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5화 (185/201)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흑묘든 백묘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결과가 좋으니 애초에 태클을 거는 사람의 수도 적다.

그마저도 흥미 본위.

구태여 진상 규명까지 요구하지 않는 분위기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태클 걸 이유가 있을까?

─우리가 구단주를 오해하고 있었나 봐ㅠㅠ

웨이보 가봤는데 엄청 눈물 많은 남자야

Royal Club하고도 웨친 맺은 거 있지

우리 우즈의 복수도 해줬는데 조금만 더 공감해주면 안될까??

└어머, 쓰니야 방금 나 머리 띵했어

└뭔 개소리지? 웨친 맺은 거랑 뭔 상관임?

筆者-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라고요!!!!

└쓰니는 약간 부모님?이 없는 거 같아 ㅠㅠㅠㅠ

오히려 일각에서는 옹호하는 여론까지 생긴다.

이미 잘 풀린 일에 왈가왈부할 이유가 있냐?

얼마 지나지 않아 유출 사건은 화제도 되지 않게 됐다.

허무하다면 허무한 결말.

동시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과론적으로 생각한다.

설사 그렇지 않은 사람도 결국은 휘말리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모두가 '아니오'를 할 때 혼자 '예'를 외치는 건 어렵다.

개인의 신념이나 판단 이전의 이야기다.

그런가?

남들이 그러던데.

자신의 생각에 의심이 들며 결국 수긍해버린다.

「大?」

3일 전。

우즈의 복수를 해주겠다고 revenge 적었을 뿐인데……

악플러들의 음해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ㅠㅠ

-쓰니 마음 이해하긔ㅠㅠ

-대박 대박 대박! 역시 그런 거였어ㅠㅠㅠㅠ

-와 중남들 질투 때문에 몰아갔던 거야??

-그런데 좀 개소리?는 안 했으면 좋겠어! 맘 상했다면 미안해~

세간의 비난이 사그라들자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팬들을 업고 말이다.

물론 모든 것이 생각대로 될 리는 없다.

덜 까이는 거지, 안 까이는 건 아니다.

이런저런 악플에 시달리지만 꿋꿋하다.

당초 원했을 관심과 어그로를 취하고 있다.

─V5가 진짜 대단하긴 하네;;

구단주는 그냥 병신이고

상체도 솔직히 구멍 투성인데

하체가 멱살 잡고 게임 이기는 게 진짜;;

└진짜 기형적인 팀ㅋㅋㅋㅋ

└마왕이 진짜 미친놈임……

└그저 교주님!

└코치도 잘하지 않아? 밴픽 쩔던데

그렇게 논란은 일단락이 났다.

보다 긍정적인 화제의 부분이 강조된다.

V5라는 어마무시한 신생팀을 우승시킨 공로 말이다.

조명을 받는 건 따질 것도 없다.

이적 이후 온갖 화제와 커리어로 떠들썩한 선수.

LPL이라는 중국의 왕좌를 거머쥐며 드디어 진짜의 자리에 올라선다.

* * *

밴픽의 유출.

커뮤니티에서 정말 말이 많았다.

정말로 유출이 맞는지, 아니면 좆도 모르고 씨부린 건지.

결론만 따지면 맞다.

구단주가 분을 못 참고 유출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도록 의도한 것이 나였다.

'덕분에 첫 세트부터 밴카드 하나 강제하고 시작했잖아.'

결승전에서 사용할 조커픽!

그 재밌는 사실을 알고 입단속을 할 수 있을까?

애초부터 구단주에게 신뢰라는 감정을 가진 적이 없다.

유출을 하면 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하지 않은 대로.

두 가지의 플랜을 짰고, 유출된 플랜을 따라 경기를 풀었을 뿐이다.

'구단주를 위한 구출 플랜은 안 짰지만.'

솔직히 좀 좆되지 않을지.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넘어갔다.

여론이라는 게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어도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는 없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약한 불로 끝난 이유를 찾자면 아마 결과 때문이다.

세상 모든 일은 결과에 따라 같은 과정도 다르게 해석된다.

'세상이 원래 그래.'

그래서 결과란 중요하다.

때로는 과정이나, 노력, 절실함……, 모든 것을 제쳐두고 가장 첫 손으로 꼽힐 만큼 말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라는 말이 있다.

결과만 좋으면 과정이 아무리 나빠도 포장이 된다.

반대로 결과가 안 좋으면 그냥 나쁜놈이다.

실제로 그런 선례가 비일비재하다.

