져버린다.

마치 그런 느낌이 드는 듯한 광경이다.

빼곡히 박혀있는 창은 그 숫자에 비례한 데미지를 가한다.

가장 많이 박혀있던 것은 브라운이다.

방패를 치켜들어 막아냈던 대가다.

「애걸해봐라!」

「휴식은 없다!」

그리고 어느샌가, 갑작스럽다.

분명 온존한 상태였던 EDC의 앞라인.

하나둘 그 자취를 감추고 사라지고 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찢겨져 죽었기 때문이다.

믿기지 않을 수준으로 전황이 급변한다.

앞라인을 궤멸시킨 살기는 뒷라인에도 마수를 뻗친다.

아니, 이미 영향을 받아있다.

루난의 소용돌이에 의해 퍼져나갔다.

단 하나라도 창이 박혀있으면 같이 찢기며 느려진다.

"꾸웨에엑!"

겁먹은 개가 크게 짖는 법이다.

겁먹은 알파카도 마찬가지다.

쫄지 않고 맞딜을 넣어봤자.

「이걸로 끝이다!」

알파카는 정말 멋있는 동물이지만 털이 깎이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볼품없다.

숱하게 박힌 창을 쭉-! 뽑아버리자 사망한다.

어차피 원딜간의 일기토는 예고전이다.

「가속!」

잘 큰 궆의 제임스.

쏘아내는 포탄은 대포알이다.

맞는 순간 허리가 휘청이는 감각을 경험한다.

이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다.

제임스는 단순한 포킹 챔피언이 아니다.

진짜는 달라붙어서 순식간에 때리는 폭딜.

「하늘을 향해!」

제임스의 망치가 갈리스타를 찍는다.

마나소드가 완성되어 엄청나게 아프다.

이어지는 3연타와 홈런은 탱커도 골로 간다.

종잇장인 원딜러는 말할 것도 없다.

벌써부터 그 광경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상상 이상의 반응과 빠른 판단력에 의해.

타악!

「통곡하라!」

땅을 박차며 거리를 벌린다.

창을 찢어 상대를 느리게 만든다.

고작 티모 한 마리 남짓한 거리가 영원처럼 닿지 않는다.

실낱 같았을 경우의 수들.

그 모든 것을 한데 엮어버린 듯하다.

그렇게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과정과 결과물이다.

─펜타 킬!

마지막 적 처치!

믿기지 않는 알림이 떠오른다.

그토록 굳건했던 조합이 무너져 내린다.

갈리스타의 슈퍼 플레이가 한타를 결국 뒤집어낸다.

〈펜타~~, 펜~~타키일~!!〉

〈LPL 스프링 첫 번째 펜타킬이 결승전 네 번째 세트에서 나왔습니다……!!〉

흔히 나오지 않는다.

설사 나온다 해도 그럴 만할 때.

강팀이 약팀을 상대로 가벼운 게임을 할 때 말이다.

LCK, LCS 등의 1부 리그에서 나온 펜타 킬은 대부분 그러하다.

현실이라는 게 생각만치 극적이지 않다.

적어도 방금 전 광경은 아니었다.

-????????

-와 시발

-와 시발!!!

-어케 이겼누 시발련ㄴ아!

사실상 가망이 없어 보였다.

구리가스의 스로잉으로 더욱 진해졌다.

갈리스타가 혼자 역변을 일구었다고 해도 이견이 갈리지 않는다.

해설진도, 관중도, 방구석의 시청자들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어처구니가 빠지는 광경.

그 참담한 심정은 당연히 EDC의 선수들이 더하다.

"아니, 잠깐 뭘 실수한 거지?"

"난 잘 버텼어!"

"버티고 말고 애초에 니가 맞으니까 뒷라인까지 루난 화살이……."

패닉 상태에 빠질 만하다.

승리를 거의 확실하고 있던 한타.

심지어 이상적인 수준으로 싸웠음에도 대패했다.

'지금 멘탈 나갈 때가 아니야.'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다.

클래식러브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다.

이 지경으로 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이 미니맵에 보인다.

상대가 설마 하는 판단을 하려 한다.

움직임을 봤을 때 거의 십중팔구로 귀결된다.

적을 전멸시켰다.

구리가스가 부활을 했다.

일련의 근거를 바탕으로 바론 트라이를 하려 한다.

'이걸 쳐? 이걸 친다고?'

하지만 그건 자충수다.

클래식러브는 계산을 했다.

의병대를 사고 달리면 제 시간에 도착할까?

충분히 가능하다.

상대는 고작해야 세 명이다.

갈리스타 혼자 넣는 딜에는 한계가 있다.

정글러간의 레벨도 자신이 두 단계 앞선다.

아군도 부활한 순서대로 달려온다.

뺏고 나서 한타로 연결한다면.

─블루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앞선 교전의 손해를 만회하고도 남았을지 모른다.

만약 빼앗았다면 말이다.

바론 체력이 2천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강타는 18레벨 기준으로도 데미지가 1천.

현재 13레벨인 클래식러브는 760이다.

일말의 가능성도 존재하지 않았다.

─전설의 출현! V5 마왕!

그리고 리스크는 리스크대로 지불한다.

결과적으로 1+1 이벤트가 되고 만다.

〈바론은 조금 선을 넘지 않았나 했는데 와……, 이게 이렇게 되네요.〉

〈창이 수십 개가 중첩되니까 강타 데미지를 웃돌아요. 경기가 순식간에 많이 기울었습니다.〉

해설진도 혀가 바짝 마른다.

설마 이렇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비볐다.

의외의 사고가 터졌다.

그 정도로 수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애걸해봐라!」

펜타 킬을 먹은 원딜러.

마주치는 것조차 공포스럽다.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갈리스타 너무 세. 피흡도 지금 미쳤어."

"한타가……, 안될 것 같은데?"

"어쩌지? 사이드 돌려? 아니면 그냥 해?"

EDC는 나아갈 길의 방향을 잃고 만다.

어떻게 해야 게임을 이길 수 있을지.

환했던 시야가 어느새 어두워졌다.

갈리스타가 후반에 좋지 않다?

이제는 그조차 희망으로 삼기 힘들다.

후반에 간다고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레드팀의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사실 스코어만 따지면, 글로벌 골드로 보면 여전히 할 만하다.

일부 지표는 오히려 앞서있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눈동자가 이미 바랬다.

어쩌면 실낱 같은 희망이 하나쯤은 있었을 수도 있다.

최선의 선택지만 골라잡았다면 이길 수도 있다.

그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

굳이 대회까지 안 가도, 솔랭에서도 익히 경험한다.

베테랑의 선수들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지금처럼 멘탈이 흔들린다면 더더욱.

─더블 킬!

트리플 킬!

확신이 서려있지 않은 판단.

날카로움이 바래버린 스킬샷.

모든 걸 퍼부어도 잡을까 말까 한 상대에게 통할 리가 없다.

마왕의 갈리스타가 미쳐 날뛴다.

아득한 카이팅은 역전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다.

네 번째 세트의 마침표가 찍어지며 경기장이 술렁인다.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거듭했던 스프링 시즌의 막이 내린다.

만족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온다.

결과는 과정을 빛내주는 마침표일 뿐이다.

여러 격언들이 존재한다.

과정과 결과를 따로 보는 이분법적인 사고도 그리 특이하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언제나 중요하다.

「[LPL 결승] V5 Esports Club, 창단 첫 해 LPL 우승…… MVP는 원딜러 '마왕'」

「[LPL 칼럼] 밴픽 유출? 결과적으로 좋았다. 밴픽으로 보는 결승전」

「[포토] 활짝 웃었다. 선수들과 친분 과시한 구단주. 회식 이어져」

이런저런 논란을 낳았던 결승전.

그 결과는 V5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에 따라 야기되었던 논란도 다른 국면을 맡게 된다.

「丁香子」

5일 전。

그래서 유출이었던 거야? 아닌 거야?

해명해!

「玉林」

5일 전。

어느 쪽이든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지

뭐 자랑이라고

「???秋」

5일 전。

하;; V5를 응원하지만 망할 구단주는 뒤졌으면

.

.

.

만약 V5가 패배했다면?

그 과정과 상관없이 비난이 쇄도했을 것이다.

처음 저지른 실수도 아니고,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으니 당연하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 V5 구단주

2. 살인 의뢰

3. V5 Esports Club

4. 알파카 습성

5. 결승전 유출

6. Let the Killing begin

.

.

.

실제로 첫 세트를 패배한 직후 난리가 났다.

웨이보 등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

대체 구단주는 뭐 하는 놈이고,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중국의 롤 유저 수는 1억이 넘는다.

결승전의 시청자 수는 수천만 명에 달한다.

가히 대륙 다운 스케일의 후폭풍이 몰아닥치며 큰일로 번졌을 것이다.

─아니, 결국 밴픽 유출은 맞았던 거 아니야?

갈리스타로 하드 캐리했잖아

유출 때문에 밴돼서 못했던 거였고

팀 차원에서 밝히고, 인민들에게 공개 사과 안 해?

└하겠냐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따지면 EDC도 갈리스타 썼지

└갈리스타픽 자체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님

筆者- 그런가?

하지만 이겼다.

유출이 별 문제가 아니게 됐다.

결과가 좋은 만큼 잡아 떼도 딱히 추궁할 말이 없다.

상대도 갈리스타 썼는데?

우리가 더 잘 쓴 것 뿐인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그럭저럭 말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마왕의 갈리스타는 확실히 준비된 느낌이었는데……

카이팅도 엄청났고

템도 루난이랑 시너지가 ㄷㄷ함

한타를 혼자 하는데 이게 조커픽이 아니면 뭐야?

└애씨로도 그랬는데?

└팀이 노답이라 혼자 딜 다 넣어야 하니까 가는 거지

筆者- 그건 인정

└'그 물주'한테 돈 받은 알바들 열일 하누ㅋㅋㅋㅋㅋ

여론이 어찌저찌 수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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