─이 새끼들 존나 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V5 EDC 밴픽할 때는

첫 세트 재현ㅋㅋㅋㅋ

EDC가 좆바름ㅋㅋㅋㅋ

밴픽 왜 저따구냐?? 이러다가

V5가 이기니까

"밴픽때부터 V5가 준비 엄청 했구나 느껴졌음"

└들킴ㅋㅋㅋㅋㅋㅋ

└난 안 그랬는데???

筆者- 니가 그랬대? 여론이 그랬다는 거지

└진짜 좀 역겹긴 하더라

특히 전문적인 분야.

대강 살펴봐서는 절대 알 수가 없고, 일반 유저들이 이해하기 난해한 부분은 그러하다.

'밴픽이 밴픽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플레이로 이어져야 되고, 그것이 잘 풀렸는지까지 또 봐야 돼서…….'

다 잘했는데도 결과적으로 지는 경우도 생긴다.

혹은 진짜 상상도 못한 변수에 터지고는 한다.

이를 테면 강타 실수나 솔로킬 등 말이다.

하지만 사유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이기면 어떤 식으로든 좋은 포장이 붙고~.

지게 되면 이러쿵저러쿵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오고~

솔직히 선수와 코치진 입장에서는 억울해서 속 터진다.

아니, 깔 거면 팩트로 제대로 까던가.

어쩔래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롤방송 같은 거 보면 탑클래스 선수들 방송에서도 훈수 졸라 터지잖아.'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 사람 시점에서는 정답일 수 있다.

구태여 그것을 지적하는 일이 더 웃긴 것이다.

브론즈가 브론즈인 이유를 알면 브론즈가 아니겠지.

e스포츠라는 특성에서 더 기인한다.

'실수'라는 개념이 여타 스포츠보다 명확하지 못하다.

접근성이 높은 게임이다 보니 오히려 더 간과되는 사실이다.

이기는 자에게 찬사를.

지는 자에게는 야유를.

그 어떤 스포츠보다 극명하고, 잔인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요즘 아는 지인들 하고 이야기하면 다~~~ 니 이야기 뿐이야."

"그래요?"

"그래, 계약 얼마 남았냐고~ 우리팀 어떻게 생각하냐고~ 크~~~! 난리도 아니지."

그러다 보니 그림자가 드리우기도 한다.

스타크래프트 출신 코치와 감독들.

팀에 기생하며 하는 것 없이 돈만 타먹는다고 말이다.

'그게 틀린 말은 아니긴 해.'

딱히 일일이 부정하기도 힘들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공공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관점을 약간 다르게 본다.

"이 중국이라는 곳이, 그리고 롤판이 판이 넓잖아. 앞으로 더 커질 거고."

"네."

"이렇게 큰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으니……, 너는 꼭 성공할 거야. 지금보다 더욱! 미리 축하한다."

그런 스타 출신인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감독과 선수의 관계.

그런 만큼 별일은 아니다.

한 가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건 마지막이라는 부분이다.

"더 있으셔도 되지 않아요? 저 구단주랑도 개인적으로 얘기를 해봤는데 별 말 없었어요."

"내가 있어서 그래, 내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그만둔다고 하신다.

무언가 압력이 있는 게 아님에도.

솔직하게 뜬금없이 의아하다.

'더 해먹을 만하잖아?'

과정이야 어찌 됐건 우승이다.

스타판 커리어가 아니라 롤판 커리어.

어디 가서 떳떳하게 롤감독이다, 할 만하다.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말이다.

그것이 못내 찜찜했던 모양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나쁠 수는 없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새로운 걸 못 받아들이겠어. 그렇다고 내가 뭐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도 아니고……."

가만히만 있어도 억이 넘는 연봉이 주머니에 꽂힌다.

그 달콤한 유혹을 거부하는 것.

해내는 사람이 대단한 거지, 넘어간 사람이 못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물며 결과가 좋았다.

어떻게 억지를 부려볼 만도 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스스로의 입지를 고찰해보셨다고 한다.

"저는 감독님 좋았는데요."

"얼마나 더 눈치밥을 먹이려고 허허. 나도 다 알아. 내가 팀에 별 도움을 못 주고 있다는 걸."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편했다.

팀을 원하는 대로 이끌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이 정상적인 운영이 아니라는 건 누가 봐도 자명하다.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게 있는데

그걸로도 충분히 결과를 내왔는데.

'사람이라는 게 원래 그래.'

자부심과 자만심은 한 끗 차이다.

정말로 딱 한 글자 차이기도 하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악당이 된 몰락한 영웅은 흔히 나오는 클리셰다.

개인적으로 스타판.

워낙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서 진절머리 침에도 미워하지는 않는 이유다.

정말 나쁜놈도 있지만, 단순히 굽히지 못한 사람도 계신다.

"물고기는 물에서 살아야 한다고 이번에 스타판에서 오퍼가 들어온 게 있거든~. 나도 아직 먹히는 거지."

"오? 스타요?"

"스타2! 조금 다르지만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지 않나 해서. 이래 봬도 내가 왕년에 말이야……."

Latte is horse.

스타크래프트 시절 이야기를 쏟아내신다.

개인적으로 흥미는 있었는데 들을 만큼 한가하지는 않았다.

시즌이 끝나 한동안은 한가하다.

조금 넋 놓고 듣고 있자 이런 생각도 인다.

물러날 때에 물러난다면 박수를 받아도 될 선배라는 사실을.

'그 시절로 돌아간 듯 간만에 해맑으시네.'

그럼에도 입방아에 오르는 건.

나도 모르게 색안경을 쓰고 보게 되는 건.

어느 세계가 그러하듯 나쁜놈들만 살아남아서가 아닐까 싶다.

V5 Esports Club.

코치진은 전부 이진태 감독의 개인적인 인맥들이다.

그가 감독직을 내려놓기로 한 여파는 가벼운 이야기로 끝날 수 없었다.

"넌 어디 갈지 정했어?"

"글쎄……, 아직 고르는 중이긴 한데 일단 잠깐 한국 들리려고."

코치들이 짐을 싸고 있다.

큰 여행용 가방에 이것저것 주워 담는다.

짧은 중국 생활의 추억이 서려있던 물품도 보인다.

떠나겠다는 의미.

감독을 따라 팀을 나가기로 입을 맞췄다.

딱히 의리를 지키겠다는 숭고한 결정이 아니다.

"진태형 밑에만 5년을 있었는데……."

"겨우? 난 7년 있었어."

"우리가 다 그 밥에 그 나물이지 이제 와서 뭘 기간을 따져?"

세 코치 전부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함께 해왔다.

코치이기도 했고, 선수이기도 했고, 매니저이기도 했고…….

직업이야 좀 다를 수 있어도 이진태 감독 밑사람이라는 위치는 동등했다.

롤판으로 넘어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쭉~ 최소한 한동안은 그리 되리라 여겼다.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던 중국 이적이 수월하게 잘 풀렸으니까.

"그냥 진태형 따라갈 걸 그랬나."

"지금이라도 그러던가."

"난 아니야. 이제야 겨우 롤판에 정착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이 들거든."

뜬금없이 다시 스타판으로 돌아가다니?

원망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동시에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를 공감한다.

'힘들어하시는 게 보였지.'

'스타 얘기할 때는 어린애처럼 좋아하시는데.'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 힘들다.

개인 차가 있기는 하지만, 10년 넘게 스타판에 몸담은 이진태 감독은 두드러졌다.

노력을 안 하는 게 아니다.

뻣뻣한 몸으로 스트레칭을 하듯 마음처럼 안되는 거다.

감독의 선택을 이해하는 이상 자신들도 선택을 내려야 한다.

감독을 따라갈지.

V5에 남아 코치직을 수행할지.

둘 중 어느 것도 아닌 제 3의 도전이다.

"2부팀부터 시작해보려고. 중국은 진절머리 나서…… 한국으로."

"그래? 난 여기 생활 꽤 마음에 들어. 페이도 세고."

"여기 남게?"

"아니~ 우리도 자립할 때가 됐잖아."

지금껏 그의 품에서, 영향력 내에서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다.

그러지 않기로 선택했다.

현재 몸담고 있는 V5.

이진태 감독의 백으로 들어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있는 이상 그의 그늘에 남는 것과 다름없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을 해보자.

코치들 전부 이에 동의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중국에서의 생활.

전문 분야도 아닌 LOL이란 게임.

심지어 기껏 적응한 환경에서 벗어난다?

도박이라 표현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다.

느긋하게 가도 될 길을 구태여 고생길로 만들 이유가 있을지.

그 대답을 들려준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창민이 걔가 우리 코치들보다 더 잘 알아."

"인정."

"터치를 안 하는 게 아니라 할 수가 없어. 할 말이 없는데."

처음에는 좀 그랬다.

끄덕끄덕 말을 듣는 것 같으면서도 한 귀로 흘린다.

그런 인상을 받았다.

팀에 꼭 한 명씩은 있다.

코치들 말을 잘 안 듣는 녀석.

지낼수록 알게 된 사실은 안 듣는 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더 좋은 해법을 찾아내더라고.'

'우리는 이 정도면 만족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을 해버리니까…….'

A를 하라고 하면 ABC를 해버린다.

돈까스를 시켰는데 돈까스+하이라이스+미니 우동 세트가 나온다.

너무 잘해버리니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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